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
심영희
12월 첫날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12월이건만 늘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무엇이든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이니 남은 12월을 알차게 보내야 하는데 그것도 모를 일이다.
우리 집에는 12월에 아들과 손녀 생일이 들어 있다. 또 12월 6일에는 한국수필가협회 송년회와 춘천문인협회 문학의 밤 행사가 같은 날에 잡혀 있는데 더 먼저 발표된 한국수필가협회에 참가비를 낸 후에 춘천문협 행사 일시가 발표되었기에 춘천문인협회 행사에는 불참에 투표를 했다. 또 4일에는 새한국문학회 강원지회 춘천에 사는 회원들 모임을 소집했으니 바쁜 날이고, 2일은 춘천여성문학회 총회를 한다는데 나는 5일에 투표를 했는데 2일에 인원이 더 많아 2일에 총회를 한다니 나는 춘천남부노인복지관에 민화 수강생을 가르치러 가야 하니 거기에도 불참이다.
아들과 손녀 생일 축하금도 미리 전달했습니다. 축하금을 받으면 누구나 기분이 좋아집니다.
4일은 아들 생일이고 7일은 손녀 생일인데 그때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어제 저녁 아들과 손녀가 춘천에 와서 춘천에 사는 손녀와 함께 딸이 운영하는 "명륜진사갈비 후평점"에서 생일 저녁을 먹었다. 손자는 월요일 하루 자기 엄마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밥 먹으러는 절대로 안 간다. 그래서 손자와 만나는 날은 주로 무교동 낙지볶음이나 오므라이스를 먹으러 가는데 어제도 외삼촌이 와서 함께 저녁을 먹는다고 하니 같이 가겠다고 했는데 엄마네 식당에 간다고 했더니 안 간다고 하여 혼자 집에 두고 우리 끼리 저녁을 먹으러 갔다.
이틀 전 딸이 사위가 좋아하는 파 김치와 더덕 무침을 만들어 달라고 하여 마침 29일 신북 장날이라 쪽파와 더덕, 멸치, 꽈리고추를 사다가 반찬을 만들어 딸네 집에도 갖다주고 아들도 싸줬다. 파 김치나 더덕 무침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지만 내 자식들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힘든 줄도 모른다.
겨울에 무슨 식물채집이냐고요. 아니지요. 이 나뭇잎은 능소화 꽃나무 이파리입니다. 민화 그림으로 능소화를 그리려고 꽃을 그렸는데 잎을 그리려니 생각이 잘 나지 않는 거예요. 사진을 보아도 꽃처럼 선명하지 않아 고민을 하던 중 좋은 생각이 떠 올랐지요. 바로 우리 아파트 뒤쪽 울타리에 능소화 꽃이 많았으니 아직 떨어지지 않은 잎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다음날 아침이 오자 농협에 일을 보러가는 길에 아파트 뒤 울타리로 먼저 갔는데 거짓말처럼 모두 서리를 맞았거나 땅으로 떨어져 버렸는데 이 입만 녹색 그대로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게 아닙니까. 너무 반가워 보물을 찾은 듯 집으로 가지고 와서 신문 사이에 끼워 놓았더니 하루 사이에 이렇게 변했답니다. 덕분에 어제 바로 능소화 그림에 잎을 그려 넣었지요. 확인 한 것은 잎이 어긋나기가 아닌 마주나기이고 잎 가장자리가 톱니로 되어 있다는 것을 확실히 머리에 입력 시켰습니다.
중.고등학교 6년 동안 과학실 담당을 하면서 생물 선생님과 식물채집, 곤충채집을 정리하고 공부하던 그 시절을 50년이 훌쩍 넘어 어제는 생각지도 않은 식물채집을 하게 되었답니다. 민화 그림 덕분에 말이예요.
(오래 전에 썼던 12월 시 한 편을 올립니다)
(2009년 출간한 시집 "어머니 고향"에 수록)
십이월
캐럴 울리는 명동거리
연인들 등 뒤로
또 한해는 저물어간다
유난히 떠들썩한
송년의 밤
아이들까지 아쉬워하네
해마다 맞이하는
마지막 달 십이월
아쉬움으로 꼬리를 접고
뒤돌아본다
지난 일년을 뒤돌아본다
햇볕에 눈사람 녹아내리듯
지난세월 아쉬움으로 녹아내린다
다시 즐거웠던 추억으로
커튼을 친다
까르르 웃음이 달려오며
희망과 환희가 솟아오른다
안녕!
잘 있어라 이십 세기야
나는 간다
이십일 세기를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