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온천 거리를 거닐었습니다.
거리는 조용했고(사람들이 있었지만), 거리는 쓰레기 한 조각 없었습니다.
일본에 없는 것- 쓰레기통, 바가지, 노점상....
어디를 가든, 호객행위를 하는 장사꾼을 보지 못했습니다.
어디를 가든, 여기저기 나뒹구는 쓰레기를 보지 못했습니다.
어디를 가든, 바가지 요금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모든 게 정찰제입니다.
일본을 엿본지 겨우 이틀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저는 왠지 서글펐습니다. 한숨이 푹푹 나왔습니다.
호숫가나 강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우리 나라 횟집들이 떠올라서였습니다.
그 횟집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생활쓰레기와 오수가 떠올라서였습니다.
사무라이가 지배하던 에도시대.
닌자와 게이샤가 성행하던 에도시대...
일본 역사는 잘 모르지만, 일본의 문화와 관습을 엿볼 수 있는 에도시대촌...
일본인들은 어찌나 친절한지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 되었지요.
하지만 친절해서 나쁠게 뭐가 있을까요?
그 정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들어오는 관광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는 사무라이 복장의 일본 남자...
앗, 그런데 일본 남자들도 그렇고 일본 여자들도 그렇고
여기가 북해도라서 그런지(한국으로 치면 강원도 첩첩산골 정도라고 하네요)
이쁘고 멋진 사람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네요.
가족끼리, 오붓하게 여행하는 일본 사람들...
8월 15일 전후가 일본 최대 명절인 오봉절이라서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젊은이들보다는 3대가 같이 오는 경우가 눈에 많이 띄네요.
이곳은 일본 에도시대(강호시대) 문화를 재현한 테마파크로서 액 15만평의 부지 안에
사무라이들의 저택과 각종 체험관, 박물관, 음식점, 상점들이 자리잡고 있었어요.
이리 들어와라, 이것 봐라, 저것 봐라,...
한국처럼 호객 행위를 하지 않으니, 편하고 좋았습니다.
보고 싶으면 보고, 보고 싶지 않으면 보지 않고...
귀신 체험관이나 닌자 박물관, 동물을 모시는 사당 등도 참 많네요.
닌자 박물관에는 닌자의 모습과 무기 등이 전시되어 있고요.
고양이를 모시는 신전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고양이 뿐 아니라, 동물 등을 많이 모시고 있는데 특히 새를 중요하게 여긴답니다.
그래서 신사마다 새가 쉬어가도록 기둥을 만들어 놓았답니다.
고양이, 부엉이 등을 새겨놓은 동물상이 특히 많았지요.
야외에서는 닌자 쇼가 벌어지고...
일본어를 모르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각 파들이 세력을 넓히기 위해 싸우는 듯했지요.
안에서는 게이샤 쇼가 벌어졌는데...
이 사람은 남장을 한 여자로서, 이 쇼의 전체 진행을 맡고 있는데 어찌나 넉살스럽고 유머가 많은지
한국 관광객의 배꼽을 모두 뽑아 놓았답니다.
가끔 한 마디씩 던지는 한국말이 어찌나 능청스럽던지요.
사무라이들이 즐겨 먹던 음식...
토리무시 우동입니다. 새를 쪄서 먹는데 이때 새는 닭을 말하는 겁니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꽃이 바로 이 꽃입니다.
아마도 마타리가 아닐지요.
북해도는 옥수수와 껍질콩, 그리고 해바라기 밭이 가장 많았습니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밭에는 청정 식물들이 심어져 있어
'식량의 보고'라고 불리워진답니다.
2000년 3월 3일 터진 우수산으로 향했어요.
집이 무너지고, 도로가 무너지고, 지금도 연기가 폴폴 나고 있는 우수산....
무너진 도로 옆에서
일본인들은 잘 살고 있네요.
워낙 지진과 화산이 많은 나라라서 그런지, 내성이 생긴 듯했어요.
지금도 화산활동을 하고 있는 우수산....
20-30년 주기로 한번씩 터진다고 하니 2020년 또는 2030년 정도에 다시 활동을 할 것 같습니다.
폭삭 무너진 산들과 집들...그리고 도로...
10년의 세월이 흘러, 용암이 흘렀던 그곳에는 생명체가 싹트고...
그 당시 모습을 보여주는 죽은 나무들 사이로, 또다른 생명체가 자라고 있는 모습
갈라지고 내려앉은 도로들....
지금도 연기가 폴폴 나고 매캐한 유황냄새가 납니다.
악조건을 이기고, 그 악조건을 이용해 온천마을을 만든 일본인들....
이곳은 소화신산...
앞의 우수산의 활동으로 인해, 자동차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이곳에도 영향을 미쳤다는군요.
매캐한 유황냄새....
하지만 풍경은 참 좋았습니다.
깨끗하고 먼지 한 점 없는 북해도....
맑은 물, 깨끗한 공기, 조용한 사람들, 맛있는 음식(일본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저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좀 짜고 달기는 해도 정갈한 음식이 눈에 쏴악 들어옵니다.)
호텔이 있는 도야 호수....
한 시간 정도 산보를 했습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 나라가 이렇게 되려면 몇 년쯤 걸릴까?
10년?
아니 15년?
가까이 있는 일본을 멀리 보았던 제가 참으로 무지했단 생각이 듭니다.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하여
아이들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
첫댓글 부엉이 예쁘네요...호주랑 서유럽은 여행했어도 막상 가까운 일본과 중국을 못 가봤어요...정말 거리가 깨끗하네요...
일본은 고양이, 부엉이 등의 나라예요. 동물들을 신성시 하는 모습...그래서 까마귀가 극성을 부려도 봐주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어지간히 일본을 싫어했나 봐요. 사진 속 전통복장 차림의 일본인 모습이 에뻐보이지 않으니... ㅎ
예...일본에게 무슨 감정이 그리도 많았는지....이번 여행으로 편견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서양문화를 가장 먼저 받아 들이고 정착한 나리임에도 자기나라 문화를 절대 버리지 않는....그런 것들이 그들의 특성인 듯 하지만 느끼신 것 처럼 배울 점이 많습니다. 유학 다녀와서 이런 좋은 점을 배우자고 하다가 친일로 몰리기도 했지요--;
배울 점이 너무 많아서 자꾸 얘기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어요.
혼자 떠나는 여행과 그곳의 풍경이 잘 어울립니다. 많은 생각도.....
말할 사람이 없으니 자연히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혼자 가신거에요?
예...혼자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