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 체험여행 : 속초 문우당-중앙시장-바다정원-고성문암항

미시령터널을 지나 우측에 있는 울산바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먼 옛날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일원이 되고자 고향 울산을 떠났다가 설악산 저 자리에 이르렀을 때 금강산의 일만 이천 봉이 모두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하여 주저앉았다고 한다. 언제 어디로 갈 지 모르지만 아직은 떠나고픈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울산바위를 열심히 찍는다. 오늘 아침 홍천의 기온은 영하 14도. 영동이라 한파는 덜해도 바람이 세서 그게 그거다.
* 속초 문우당에서

체험여행 첫 번째 목적지, 속초 문우당. 2층 전부가 중고등 참고서로 채워져 있다. 2시간 반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세 시간을 넘겨 배고파서 서둘러 나와야 했다. 아이들이 교재 뿐만 아니라 교재 선정 방법이나 기준을 몰라 아이마다 여러번씩 도움을 요청한다.

아이들은 개념개념 하는 말을 귀따갑게 들은지라 개념서 1~4단계 참고서를 모아놓고 "이렇게 할까요?" 한다. "해낼 수 있겠어? 지겹지 않을까?" 하면 못할 것 같다고 한다. 당위와 실천의 괴리! '해야만한다'와 '해낸다' 사이의 거리는 멀고도 멀다.
부족한 학력 한 방에 끝내고 싶어 어려운 교재를 잡더라는, 선배 아이들 흉보는 걸 들은 아이들은 이제 너무도 쉬운 개념서를 들고 지적 긴장감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어 늘어지기도 한다.
아이들은 개념을 통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통한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간과하는 편이다. 문제풀이를 많이 하면 좋다고 막연히 느낀다. 문제풀이집으로 부족한 개념을 채울 수 있으며 문제를 통해서(출제의도를 파악해서) 개념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어느 파트에서 부족한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일. 요즘 내가 중점을 두고 있는 일이다.
* 속초 중앙시장에서

12시 반을 넘겨 문우당에서 나온지라 허기가 느껴진다. 오늘 점심은 근처에 있는 중앙시장에서 먹기로 미리 정했다. 흩어져서 각자 취향대로 먹자. 취향이야 어느 누군들 없을까마는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 '아무거나'에 매달리게 할 수는 없다. 선택의 경험은 많을 수록 좋은 법이다.

아이들과 헤어졌기 때문에 아이들 사진은 없다. 우리는 먼저 새우강정 한컵. 3000원이다. 하나씩 집어먹으며 길거리를 누빈다. 그 다음 대게 고로케. 야채 고로케는 좋아하는 편인데 이건 어떤 맛일까? 한 개에 2000원. 각자 하나씩 집어들었다. 맛은.... 실망스럽지는 않으나 호들갑 떨 이유도 없다. 한 번은 먹어봐야 한다.

날씨도 추운데 시장골목에서 계속 이럴 순 없다. 분식집으로 가자. 튀김모듬, 오뎅 1인분, 김밥 1인분. 결국 과하게 주문했다. 남은 거 싸달라고 해야 하나?

실내에 있어도 춥다.^^; 뜨끈한 오뎅국물도 금방 식는다. 따뜻하게 입고나왔으니 다행이다.

한참 죽치고 있자니 여자 아이들이 지나간다. 구원 요청! 얘들아~ 먹어줘~ 제발~
위 사진의 뒤에 서서 주문하는 손님이 사진을 찍었는가 보다. 분식집 주인 왈, 블로그 하세요? 블로그 하시는 분은 서비스로 더 드려요~ 응? 우리 준준파워블로건데?ㅇ_ㅇ! 서비스 요청을 하려는데 초록손이 쪽팔리다며 쉬~ 한다. 이런~
* 바다정원

바닷가에 있는 전망좋은 카페, 바다정원에 또 왔다. 좋은 곳은 아이들에게도 소개해줘야지^^ 뜬금없는 생각 하나. 소비와 건전한 문화 사이의 간격은 멀기도 하고 가깝기도 하다. '소비가 목적인가 아니면 수단인가?'에 있다. 소비가 목적일 때 문화와의 간격이 멀어진다. 소비를 문화라고 하는 건 나의 미감(!)이 아니다^^

아이들은 밖에서 노느라 바쁘고 우리는 2층 안으로 들어왔다. 멀리서 볼 때 아이들이 사진작가와 모델 역할놀이를 하는 듯 싶다. 사전에 미션 하나를 쥐어줬다. 이 곳에서의 감상을 시 또는 짧은 에세이로 표현할 것. 저 순간에는 미션 생각은 없을 것이다. 꽤 추운데 꽤 오래 논다.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초록손이 표정이 밝다. 바다정원의 웬만한 음료는 5~6000원이다. 버드와이저 한 병은 4000원이다. 우리는 버드와이저를 주문한다. 맥주를 주문하면 크고 투명한 플라스틱컵에 얼음을 채워준다. 첨엔 양주도 아닌 맥주에 웬 얼음? 했는데 얼음컵에 부어 마시니 훨씬 더 맛있다. 일전에 괜시리 멋부린다고 차인표 흉내를 냈다.

저 바다에 어울리는 색은 블루? 네이비? 코발트? 중 어느 것에 가까울까 생각했다가 이내 지웠다. 색감에 관한 한 무디기 그지없는 주제를 파악하고서였다. 평온한 바다는 평온함을 준다.

