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거사오만(白居士傲慢)
백낙천의 오만은 행에서 꺾였다.
백난천(白樂天) 백거이(白居易)는 당송(唐宋) 팔대문장가(八大文章家)다. 시인(詩人)이고 항주자사(杭州刺史)로 부임(赴任)했다. 그 고을 절에 큰 대덕스님 도림조과선사(道林鳥窠禪師)가 계신다는 말을 듣고 수행원들과 함께 절을 찾아갔다. 도림조과선사(道林鳥窠禪師)는 선방(禪房)에서 참선(參禪)하는 것이 아니고, 높은 나무가지 위에서 가부좌(跏趺坐)를 틀고 정진을 해서 도림조과선사((道林鳥窠禪師)라고 부르게 되었다. 백거이 거사가 사찰 이곳저곳을 다 돌아보고 도림조과선사가 있는 나무 밑에 당도했다. 나무 위를 처다보니 아찔하게 높은 나뭇가지 위에 도림선사가 눈에 띄자, 백거사가 위험합니다! 위험해! 하고 저절로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나무 밑에서 사람들이 웅성웅성 위험하다는 소리를 듣고 도림선사께서 나무 아래를 봤다. 이곳 마을 새로 부임했다는 백낙천 자사 일행이 온 것을 알고 무엇이 위험하다는 말이오? 진정 위험한 것은 내가 아니라, 땅 위에 있는 자사 그대가 더 위험하오! 저야 땅 위에서 안전하게 서 있고, 벼슬도 자사까지 했는데 무엇이 위험하다는 말씀입니까? 티끌만한 세상의 지식으로 교만한 마음이 커서 번뇌는 끝이 없고 탐욕의 불길은 쉬지 않으니, 어찌 위험하지 않겠는가? 백거사 묻기를 그러면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도림선사 답하시길 모든 악을 짓지말고(諸惡莫作), 뭇 착한 선을 받들어 행하고(衆善奉行), 그리고 스스로 그 마음을 맑히는 것(自淨其意)이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일(是諸佛敎)세! 백거사 크게 기대하고 불법 대의를 물었는데 답이 시원치 않다는 표정으로 그야 삼척동자(三尺童子)도 아는 일 아닙니까? 그렇지! 이런 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일(三歲孩兒雖道得)세! 그런데 말일세! 아는것과 행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팔십먹는 노인도 행하기는 어려운 일일세, 그려!(八十老翁行不得) 조과선사는 칠불통게(七佛通偈)로 백낙천의 교만을 꺾은 선화(禪話)다, 백낙천 거사는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하나가 되기쉽지 않음을 깨닫고 도림선사의 가르침에 귀의하고 물러났다는 선화(禪話)다. 위험은 나무 위 처소가 문제가 아니라, 마음속에 시시때때로 팔만사천 무명번뇌에 처한 중생심이 문제이고, 위태롭고 위험하다는 선화다. 이런 선화를 통해서 불자님들은 마음에 깊이 새길 금과옥조 법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