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살이 5년을 맞이하며
김윤숙 (윤영수 아내)
저는 군인가족으로 살아오면서 여러모로 하나님과 주위 분들로부터 은혜를 많이 받았다고 생각됩니다.
46번의 이사를 끝으로 군인가족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딸은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서 신랑감을 데리고 와서 인사를 시켰고, 우리부부는 흔쾌히 사윗감으로 맞아들였습니다. 아들은 고시에 합격하여 나름대로 앞길을 잘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남편은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언젠가 한번 꼭 해보겠다고 꿈꾸던 비젼스쿨을 아파트에서 열게 되었으며 초등학생들 10명이 모집되었습니다. 하루에 3시간씩 학습(복습, 예습), 영어, 체육활동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인성교육에 역점을 두며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그로부터 6개월 후 갑자기 남편에게 조은시스템(주)에서 주한미군 사업본부장을 맡으라는 제안이 와서 많이 고민하다가 비젼스쿨을 접고 본부장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지금도 그때 학생들을 끝까지 지도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속이 후련하였지만......
아마도 그때부터 남편은 가족인 저에게 의논 한마디 없이 신학 공부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신학공부를 하면서 몇 년간 본부장 일을 했었고 재계약이 되지 않아서 2년간 합참연구관으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2013년도에 목사안수를 받으며 뭔가 거룩한 다짐을 하는 사람처럼 보였으며, 2013년부터 2017년 12월까지 5년 동안 본인이 지휘하던 6포병여단 예하 878포병대대 낙원교회에서 군 협력목사로서 장병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담당하였습니다.
저는 주일마다 식사를 마련해주기 위하여 교회에 함께 갔습니다. 많을 때는 80명~100명까지 식사를 준비하여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젊어서 그렇게 힘 드는 줄 몰랐는데 지금은 제주도 믿음교회 성도들 15명되는 분들의 주일 식사 대접하는 것이 힘들다고 남편에게 투정을 부릴 때가 많으니....
2006년도에 남편이 은퇴하게 되면 전원주택을 짓고 재미있게 살아보겠다고 생각해서 제주도 표선면 세화리에 땅을 샀습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고, 땅에 대해서도 문외한이었던 제가 어떻게 그런 도전을 했었는지 되돌아보면 꼭 뭐에 홀린 듯이 땅을 사버린 것 같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여기서 복음을 전하며 살라고 이미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동안 몇 차례 땅을 팔아버릴까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결국 12년 후인 2018년 5월부터 집과 교회를 짓게 되었습니다. 그해 2월 28일에 남편과 저는 승용차 아반테에 짐을 가득 싣고 배를 타고 제주항에 도착하였습니다. 3,4월 두 달 동안 남편은 제주도 애월에 있는 목조학교를 다니면서 목조주택 건축에 대한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건축에 들어가는 자재구입과 인부사용에 대한 것도 배우면서 최소한 사기는 당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교회를 짓고 육지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숙소를 제공하기 위하여 펜션도 함께 지었습니다. 교회는 수련원으로도 사용하기 위하여 냉.난방이 잘 되도록 건축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도와 주셨는지 그 해에 날씨도 좋았고 인부들도 내일처럼 열심히 일을 하였습니다. 자재비도 싸게 해서 정말 만족할만한 교회와 펜션이 멋있게 지어졌습니다.
집주변 사람들이 텃세를 부려 힘든 때도 간혹 있었지만 그래도 감사한 일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4달 만에 집이 완공 되었고 등기도 빨리 나왔습니다. 그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저 같이 부족한 사람에게 하나님이 은혜를 너무나 많이 주시는 것 같아서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한 동안은 제주도에 바람도 많고 비도 자주오고 정을 붙일 친구도 별로 없어서 슬럼프에 빠진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점점 회복되어서 제주 살이 5년차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교인들과 어울리고 펜션 청소를 하며 정원을 가꾸고, 주변 분들과 가끔 식사도 하며 교제를 나누고 있습니다. 한가할 때면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기도하고 올레길을 찾아다니며 오름도 오르고, 제주도에 있는 맛 집을 찾아 남편과 함께 식당에도 가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한 달에 1주일씩은 용인 수지에 가서 돌봐드리고 있습니다.
언젠가 힘 빠지고 다리가 떨릴 때는 자식들 옆으로 가야지 했지만 이제는 제주도가 제2고향 같은 생각이 들어 완전히 떠나고 싶지는 않습니다. 힘 다할 때까지 제주도를 사랑하고 제주도민과 함께 어울리며 살고 싶습니다.
제주도를 찾는 지인들과 함께 지내는 것도 큰 낙이 되고 있습니다.
남편 동기생들과 가족들께서 저희 집에 오시면 언제라도 환영합니다.
첫댓글 믿음교회.소망펜션.멋있네요.글도 잘쓰시고요.저도한번가서,신세진적있어요.또가고싶어요.
왔다 가신지가 벌써 오래 되네요
그사이에 나무가 더 많이 자라서 보기에 좋습니다.
다음에 사모님과 함께 놀러 오세요.
하아 이렇게 해서
제주도에 안착했네요
조용하게 신앙생활하면서
펜션도 해 돈도 벌고 있으니 금상첨화네요
회장님 사모님 오랫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저희 집사람이 건우엄마에게 안부를 전해 달랍니다. 다음에 시간나면 건우엄마랑 보러 아름다운 집에 놀러가겠답니다.
쓰신 글은 간단하지만 참 많은 고민과 눈물과 기도로 이어지는 윤목사님 가정의 스토리이네요 가까이서 지켜본 동기로서 모든 일들이 존경스러운 가정이지요 본향에 갈때까지 세상에서 맡긴 사명 감당하는 가정되시길 기도합니다
글은 윤숙씨가 썼지만 댓글은 제가 답니다. 쑥스럽다고 저보다 쓰라고 하네요.
언젠가 제가 낙원교회에서 고별 예배를 드릴 때 먼길을 오셔서 축하해주면서 우리를 위로해 주던때가 기억이 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어 제주도에 오시면 집사람이 잘 대접하겠답니다.
@윤영수 감사합니다
글을 참 잘 쓰시네요.10번이상은 고쳐쓰신것같은데...100번정도 고쳐쓰신 걸 내가 너무 적게 깍아 잡아 추측했나여?
건우엄마가 옛날 고양리에서 살때 생각이 난다고 하네요
지혜엄마에게 안부 전합니다
멋진 삶을 사시네요.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많은 열매들이 맺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