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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모든 하느님 백성 목소리 집대성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 공개
지역 현안 구체적으로 다룬
각 교구·대륙별 논의 담아
본회의 이끌 새로운 출발점
가톨릭 신문 발행일2023-07-02 [제3350호, 1면]
교황청은 6월 20일 바티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을 발표했다. 세계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UISG) 나디아 코파 수녀, 교황청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 책임보고관 장-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왼쪽 두 번째부터) 등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CNS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2021년 10월 시작돼 오는 10월 첫 회기를 앞두고 있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 Working Document)이 6월 20일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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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개된 의안집은 1년의 간격을 두고 오는 10월 4~29일과 내년 10월 두 회기로 나뉘어 교황청에서 진행되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의 안내서 역할을 한다. 먼저 진행된 교구 단계와 대륙별 단계에서 나온 논의들의 결실이기도 한 의안집은 전 세계 교회가 체험하고 있는 전쟁과 분쟁, 불평등과 노동 착취, 기후위기, 빈곤 문제뿐만 아니라 사제와 주교, 평신도 특히 여성의 역할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도 다루고 있다.
의안집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주제인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에 표현된 세 가지 우선순위(Priority)와 관련해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모든 이를 환대 ▲사명의 관점에서 세례받은 모든 이의 기여를 인정 ▲선교하는 교회에서 통치구조와 역학 파악 등의 과제를 제안하고 있다.
의안집은 세계주교시노드 이전 단계에서 나온 문서들을 뿌리로 하고 있는 만큼 각 대륙의 교회들이 겪고 있는 독특한 상황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특히 서로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대륙회의에서 현안으로 제기된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해 “전 세계의 많은 여성 평신도와 여성 수도자들의 신앙과 증거 활동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의안집은 교회 내 여성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복음 전파자와 교육자 등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인정한다.
의안집은 또한 이혼자와 재혼자, 성 소수자 등 교회 안에서 자신들이 수용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이들에 대한 교회의 관심을 촉구하면서 성 정체성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을 환대하려면 “어떤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한지?” 질문을 던진다.
의안집이 해답을 요구하는 또 다른 중요한 주제는 ‘교회 권위’에 대한 것이다. ‘권위’(Authority)가 세상적인 모델에서 나온 권력의 한 형태인지, 아니면 봉사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교회 권위의 올바른 근거를 묻는 질문은 서품받은 성직자들(주교, 사제, 부제)에 비해 세례받은 평신도의 교회 활동 참여를 종속적인 협력으로 축소하는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의안집은 지난 2년 가까이 각 교구와 대륙에서 나온 목소리를 집대성한 결과물이지만 세계주교시노드의 종착점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이다. 이것은 의안집이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와 제2회기에 참가하는 대의원들에게 ‘식별’을 위한 문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의안집은 그동안의 세계주교시노드 진행 경과를 포함하는 서문(Foreword)과 15개 논의 주제를 제시하는 본문(Worksheets for the synodal assembly)으로 구성돼 있다. 의안집은 15개 논의 주제를 다시 5개씩 묶어 세 부분으로 구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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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 이끌 안내서… 친교·참여·사명 식별하는 효율적 도구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 특징과 개요
최종안 도출 위한 문서 아니라
시노드 과정 결과이자 시작점
발행일2023-07-02 [제3350호, 8면]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가 6월 20일 공개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첫 회기 의안집.CNS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오는 10월 4~29일 교황청에서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첫 회기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 Working Document)을 6월 20일 공개했다. 의안집 공개에 앞서 5월 10일과 11일에는 의안집을 검토, 승인한 바 있다.
의안집은 오는 10월 교황청에서 시작해 내년 10월까지 이어지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와 제2회기 논의의 기본 자료가 된다. 이번 의안집은 2021년 10월부터 2년 가까이 진행된 교구 단계와 대륙별 단계의 논의를 모은 결실로서, 세계가 겪고 있는 전쟁과 불평등, 빈곤, 여성과 평신도의 역할 등을 다루고 있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의 성격과 개요를 살펴본다.
