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2003-10
시 월 의 마 지 막 날
박병민목사(새터공동체)
10월의 햇볕은 따뜻하다. 햇볕이 들지 않는 음지에 놓여있으면서, 화분을 덥고있던 자양화(紫陽花)라는 수국(水菊)의 두껍고 광택이 나던 잎들이, 볕이 없어서인지 색이 누렇게 변하여간다. 그 분을 아침과 저녁으로 내고 드리며 볕과 온기를 번갈아 가며 주입하여주다시피 하였더니 이제는 제법 생생한 기운을 되찾는 것 같다. 꾸준히 잘 길으면 한해후의 어느 가을날에는, 연한 자줏빛이나 아니면 연분홍의 많은 꽃이 갈라져서 각 꽃대마다 꼭대기나 한가운데의 꽃으로부터 피기 시작하는 취산화서(聚散花序)가 될 것이다. 그러기에 시월의 연한 볕은 여름 내내 성하던 것들을 지게도하지만, 한 곁에서는 묵묵히 있던 것들이 피어나게도 하는 그 아름다움이 있다.
가수 이용은 그의 노래 "잊혀진 계절"에서 사랑하는 이와 헤어졌던 시월의 마지막 밤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다. 교회에서도 10월의 마지막날인 31일은 어떻게 보면 늘 새롭게 기억하게 하는 날이다. 그 옛날 사치와 허영에 빠져있는 로마와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교황청은 퇴폐와 병독(病毒)으로 가득 차있었다. 교황은 로마에 있는 성베드로성당을 짓는데 필요한 수축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면죄부(免罪符)를 판매하였는데 이것이 여러 가지의 잘못된 폐단을 가져다주었다. 1517년 10월 31일에 위텐베르그대학의 신학 교수였던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가 당시의 학풍에 따라 학자의 일반적 토론을 환기시키기 위해 카톨릭(Catholic)에 대하여 95개 조항의 항의문을 통해 면죄부 판매를 비난하였다. 그런데 루터의 그 95개의 항의문은 큰 반향(反響)을 일으켰다. 이것을 기화로 개신교(프로테스탄트 Protestant)가 발화하게 되었다. 그 프로테스탄트는 “항의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종교개혁(宗敎改革), 곧 Reformation은 새롭게 고친다는 말이다. 개신교는 그 옛것을 수구(守舊)하기보다는 혁신(革新)적인 데가 있어야한다. 에베소서는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舊習)을 좇는 옛 사람을 벗어버리고 오직 심령으로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에베소서 4:22-24)”하였다. 구태의연(舊態依然)의 안일함이 아니라, 상황의 감수성에 민감한 신앙의 자세가 어떠하겠는가?
가을이 오기까지 영양분을 다 받고 그만 땅에 떨어진 갈색의 낙엽을 보면 고루하고 노쇠하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이 가을에는 형형색색(形形色色)이 아닌 초로(初老)와 같은 야화(野花)인 들국화가 핀다.
공동체 이야기
어 느 버 스 의 운 전 기 사
많이 먹기를 좋아하는 무래가 저녁에 보통 먹는 것을 지키지 못하고 조금 과식을 한 것 같다. 지나간 밤에 수 차례를 토하더니 몸을 비틀거리며 잘 걷지를 못하고 넘어질 듯 발걸음을 떼어놓더라고 같은 방 선생님께서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방에서 아침예배를 갖는데도 그는 앉아있지 못하고 누어서 있었다. 그 후에도 그는 혼자서 걷지를 못하고 도움에 의지하여 겨우 화장실에 출입하며 여러 번 토하기를 반복하였다. 그리고 그는 자리에서 누워있기만 하였다. 작년 11월에 아파했던 모습과 흡사 비슷하였다. 하루가 다 가도록 나아지는 상태가 아니어서 다음날 시골의 어머니께 연락을 드려 오시게 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 읍내의 병원에 입원을 하였다. 몇 일이 지나면서 이번에는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첫째 아이가 감기치료를 게을리 해서인지? 감기가 그 정도를 지나 폐렴이 찾아들었단다. 이제 것 학교에 늦거나 결석한일이 없는 아이를 다음날부터 시내에 있는 소아과병원에서는 아침과 오후로 두 번에 걸쳐 주사를 맞으며 치료를 받으라고 이야기를 하셨다. 그런데 학교를 빠지게 할 수가 없어 학교공부를 마친 오후에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선생님께서 화를 내시며, 아이를 어떻게 하려고 오후에만 왔느냐고 하시더라는 것이었다. 아침과 오후에 두 번씩 치료받지 않으려거든 다른 병원에 입원을 하여야 된다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말하였다. 며칠 후면 또한 아이는 군(郡)에서 주관하는 글 쓰기 모임에 참여하기 위하여 공부 후에는 학교에서 늦게까지 글 쓰는 연습을 하였었다. 그런 일도 물리치며 어쩔 수 없이 다음날 처음으로 학교에 빠질 수밖에는 없었다. 그 날은 내가 아이와 같이 아침 일찍 찬바람을 맞으며 시내의 병원에 갔다. 아침에 진료를 받고 오후시간까지 시간을 보낼 곳이 없어 여동생의 집에 들렸다. 오후진료를 받고 병원을 나서는데, 무래가 입원해있는 금산의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무래가 그저께에 그곳의 병원에서 시내의 어느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게 되었다는 뜻밖의 이야기였다. 몸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어서 그 병원에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그렇게 하였다는 것이었다. 시내의 병원에 수소문을 하여본 결과 그는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연락을 받게된 것이다. 중환자실에 있으니 다른 시간에는 가보야 만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 이르는데 집에서 연락이 왔다. 둘째 아이가 밤이 되어 가는 데에도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지를 않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니 집 가까이에 다다르면서 잘 살펴보며 오라는 말을 하였다. 나는 걱정과 함께 집에 이르렀으나 그 아이를 볼 수가 없었다. 어둠이 짙어가도록 마을로 내려와 이곳저곳을 찾아 다녔다. 마을의 이 장님께서 방송까지 해주셨다. 처와 같이 그의 친구아이들을 수소문해가며 전화를 하고있는데, 짙은 어둠 속으로 차가 한 대 불을 밝히며 올라오고 있었다. 먼 마을에 사는 친구아이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왔다. 그는 밤늦도록 친구 집에서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 무래와 한솔이와 그리고 진솔이를 늘 인도하여 주세요.
