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과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면서 내린 결론은 우리의 뇌는 너무나도 사회적이란 것이다.
600만 년 전 침팬지와 공통 조상인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와 계통 분화하면서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너무나 사회적인 뇌를 갖게 되었다.
이유는 너무나 단순하다. 생존에 유리하고 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무리를 이루고 살면서 고도로 진화된 언어능력은 뒷담화라는 평판과 여론을 형성했다고 유발 하라리는 말했다.
지금처럼 거대 사회 거대 문명국가 아니었던 초기의 사피엔스 무리는 100명 이상이 넘지 않았을 것이다.
무리를 벗어나면 개체로서 인간은 마무 쓸모없는 존재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뒷담화는 작은 무리일수록 평판과 여론 형성에 기여했다.
도덕적이고 이타적인 사피엔스일수록 생존확률이 높았다.
무리에서 좋은 평판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조건이다.
그야말로 찍히면 죽는다. 좋은 뒷담화를 듣기 위해서는 더욱 옆 사람을 배려하고 협력에 동참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사피엔스가 도덕을 탄생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가 커지고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해 지면서 팩트에 의한 좋은 뒷담화는 사라지고 거짓과 왜곡 그리고 자신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정적제거를 위해 또는 권력유지와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해 여론과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주도적으로 나쁜 뒷담화를 의도적이고 악의적으로 퍼뜨려 사회를 썩게 만들고 있다.
더욱 문제는 나쁜 권력은 바른 뒷담화하는 언론을 억압하고 통제하고 제거한다.
사회적 뇌가 아닌 반사회적이고 침팬지와 같은 이기적인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여운 생각
뇌에 새겨진 사회라는 비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2천4백 년 전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특징을 이렇게 규정지었다. 하지만 이 명제는 과거의 유물로만 전해질 뿐이다. 오늘날 자기중심적인 개인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회는 원래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이제 사회는 오직 네트워크로만 존재할 뿐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 속에서 현대인들의 공허함과 소외감은 더 커져만 간다는 사실이다. 인간을 하나로 묶어낼 것 같은 컴퓨터나 휴대전화 같은 최첨단 기기는 인간 간의 거리를 더욱 멀어지게 했다. 여기서 이뤄지는 관계는 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정작 현실에서 다른 누군가를 마주할 때 고통을 호소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또 무슨 말을 나눠애 할지, 타인은 그저 두렵고 불편한 존재다. 심하면 정신 장애의 유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자신의 성격을 제어하지 못해 양극단을 오가는'경계성 장애', 남에게 주목받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히스테리성 성격 장애', 법과 사회적 통념을 적대시하며 타인을 해치는 데 주저하진 않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등이 그렇다.
사회 전체로 확장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TV나 신문에서는 온갖 사건 사고로 넘쳐난다. 대부분 사회성의 파탄이 가져온 비극이며, 그 비극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와 아이들뿐 아니라 기업과 성인인 사회 곳곳에서 사회성의 조짐이 나타났다.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다.' '인간적인 유대가 무너졌다.' 등과 같은 이야기는 주변에 수시로 들을 수 있다.
특히, 작은 사회인 학교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눈을 감고 싶을 정도로 참혹하다. 교사에게 반말을 하고 폭력을 휘두르며, 아무렇지도 않게 약한 자를 괴롭히고, 일종의 사회적인 형벌인 '왕따'로 만든다. 남에게 피해를 주든 말든 내 알 바 아니고, 자신이 주목받는 일에만 온통 신경을 쓴다.
막다른 길에 접어든 도구적 지성
이 모든 현상들은 우리 사회가 '개인'과 '도구적 지식'에만 몰두해온 탓이다. 도구적 지성 훈련을 중심으로 한 교육은 이미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 교육에 부과된 첫 번째 사명은,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필요한 과제는 지적 조작 혹은 도구적 조작 훈련이 아니다. 그보다 사회적 체험을 충분히 쌓을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 지적 훈련은 충실한 사회적 체험 속에서 익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사회적 체험을 소홀히 한 채 지식 습득에만 열을 올린다. 도구적 지성을 발달시켜 사용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그 결과 사회성이 결여됨은 물론, 사회적 기술을 익히는 데 바탕이 되는 기본 능력이 아예 삭제된 채 성장한다. 그 결과가 바로 인격장애나 소통과 공감의 단절로 이어진다. 이쯤 되면 의문이 든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또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
뇌는 사회적 체험에서 성장한다
영국의 심리학자 니콜라스 K 험프리는 "침팬지는 생존기술을 지적 훈련이 아니라 사회적 체험을 통해 얻는다!"고 밝혔다. 집단의 사회성을 강조한 이 조언은 과학자들에게 사회적 지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10년 사이 급속히 떠오른 사회신경과학(social neuroscience)도 뇌의 활동 단계에서 '사회성'이라는 것을 밝혀내기 시작했다.