안에 들어온 아이들이 핫초코, 카라멜 마끼야또를 주문해서 마신다. 스트로로 한 모금 쪼옥 빨고 이내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좋지?^^
잠시 후 아이들에게 상기시켜줬다. 너릐들의 미션! 다시 아이들이 끙끙거리는 시간이다. 늘 행복해도 늘 끙끙거려도 좋지 않다. 끙~끙~행복, 끙~끙~행복. 그것이 최고의 삶이다^^

도루묵 알 무더기다. 한 달 전에 포크레인으로 도루묵 알을 치우던 화면을 TV에서 언뜻 봤는데 이 무슨 황당한 일인가? 해외화제에서 해변에 밀려와 죽어가는 고래와 겹쳐진다.

그대 잠시 고독에 빠졌는가?
* 고성 문암항 주변

표정들이 밝다. 저 아이들은 다큐 출연 중이 아니라 놀이하는 중이다. 계속하고픈 직업 1위가 사진작가이고 때려치고픈 직업 1위가 모델이던데 이 경우와 상관없다.

모델 좋고, 배경도 좋다. 작가도... 좋지?^^

초록손이의 걱정. 아이들은 사진찍기 놀이에 빠져있으니 잠시 걷자 했는데 저런다. 혹시 아이들이 바위에서 실족하면 어쩌냐는 거겠지. 다칠 수도 있겠지만 위험 요인에 대해서는 방금 전에 주의를 주기도 했고, 바위에 따개비도 붙어있지 않아 별 일 없을거고만. 기우는 초록손이의 평생 화두다.

갈매기 발자국. 닭 발자국과 어떻게 다르냐 물었더니 물갈퀴요! 한다.

이번엔 물수제비 뜨기. 파도가 막 지난 다음이 타이밍이다. 요령만 깨우치면 5번뜨기 정도는 크게 어렵지 않다.

아이들이 민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을 직접 보기는 처음인 모양이다. 파도에 바닷물이 민물에 넘어들어와 섞이는 모습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손가락을 담가 간을 보고싶었다고 한다.
* 집으로

저녁 6시 조금 넘어 집에 도착했다. 동네 막 들어오는데 이웃집에서 팥죽 한 냄비 가져가랜다. 저녁 준비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속초 중앙시장에서 사온 만석닭강정에 팥죽, 여자 아이들이 사온 만두...
오늘 체험여행은 유달리 더 꽉 채워진 느낌이다.

이상 암탉 원푸리 쓰다.
* 덧붙임 : 사진과 함께 퍼뜩 떠오른 생각

바다에 무리지어 앉아있는 갈매기떼

어느 순간 전부 비상하는 갈매기떼
바다 위에 무리지어 앉아있던 갈매기떼가 어느 순간 일제히 비상한다. 아이들 중 누군가가 갈매기가 화나면 똥싸기 공격을 한다고 하니 다들 주춤주춤 뒤로 물러선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내가 돌 던진 것도 아니고 그럴 수 있는 거리도 아니다. 추운 평일, 저물어가는 때라서인지 우리 외에는 인적이 끊겼다. 아마 맨 먼저 한 마리가 날아올랐을 것이고, 이어 주변에 있던 갈매기 두세 마리가 날아오른 것이 이유일 것이라는 것이 내 추측이다.
속초 중앙시장에 3대 맛집? 명품이 있다는 말이 검색포털에 유령처럼 떠돈다. 만석닭강정이 그 중 한자리를 차지하는 건 확실하다. 예전에 그 즐비하던 닭강정 가게는 대부분 사라지고 중앙닭강정과 속초닭강정이 그 옆에 쓸쓸하게 그냥 있다.
씨앗호떡이 두번째 자리를 차지한 듯 싶다. 웬만하면 20분 정도 기다리는 건 기본이라고까지 한다. 내가 아는 사람은 유명하다 해서 애써 기다려 먹어봤지만 특별한 건 없다는 평을 한다. 내가 거기서 줄 설 일은 없으나 유명한 건 사실인 모양이다. 나머지는 모르겠다. 혹자는 (누구네?) 새우강정이라고 하고, 혹자는 (누구네?) 부각이라고 하는데 이건 냄새가 좀 난다.
맛있어서 유명해진 걸까? 아니면 유명해서 맛있게 느껴질까? 그도 아니면, 그 높은 대청봉에 애써 올라 왁자하니 사진 몇 방 찍고 "자 얼른 내려가자" 하는 것과 같은 의미일까?
그것도 궁금하지만 누가 어떻게 유명해지는 걸까? 하는 점도 궁금하다. 굳이 대선댓글 사건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미 우리 사회는 검색사회다. 검색은 검색포털에서 이루어진다. 자신의 검색어가 자신의 정체성이 되는 사회다. 하지만 매체가 만들고 대중이 확장시키는 유명세는 곤란하다. 진위 여부를 가리기 너무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첫댓글 문우당에 가서 참고서를 조사하니까 좁아지려던 시아가 넒어졌어요.ㅎㅎ
가끔은 서점에 가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다음번 갈때는 더 많은걸 보고오지 않을까요?
이런저런 면에서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뜻깊은 여행이었어요. 속초에 갈곳이 이 외에도 정말 많았으면 좋겠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