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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봐리 부인
( 귀스타브 플로베르)
○ 새 학교로 들어온 샤를로가 학생들에게 조롱
신입생, 너는
○ 그는 야위고 키가 컸다, 얼굴은 어딘가 근심스러운 빛이 감돌아 오히려 사감의 눈을 끄는데 가 있었다. 굳이 이렇다 할 계기도 없이 그는 될 대로 되라는 생각에서 처음 가졌던 확고한 신념이 점점 없어졌다. 실습을 거르고 게으름에 맛을 들이게 되자 점점 학교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그는 술맛을 들이고 노름에 빠져들어 갔다. 매일 밤 더러운 술집에 틀어박혀 까만 점이 박힌 작은 양뼈 골패 쪽을 대리석 탁자에 던지는 것이 자기 자신에 대한 가치를 높이는 일종의 거룩한 자유 행위같이 생각되었다. ~~~~노래에 심취되고 뽕스 술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끝내는 여자까지 알게 되었다.
○ 샤롤르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쉬지 않고 시험 과목의 준비 공부를 하고 모든 시험문제는 미리 외웠다. 그는 상당히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다. 어머니에게는 이 얼마나 경사스러운 날 이었던가! 성대한 축하연이 베풀어졌다. 어디서 개업할 것인가?
○ 그의 아버지 샤롤르씨는 타고난 용모를 미끼로 그의 남성다운 기풍에 반해버린 어느 메리야스 상인의 딸에게서 6만 프랑의 지참금을 주겠다는 청혼을 당장에 받아들였다. 미남에다가 허풍선이였고, 박차를 자랑스럽게 울리며 멋진 턱수염과 구레나룻 기르고, 손가락은 언제나 반지로 장식하고 화려한 빛깔의 옷을 자주 입는 그는 , 상점의 외무원 같은 쾌활성으로 어딘가 늠름한 인상을 주었다. 결혼하자 2~3년 동안 아내의 재산으로 살아갔다. ~~~~마을에 농가 반 주택으로 된 셋집을 얻고 거기서 우울과 회한으로 괴로워하며 하늘을 원망하고 모든 사람을 질투하다가 끝내는 남은 여생을 조용히 지내려는 생각에서 마흔 다섯의 나이에 세상과 인연을 끊고 이곳에 처박혀 버렸다.
○ 어머니는 며느릿감을 골라냈는데 그 여자는 마흔 다섯 살 된 연 수입 1200리브르나 되는 디에프에 사는 한 집달 리의 과부였다. 그녀는 못생긴데다가 몸은 장작개비처럼 마르고 여드름이 봄의 나무 눈트듯 돋은 여자였지만 뒤뷔끄 부인에게도 구혼자는 많았다. 보봐리 부인은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이들 상대들을 모두 제쳐 놓아야만했다. 신부(神父)들의 뒷받침을 받고 있는 어느 푸줏간의 말모도 교묘하게 좌절시켰다.
○ 그녀는 매일 아침 코코아를 마시듯이 주문도 끝이 없었다. 신경이 어떠니, 가슴이 어떠니, 기분이 나쁘다는 말을 수없이 하면서 발자국 소리만 나도 짜증을 내곤 했다. 옆에 없으면 쓸쓸해 못 견디겠다고 해서 가까이 가면 이번엔 또 죽는걸. 지켜보려고 왔느냐고 억지를 부렸다.
○ 새벽 4시경 , 샤를르는 외투를 단단히 입고 베르또로 떠났다 ~~~의사는 가는 도중에 이 안내자의 말로 루올씨는 꽤 부유한 농부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루올씨에게 딸이 있다는 것을 알자 그녀는 사방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그 결과 루올양은 윌실린느 수도원에서 소위(훌륭한 교육)을 받아 춤과 지리학과 도안과 자수도 잘하고 피아노도 칠 줄 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더 참을 수 없었다.
