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21차 (주릿재~석거리재~백이산~빈계재~고동산~장안치~선암굴목재~선암사)

[동구리]

호남정맥 백이산 , 고동산 구간


일시 : 2019 , 10 , 12 ~ 13

장소 :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과 순천시 낙안읍 일대

날씨 : 스산한 밤공기 와 따뜻한 가을 햇살( 뭇별들이 총총총
)

정말 오랜만이다ᆢ
근 두달만에 정맥길을 떠난다.
부랴부랴 마눌이 챙겨 준 배낭을 메고 현관문을 나선다.
마눌은 요즘들어 산행을 나서는 발걸음을 자꾸 붙잡는다.
예전과 달리 부쩍 걱정이 많단다.
그건 나에게 문제가 있다.
무릎이며 어깨가 예전같이 않아 병원엘 다녀오고 나선 더욱 그렇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못견딜정도는 아니다.
충분히 더 나아질거라 생각하며 근력운동과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그래도 집을 나서는 발걸음은 항상 가볍다.
오늘은 밤하늘에 커다란 보름달도 두둥실 밝게 빛나고 있다.
무언가 기분 좋은 일들이 생길것 같은 느낌이다.
설레는 맘을 안고 지하철에 올라 모란역으로 향한다.
근데 허리와 엉덩이위쪽에 뭔가 축축한것이 감지된다.
재빨리 배낭을 벗어 보니 급하게 꾸린 탓인지 날진병뚜껑이 열려있고 음료수도 절반 가량 쏟아져 등짝이 축축하게 젖어있다ᆢ
기분은 좀 그래도 향긋하고 달콤한 냄새가 나쁘진않다ᆢ^^

달큰한 냄새를 풍기며 내린 모란역 지하철은 사람들로 붐빈다.
출구로 통하는 방향으로 몸을 돌린다.
앞쪽에선 검은색 가죽자켓을 맵씨있게 입은 젊은 여성분이 사뿐 사뿐 경쾌하게 길을 걷는다.
벌써 가을이 온게다.
쌀쌀한 바람결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ᆢ
출구로 나오자마자 도로옆엔 익숙한 차량불빛이 깜박깜박 거린다.
그리고 그 곁에 낯익은 분들의 모습이 보인다.
배웅나온 용이형, 이뿌니누이, 푸우 , 삼프로성님 , 현이성 , 약도님 이시다.
정말 간만에 뵈어도 어제 본 듯 친근함이 확~~밀려온다.
그리고 또 간만에 뵙는 열혈남아님 아버님께서 손수 나오셨다.
비록 차가운 가을밤공기로 스산하지만 올라탄 버스안은 오랜만의 반가운 만남으로 따뜻한 온기가 맴돈다.
고양이버스는 야탑과 서현을 들러 회장님과 뭉클성 , 이프로성,
몽이대장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씽~하니 내달려 동천에서 흐흐님을 끝으로 둥근 보름달이 환~~하게 비추는
녹차의 향기가 숨쉬는 보성으로 힘차게 날아 오른다.

맑고 깨끗한 초록의 향이 벌써부터 마음속엘 자릴하고 있다.
남도로 향하는 내내 어둠속 창밖. 어딘가에서 콧끝을 아질거리는 차향이 감돌다가도 갑자기 달작지근한 쥬스향도 좀 난다.~~;;@@
또한 앞자리에 앉아 단잠을 청하고 있는 이뿌니누이의 향수향도 난다.
가을이란 계절은 먼저 향기로 문을 두드리는 녀석인가보다.

여튼 밤새도록 온갖 향기들에 취해 꿈속을 헤메이다 드디어 주릿재에 도착한다.

다들 야간산행장구를 갖춘다.
특히 오늘 회장님께서는 이태리제 정글도를 단단히 준비해오셨다.
근데 랜턴이 말썽이다.~~;;@@
구형스타일이라 건전지 갈아끼우기가 좀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차분히 음극 과 양극을 잘 맞춰서 끼어본다.
그리고 드디어 반~~~짝 불이 들어온다.
오늘 요 랜턴마냥 반짝 반짝 빛나는 산행이 되기를 바라며 모두들 스타트 한다.

