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음양의 기본 개념
음양이라는 글자는 후한의 허신(許愼)이 저술한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음(陰)은 합(闔)이다, 양(陽)은 고명(高明)이다”하여, 변인 阝를 제외하고 음은 云 즉 구름이 빽빽하여 어두운 상태로 해석하고, 양은 日, 一, 勿 즉 해가 지평선 위에 높이 올라 햇살이 선명하게 보이는 상태로 해석하였는데, 변인 阝를 山으로 해석하면 음은 산의 응달쪽인 북쪽이 되고, 양은 산의 양지쪽인 남쪽이 된다고 하였다.
합(闔)-문짝 합.
한나라 이후에는 일반적으로 음양(陰陽)을 음양(侌昜)의 의미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음은 응달, 양은 양지가 되어 응달과 양지와 연관된 기후의 의미로 사용되었으며, 두 측면을 가리키는 말로 확대되어 하늘과 땅, 낮과 밤, 봄여름과 가을겨울, 더위와 추위, 남과 여 등을 지칭할 때도 사용하고 심지어 움직임과 고요함, 과잉과 부족,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을 표현하는 개념까지 발전하였다. 그리고 음양이라는 표현이 나오지는 않지만 ⚊(양효)와 ⚋(음효)를 사용하는 점서인 『주역』에 대하여 해석을 하면서 전국시대에 음양개념을 활용하였는데 이 또한 음양이라는 원 글자의 뜻을 추상적으로 발전시킨 개념을 사용하였다.
음양설은 동양철학의 근간이다.
『周易』에서 “태극인 하나에서 두 개의 유형으로 나뉜다”1)고 하였으며, “한번 陰하고 한번 陽함을 道라고 한다”2)라고 한 것은 음양의 상호 순환적, 대대적 작용을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一과 兩은 별개의 실체가 아니다. 一은 兩의 圈外에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兩으로서 성립된다. 또한 兩은 사물의 양변작용으로 一을 떠나서 別物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것을 ‘一而二, 二而一’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一이라는 것은 一元體를 명명하는 것이며, 二라는 것은 생과 극의 대치작용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太虛는 통일과 분화의 대립-일은 이, 이는 일의 작용-이 있음을 말한다.
『莊子』에서는 음양론이 단순한 이원론이 아니라 상대성, 대립성, 일원성, 역동성의 원리가 작용함을 명시하였다. 음양이 기의 변동인 동시에 相助, 相害, 相需의 작용이 있으며, 사시의 기후는 서로 交代, 生成, 殺滅함을 언명한 것이다.3)
음양은 따라서 상대(相對)가 아니고 대대(對待)의 관계이며, 이원론이 아니고 일원론이다. 대대(對待)에서 대(對)는 상반(相反), 상적(相敵)을 의미하고, 대(待)는 상합(相合), 상수(相需)를 의미한다. 양의(兩儀)란 밖으로 드러난 모양 즉 성형(成形)된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음양(陰陽)이란 숨어서 드러나지 않는 조직의 변화를 말한다.
대(對)-대할 대. 마주하다.
대(待)-기다릴 대. 돕다. 거들다. 의지하다. 기대다.
우주 자연의 모든 현상은 서로가 대립적으로 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리고 모든 물질은 유기, 무기를 막론하고 형과 상에 따라 반드시 正負가 있다. 구체적으로 음은 물질을 가리킨 것이고, 양은 변화의 현상을 가리킨 것이다.
그러므로 『黃帝內經』에서는 “陰陽은 자연계의 규율이고, 만물의 강령이며, 변화의 근원이고, 生死의 근본으로서, 神明이 모이는 곳이다. 따라서 병을 치료할 때에는 반드시 근본을 찾아야 한다”4)라 하였다. 이는 음양이 陰陽으로 相對屬性과 消長變化를 이해하고, 자연 현상계를 인식하고 해석하며, 자연법칙을 탐구하는 일종의 우주관이며 방법론임을 설명하고 있다.
음양의 범주는 대개 세 가지의 含意를 지닌다.
첫째는 객관존재(만물)의 質料 또는 요소이다. 그렇다고 형체가 있어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만물을 구성하는 氣 혹은 細微物質 등의 질료적 성질을 갖는다.
둘째는 대대, 통일, 변화의 능력을 갖는 객관적 실체이다. 이 세 능력은 음양의 존재방식(본질)인데, 對待性은 자연, 사회, 인간(天地人)을 관통하여 하나로 엮으며, 統一性은 合德, 평형, 互涵, 互補, 互滲, 互轉性을 나타낸다. 이러한 對待와 統一에 의해 비로소 사물의 운동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셋째는 만물이 지니고 있는 속성이다. 이는 음양 자체의 속성으로 자연, 사회, 정치, 도덕 등의 여러 현상에서 나타나는 속성들을 포괄하여 음양개념을 보편화시킨 것으로, 이로써 실체 범주와 속성 범주가 혼동하여 쓰여지게 되었지만 어느 쪽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그 작용과 기능이 달라진다.
음양의 서지학적 최초기록과 관계없이 의미상 유래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사물판단의 초보적인 근거에서 출발하여 그 추상적 의미가 사회 전 분야에 활용되면서 의학에서도 이를 수용하게 되었다고 보인다. 역사적 기록이나 철학적 검토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자신과 자신을 제외한 외부세계, 빈 공간인 하늘과 단단한 실체를 가진 땅, 자신을 낳아준 부모인 남자와 여자라는 식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보편적인 판단기준이 될 수 있으며 동시에 사물을 짝 지워 판단할 때 그 속성으로 인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