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뜨끔뜨끔
(“이상한 정상가족”을 읽고)
2019. 06. 27 그래도
찔린다
“너, 딱 한 번만 더 그랬단 봐라. 선생님이 가만 안 둔다. 땡땡이가 한국말을 잘 못 알아 듣는다고 몽땅 잘못을 땡땡이에게 뒤집어씌우는 거지?”
“아니예요오~ 땡땡이가 저를 먼저 때렸단 말이에요~.”
“선생님은 상관하지 마세요. 내 맘이라니깐요.”
“요 녀석이, 어디 감히 어른 앞에. 그리고 상관 말라니? 어떻게 상관을 안 해? 저렇게 배가 아파 죽겠다는데. 너는 하루에도 친구들을 열 명도 넘게 때리고 놀려서 내가 못 살겠다. 맨날 고발이 들어와서. 어제도 순둥이엄마가 첫 시간부터 학교 찾아온 거 봤지? 순둥이가 자기는 가만 있었는데도 갑자기 네가 또 때려서 무서워서 학교 못가겠다고 찾아온 거? 그리고 너 그게 뭐니? 선생님한테 버릇없이 말대답 꼬박꼬박 하고. 너 이제 선생님 말도 안 들어서 1반으로 전학가야 되겠다.”
“싫어요. 싫다니깐요. 선생님이 가세요. 나는 안 갈 거니까.”
“너, 오늘도 애들이 네 잘못을 적어 내게 갖다 바친 포스트잇 봤지? 선생님 서랍 가득이다. 이제 진짜로 너거 엄마한테 드릴 거다. 아이들이 너거 엄마한테 고자질 하러 가도 안 말려 줄 거다.”
등짝을 한 대 때려 준다
“우와! 선생님은 왜 그리 힘이 세요?”
나이 육십에 매일 그 쪼그만 녀석들 하고 싸운다. 욕본다. 그래도 그런 애는 돌아서면 귀엽다.
말이 안 통하는 녀석들이 간혹 있다. 그래도 아이다운 구석이 있으면 밉지가 않다. 그런데 진짜로 안 예쁜 애도 간혹 있다. 일단 인상부터가 매사에 불만이 잔뜩인 표정으로 눈을 꼬꾸랑하게 찡그려 있다. 의자를 15도 각도로 뒤로 젖혀 쿵쿵 소리를 낸다. 하지 말라고 하면 살짝 눈치 보며 빙글빙글 웃어가면서 더 재미있어 끄떡거린다.
애들이 그 친구가 자기를 괴롭혔다는 내용의 고자질이 시작되어 그 애를 불러 보면 매사에 자기 잘못은 없다. 무조건 친구 잘못이다. 삿대질 하듯이 친구를 향해 손가락을 쭉- 뻗어 가리키며
“저 애가 먼저 그랬어요. 저 애가 먼저 그랬어요오. 저 애가 먼저 그랬어요오오. 저 애가 먼저 그랬어요오오. 저 애가 먼저 그랬어요오오. 저 애가 그랬다니 깐요.”
기본 다섯 번은 말한다. 뒷짐을 지고 내 자리를 빙빙 돌며 웃기까지 한다.
그럴 때는 아이고 뭐고 간에 얼마나 얄미운지 콱 한 대 쥐어박고 싶다.
그래도 그러지 않는다. 그러기 싫다. 그랬다가는 부모님이 틀림없이 ‘금쪽같은 내 새끼를’이라거나, ‘집에서 얼마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인데 우리 애가 그럴리 있나요?’라고 말할 게 분명하니까.
잘 키우십시오.
속으로만 말한다.
슬프다.
포기하는 것 같아서.
기간제 한 달하고 열흘이 지났다.
동학년도, 같은 연구실을 쓰는 5과샘들도 좋다.
애들은 더 귀엽다.
그렇게 꾸지람 듣고도 돌아서면 달라붙어 미주알고주알 오만 소리를 다한다. 색종이를 하루에도 얼마나 많이 접어주는지 모른다.
펴 보라고 한다. 읽어 보라고 한다.
며칠 사이에 잔뜩 쌓여 한 서랍 가득 된다. 버릴 때는 몰래몰래 검정비닐에 싸서 버려야 한다. 안그랬다가는 그 원망을 어찌 듣겠는가?
오늘도 칠판에 하트 그리고 두근 두근 두근이라고 적고 또 더 큰 하트 그리고. 손가락 하트체 사랑의 총까지 쏜다.
맞아 죽는다.
쓰러진다.
헛 다리 짚다
우리반에는 다문화 가정이 셋이다. 모두 베트남 엄마에 한국인 아빠다. 사내아이 둘은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반면, 딸아이 하나는 학습은 잘 되지 않아도 말귀가 밝다. 두 사내 아이들에게는 각각 통역과 정리담당 도무미를 셋씩 붙여 주었다. 그런데도 엉뚱한 행동을 할 때가 많다. 하기사 도우미들도 이제 학교 들어온 지 겨우 넉 달이니까. 지들 꺼 챙기기도 바쁠 텐데.
이름순으로 출석번호가 배정되다보니 하필이면 제일 말귀가 어두운 00이가 1번이다. 그래서 맨 끝번 여학생부터 시키려 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난감할 때가 많다.
00이는 항상 내 코 밑에 둔다. 언제라도 달려갈 수 있도록.
“나 저런 거 없어.”
국어 8칸 공책이 없단다. 얼른 대령했다.