초입은 경사가 꽤 있는 등로다.
그리고 그 악명높기로 유명한 가시덤불 길이다.
어둠속 등로는 둥근 달빛을 받아서 어렴풋이 가늠된다.
그래도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도 꽤 수월한 편이다.
군데 군데 계속해서 덤불이 나타나지만 앞을 못볼정도로 심각한 편은 아니다.
정말 천만다행이다.
중간에 약간 이슬방울로 물기 머금은 지역도 나오지만 대체로 어느정도 잘 정비가 된 느낌이다.
관할 산림청에서 정맥길을 신경써 주셔서 너무나 고마울 뿐이다.

울 회장님 정글도 한번 제대로 휘둘러 보질 못하고 그량 패쑤 하신다,~~^^^
한번 더 경사도 큰 계단길을 올라선다.
근 두시간을 하늘의 보살핌~(!?)으로 큰 어려움없이 통과한다.
그래도 비탈길을 오르다보니 땀도 나고 힘든 건 어쩔수없는것. 같다ᆢ
그래도 예상했던 가시밭길이 아니라 정말 다행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다는 말이 실감날정도다.
지금까지 걸어 온 호남 길이 그랬던것 같다.
비록 소수의 인원으로 출발해 여기까지 온것도 그렇고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손을 맞잡고 이 길을 걸어왔기에 더욱 더 그 길이 빛나는 듯 하다.
그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밤하늘의 별들과 둥근 달은 오늘도
우리의 발길 닿는 곳마다 환~~하게 따뜻하게 비춰주고 있다.

바햐흐로 산행은 석거래재가 보이는 Nc-Oil 주유소옆을 지난다.
여기는 보성군 벌교읍 추동리 와 순천시 외서면 장산리가 서로 인접해 있는 지역으로 58번국지도가 낙압읍까지 동서로 연결해주고 15번국도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 속해있는 고흥군 나로도에서 시작하여 벌교읍을 거쳐 북쪽으로
순천과 화순을 관통한다.
우측에 어렴풋이 보이는 추동저수지는 벌교천을 거쳐 봉림리부근에서 낙안천과 합류해 벌교버스터미널부근에서 남해의 푸른 바다와 조우한다.

아직 깜깜한 어둠속이라 그 모습이 보이질않지만 추동저수지의 맑은 물빛이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하늘의 또다른 은하수를 담아 놓았을 것이리라.
보성군 벌교읍>이라는 표지판을 뒤로하고 또 다시 완만한 산길을 오른다.
길 옆으로 어여쁜듯 고결한듯 태양의 그림자를 닮은 구절초가 구구절절히 달빛을 받아 방긋 미소지으며 우리를 반긴다.
몇일전 옥정호라이딩때 만났던 구절초축제의 거리에서 봤던 그 느낌과 또 다른 느낌이다.

매년 요맘때면 정읍에선 구절초축제가 열린단다.
길가에 다소곳이 피어있는 구절초를 볼때면 왜 구절초라 이름지었는지 궁금해진다.
흔히들 음력 9월 9일 즈음 핀다고 해서 이름지어진걸로 알고있지만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변함없는 어머니의 모습이 닮아 있는 꽃이라서 더욱 더 눈길이 가는듯 하다.
어둠속에서도 이슬내린 풀숲에서도 밝은 달빛을 받아 단아하고 따뜻해보이는 건 그 때문일것이다.

그리고 산행을 하면서 발견한 것이지만 그냥 하얀 꽃잎으로 감싸있는 노랑색 꽃으로 알고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연분홍색도 있음을 알게 된다.
그건 서식지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단다.~~^^

여튼 우리를 반겨주는 구절초군락지를 뒤로 하고 백이산을 향하여 발길을 돌려본다.
이미 가시덤불길은 통과해서 앞으로 또 어떤 난코스가 있겠냐고 큰소리칠때 쯤 아니나다를까 앞쪽으로 덤불터널이 나타난다.
성인 한사람 겨우 빠져나갈수 있는 공간이다.
앙쪽으로 빽빽하게 둘러쌓여 있어서 몸을 잔뜩 움츠리고 시선을 똑바로 전방을 주시하면서 조심해서 통과해보지만 모자도 벗겨지고 다리에 가시도 긁긴다.
정신없이 덤불속을 헤치고 나오느라 그때는 몰랐는데 집에 돌아와보니 다리에 가시귾힌 흔적이 역력한다 .ㅜㅠㅠ

그래도 이래저래 오르다보니 날도 점점 밝아온다.
지긋지긋 하던 덤불도 서서히 보이질않고 앞쪽으로 시야가 확~~~뚫리면서 막혀있던 가슴도 뻥~~뚫리는 기분이 든다.