뇌는 일상생활과 훈련으로 변화하는 기관이다. 가령 음악가는 음을 구별하거나 악기 연주에 관여하는 부위의 신경세포가 증가한다. 기타연주자는 손가락과 관련된 신경세포가 많아지고, 관악기 연주자는 입술을 관장하는 뉴런이 증가한다. 마치 근육처럼 자주 사용하는 영역은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는 영역은 퇴화한다. 체험과 훈련의 축적이 뉴런과 시냅스 자체의 변화로 나타나는 것이다.
사회적 능력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부터 충분히 타인과 교루하면서 사회적 훈련을 받은 사람은 소셜브레인, 즉 사회 뇌가 잘 발달한다. 반대로 그런 자극과 체험이 부족하면 사회 뇌는 미숙한 상태에 머물거나 쇠약해진다. 애초에 사호적 관여가 서툰 사람이라도 친구와 만나거나 사회적 활동을 할 기회가 충분하다면 성장과 더불어 세상에 대처하는 법을 제대로 익힐 수 있다. 하지만 사교성이 뛰어나도 사회적 체험을 소홀히 하면 점점 사회적 기능이 떨어진다. 우리 뇌가 주변의 환경에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이다.
이는 숱한 실험에도 드러난다. 원숭이 뇌에 전극을 연결해 공격성을 자극할 때 대장 원숭이는 공격행동을 보이지만 서열이 낮은 원숭이는 오히려 복종하는 행동을 한다. 뇌가 사회적 경험에 따라 반응한 것이다.
인간은 다 예민하다. 영국인 의사들이 약 보름간 오지로 여행을 떠났다. 그 여행 중 자연스럽게 리더가 나왔고, 다른 여행자들을 이끌었다. 그때 리더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 수치가 다른 영행자보다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가자 호르몬은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다. 호르몬 분비는 흔한 뇌 활동 중 하나다. 이처럼 우리 뇌에는 '사회'라는 피질이 강하게 새겨져 있다.
오늘날 우리가 숱하게 목격하는 부조리는 이런 사회뇌의 쇠퇴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현대인들의 사회적 능력의 토대가 되는 사회 뇌에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그 이변이 삶의 무게로 우리를 짓누른다.
물론 오늘날 '소셜social'은 새로운 키워드가 됐다. 미디어는 앞다퉈 소셜을 예찬하고, 대중은 그 흐름을 따라가기 바쁘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소셜 네트워크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소셜'과는 다르다. 우리 사회는 더 원초적이며 더 인간적인 관계를 원한다. 최첨단 네트워크는 우리를 구원하지 못한다. 지금, 우리에게는잊고 지냈던 그 무엇이 필요하다.
쇠퇴하는 소셜브레인
이 책은 지난 10년 동안 가장 눈부신 발전을 이룬 영역에서 최신 연구 성과를 풍부하게 추랴 새로운 사회성과 인격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넘어선 새로운 세계관, 인간관의 등장이자 새로운 철학의 탄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시에 우리 인간의 사회뇌가 젊어진 진화적, 생물학적 한계를 냉엄하게 들이대는 것이기도 하다.
사소한 인간관계부터 인류가 직면한 문제까지 모든 영역에서 인간의 사회뇌가 작용한다는 사실을 독자는 깨닫게 될 것이다. 심각한 문제일수록 우리 사회뇌 자체가 직면한 두꺼운 벽과 깊은 관계가 있다.
실천을 위한 조언은 귿이 하지 않았다. 시중에 넘쳐나는 자기계발서는 "~을 하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송용없다. 우리 뇌는 유연한 능력인 가소성(plasticity)을 지녔지만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갑자기 바끌 수는 없다.
