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물을 마시고 싶다고?
시방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
무릎을 강물에 담그고서!
<루미지혜>
이른 아침 일곱시 <영혼의 출가>모임이 있는 날, 몸이 곧장 일어나질 못합니다. 더는 늦장을 부릴 수 없을 때까지 누웠다가 일어납니다. 오늘은 천지인 밥상을 돌보는 날이라 일곱시 이십분에 집을 나섭니다. 길에서 선민이를 만나 반갑게 차를 세웠지요. 공양간에 도착하니, 어~라! 벌써 샌드위치 만들 준비들을 차분하게 시작했네요. 십분 일찍 왔다네요. 석영이와 재민이와 경원이가 사과 썰고, 오이 썰고 빵을 굽고. 저마다 맡은 일거리들을 잘 합니다. 여덟시 무렵 거의 완성이 됐네요.
풍경소리방.
<영혼의 출가>식구들이 소라죽을 먹기 시작하네요. 저도 향원의 소라죽을 사랑으로 먹어요. 마침 아침명상을 마치고 온 일꾼들도 함께 먹습니다.
이어 풍경소리방에서는 <바이세로제> 책모임 식구들이 모여듭니다. 요즘은 [깨달음으로 얻은 명상]을 읽고 있다지요. 그리고 아무가 집을 옮기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하면서 <관옥나무자료모임>에 함께 하기가 어렵겠다는 말도 합니다. 그래요. 또 뭔가 좋은 일이 더 생기겠죠.
순천판 문을 엽니다. 잠시 앉아 나무(이효립작가)처럼 중얼거립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뭇생명한테 합니다. 이런 놀이의 즐거움, 텅 빔이 뭔지 아시죠?
실상사작은학교 이경재선생님께서 오셨어요. 방울토마토도 가득 안고서. 두더지 뵈러 오셨다고.
이경재선생님께서 오래 공부해 오신 서클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들었는데 더 궁금해졌어요. 우리 마을인생 동무들과 일꾼들이 함께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환대와 연결과 탐구와 나아감 이런 말들이 매력적이었어요. 청년일꾼들과(승희, 지영, 일평, 영주) 함께 점심밥모심을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평생학습과에서 급식관련하여 담당 팀장님과 실무자께서 방문하셨어요. 반가운 분이 오셨더라구요. 공양간으로 가셔서 어린동무들의 밥모심을 보고 가셨습니다.
오후에는 입하수련 질문지와 자료집, 그리고 배움터소개자료집, 오월초에 오신다는 길벗맞이, 사랑의 열매와 관련된 살핌 등등,
펼쳐 놓은 한 가지를 잡으려 하면 끼어 드는 다른 한 가지가 있어 멈추게 되고. 이런 상황의 반복이 처음에는 멍하더니, “아, 그래. 지금은 이걸 포기하는 게 아니라 저걸 선택할 시간이야.” 그 순간부터 많은 것들이 달라지기 시작하더라구요. 포기 안에는 얼마나 근사한 선택이 있는지 잘 알 수 있기를!
저녁밥모심이 끝나고 마을인생 두 동무 서영과 하진은 내일 있을 순례발표 준비를 마무리합니다. 오후 내내 민지까지 개구쟁이방에서 몰두하더니 드디어 끝내고 빛나는과 함께 돌아가네요.
깨어 있음의 날인 다정은 이른 아침 <영혼의 출가>를 시작으로 늦은 밤까지 재정서류를 붙잡고 씨름하다가 드디어 끝의 실마리를 보고 돌아갑니다. 언연이 오후부터 와서 거듭니다. 고마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풍경이 아름답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네요.
저녁에는 밴드, 슬기로운 밴드 한다고 쉼터에 불이 환합니다.
오늘도 관세음보살
관옥나무보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