■ 성격
의안집은 오는 10월과 내년 10월 두 회기로 나뉘어 교황청에서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안내서’(Guide)라고 볼 수 있다.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은 의안집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의안집은 교황청 문서가 아닌 모든 교회의 문서이고, 책상에서 쓰여진 문서가 아닌 모든 이가 공동 저자인 문서로서, 모든 저자는 성령에 순응해 각자 자기 역할을 하도록 부름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의안집에는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이론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이 아니라 교회가 경험하며 맺은 열매, 교회가 함께 걷는 가운데 배운 것들과 우리가 배운 것에 대해 우리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의안집에는 하느님 백성 어느 누구의 목소리도 배제돼 있지 않은 것이 본질적 특징이다. 하느님 백성 전체 목소리, 시노드 과정에서 분별 역할을 하고 있는 사목자들 목소리 그리고 시노드 참여자들을 지지하고 동반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격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목소리 모두가 담겨 있다. 그레크 추기경은 “의안집은 하느님의 모든 백성들이 이미 시작된 시노드 여정에 참여하는 기회이자, 지금까지 참여하지 못했던 이들을 시노드 여정에 참여시키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레크 추기경의 말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주제인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충실히 표현하고 있다. 이 점을 반영하듯 오는 10월 교황청에서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참석자들의 자리 배치도 이전 세계주교시노드와는 달라질 예정이다. 이전에는 교황청 시노드홀에서 체육관 청중석 형태의 자리에 앉았지만 오는 10월 제1회기는 교황청 성 바오로 6세 홀에서 개최되고 참석자들은 원형 테이블에 앉는다. 원형 테이블은 참석자 모두가 토의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고 기여하는데 효율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표현한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책임보고관인 장-클로드 홀러리치 추기경 역시 의안집의 성격이 ‘문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홀러리치 추기경은 “의안집은 세계주교시노드에서 여러 차례 수정과 투표를 거쳐 최종안으로 도출될 것으로 기대되는 문서가 아니다”라며 “또한 의안집은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질문들에 ‘임시적인’(provisional) 답변을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홀러리치 추기경은 “의안집은 모든 단계 시노드 과정의 결과이고, 그 결과는 시노드 참가자들이 답변해야 하는 질문으로 이끈다”는 말로 의안집의 성격을 규정했다. 즉, 의안집의 구성은 세계주교시노드의 구조적 역동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의안집은 2021년 10월 교황에 의해 시노드 여정을 사는 교회로 성장하기 위한 발걸음으로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시작된 이래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 교구들의 경험을 하나로 모은 시작점이지 종착점은 아니다. 그렇기에 의안집이 요청하는 것은 참여와 식별이며, 앞으로 시노드 과정의 목표는 새로운 문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교회 사명을 완수하겠다는 희망의 지평을 여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2021년 10월 교황청에서 봉헌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개막미사. 오는 10월부터 교황청에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가 열린다.CNS 자료사진
■ 구성과 개요
의안집은 약 60쪽 분량으로 ‘서문’(Foreword), 그리고 본문에 해당하는 ‘워크시트’(Worksheets for the synodal assembly)로 구성돼 있다.
2021년 10월 이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진행경과를 포함하고 있는 서문은 ▲‘시노드 여정으로 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시노드 여정으로 가는 교회를 위하여’에서는 시노드 여정을 걷는 교회의 특징을 언급하면서 ‘성령 안에서의 대화’(Conversation in the Spirit)를 강조하고 있다.
‘친교, 참여, 사명’은 시노드 여정을 걷는 교회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세 가지 과제이다. 친교는 우리가 하느님과 보다 온전히 일치를 이루기 위한 표지와 도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참여의 문제는 복음 전파 사명에서 필요한 절차와 기구, 조직은 무엇인가라는 권한과 권위(Governance and Authority)와 관련된다. 사명의 핵심 요소는 공동 책임성이며, 복음 전파라는 사명에서 어떻게 우리의 재능과 책임을 더 잘 나눌 수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
본문은 5개씩 3부분이 모인 15개 주제를 다룬다. 주제 설명에 앞서 오는 10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작성된 의안집의 성격을 고려해 본문이 구성됐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본문 내용이 각각의 대륙에서 도출된 세 가지 우선순위(친교, 참여, 사명)를 식별하는 효율적인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제시한다.
본문 첫 번째 부분에서는 ‘공동의 집’을 위한 자비와 헌신이 시노드를 지향하는 교회의 친교를 어떻게 풍성하게 할 수 있는지, 교회 안에서 재능을 교환하는 역동적인 관계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시노드를 사는 교회가 새로워진 교회일치 활동에서 어떻게 교회의 사명을 수행할지, 복음의 관점에서 종교 간 문화와 대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그 풍부한 결실을 거둘지를 논의한다.
본문 두 번째 부분은, 복음 전파 사명의 의미와 내용을 공유하면서 어떻게 함께 걸어갈지, 모든 이가 선교 사명을 수행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교회에 필요한 일은 무엇인지, 세례받은 여성 신자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증진함으로써 교회는 어떻게 사명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는지, 선교의 관점에서 볼 때 사제직을 평신도 직책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적절히 평가할 것인지, 시노드적인 선교 관점에서 주교직을 어떻게 새롭게 하고 증진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
마지막 본문에서는 교회의 봉사와 선교 실행을 새롭게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성령의 도움을 받아 시노달리타스 정신 안에서 식별과 결론 도출 과정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지역교회를 조직화하는 시노달리타스 과정을 어떻게 구조화할 수 있는지, 교회의 협력을 표현하기 위해서 세계주교시노드 기구가 어떻게 강화될 수 있는지 다룬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에서는 의안집에 따라 각 교구와 대륙이 마주하고 있는 기후위기, 전쟁, 교회 내 여성 지위, 소수자 존중 등 구체적 현안을 다룰 전망이다.