예전 어둠을 뚫고 정상부근에 도착했을때 밝은 일출을 보았던 그전 구간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밝은 기운이 서서히 동쪽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출의 역광으로 보이는 우리님들의 실루엣도 선명하게 멋져보인다.
그리고 여기 백이산 정말 거칠것 하나없는 완벽하게 오픈된 진짜 정상이다.
동서남북 사위가 모두 통달해 있는 정상부는 정말 오랜만이다.
꽤 넓은 평지이면서 내륙과 바다가 모두 조망된다.
멀리 벌교대교가 아스라히 바다와 인접해 보이고
아직 운무로 살포시 덮혀있는 주암호와 첩첩산중으로 겹겹히 펼쳐져 그 깊이를 가늠할수 없는 조계산의 산그리메가 아득하다.
그리고 드디어 찬란히 아침햇살은 떠오른다.
다른 어느때보다 더 붉게 물들인다.
이 세상에 처음으로 태어나는 아기마냥 수줍움 가득안고
조금씩 조금씩 예쁜 얼굴을 내밀어본다.
그 모습이 마치 작은 불씨가 점점 더 뜨겁게 타올라 자신의 온 몸을 불태워 하나의 새까만 점이 되어버릴때까지 붉게 뜨겁게 동편하늘을 물들인다.

너도 나도 모두가 새롭게 태어나는 대자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침을 맞이한다.
오늘의 태양은 오늘 또 다시 새롭게 떠올랐다.
그 위대한 여정은 인류가 끝나는 날까지 앞으로도 계속 될것이며 영원할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은 단 한번뿐이리라.
그러기에 모두가 이 소중한 시간을 남기고자 카메라에 추억들을 하나씩 담아본다.
산그리메 넘어로 밝은 햇살은 서서히 사라져 가지만 함께 한 시간들은 영원히 꺼지지않고 우리들의 기억속에 남으리라.

한동안 붉게 물들인 호남의 들녁과 산천은 못내 그 여운을 아쉬워 하며 평온함 속으로 몸을 맡긴다.
그 햇살 따스한 평화로움속에서 우리들은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라면도 찌게도 올라온다.
오늘도 곰돌이 푸우님은 단연 최고의 스피드다.
뚝~딱. 하고 찜닭분위기의 맛나는 음식을 내놓는다.
양념이 잘 져며저서 감칠 맛이 끝내준다.
당면도 맛깔스럽다.
한웅큼 퍼준 흰쌀밥에 살짝 비벼 먹으니 정말 신세계가 따로 없다.
매번 요런 요리는 어떻게 아이디어를 내는건지 신통방통할 노릇이다.
밥알한톨 남김없이 알뜰하게 먹고 또 먹는다.
산악회 최고 먹방 1인자 뭉클성도 말문을 잃어버린다.
평상시 말씀많으신 분이 식사시간만 되면 말문을 닫아버리시니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ㆍ~~^^^^^

오늘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게 식사시간은 후~~딱 가버리고
막걸리 한잔으로 마무리하고 깨끗히 정리하고 일어난다.

이미 떠오른 호남의 햇살은 가을들녁을 황금빛으로 물들여버렸다.
평소 한가지 착각하고 있었던 사실이 있다.
벼베기는 따뜻한 남쪽지방부터 할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벼추수도 가을단풍을 닮은듯 하다.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는듯 ᆢ(개인적인 생각)^^
여기는 아직 가을햇살을 받아 벼알갱이가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황금들녁을 바라보며 발길을 다시 옮겨본다.
내려오는 등로 주위에 제철을 만난 구절초도 망개열매도 있지만 왠지모르게 수줍어하는 연분홍 철쭉도 함께 가을 바람에 하늘거린다.

그리고 등로는 분개재까지는 한참동안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58번국지도를 찍고 다시 오름길이 시작된다.
완만하면서도 임도분위기의 수월한 산길이다.
주위엔 아직 어린 편백나무묘목들로 즐비하다.
사유지인것 같은데 땅을 관리하는 주인의 성품이 엄청 부지런한것 같다.
근데 이 넓은 면적을 관리하기는 개인보다는 산림청에서 체계적으로 조성해야할것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편백주위의 다른 잡초나 덤불을 솎아내고 몇몇 소나무나 떼죽나무만 남겨놓았다 .
그 면적도 엄청나거니와 수종이 90%이상이 편백나무로 보인다.
호남정맥을 포함한 전라도지방 여러 산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인접 마을과의 유대감이 뛰어나고 곳곳에 크고 작은 하천과 저수지가 근접해 있으며 노지 감도 많고 수종도 다양하다는 것이다ᆢ
특히 편백나무의 식생분포가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뛰어나다는 점이다.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피톤치드의 효과와 물과 잘 어울리는 성질 , 하늘로 솟아오르는 상승감 등등 이 있을것 같다.
지나온 무등산구간 끝자락에서 본 안양산편백숲도 그러했고 그전구간에서도 등로주위에서 이 나무를 자주 본듯 하다.

