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혼인법
혼인은 이성(二姓)의 합이요 만복(萬福)의 근원이라 하여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 혼인에 대하여 신중하고 또 삼간다. 동성동본은 혼인을 금하는 고로 아내를 취하는 자는 반드시 다른 성에 취하는 법이 다 그 법에 남자는 20세에 갓을 씌우고 30세에 결혼하는 법이지만 근일에는 그 법을 쓰지 않고 성년 되지 못한 자를 결혼케 하는 고로 남자나 여자나 부모 되는 도리를 알지 못하고 자녀부터 두게 되어 말경에 왕왕히 불행을 빚어낸다.
여자는 15세에 비녀를 꼿고 20세에 출가하는 법이다. 우리 조선서는 조상적부터 이 법을 지켜왔다. 먼저 매파를 보내어 양가에 혼인의 뜻을 통한 후에 남자가 먼저 사주(四柱)와 혼일을 정하여 사자를 시켜 신부 집에 통한다. 아무 이의가 없으면 그대로 행할 터인데 혼일에 신랑이 먼저 신부 집에 가서 결혼식을 행하는데 식장에서 순서 인도자가 홀기(笏記) 순서문을 읽을 때 신랑신부는 이를 따라 행한다.
홀문에 ‘서주문외주출저(壻主門外主人出底) 사위가 문밖에 오면 인에 나아가 맞음,
서동부서(壻東婦西) 사위는 동쪽에 신부는 서쪽에
행증응례(行曾應禮) 거룩이 드리는 예식
행교배례(行交拜禮) 신랑신부가 각각 4배
행합근례(行合𢀷禮) 근(𢀷합환주)은 술잔을 서로 교환함이라
우교배퇴(又交拜退) 또 교배하고 서로 물러감’
결혼식을 행한 후에 신랑이 신부 집에서 삼일 간 유하여 신부의 부모 이하 근친을 찾아보고 그 후에는 신랑이 신부를 데리고 신랑의 집에 와서 시부모를 뵈일 때 시부모에게 폐백(幣帛)을 드리고 뵈인다. 신부는 삼일 후에 시부모의 명을 따라 침전과 음식 만드는 일을 행하고 삼(三)종의 예를 행한다. 신부가 신랑의 집에 오는 것을 우례(于禮)라 하니 부모를 떠나서 시가로 온다는 뜻이다.
동성동본은 백대지친(百代之親)이란 말이 있으니 이것은 피가 같고 조상이 같다는 뜻이라. 같은 피 같은 자손에는 혼인하지 않는 것이 조선 사람의 양심상 깊이 인쳤다. 그런고로 동성동본의 남녀는 당초에 연애 문제가 없다. 이것만은 조선 사람의 자랑할 만한 고결이다. 피는 부의 피를 주로보고 모의 피는 엄금하지 않는다. 동양 주자가 외사촌 누이와 결혼한 일이 있는 것 보면 중국서는 외사촌 누이와 혼인한 이가 있어도 조선서는 외사촌 누이까지도 혼인하지 않으니 동족혼을 이렇게 엄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