○ 그런데 이른 봄에 사건이 터졌다. 뒤비끄 미망인의 재산관리인인 양그빌르에 있는 어떤 공증인이 위탁금을 몽땅 가지고 밀물 때를 맞춰 배를 타고 도망쳐버렸다.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그녀는 뜰에서 빨래를 널다가 갑자기 피를 토했다. 그리고 다음날 샤를르가 커튼을 치려고 하는 순간 그녀는 아, 어쩌나! 하고 한숨을 한번 쉬더니 정신을 잃었다. 그녀는 그대로 죽어버렸다.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아아! 루올 노인은 갑부이고 그녀는 저렇게 아름답고! 샤를르의 눈에 엠마의 모습은 자꾸 떠올랐다 ~~~ 그럼, 내가 그녀와 결혼하면 어떤가!
○ 만일 딸을 달라고 하면 주자. 노인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 엠마는 한 범중에 관솔불을 켜 놓고 식을 올리고 싶어 했지만 노인은 그런 생각을 일소에 붙였다. 이렇게 하여 혼례는, 43명의 손님이 모인 가운데 16시간 내내 식탁을 떠나지 않았으며, 다음말도, 또 그 다음날도 2~3일 동안 축하연이 되풀이 되었다.
○ 그녀는 가끔 지금이 일생의 가장 좋은 때이고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밀월인가 하고 의아해 했다.
○ 그러나 부부 생활이 표면상 안정될수록 마음은 더욱 멀어지고 그녀를 남편에게서 멀어지게 하였다. 샤를르의 말은 마치 길처럼 평범해서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들이 평복을 입은 채 줄지어 가고 있어 감동도, 꿈도, 웃음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루앙에 있었을 때에도 파리에서 온 배우들을 보기 위해 극장에 가려는 호기심은 전혀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수영도, 검술도 못하며 권총도 못 쏘았다. 언젠가 그녀가 소설에 나오는 마술에 관한 술어를 물었으나 설명해 주지 못했다. 남자란 그래서는 안 되고 모르는 것이란 없고, 여러 가지 활동에 뛰어나며 , 정열이라든가 세련된 생활의 즐거움 속에서도 모든 신비한 세계로 통하는 안내자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 남자는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않으며 아는 것도 하나도 없고 또한 아무것도 바라고도 있지 않다. 그는 아내가 행복하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엠마는 남편의 태평스러움과 우둔함, 그리고 그녀가 그 남자에게 준 행복까지도 원통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가끔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러면 샤를르는 곁에 서서 그림을 잘 보려고 눈을 부릅뜬다거나, 손가락으로 빵 조각을 뭉쳐서 덩이를 만들어 주거나 엠마가 스케치북 위에 꾸부리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피아노를 칠 때는 그녀의 손가락의 움직임이 빠를수록 그는 경탄했다. 쉴 새 없이 모든 건반을 두들겼다. 그러면 줄이 늘어져 있는 이 고물 피아노 소리는 열린 창 너머로 마을 끝까지 퍼지곤 했다. 어떤 때는 모자도 안 쓰고 실내화를 신고 길을 가던 집달 리의 서기가 서류를 손에 든 채로 발을 멈추고 서서 피아노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엠마는 집안 살림을 모든 면에서 아주 솜씨 있게 잘 처리해나갔다. 그녀는 환자들에게 조금도 청구서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완곡한 내용의 편지로 왕진료를 청구했다. 일요일에 이웃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할 때는 멋진 요리 솜씨를 발휘했다. 자드를 포도 잎을 깐 위에다 피라밋 모양으로 쌓아 올리고 항아리에 담긴 잼을 접시에 곁들여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식사 후에는 손을 깎는 핑거보올을 특별히 준비해 놓았다. 이와 같은 모든 일은 보봐리 선생의 명성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샤를르도 차차 이와 같은 아내를 가지게 된 것을 자랑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는 아내가 연필로 그린 작은 스케치를 어울리지도 않게 큰 액자에 넣어 녹색의 기다란 끈에 매단 다음 응접실에 걸어두고 집에 오는 손님들에게 자랑하였다.