“나 국어책 없어.”
내 책을 얼른 대령했다.
무조건 없단다.
일단 물건 관리가 아무것도 안 된다.
12색 싸인펜은 뚜껑 12개를 모조리 빼서 갖다 버렸나 보다.
나도 정신이 없는데. 나도 내 정신이 아닌데.
복지관에서 다문화봉사를 하는 조신영샘이 1학년 교과서 한 부씩만 더 구해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얼른 대령했다. 00이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한 날은 00이가 학교에 안 온다. 쉬는시간 마다 휴대폰을 확인해도 문자가 온 게 없다.
수업이 끝나도 안 와서 전화를 했더니
“제가 밤에 늦게 왔어요. 일어나니까 아침 11시예요. 00이도 자고 있어요. 학교 가는 날 인줄도 몰라요.”
“00이 어머님, 그럼 어머니께서 일어나신 11시라도 00이를 깨워 학교 보내주시지 그랬어요?”
“선생님이 전화를 하셔야죠. 아이가 학교에 안 왔는데. 담임이 그래야 하는 거잖아요? 그게 맞잖아요. 그리고 00이가 안심알리미 없어요. 몇 번이나 적어 줬는데 전에 담임선생님이 우리 00이꺼만 안 줬어요. 아이가 걱정 되잖아요. 그런데도 안줬어요.”
적반하장이다.
전 담임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
“어머니, 안심알리미는 아이들 안전과 관련된 거라서 무엇보다도 먼저 담임선생님께서 신청해서 보냈을 거예요. 잘 찾아 보세요.”
“없어요. 집에 없어요. 우리 00이만 안줬어요.”
1학년은 수시로 학부형 전화가 많아 아예 문자로 남기면 쉬는 시간에 휴대폰을 학인한 후, 답을 하기로 안내문이 나갔다. 나도 담임이 되고나서 또 한 번 그런 안내문을 보냈다.
그 외에도 전 담임에게 미리 들은 내용이 있었지만 말은 안했다.
이 상황을 하노이에 있는 사위에게 전화해서 하소연을 하니까
“음, 어머니 그건 기본입니다. 무조건 불리하면 알아도 모르는 척, 모른다고 할 겁니다. 진짜 말이 안 통할 때도 더러 있습니다. 익숙해질 겁니다. 방법을 잘 찾아보십시오.”
‘딱 걸렸어. 그래. 내가 너희들 꼭대기 위에 있다.’
그때부터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가장 빠른 시간에 알리미 신청, 방과후 무료수강권에 대해 알아 보았다.
그러는 사이에 00이 엄마가 누구에게 하소연을 하는지 계속 통화중으로 걸렸다.
나중에 00이 삼촌이라는 분이 전화가 왔다.
“00이 삼촌입니다. 00이가 한국말을 잘 모르고 00이 엄마도 그렇게 잘 하는 건 아닙니다. 00이가 안심 알리미가 없고, 엄마가 늦잠을 자서 아이가 학교를 안 보냈다고 하던데.....”
처음부터 00엄마의 전화 과정을 다 이야기 하고 00이 관련 서류신청과 방과후수강권 사용에 대해 안내를 드렸다.
엄마도 가정통신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더 문제는 00이가 전달을 제대로 안하는 점에 대해 이야기를 드렸다. 혹시 관련 신청 서류가 있을 때는 담임인 내가 사인하고, 사진으로 보내드리면 동의 문자를 주는 방법이 어떻겠냐고 했다.
삼촌이 예의를 갖춰 고맙다는 말을 했다.
끝.
그걸로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불과 안심 알리미를 재발급 받아 다시 나눠준 지 5일 만에 잃어 버렸단 전화가 왔다.
“00이 어머님, 집에 잘 찾아보세요. 00이가 오늘은 가방에 달고 오지 않았어요.”
“없어요. 안 가져 왔어요. 집에 없어요. 다시 신청해 주세요.”
내가 집에서 찾아보라고 했다고 00이 엄마가 당장 교무실로 전화를 했단다.
00이 삼촌과 주고받은 10통 가까이의 문자를 보여 드렸다.
그제서야 오해를 접고
“아, 일이 그렇게 된 거네요. 그런데 말을 그렇게 하네요.”
내가 동학년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어이없어하며
“선생님, 00이 삼촌이 암만해도 친삼촌이 아니고 그런 삼촌 같은데요.”
‘분명히 아빠가 있었는데. 그리고 삼촌이라고 했는데’
오늘에사 알고 보니 동학년 선생님 말씀이 옳았다.
역시 나는 한 수 아래다..
까불다가 헛 다리 짚었다.
그래도 뭐 어때. 어느 삼촌이든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다. 00이만 학교생활에 도움이 된다면야.
이상한 정상가족이든 아니든.
반성하다
땡땡이 등짝 때린 거 급 반성합니다.
꽃으로도 안 때릴게요. 맞는 아이 입장에서는 폭력일 거 같아요.
그래도 동반자살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식이 내 소유는 아니지만 내가 생각해서 세상사는 일이 너무 힘들 거 같으면 함께 갈래요. 아이들에게 사전에 물어 보고요.
나는 남편이 성격차이로 나와 잘 안 맞아도 죽을 때 까지 같이 살 거예요. 이혼은 끝까지 안 할 거예요. 내 선택으로 우리 자식들에게 흠집 내고 싶지 않아서요. 어쨌든지 꾹 참고 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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