2021년 10월 교황청에서 봉헌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개막미사에 참례한 추기경들과 주교들.CNS 자료사진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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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환과정 그림 신문 참조
세계교회 구성원 모두 참여해 2년여간 이어온 ‘경청·식별’의 여정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진행 경과
2021년 10월 시작해 현재까지
‘대륙별 단계’ 7개 대륙별로 진행
‘보편교회 단계’ 본회의로 본격화
발행일2023-07-02 [제3350호, 9면]
2월 26일 태국 방콕대교구 반푸완 사목센터에서 진행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아시아 대륙회의 모습.FABC 제공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2021년 10월 9일 교황청 개막미사로 시작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첫 회기(10월 4~29일)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이 승인됐다.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지난 5월 10~11일 교황청에서 제15차 정기회의를 열고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첫 회기 의안집을 검토,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세계주교시노드는 교구 단계와 대륙별 단계를 거쳐 보편교회 단계로 돌입하게 됐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첫 회기 의안집 발표를 계기로 지금까지 거쳐 온 과정과 앞으로 진행 계획을 짚어 본다.
세계주교시노드는 경청의 자리
세계주교시노드(Synod of Bishops)는 지역교회 사목자인 전 세계 주교들이 교회의 중대사를 숙고하며 교황에게 자문하는 회합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마무리한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제정한 뒤 1967년 교황청에서 제1차 정기총회가 열렸고 이후 3~4년 주기로 이어지고 있다.
교회법 제342조는 세계주교시노드를 “교황과 주교들 사이에 밀접한 연합을 조장하고 또한 신앙과 도덕의 옹호와 발전 및 교회의 규율의 준수와 강화를 위하여 교황에게 자문으로 보필하며 아울러 세상에서의 교회의 행동에 관한 문제들을 숙고하기 위하여 세계의 여러 다른 지방들에서 선발되어 정하여진 시기에 함께 모이는 주교들의 회합”으로 정의한다.
‘경청’을 핵심 개념으로 하는 세계주교시노드는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제16차 정기총회에서 경청의 의미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것은 이전과 달리 제16차 정기총회는 지역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모임도 정기총회 과정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0월 16일 “이미 시노드의 열매가 맺어지고 있지만 더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 우리는 결코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2023년 10월 한 회기로 예정했던 세계주교시노드 본회의를 2024년 10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갖는 중요성을 말해 준다.
아울러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지난 4월 26일 기자회견에서 “교황이 비(非)주교, 즉 사제와 부제, 수도자, 평신도 남녀들이 투표권을 갖고 시노드에 폭넓게 참여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세계주교시노드에서 여성이 참관인으로 참여한 적은 있었지만 투표권을 갖게 된 것은 이번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처음이다. 그만큼 교회를 구성하는 모든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교구 단계-대륙별 단계 어떻게 이뤄졌나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첫 회기 의안집이 발표되기까지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교구 단계와 대륙별 단계를 먼저 거쳤다. 이미 거쳐 온 단계를 다시 살피고 평가하는 것은 앞으로 진행될 보편교회 단계를 준비한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한국교회는 2021년 10월 교황청과 전 세계 교회에서 일제히 개막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교구 단계를 결산, 종합하는 ‘제3차 교구 책임자 전체 모임’을 2022년 6월 28~29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가졌다. 이에 앞서 전국 각 교구는 교구별로 진행한 교구 단계 시노드 모임을 마무리하고 2022년 6월 중순을 전후해 교구 보고서를 주교회의에 제출했다.
‘제3차 교구 책임자 전체 모임’에서 전국 16개 교구가 제출한 시노드 보고서를 바탕으로 교구 단계 성과를 공유하면서 교황청에 제출할 ‘한국교회 종합의견서’의 방향을 세웠다. 이후 2022년 10월 ‘한국교회 종합의견서’가 나왔다.
한국교회는 ‘한국교회 종합의견서’에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함께 걸어가야 할 ‘여정의 동반자’가 누구인지와 그들을 향한 교회의 태도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 시간을 통해 무엇보다 하느님 백성인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가 서로에게 온전한 동반자가 되지 못했음을 고백하고 하느님 백성들이 온전하게 동반하지 못한 것이 교회 내 여러 어려움에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성찰했다. 또한 사회적 약자들인 청소년, 청년, 노인,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이주노동자, 성 소수자 등은 교회 안에서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도 바라보게 됐다.
