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59년 1월 7일, 홍성침례교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이 해에 나는 광천교회에서 개최된 지방회 정기총회에 참석하여 지방회 회장으로 선임되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초교파적으로 모이는 기독교세계봉사회 홍성군위원장으로 피선되었다. 당시 우리 교단의 목사 안수에 관한 규정은 이러했다. 전도사로서 7년간 무흠하게 단독목회를 하거나, 신학교를 졸업하고 2년간 단독목회를 흠 없이 수행해야 한다. 나는 전도사로 7년이 넘었고 신학교를 졸업한지도 2년이 넘었으니 목사시취를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하지만 교회를 개척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일을 주선해 줄 성도가 없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이 초신자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일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런 것을 성도들에게 요청할 형편도 아니었다. 그래서 목사안수를 청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홍성 지역 타교단의 목사들이 나의 목사안수를 주선해 주었다.
나는 홍성 읍내에서 목회를 하고 있었고, 그 읍내에서 목회하고 있던 타교단의 목사들과 매월 1회씩 윤번제로 연합집회를 하고 있었다. 이단을 연구하여 발표하고, 이단 교파의 교리를 연구하여 공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집회에는 각 교단의 성도들도 많이 참석했는데, 그 성도들의 지적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천주교회에 대해서는 감리교의 이강산 목사가, 안식교에 대해서는 장로교회의 최정복 목사가, 여호와의 증인에 대해서는 구세군의 김상현 참령이, 전도관에 대해서는 성결교의 강계헌 목사가, 그리고 통일교에 대해서는 내가 발표했다. 이런 연구 발표는 모든 교인들에게 진리 운동을 전개하는 데 좋은 기회를 제공했던 것 같다.
홍성지방은 전통적으로 기독교가 강한 지역이다. 각 기관장들이 듬직한 믿음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그 중 홍성법원장, 세무서장, 홍성고등학교장, 보육원장 등은 교회 장로직분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기독교를 수호하자는 의미에서 솔선하여 연합집회에 협력하고 참석했다. 이것이 평신도들에게까지 영향을 주어 홍성 일대는 교회단합이 잘 되었다.
나는 이 모임이 있을 때마다 전도사로서 참석해 왔다. 그 지역의 침례교단 대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사들이 모인 자리에 전도사로서 내가 함께 자리를 하는 것이 다른 목사들이 보기에 다소 마음이 편치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 연합회는 내가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 교단의 지방회장을 방문하여 목사안수를 부탁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목사시취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나님의 은혜였다.
나는 주님께서 특별한 방법으로 성직을 허락하시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감사했다. 기쁜 마음으로 교회와 의논하여 목사청원서를 지방회장에게 제출했다. 그 때는 각 지방회 안에 목사가 한 두 사람밖에 없었기 때문에 보통 총회 임원회에 연락하여 시취위원을 구성했다.
여러 날 후에 총회본부로부터 장일수 목사의 이름으로 목사안수시취를 한다는 통지가 왔다. 그리고 위원들이 모였는데, 장일수 목사를 위시하여 김용해, 박기양, 정용운 목사들이 참석했다. 그분들은 교회를 답사하고 각각 논문제목을 내주었다. 나는 즉시 논문을 쓰기 시작하여 각 위원들에게 우송했다. 시취일이 결정되었다. 시험에는 성령도 떤다 했던가? 나는 쩔쩔 맸다. 어떤 질문에는 대답을 했고, 어떤 질문에는 정답을 못한 것 같았다. 질의응답이 끝나자 10분 이내로 설교를 하라고 했다. 나는 누가복음 10장 30-37절을 읽고 네 분 목사 앞에서 설교를 했다. 먼저 본문을 설명하고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나 어려움을 당한 것처럼 신앙생활이 쇠퇴하면 마귀의 시험을 당한다는 요지로 끝을 냈다. 위원 중 한 분이 반문하기를 본문 가운데 어느 곳에 그런 말이 있느냐 하면서 설교자가 자기 추측으로 말하면 안 된다고 시정해주었다. 그리고 논문을 한 편 다시 쓰라고 했다. 나는 순간 불쾌했지만, 그 일을 자고심(自高心)을 꺾고 겸손한 사람이 되라는 권면으로 받아들였다. 정중한 마음으로 논문을 써서 우송했다.
그 후 안수일 통지를 받고 읍내 목사들의 도움으로 준비하여 목사안수례를 은혜 중에 잘 마쳤다. 이제는 어떤 상황에서든지 변할 수 없는 영원한 하나님의 종이 되었다. 그러므로 주님의 뜻대로 살며 주님을 기쁘게 해드릴 것을 새삼 결심하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