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최근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체인 비보존제약을 상대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동종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달 초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을 서울 송파와 경기 화성에 위치한 비보존제약에 사전예고 없이 투입, 세무조사에 필요한 회계 자료 등을 일괄 예치했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일반적 정기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 또는 기획 세무조사만을 전담하는 곳이다. 주로 기업 탈세나 비자금 조성 등에 관한 혐의 또는 첩보가 있을 때 조사에 착수한다.
필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비보존제약에 대한 세무조사 대상 기간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개 회계연도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2022년 합병 후 법인인 현 비보존제약(옛 비보존헬스케어, 루미마이크로) 뿐만 아니라 합병 법인인 구 비보존제약(옛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회계자료를 함께 들여다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보존제약의 전신인 비보존헬스케어는 지난 2022년 구 비보존제약을 흡수합병하고, 합병회사 이름을 비보존제약으로 변경한 바 있다.
비보존제약은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비보존제약 관계자는 세무조사 착수 배경을 묻는 본지 질의에 “문의 사항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지난 200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비보존제약은 지난해 매출 713억원, 영업이익 26억원, 당기순익 7645만원을 기록했다.
비보존제약의 최대 주주는 볼티아로 전체 지분의 27.55%를 보유하고 있다. 비보존제약이 지분 23.96%를 보유하고 있는 비보존도 9.5%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볼티아는 이두현 회장이 지분 83.05%, 디스홀딩스가 16.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디스홀딩스는 이두현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이창현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 뉴저지 소재한다던 비보존제약 미국법인, 조세회피처 델라웨어주가 본점…왜?
비보존제약 홈페이지 캡처
비보존제약이 국세청으로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 회사의 해외 계열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비보존제약은 미국과 캐나다에 두 개의 해외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비보존(VIVOZON INC.)과 캐나다의 비보존 캐나다(VIVOZON CANADA INC.)로 비보존제약 핵심 계열사인 비보존의 100% 자회사다.
비보존 홈페이지와 사업보고서에는 VIVOZON INC.는 미국 뉴저지주에 주소를 두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본지 확인 결과 미국 뉴저지주 주소는 VIVOZON INC.의 지점으로, 본점은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델라웨어주에 소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델라웨어주에 페이퍼컴퍼니 형태로 본점 주소만 등기하고, 실제 경영 활동은 뉴저지주에서 이뤄지는 구조로 보인다.
델라웨어주는 소유자 정보를 드러내지 않고 회사 설립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델라웨어주 내에서 사업을 하지 않으면 법인세도 부과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미국 및 다국적 기업들은 델라웨어주를 대표적 조세회피처로 인식, 해당 지역에 본사를 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와 관련, 비보존제약 관계자는 “포춘 500대 기업의 68%, 2021년 상장한 미국 기업의 94%가 법인 소재지를 델라웨어주에 두고 있고 신약 개발 기업인 HLB, SK바이오팜을 포함해 수많은 국내 기업 역시 델라웨어주에 법인을 설립하고 있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델라웨어주)에 미국 법인을 설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최대주주 볼티아, 비보존제약에 접대비 30억원?…회사 측 “주식 무상증여 금액”
본지가 비보존제약과 계열사 재무제표를 검토해보니, 최대주주인 볼티아와 비보존제약 사이의 거래에도 의아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지난해 볼티아가 접대비 목적으로 비보존제약에 30억 6000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재무제표에 명시된 부분이 대표적이다.
이 금액은 볼티아가 지출한 지난해 판매관리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전체 비용(75억 7234만원) 중 40.4%에 해당된다.
또한 이 금액은 볼티아 재무제표의 ‘특수관계자 등 거래’ 항목에 명시돼 있었지만, 정작 해당 금액을 지급받은 비보존제약의 재무제표 ‘특수관계자 등 거래’에는 해당 거래가 표기돼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비보존제약 관계자는 “볼티아가 비보존제약 우리사주조합에 지난해 9월 19일 주식을 무상 증여한 건으로, 임직원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지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비보존제약의 입장에서 취득한 주식은 자기주식으로, 자기주식의 취득은 자본거래 성격으로 특수관계자 거래로 분류되지 않으며 따라서 감사보고서 내 특수관계자거래내역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즉, 볼티아가 보유하고 있던 비보존제약 주식을 지난해 비보존제약에 임직원 복지 목적으로 무상 증여했는데, 볼티아가 이 항목을 접대비로 계상한 셈이다.
비보존제약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증여로, 볼티아 외부 회계감사인의 요청에 따라 접대비로 계상했다”며 “볼티아 자문을 맡고 있는 공인회계사(PA)의 검토를 거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해당 내용은 회계기준서상 정해진 기준이 없으므로, 본 회계처리에는 별다른 오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회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회계처리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 지적했다.
접대비는 통상적으로 회사 업무와 관련한 접대·교제·사례 등 명목으로 거래처에 지출한 비용이나 물품을 의미하며, 보유 주식 무상 증여 시 보통 매도가능금융자산 처분 손익 계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계열사에 대한 무상 주식 증여에 대해 접대비 계정을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 경우는 아니라 의아스럽다”며 “세무조사 과정에선 무상 주식 증여를 받은 계열사에서 임직원 복지 목적으로 그 비용을 실제 사용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