한국교회는 교황청에 ‘한국교회 종합보고서’를 제출하며 “한국교회 하느님 백성은 공통의 사명과 책임 속에서 시노드 여정의 활력과 기쁨을 느낀다”는 표현으로 시노드 여정에 하느님 백성 모두가 참여하고 서로 경청해야 함을 재확인했다.
교구 단계에 이어진 대륙별 단계는 각 대륙별로 회의 결과를 모은 ‘최종 문서’(Final Document)를 교황청에 제출하면서 올해 3월 31일 공식 종료됐다. 대륙 단계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중동 등 7개 대륙에서 진행됐다. 대륙별 단계에서는 각 대륙별 특수 현안에 관심이 모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아시아 대륙회의는 2월 24~26일 태국 방콕대교구 반푸완 사목센터에서 아시아 29개국 대표단이 참가한 가운데 열려 평신도 양성, 기후위기 대응, 분쟁 종식과 평화 실현 등 아시아교회의 공통 현안,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횡행하는 인신매매, 노동착취 등 각 나라별 특수상황을 두루 논의했다.
3월 1~6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아프리카 대륙회의는 만연한 전쟁과 사회 부정의로 가족의 가치가 위협받고 있는 지역적 특수성에 주목하면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다시 고백할 의무를 강조했다. 오세아니아 대륙회의는 2월 5~9일 피지 수바에서 개최돼 해수면 상승, 반복되는 홍수와 가뭄의 영향, 해양 생태계의 온전한 보전 등 섬 지역이라는 특수성에 초점을 맞춘 현안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2월 5~9일 폴란드 프라하에서 열린 유럽 대륙회의 역시 긴급 현안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사제 성추문, ‘전통 라틴어 미사 금지’에 대한 찬반 논쟁 등 지역 교회의 특수상황이 주로 논의됐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는 ‘여정 속의 여정’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첫 회기 의안집은 7개 대륙이 제출한 ‘최종 문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것은 시노드 여정이 ‘경청과 식별’의 행로여야 한다는 취지를 반영한다. 오는 10월 4~29일 교황청에서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는 교회의 더욱 큰 선익을 위한 한층 더 성숙한 성찰을 촉진하고자 ‘여정 속의 여정’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준비를 위해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이며 성모 성월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31일 ‘성모 기도의 날’ 개최를 각국 주교회의에 요청한 바 있다. 10월 1~3일에는 모든 대의원이 참여하는 피정을 개최한다. 이와 더불어 9월 30일에는 교황청 성 베드로 광장에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겨 드리기 위해 젊은이들이 참여하는 ‘함께 2023(Together 2023)’ 교회일치 철야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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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노드 여정에 관심과 참여를
발행일2023-07-02 [제3350호, 23면]
교황청은 오는 10월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을 발표했다. 지난 2021년 10월 9일 교황청에서 거행된 개막미사로 시작된 긴 여정은 이제 교구 단계와 대륙별 단계를 거쳐 보편교회 단계로 들어선다. 의안집은 올해와 내년 10월 두 차례 열리는 본회의를 안내하는 길잡이다.
이번 시노드는 여러 모로 이전까지의 시노드와는 그 형식과 내용면에서 크게 차별화된다. 우선 회의 진행 기간과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이전의 시노드는 대체로 고위 성직자들의 생각과 논의가 거의 전부였다고 할 수 있다. 형식적인 의견 수렴의 과정은 있었지만 이번 시노드처럼 풀뿌리 하느님 백성 전체로부터의 폭넓은 경청과 식별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그런 특징은 이번 시노드 의안집의 구성과 내용에서부터 그대로 드러난다. 전문가들이 작성해 수정, 보완하는 기초 문서로서의 의안집이 아니라, 교구민들과 대륙별 지역교회의 논의가 있는 그대로 담겼다. 특히 의안집은 최종 문서의 초안이 아니라, 시노드 참가자들이 성찰하고 답해야 하는 질문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역동적 참여와 식별로 이끈다.
내용의 측면에서 이번 의안집은, 이전에는 논의 자체가 터부시되던 교회 내 여성의 지위, 성 소수자 문제, 성직자 성 추행 문제 등까지도 포함해 현대 교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과감하게 담고 있다. 하느님 백성의 시노드 참여는 교구와 대륙별 회의로 완료된 것이 아니다. 두 차례의 본회의를 거쳐 교황의 문헌 발표까지, 그리고 시노드 이후까지 그 여정이 계속된다. 우리는 그 여정의 모든 과정에 함께해야 하기에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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