이 나무를 보면 " 내유외강 " 의 성품을 닮은 사람이 생각난다.
두터운 껍질과 하늘을 찌을듯 한 올곧은 외관과 달리 부드러우면서도 내면의 향이 짙어 오랫동안 사귀어도 항상 변함이 없을것 같은 사람말이다.

처음에는 향나무인줄 알았다ᆢ
그런데 나뭇잎 냄새를 맡아보니 솔향 비슷한 느낌이 든다.
좀더 앞쪽으로 걸으면서 알게 되었다.
편백의 어린 나무들이 산 전체를 감싸고 있음을ᆢ
임도를 따라 한참동안 편백나무군락지를 걷는다.
좌우로 펼쳐진 여린 나무들은 아마도 몇년 후 몇십년후 어마어마한 크기의 나무로 성장해 있으리라.
지금은 비록 작은 산에 불과 하지만 그때가 되면 주위를 압도하는 큰 산이 되어 푸르른 울창한 숲으로 변모해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그리고 아기편백숲이 거의 끝나가는 곳에 다다른다.
우리님들도 보이고 그 앞쪽으로 오르막데크도 보인다.
잠깐동안 휴식시간을 갖는다.
멋드러진 화강암 이정표가 눈에 뛴다.
푸우님은 나한테 뒷편은 내것으로 하고 앞쪽 글자가 파여있는 판은 자신이 가져 가겠단다.
난 완~죤 무겁디 무거운 돌뎅이를 가져가라고 그러고 자신은
멋진 지도와 글이 쓰여준 얇은 부분을 가져가겠다니 정말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
오늘 낮술을 넘 먹은것이 틀림없다ᆢㅎ

이제부터는 고동산까지 긴 오르막길이다.
등로는 완만하다.
시야도 좋다.
정상부까지 야자수로 만든 친환경적인 매트로 깔려있다.
군데 군데 가을억새도 보인다.
숲속을 빠져나와 햇살을 그대로 받다보니 조금씩 땀도 나고 숨이 차오르기도 한다.
그래도 길옆으로 하얀 솜털들이 바람에 하늘 하늘거리는 모습을 볼때면 더위도 피로도 가시는 기분이다.
근 30여분을 뙤약볕속에서 힘들게 오르던 중 드디어 정상에 위치한 데크가 보이고 앞서 도착한 분들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뒤 고동산 정상석에 도착한다.

오늘 정말로 전망 하나는 끝내준다.
여기도 아까 일출을 보았던 백이산과 마찬가지로 정상부가 펑~~뚫려있다.
더구나 멋진 나무데크로 잘 꾸며져있다.
멀리까지 전망을 감상할수 있도록 망원경도 설치되어 있다.
행정구역상 고동산은 순천시 낙악면 목촌리로 되어있지만 순천시 송광면 장안리와 접경을 이루고 있다.
동쪽으로 상사호의 물결이 햇볕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으며 그 근처에 위치한 낙안읍성 민속마을과 자연휴양림이 보인다.
낙악읍성의 성곽주위로는 주말이라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붐비는 듯 주차된 차들이 길게 늘어져있다.
또한 북쪽으로 멀리 무등산이 보이고 풍력발전기가 보이는 별산 과 흰색 둥근 통신탑이 보이는 모후산도 조망된다.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조계산의 산능선들이 어렴풋이 가늠된다.
다들 경치에 취해 서로가 사진을 찍어주며 망원경으로 렌즈로 남도의 가을 풍경을 남겨본다.
오늘의 홍일점 이뿌니누이도 내가 준 억새꽃잎을 입에 물고 기념사진을 한장 남겨본다.~~^^