○지난번에 왔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디기달리스며, 향제비꽃, 커다란 돌멩이를 둘러싸고 있는 쐐기풀 덤불이며 세 개의 창문 곁을 따라 띄엄띄엄 끼어 있는 이끼, 모든 것이 전과 같은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언제나 닫혀 있는 창의 덧문이 녹슨 쇠고리에서 썩어 떨어진 듯 걸려 있었다. 이윽고 생각은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주저앉아 잔디를 양산 끝으로 콕콕 찍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아! 왜 결혼 같은 걸 했지? 우연한 다른 인연으로 딴 남자를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2부
○레옹은 자기 사무실로 돌아왔다. 주인은 부재중이었다. 그는 서류를 한번 죽 훑어보고 거위깃 펜을 깎아놓고 나서 잠시 후에는 모자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는 아르파이유 언덕 위 숲 입구에 있는 목장으로 갔다. 전나무 그늘 밑에 누워서 손가락 사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아! 지루하다. 하고 그는 중얼거렸다. 말할 수 없이 권태롭구나! 그는 모메 같은 남자를 친구로 하고 기요맹 씨를 주인으로 섬기며 이런 시골에서 지내는 자신을 불쌍하게 생각했다.
○ 그러나 이러한 인간의 얼굴들이 모인 무취미한 배경에서 엠마의 얼굴만이 홀로 떨어져 더욱 멀리 떠올랐다. 그녀와 자기와의 사이에는 막연하고 깊은 연못 같은 것이 가로놓여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녀는 레옹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음껏 그의 모습을 혼자서 남모르게 그려 보기 위해서 고독을 요구했던 것이었다.
○ 본당 신부님은 어디 계시지? 하고 보봐리 부인은 축의 구멍이 몹시 헐거워진 회전문의 축을 흔들면서 장난하고 있는 한 소년에게 물었다 ~~~~몸은 편안하신가요? 하고 그는 말을 덧붙였다. 좋지 않아요.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는 걸요. 라고 엠마는 대답했다. 하하, 그렇다면 저와 마찬가지군요. 하고 신부는 말을 받았다. 요사이같이 이른 봄 날씨에는 누구나 몹시 몸이 나른하지요.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어요? 우리들은 모두 괴로워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을 , 성 바오르의 말씀에도 있는 것처럼 말이요. 그런데 댁의 선생께서는 무어라고 하시던가요? 그분이야 뭐……. 그녀는 경멸하는 듯 한 태도로 말했다. 저런! 신부는 몹시 놀란 것 같았다. 선생께서는 아무런 약도 주시지 않았더란 말씀입니까? 아아! 하고 엠마가 말했다. 저에게 필요한 것은 이 세상의 약이 아닙니다. 그러나 신부는 이따금 성당 안을 획 돌아보곤 했다. 거기에서는 아이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서 서로 어께를 밀어, 마치 까쀠신느(신앙이 두텁지 못한 사람) 를 쓰러뜨리는 것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제가 알고 싶은 것은……. 하고 그녀는 다시 말을 시작하려고 했다. 이놈, 이놈 리부데. 하고 신부는 성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지금 곧 가서 때려 줄 테다. 장난꾸러기 놈아! 그리고 나서 엠마 쪽을 보고 저놈은 부대 목수의 아들인데 부모들도 살림이 좀 편해지니까 제멋대로 내버려두고 있답니다. 그러나 저놈도 꽤 영리한 놈이어서 마음만 먹으면 공부도 퍽 잘할 겁니다. 근본적으로 바보는 아니어요. 그러니까 나도 가끔 놀려준답니다. 마로므로 가는 도중에 그런 이름의 언덕이 있죠? 그래서 몽리부대(나의 리브데라는 뜻)라고도 부릅니다. 핫핫핫. 리부데산이라고 말이죠.(물론 산이라는 뜻도 있다). 언젠가 한번 내가 그 말을 주교님께 말씀드렸더니 주교님도 웃으시고……. 아니 웃어 주시더군요. 그런데 보바리 씨는 여전하신가요? 엠마는 못 들은 척 했다.