뇌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분류하고 이해한다. 그리고 실행하고, 적응한다. 꾸준한 훈련과 반복이 필요한 것이다. 한순간 달콤한 말에 현혹될 수 있지만 충분한 고민 없이는 오래가지 못한다. 또한 원인을 알면 답은 구태여 다른 곳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스스로 힘만으로 충분히하다. 이제 사회뇌를 이해하는 과정에 동참해 보자.
저자 - 오카다 다카시
머리말 뇌에 새겨진 ‘사회’라는 피질
1장 인간, 원초적 뇌를 원하다 - 자아의 생성
거꾸로 가는 시대의 시곗바늘
마음은 프로그램할 수 없다
뱀도 두려워 않는 뇌
반쪽짜리 도구적 지성
사회 뇌는 어디에 있을까
관통당한 뇌
인격의 파괴
미숙한 사회 뇌
뇌는 마음을 안다
뇌 속에 ‘내’가 있다
존재냐 소유냐
뇌는 공감한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자기애와 분노
남을 의식하는 뇌
시험대에 오른 사회 뇌
2장 뇌, 관계를 시작하다 - 거리 두기와 생존
사회성의 기본 거리 두기와 털 고르기
적과 아군을 구분하다
뇌의 친절도 테스트
말을 무서워한 꼬마
무의식의 정체
무서움을 모르는 무서움
예쁜 얼굴에 반응하는 뇌
무의식은 본심이다
무의식을 지배하는 편견
얼굴은 사회적 단서
혐오감은 맛이다
3장 사회, 고통을 느끼다 - 애착과 고통
합리적 의사결정은 몸이 한다
웃는 얼굴은 전염된다
말보다 몸이 중요하다
마음에 뚫린 구멍의 정체
무관심과 발달 장애
마음이 고통스러운 이유
내 새끼가 예쁘다
사회성 호르몬
기계에게 따돌림 당해도 괴롭다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마음의 보안 시스템
삼자 관계를 못 다루는 현대인
4장 마음, 타인을 공감하다 - 마음 이론과 공감
서로 사랑하는 원과 삼각형
가위바위보 게임과 뇌
마음을 헤아리는 법
왠지 딴사람 같아
행동으로 판단하는 뇌
도스토옙스키와 사회 뇌
속마음을 꿰뚫는 힘
거짓말도 능력이다
진실과 거짓 사이
협력이 주는 뇌의 쾌감
5장 행동, 관계를 넓히다 - 실행 기능과 사회성
능력에 비해 실행력이 떨어지는 이유
이성과 감정의 구분
덜렁대는 예술가들
워킹 메모리와 자기 관리
알아도 그만둘 수 없다
다 잘하는 뇌
계획대로 안 된다
낙오자 헤르만 헤세
6장 이성, 나를 제어하다 - 보상계와 정동 제어
유혹과 욕망 앞에서 몸부림치다
마음의 브레이크
두 종류의 나쁜 짓
마음의 보상 도파민
모성은 학습이다
배부르면 가치가 떨어진다
무기력한 세 가지 이유
도박 중독과 전전두엽
화내면 손해다
정동을 제어하라
좋은 부모 나쁜 부모
뜨거운 불도 시원하다
제임스 딘의 인격장애
7장 소셜브레인, 기로에 서다 - 마키아벨리적 지성 vs 비고츠키적 지성
사회 환경이 뇌를 변화시킨다
좋은 환경과 나쁜 환경
사회는 왜 불평등한가
여자 친구가 생기는 약
청춘의 방황은 원숭이부터
살육 파티와 전쟁
위험한 사회 뇌
거꾸로 흐르는 진화
유사 공포 체험
타인이라는 물건
마키아벨리적 지성의 함정
파국의 시대와 사회 뇌
옮긴이의 말 - ‘인간다움’이라는 길을 잃은 사회 뇌
참고문헌
저자 오카다 다카시 岡田尊司 1960년 일본 가가와 현 출생.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 도쿄대학교 철학과 중퇴 후 교토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고차 뇌과학 강좌 신경생물학 교실, 뇌 병태생리학 강좌 정신의학교실에서 연구에 종사했다. 현재 교토 의료 소년원에서 근무하며 임상의로서 현대인들의 정신적 위기를 다루고 있다. 저서로는《인격장애》, 《아이의 ‘마음의 병’을 안다》, 《인격장애의 시대》, 《슬픈 아이들》, 《뇌 속 오염》, 《뇌 속 오염에서 탈출하라》 등이 있다. 또 오가사와라 게이(小笠原慧)라는 필명으로 꾸준히 소설을 발표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요코미조 세이시 상을 수상한《DZ》외에 《손바닥의 나비》, 《서바이버 미션》 등의 작품이 있다.