그리고 다시 출발이다.
오전 10시 30분이 조금 넘었다.
잘 만들어진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예전 백두대간 중 소백산구간의 대평원이 잠깐 연상되면서 북쪽으로 유명 고찰인 송광사와 선암사가 자리잡은 조계산의 남쪽접경지대로 들어선다.
등로주위로는 변함없이 구절초와 함께 다른 야생화가 피어있다.
그리고 잘 정비된 임도를 따라 꾸준히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러던 중 앞쪽에서 웅성웅성 거리며 무언가를 베어내는 소리가 들린다
다름아닌 정글도로 소나무에 붙어있던 담쟁이넝쿨인 송담을 채취중이시다.
당뇨에 좋다고 하는 이 식물은 굵기가 꽤 실해보인다.
정글도로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흐흐님이랑 사이좋게 나누신다.
예전에 시골에서 칡뿌리를 캐던 유년시절의 추억이 얼핏 떠오른다.
그리고 다시 길을 나서는 발걸음은 한결 경쾌하다.
고동산 정상에서 봤던 조계산의 위용은 가까이 하면 할수록
더 크게 느껴진다.
최근에 새롭게 정비한 흔적들이 등로주위에서 역력히 볼수있다.
임도를 좀 넓고 깨끗하게 보수하고 중간 중간 배수로를 새롭게 설치한 후 끝자락엔 잔디때로 깔끔하게 마무리해 놓은 솜씨가 여간 공들인 것이 아니듯 해보인다.
다소 지루한 임도길이 계속 이어지면서 조금씩 지쳐갈 무렵
내리쬐는 가을햇살을 피해 나무밑에 옹기종기 둘러앉은 사람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배낭떨이를 할 참인게다.
배낭에서 남은 음식들을 하나씩 풀어놓다보니 식탁보엔 어느새 오는길에 길옆에서 주워온 사과(^^)며 배 , 각종안주,
과자, 빵 등등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삼프로성이 가져오신 후라이드치킨이 단연 인기짱이다.
정말 갓 구워내 온 듯 겉봉지를 뜯어내는데 살짝 기름기 묻은 종이봉지를 보는 순간 잠시 숨을 쉬지못했다.
그리고 꺼내 놓은 치킨은 특유의 냄새와 맛에 군침이 절로 돌면서 몽이대장이 건네 준 돌배담근주 한잔에 완~~~~죤 뽕 가버리고 만다.
난생 처음 야생돌배주라는걸 마셔본다.
맛도 맛이거니와 진한 배향이 그대로 코끝을 자극하며 이배,삼배를 부르는 묘한 마력의 술이다.
거기다 현이성이 준 이슬이까지 병나발을 불고나니

햐~~~~!!!
기분 좋다~~♡♡♡

가을이 그~윽하게 깊어간다.
내맘도 그~윽 그~윽 소리가 난다.
그~윽하게 배낭떨이를 하고 다시 출발이다.
다들 한잔씩 술을 드셔서그런지 얼굴들이 가을빛으로 그~윽하게 물들어있다.~^^

회장님께서 앞서시고 우리들은 그 뒤를 따른다.
이제부터는 조계산의 근접지역으로 서서히 미끄러져간다.
그리고 얼마지나지않아 뜻밖의 보물을 발견한다.
약간 비탈진 곳. 바닥에 무언가 큰 구슬만한 동그란 것들이 길위에 널려있다.
흙이 묻어있기도 하고 낙엽속에 뒹굴기도 한다.
다름아닌 야생산돌배다.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속된 말로 아주 폭~~싹 달려있다.
몽이대장과 푸우는 돌멩이를 주워서 던지고 나무를 발로 걷어차 흔들고 떨어뜨린다.
난 바닥에 보이는 돌배를 무슨 큰보물인양 냉큼냉큼 주워서 비닐봉지에 넣기 바뿌다.
그렇게 한참을 정신없이 줍다보니 한봉지정도 된다.
파르스름 한 빛깔에 씁쓰무리한 맛이 살짝 나면서 싱싱한것이 그럴싸해보인다.
옆에 있던 몽이대장은 이삼일정도 말려서 술담그면 최고란다
오늘 돌배술에 돌배까지 득템하게 되니 무슨 봉잡은 기분이다.
~^^^

돌배한봉지를 배낭에 집어 넣고 다시 발길을 재촉해본다.
크게 내색은 안했지만 오늘 기분 째진다.^^ㅎㅎㅎ
발걸음도 가볍게 큰선암재를 지나 선암사쪽으로 내려가는 내내 싱글벙글이다ᆢ