여전히 언제나 바쁘시겠지요? 사실 주인어른과 나는 이 교구에서 가장 일이 많은 사람이니까요. 주인어른은 육체의 의사이시고 하고 빙긋 웃으면서 덧붙였다. 나는 영혼의 의사이니까요. 그녀는 애원하는 듯 한 눈초리로 신부를 보았다. 그렇습니다……. 하고 그녀는 말했다. 신부님께선 모든 괴로움을 부드럽게 해주시는 분이죠. 아니 아니, 고통스러운 말씀은 하시지도 마십시오. 보봐리 부인. ~~~~~~~
사실 농민들은 정말 불쌍하지요. 가엾은 사람은 그 밖에도 있습니다. 하고 엠마가 대답했다. 그건 그렇지요. 예를 들면 도회지의 노동자들. 그런 사람들만이 아닙니다. 아니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저는 도회지에서 보고 왔습니다. 아이를 거느린 불쌍한 어머니들과 훌륭한 여자, 행실도 좋고 아주 마음도 발라 성녀 같은 여자인데 그런 사람도 먹을 것이 없어서 고생 하는 것을 보았단 말입니다. 하지만 저어 다시 말했다. 그녀의 입가는 말할 때 가볍게 경련하고 있었다. 신부님, 빵은 있어도……. 그래도 무언가 없는 사람들은 ……. 겨울에 장작이 없는 그런 하고 신부가 말했다.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무슨 말씀을! 그런 게 아니라니! 내 생각으론 아무튼 우리는 따뜻하게 지내고 먹을 것만 충분하면……. 그렇지……. 아아! 아아! 하고 그녀는 탄식했다. 기분이 나쁘신가요? 하고 신부가 걱정스러운 듯이 다가왔다. ~~~~
○ 레옹은 보답 없는 사랑에 지쳐 버렸다. ~~~ 레옹은 가까스로 보봐리 씨에게 인사할 시간의 여유가 있을 뿐이었다. 계단 위에까지 올라갔을 때 몹시 숨이 차서 그는 발을 멈추고 섰다.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보봐리 부인은 황급히 일어섰다. 접니다, 또 왔습니다. 당신일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피부 속으로 피가 달려서 일순간 이마에서 목덜미까지 발그레해졌다. 그녀는 어께를 벽에 기대고 있었다. 주인어른은 안 계십니까? 네, 안 계셔요. 거기서 이야기는 뚝 끊기고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쌍방의 마음은 똑같이 괴로워서 참을 수 없는 감정에 녹아 두근거리는 두 개의 가슴처럼 서로 꽉 얽혀 있었다. 베르뜨에게 키스하고 가고 싶습니다. 하고 레옹이 말하였다. ~~~~ 그럼 안녕히! 하고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갑자기 머리를 번쩍 들었다. 네, 안녕히…….떠나셔요!
○ 이제 그 사람은 가버린 것이다. 그녀의 생활의 유일한 즐거움, 행복에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그 사람 복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붙잡으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달아나 버리려고 할 때 어째서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잡아 놓지 못했단 말인가?
○ 그때부터는 레옹에 대한 추억이 그녀의 괴로움의 중심처럼 되어 버렸다. 그 추억은 러시아의 넓은 황야의 눈 위에 나그네가 버리고 간 모닥불보다도 더 강하게 고통 속에서 불길을 타오르게 했다. 그녀는 그곳으로 달려가서 그의 곁에 웅크리고 앉아 꺼져가는 모닥불을 되살아나게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하고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 엠마는 창가에 팔굽을 짚고 있었다. 그리고 시골 사람들의 혼잡을 바라보면서 즐기고 있었다. 그러자 문득 그녀는 초록색 우단 프록코우트를 입은 한 신사를 보았다. 이 신사는 단단한 각반을 두르고 있었으며 손에는 멋진 노란 장갑을 끼고 있었다. ~~~ 라 위쎄뜨의 로돌프 불량제라는 사람이 왔다고 선생께 전해 주십시오.
○로돌프 불량제씨는 서른 네 살이었다. 그는 과격한 욕정을 지니고 있었고 머리는 예민했고 여자관계는 무척 많아서 그 방면에는 보는 눈이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샤를르가 날이 새기 전에 외출했을 때 , 그녀는 갑자기 로돌프를 e아장 만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위세뜨는 금방 갈 수 있는 데였고 한 시간쯤 있다가 용빌르로 돌아온대도 모두 아직 자고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자 치미는 욕정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이윽고 엠마는 목장 속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뒤도 돌아다보지 않고 잰 걸음으로 걸어갔다.