무래를 보러가기 위하여 시내로 나아가는 면소재지에 가는 시골버스에 무심코 올라섰다. 올라서자마자 “어서 오세요”이야기를 하시며, 내가 꺼내어도 될 거스름돈을 손수 꺼내어주시는 운전기사 아저씨를 만났다. 나는 눈이 좋지 않아 사람들을 예사로 보는 것이 일상사이기 때문에 그분의 얼굴은 보지 않았으나, 차안에서 마이크로 타고 내리는 분들에게 인사를 하시면서, 차가 가고있는 사이사이에는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는 기사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차를 타게되면 여러 대의 버스 가운데에서 이따금씩 그 분이 운전하는 버스였다. 오늘은 짧은 십 여분 남짓의 거리를 가는 동안 거의 내내 그 분의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중풍을 앓고 계시는 아주머니가 차를 타고 내리려 할 때마다 운전석에서 나아가서 버스계단에서 부축해드렸더니, 저번에는 그 아주머니가 차를 타면서 고구마 두 박스를 주어서 고마운 생각으로 잘먹게 되었어요” “하루에 삼 백 여분 가량이 버스를 타게 되는데 많은 분들이 시골의 노인 분들이세요. 저는 버스를 빨리 가기보다는 천천히 가려고 합니다. 쉬는 곳에서 많은 어른 분들을 부축하여 드렸어요. 지금 것 등으로 업어서 올려드리고, 내려드린 분들이 한 이백 여분은 될 거예요” “사람들은 제일 먼저 노인부터 공경해야돼요” “이 마이크 회사에서 해준 것이 아니라 내가 손수 설치했어요. 우리가 사람들 좋아하는 마음 없으면 이런 것 못 할 일일 거예요” 차 중의 어느 분이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차 속에서 할머니가 그렇게 여러 번 내려줄 것을 말하는데도 운전사는 그곳이 내리는 곳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꼭 정거장에까지 가서야 멈추어서는 그런 사람도 있다니까, 그 곳에서 좀 세워주었어도 될 것인데” 우리는 종종 민감하게 대하는 신경질적인 운전사를 볼 때가 있다. 물론 생명을 대하는 차량운전을 오랜 시간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나는 샤프연필처럼 그렇게 예리한 그런 사람보다는 뭉툭하고 무딘 사람이 좋다. 차 속에서 내내 그 운전기사 분의 말씀이 자랑처럼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그 차에서 내리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이런 것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동체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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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최영애
지명수
정무래
박종만
어귀녀
박병민.진선미.한솔.진솔
* 금산제원적십자사(회장:유상현)는 제원주유소에서 금산밀알의집. 새터공동체 그리고 이웃 장애인 분들과 함께 갖는 목요일 모임을 9월 18일, 25일 10월 2일, 9일에 각각 모임을 가졌습니다. 9월 25일 모임은 군북교회(한성국 목사)가 주관해주셨는데 금산 진산의 밤골농원에서 알밤줍기 모임을 가졌습니다.
* 정무래 형제가 작년 11월에 아퍼서 병원에 입원을 하였었는데, 올해에도 같은 위장염과 탈수증상으로 새금산병원과 대전선병원에서 10월 4일에서 14일까지 입원을 하였습니다.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이광승(김미경).세상을아름답게만드는사람들(6인).성남교회안수집사회.향림원(1인).어귀녀.정무래.김기홍.대한적십자금산군추부봉사회(3인).최영수외1인.향림원(2인).주식회사EG(이광형).오정교회여전도회협의회.지명수.일불사(2인).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10인).금산읍교회(김철우외2인).남일중앙교회(9인).이기순.둔산소망교회(정해성).채윤기(박현실).진명구.세광교회.박종만.대전노회.대덕교회.옥천동부교회.진암교회.추부제일교회.신건태.향림원(2인).추부나눔의집.대전일보(김세원외2인)와좋은이웃재단(이병범).금산읍교회(김철우).무명.정명래.박은정외2인.대한적십자금산군추부봉사회(7인)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