번역 정미애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졸업.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근무하다 우연히 번역의 매력에 푹 빠져 지금까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현재 바른 번역에서 일본어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수학으로 우주 제패》, 《완벽한 프레젠테이션》, 《제품보다 스토리를 팔아라》등이 있다.
스마트폰, 소셜 네트워크 등
기술 문명이 구축한 혼자만의 세상에서
당신의 사회 뇌가 죽어가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일찍이, 사물을 창조하는 능력과 창조된 사물을 개조하는 능력을 인간 지능의 핵심으로 파악했다. 바야흐로 ‘호모 파베르(Homo faber, 도구적 인간)’가 탄생한 순간이다. 하지만 최근 지성사는 이와는 다른 시각으로 인간 존재의 핵심을 조망한다. 즉, 관계를 만들고 지속하는 사회성을 인류 지성 발달의 밑거름으로 파악하고 있다. 호모 파베르에서 호모 소셜(Homo social, 사회적 인간)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뇌는 도구가 아니라 관계로 진화한다
오카다 다카시의 《소셜 브레인》은 이러한 흐름 속에 놓여있다. 일본의 유명 정신과 의사이자 사회신경과학계의 선도자인 오카다 다카시는 뇌와 사회성의 관계에 집중한다. 아울러 사회적 학습과 행동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성’이야말로 인간 뇌 진화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그런 뇌를 소셜 브레인(social brain), 즉 ‘사회 뇌’로 명명한다.
“영장류의 뇌는 무리의 크기에 비례한다. 사회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다루어야 하는 정보의 양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원만한 사회생활을 영위하려면 구성원의 얼굴을 익히고, 서열을 기억하며, 집단 내 규칙을 배워야 한다. 사회적 관계가 복잡해질수록 정보를 능수능란하게 처리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도태압력이 생긴다. 이 같은 상황이 고도의 사회 뇌를 형성했으며, 이 사회 뇌가 인류의 지성을 변화시켰다는 것이 사회적 지성의 요지다.”
뇌와 사회성과의 관계는 수많은 연구를 통해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다. 예컨대, 원숭이의 공격성을 자극하자 서열이 높은 원숭이는 공격성을 그대로 드러냈지만, 서열이 낮은 원숭이는 오히려 복종적인 성향을 보였다. 여행 중 무리에서 자연스럽게 리더가 된 한 남자의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의 일종) 수치를 측정했더니 다른 여행자들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여행이 끝난 후 그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뇌는 사회적 환경에 따라 수시로 움직이고 변화한다. 우리 뇌 어딘가에 ‘사회’라는 피질이 강하게 새겨 있는 것이다.
뇌와 사회성에 관한 이 같은 접근은 기존의 지성사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지적 능력에 비해 열등하다고 여겼던 사회적 능력을 지성의 근원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지식과 기술만 중요시하던 기존 가치관을 원점부터 재검토하도록 만들었다. ‘소통’ ‘공감’ 등 과학적으로 객관화할 수 없는 감성적인 부분들이 지성의 영역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친구’가 많을수록 외로운 소셜 네트워크의 역설
그렇다면 왜 지금, 여기에서 사회 뇌가 이야기되어야만 하는가. 오카다 다카시는 오늘날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모든 문제들 즉, 학교나 직장 내의 ‘왕따’, 아동 학대, 은둔형 외톨이, 사이코패스, 반 윤리적 범죄 같은 문제들이 인간의 사회성 쇠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개인, 개성, 자아만을 존중하는 사회적 풍토가 인간의 사회성을 후퇴시켰으며, 이로 인해 타인의 감정, 정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급격히 상실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정보화된 사회는 테크놀로지로 이런 허점을 극복하려 한다. 오늘날 소통의 총아로 각광받는 ‘소셜 네트워크’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에 대해 저자는 회의적이다. 사람들은 매일 더 많은 ‘친구’를 찾고 ‘팔로잉’을 반복하지만 그 속에서 진정한 소통과 공감이 이루어지기는 힘들다.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 이뤄지는 “피상적인 소통”은 바닷물처럼 관계에 대한 갈증만 더할 뿐,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더욱이 우리의 뇌는 이러한 가상의 관계 안에서 혼란을 겪는다.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의 관계를 전제로 진화한 뇌는 정보화 또는 기호화된 ‘얼굴’과 마주하는 새로운 상황에서 종종 착각에 빠진다. 기존의 뇌를 새로운 상황에 그대로 적용시키면 실제 인간과 마주한다고 굳게 믿음으로써 흡사 인간을 대하듯 행동하려는 착각이 일어난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그 반대편에서는 정보화된 인간을 물건으로 조작하고 이용할 위험 또한 있다.
