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 없소 외 2편
-순난의 비*
황 순희
조국은 어디 있고 나는 또 누구 인가
이 손을 잡아 주오 나 여기 누워있소
누구든 이름자라도 물속에서 건져 주오
남의 땅 노역으로 성글어진 마디마디
꿈같은 귀국선을 믿었지 믿고 싶었어
부산행 거짓이란 소문 허언이길 바랐지
가슴을 가슴을 치며 목놓던 파도 소리
기억마저 삼킨 바다 눈물도 녹이 슬어
폭침한 우키시마호 우연일까 음모일까
산 자와 죽은 자가 어둠에 갇혀있어
절절히 내미는 손잡아 줄 이 누구 없소
잊히어 더 슬픈 바다 부디 함께 꺼내 주오
*일본 마이즈루시 소재. 1945년 8월 24일 일본의 효고현 마이즈루 앞바다에서 강제 징용된 조선 노동자들의 귀국선 우키시마호가 원인 모를 폭발로 침몰하여 수천 명이 희생된 사건의 추모상
어쩌면
붐비는 지하철에 거미 된 저 아저씨
손잡이가 흔들린다
금속성 구호 같은
밟히어 부르튼 일상 덜컹이며 달린다
키높이 구두처럼 더 높이 울렁대다
빼곡한 출퇴근길
경건한 밥을 위해
어쩌면 출렁거리는 액체로 된 하루다
헐렁하다
늘어난 고무줄 바지
훌러덩 내려간다
왈칵 쥔 봄 햇살에
느슨한 날 추켜올려
팽팽한 하루를 당겨도
내 치부는 헐렁하다
<다층 202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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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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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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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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