○ 두 사람이 함께 도망가기로 정한 것은 다음 달이었다.
○ 나는 고국을 뛰쳐나갈 수는, 아이의 시중을 짊어질 수는 없어!
제 3부
○그녀는 울면서 레옹의 팔에 매달려 몸부림쳤다.~~~ 가다가 다시 돌아와 서로 꼭 껴안았다. 그리고 그때 그녀는 레옹에게 무슨 방법으로라도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씩은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까운 시일 안에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 이 무렵 엠마의 생활은 온통 거짓말투성이였다. 그녀는 거짓말 속에서 마치 베일에 싸듯 자기의 사랑을 싸 감추고 있었다.
○ 어느 날 밤 , 엠마는 용빌르로 돌아오지 않았다. 샤를르는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다. 어린 베르뜨는 엄마 없이는 자지 않겠다고 애처롭게 울었다.
○그날 밤 엠마는 샤를르를 졸라, 어머니한테 편지로 나머지 유산 전부를 빨리 보내 달라고 하도록 했다. 시어머니한테는 이제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는 회답이 왔다.
○ 가끔 빚이 얼마쯤 되는가. 계산해 볼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엄청나서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 결국 레옹은 다시는 엠마와 만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 경련이 엠마를 침대 위에 쓰러 뜨렷다. 모두 가까이 모여 들었다. 그녀는 이미 숨을 거두고 있었다.
○ 7시에 낮부터 아버지의 모습을 보지 못한 베르뜨는 그에게 저녁 식사를 알리려왔다. 아버지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 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채 길고 검은 머리카락 한 줌을 손에 쥐고 있었다. 아빠 어서 오셔요! 베르뜨는 아버지가 일부러 대답을 아니 하는 줄 알고 손으로 밀었다. 아버지는 땅 위에 쓰러졌다. 그는 죽어 있었다.
[해설] 엠마가 샤를르에 대해 마음의 문을 꼭 닫고 있는 것은 지난날의 연애경험이 아니라 소녀시절의 독서에서 얻은 로맨틱한 인생관 때문이었다. [Review] 불륜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널리 알려진,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본 경험이 있는 책이다. 스토리의 전개가 명확하여 한번 손에 잡으면 단숨에 읽을 수 있다. 젊은 시절 시골의 조용한 밤, 이부자리를 펴고 엎드려 읽던 생각을 하며 다시 읽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데 이 책의 표지그림이 다른 이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신경이 쓰였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난 주인공 샤를로는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현상에 만족한다. 간신히 의사 시험에 합격한 것은 집안의 경사였다. 부모의 권유로 맞은 그의 첫 번째 부인은 마흔다섯 살 된 돈 많은 과부였다.
“그녀는 못생긴데다가 몸은 장작개비처럼 마르고 여드름이 봄의 나무 눈트듯 돋은 여자 ~~그녀는 매일 아침 코코아를 마시듯이 주문도 끝이 없었다. 신경이 어떠니, 가슴이 어떠니, 기분이 나쁘다는 말을 수없이 하면서 발자국 소리만 나도 짜증을 내곤 했다. 옆에 없으면 쓸쓸해 못 견디겠다고 해서 가까이 가면 이번엔 또 죽는걸. 지켜보려고 왔느냐고 억지를 부렸다.”
그러나 이러한 여인과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은 샤를로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닥쳐온 그녀의 죽음 때문이었다.
두 번째 부인 엠마 보바리는 부유한 농부의 딸, 수도원 기숙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나름대로 교양을 갖춘 꿈 많은 여인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현실을 받아들인다면 잘 어울릴 수 있는 커플이었다. 처음 얼마 동안의 행복한 시간이 지나자 엠마는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 감동도, 꿈도, 웃음도 불러일으키지 않는 평범한 샤를로 와의 결혼생활에 권태를 느끼게 된다.
“남자란 모름지기 모르는 것이 없고, 여러 가지 재주에 능하고 정렬의 위력, 세련된 생활, 온갖 신비로 인도해줄 능력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 사내는 무엇 하나 가르쳐줄 것도 없고 무엇 하나 아는 것도 없고 무엇 하나 바라는 것도 없었다.”