하산길이 이어지면서 근처 계곡의 물흐르는 소리도 들려온다.
그런데 앞서가던 두 사람의 모습이 갑자기 보이질않는다.
그리고 주말을 맞아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하나 둘 보이기시작한다.
걸음을 좀 빨리 해본다.
멀지않은 거리에 뭉클성이 보인다.
그리고 맨발이다.
오늘도 맨발의 산사나이가 나타나셨다.~~^^
내리막길의 등로가 암릉과 자갈투성이인데 발바닥은 아프지않을까 좀 걱정이 된다.
그래도 이성님은 좋다고 그냥 시원하고 편안하다니 참 특이한 발바닥을 타고나신듯 하다.
그리고 계곡을 따라 걷는다.
한참을 내려가던 중 예쁜 반달모양의 다리가 보이고 근처에 여러 분들이 계신다.
다들 시원한 계곡물에 세수하고 계신다.
나도 배낭을 내려놓고 흐르는 맑은 계곡물에 몸과 마음을 깨끗히 씻어본다.
한결 쌓여있던 피로가 흐르는 물처럼 쏴~~~아 악 풀리는 느낌이다.
잠깐동안의 휴식으로 힘을 충전한 우리는 오늘 산행의 날머리인 선암사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해본다.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붐비는 등산로이다보니 속도가 그렇게 빠르진 못하다.
더군다나 계곡의 폭포가 너무 멋진 곳들이 많다.
한두군데 잠깐 둘러본다.
그리고 또 한번 감탄이 절로 나는 곳에 도착한다.
하늘높이 끝없이 솟아올라 안 보일 정도로 빽빽하게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큰 숲을 이루고 있다.
한 곳에 땅속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키며 곧은 마음으로 햇볕이 이끄는 대로 높이 더 높이 솟구쳐올라 숲을 이룬것이다.

나들이 나온 가족들과 연인들이 편백숲 사이사이 나무벤치에 앉아 소곤소곤 담소를 나누는 풍경이 가을날 분위기와 잘 어울려보인다.
뭉클성은 그 분들 중 중년의 커플들로부터 찹쌀떡을 받아 나에게 하나를 건네준다.

그렇게 하산길을 이어지고 드디어 선암사초입에 당도한다.
정성들여 쌓아놓은 돌탑과 비석들이 보이고 운치있는 찻집도 보인다.
이제부터는 사람들의 숫자가 훨씬 많아진다.
앞서가던 선두에서 무전이 날라온다.
선암사매표소 통과후 곧바로 직진해오란다.
뭉클성과 나는 아치형의 신비스런 다리를 잠깐 둘러보고
곧바로 매표소쪽으로 내달린다.
근데 아래,위쪽으로 놓여있던 아치형다리에 잠깐동안이지만 걸터앉아 있을때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장시간의 산행의 피로가 눈녹듯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평화로왔다.

그리고 드디어 산행은 끝나고 매표소를 지나 고양이버스에 도착한다.
열혈남아 승훈씨의 상큼한 미소가 우리를 반긴다.



지난 가을날 이맘때쯤
남도의 땅에 첫발을 디딘이래 딱 1년이란 시간이 지났네요.
그동안 호남의 땅과 공기를 온 몸으로 직접 느끼며 여기까지 왔네요.
비록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나름 알차고 멋진 시간들을 보냈네요ᆢ
그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언제나 산행이 즐거웠으며 재미있었으니까요.
그동안 열심히 걸어왔던것 만큼
남은 구간도 뜨거운 마음으로 함께 하기를 바래봅니다.

항상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ᆢ~^♡^

[조약도]

생생한 산행후기 정말 오랜만이네요
내가 걸었던길 되돌아볼수있어서 넘 좋아요
산행후기 너무 반갑고 쓰시느라 수고많았어요

[오용섭]

오랜만에 산행기 재미있게 읽었읍니다.
언제인가 기억도 가물 가물한 호남정맥, 밤 하늘의 별을 보면서 힘겹게 오르다가
전망좋은 능선에서 호남의 산하를 굽어 볼때의 쾌감, 그리고 만족감이 아직도 가슴뛰게 합니다.
선암사 해우소에서(대한 민국 최고의 해우소라고 함) 볼일을 보고
낙안 읍성을 둘러보고 조정래 님의 태백산맥을 회억 하면서 흡족해 했던 산 길,,,,,,
끝까지 유종의 미를 이루시기 바랍니다.

[이프로]

드디여 동구리

[뭉클]

오호!
가을의 향기와 함께 동구리의 산행후기가 왔구나....
얼마만에 하는 눈호강 아니 마음호강인가.......
역시!!! 맛있는 글은 동구리가 최고여!!!
고맙다 동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