“타인과 그 관계성이 텍스트나 데이터로 바뀌면서 대인 관계와 사회적 관계는 말재주나 문맥의 문제로 바뀐다. 여기서는 지적 도구적 조작만으로 대응하는 게 가능하며 친밀함이나 배려를 가장하는 것조차 손쉽다. 마음과 공감까지도 상대를 조작하기 위한 도구의 성격을 띤다. 사회적 관계를 위장하는 행위는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당신의 인생 파트너 OO’ ‘당신을 위한 기업 OO’ 같은 기업 광고 문구들이 그렇다.”
사회 뇌로 인간성을 회복하라!
사회 뇌가 쇠퇴함에 따라 사람들 간의 관계는 단절되고, 소통은 불가해진다. 결국 남겨진 것은 고립되고 파편화된 개인이며, 기업, 자본, 권력은 이러한 개인을 조작하고 도구화하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단단한 자아와 개인에 대한 지향이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사회성은 어떻게 해야 회복되는가. 저자는 특별한 방법을 주문하지 않는다. 다만 주변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관심을 갖는 것, 이것이 바로 소셜브레인의 핵심이다.
“사회 뇌를 단련하려면 도구도 돈도 필요 없다. 당신 가까이에 있는 사람과 눈을 맞추고 웃는 얼굴로 마주하기만 해도 당신의 사회 뇌는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를 좀 더 소중히 여기기만 해도 사회 뇌는 살아난다. 그것은 당신 자신을 또 이 사회를 행복하게 하는 한 걸음일 수 있다.”
출간되자마자 일본 학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사회적 지성’ 논쟁에 불을 댕긴《소셜 브레인》은 뇌과학을 바탕으로 사회학, 철학, 생물학을 종횡무진 한다. 흥미진진한 실화와 연구 사례, 이를 근간으로 한 깊이 있는 분석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옆자리 동료와 관계 맺는 법’ 따위의 사사로운 일들이 인류의 존속이라는 거시적 문제에 가닿아 있음을 발견한다. 나아가 소통과 공감이 인간의 본능이자 성장점임을 일깨운다.
오늘날 소셜은 새로운 키워드가 됐다. 미디어는 앞다퉈 소셜을 예찬하고, 대중은 그 흐름을 따라가기 바쁘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소셜 네트워크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소셜과는 다르다. 우리 사회는 더 원초적이며 더 인간적인 관계를 원한다. 최첨단 네트워크는 우리를 구원하지 못한다. 지금, 우리에게 잊고 지냈던 그 무엇이 필요하다.
- 머리말, 뇌에 새겨진 ‘사회’라는 피질 중에서
막상 ‘시대에 뒤떨어진 사회’가 무너져버리자 사람들은 자신이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가난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개인을 앞세운 사회는 기대했던 행복과 만족 대신 고통과 상처로 가득한, 외롭고 고된 삶을 잉태시켰다.
- 1장 인간, 원초적 뇌를 원하다 중에서
일상생활에서 내 행동은 끊임없이 주위 사람의 행동과 부딪혀 내게 되돌아온다. 이처럼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사회생활이다. 따라서 사회생활을 짊어진 ‘마음’은 갇힌 고독한 존재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열린 시스템이다. 오랜 진화 과정에서 다듬어진 마음은 본래 개인의 영역에 속한다기보다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 발달한 존재인 것이다.
- 3장 사회, 고통을 느끼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