한편 남편 샤를르는 아내와의 결혼을 자랑으로 여겼다.
“그는 아내가 연필로 그린 작은 스케치를 어울리지도 않게 큰 액자에 넣어 녹색의 기다란 끈에 매단 다음 응접실에 걸어두고 집에 오는 손님들에게 자랑하였다”
그러던 엠마는 레옹이라는 순박한 청년을 알게 되었다. 그는 별 볼 일 없는 시골 생활에서 서기 생활이나 하고 지내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다가 엠마를 만나면서 둘 사이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그러나 풋내기 레옹은 유부녀인 엠마와의 사랑이 막연하게나마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 엠마 역시 레옹을 사랑하지만,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한다. 결국, 그녀는 본당 신부를 찾아가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지만, 미련한 신부는 그녀의 마음을 간파하지 못하고 엉뚱한 태도를 보인다.
"신부님, 빵은 있어도……. 그래도 무언가 없는 사람들은 …….” “겨울에 장작이 없는 그런?” 하고 신부가 말했다.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무슨 말씀을! 그런 게 아니라니! 내 생각으론 아무튼 우리는 따뜻하게 지내고 먹을 것만 충분하면……. 그렇지……” “아아! 아아!” 하고 그녀는 탄식했다. “기분이 나쁘신가요?” 하고 신부가 걱정스러운 듯이 다가왔다.
레옹은 보답 없는 사랑에 지쳐 버렸고 드디어 그녀를 떠나 파리로 가버렸다. 그 후 엠마는 아이를 출산했고. 유모에게 맡겼다. 그러나 아이의 출산도 그녀의 헛헛한 마음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그녀는 두 번째 남자인 로돌프 불량제를 만나게 된다. 그 남자는 서른네 살이었고, 과격한 욕정을 지니고 있었다. 머리는 예민했고 여자관계는 무척 많아서 그 방면에는 보는 눈이 있었다. 둘 사이는 급격히 가까워지자, 그녀는 순진한 남편을 속이며 여러 번 불륜을 저지른다. 엠마는 치미는 욕정에 숨이 막힐 것 같았고, 결국 두 사람은 다른 나라로 도망가기로 입을 맞추었다. 그러나 막상 정한 날에 그 사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후 실연의 상처로 큰 병을 얻었다가 회복한 그녀의 기분전환을 위한 남편의 배려로 루앙으로 오페라를 보러 갔다가 뜻밖에도 옛 애인 레옹을 만나게 되었고, 두 사람은 과거 이루지 못했던 사랑을 다시 불태운다. 그러나 그것은 다시 맺어져서는 안 될 사랑이었다. 엠마는 레옹과의 방탕한 생활에 많은 빚을 지게 되었고, 결국 절망에 빠진 그녀는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음독자살을 택하였다. 아내의 장례식을 치른 후 남편 샤를르 역시 비참한 죽음으로 소설은 끝난다.
“7시에 낮부터 아버지의 모습을 보지 못한 베르뜨는 그에게 저녁 식사를 알리려 왔다. 아버지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 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채 길고 검은 머리카락 한 줌을 손에 쥐고 있었다. 아빠 어서 오셔요! 베르뜨는 아버지가 일부러 대답을 아니 하는 줄 알고 손으로 밀었다. 아버지는 땅 위에 쓰러졌다. 그는 죽어 있었다.”
1851~57년 이 책을 쓰는 동안 플로베르는 그의 사랑하는 여인( 열한 살 연상의 유부녀) 루이즈 꼴레와 헤어졌다. 플로베르는 전에 그가 쓴 것과는 전혀 다른 이 소설을 자신의 이야기라고 고백했다. 냉정하리만큼 객관적으로 등장인물들을 묘사함으로 이야기가 진실의 이야기로 독자에게 다가가도록 하였다. 그것이 책을 읽으며 주인공 샤를르가 너무 가련하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 이유였다.
사랑하는 여인과의 결별, 책이 온전히 출판되기도 전에 종교를 모독하고 외설스럽다는 이유로 기소를 당하는 과정에서 플로베르는 “책을 쓰면서 관절에 납 구술을 붙이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 같았다” 고 고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