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편소설>
행복해라우
-바다의 냄새-
김 광 욱
1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항구의 갯내음을 싣고 상큼하게 후각에 날아든다. 그 냄새는 오래전에 헤어진 여인의 그리운 체취처럼 아련히 가슴에 파고든다. 그는 그 냄새가 싫지 않아서 입을 벌리고 크게 심호흡했다. 갈매기 두 마리가 어선 선창까지 날아와서 끼룩거리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바다엔 옅은 해무가 끼어 멀리 있는 섬들이 더 멀리 흐릿하게 보였다. 선창엔 출항하지 않은 어선들이 조류에 출렁이며 졸고 있었다. 어선 선창에서 좀 떨어진 여객선터미널에서는 들고 나는 배가 없이 오랫동안 조용했다. 여수 부두는 옛날보다 여객선 운항이 줄어들어 더 조용하고 한가로운 선창으로 변해 있었다.
연안여객선터미널의 여객선 행선지 표지판에 목포나 제주로 가는 노선이 없는 걸 보면 사람들이 낭만적인 바다 여행보다 육로와 항공 여행 쪽으로 발길을 돌렸단 걸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그만큼 살기가 좋아졌다는 뜻도 된다. 옛날엔 목포행 여객선이 있어서 그걸 타고 업무차 목포에 가기도 했는데 배편이 없어져서 아쉬웠다. 여수에서 목포까지는 그림 같은 절경의 연속이었다.
그때 그는 일부러 배를 타고 다니면서 사업의 구상도 하고 낭만도 즐겼었다. 그는 바다가 고향이 아니지만 바다를 좋아하고 바다 여행을 즐겼다. 지금도 그 취향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바다에 오면 답답한 마음의 문이 열리고 그 가슴으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것 같은 여유로움이 생겼다.
사업에 바빠서 좋아하는 바다 여행도 못하고 바닷가를 찾는 일도 퍽 드물었다. 사업상 하는 여행은 대부분 비행기였다. 항공 여행은 낭만도 없고 마음을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 오늘 아침에 그는 눈을 뜨자마자 갑자기 임 비서에게 전화하여 여수로 갈 것을 명령했다. 임 비서는 영문도 모르고 회장이 시키는 대로 여수로 승용차를 몰았다. 서울에서 여수까지는 다섯 시간이 걸렸다.
회장은 여수에서 오랫동안 살아서 여수 지리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십 년 동안에 여수는 많이 변해 있었다. 곳곳에 대형건물이 들어서고 촌스런 구석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십 년 동안에 그는 두 번 업무차 여수에 왔었다. 여수에 와서도 일부러 그 여자를 만나지 않고 일만 보고 비행기 타고 서울로 돌아갔다.
그는 여수에 큰 부채를 지고 있었다. 한 여자를 불행하게 만든 마음의 부채였다. 물론 사람의 입을 통하여 그 여자가 건강하게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있었다.
그 여자는 그가 재벌그룹 회장으로 성공한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여자를 만날 수가 없었다. 그 여자를 만나는 순간 더 큰 불행을 초래할 것 같아서 그 여자 가까이 가는 것도 꺼려했다. 그는 그 여자가 멋있는 남자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잘 살 줄 알고 있었다. 소문에 듣자 하니 주영라는 결혼하지 않았고, 이십 년 동안 똑같은 일을 하면서 근근이 사는 모양이었다. 영라는 돈 벌어서 친정 식구들을 먹여 살렸다. 그 여자는 6남매의 장녀였다.
영라는 빼어난 미인도 아니고 많이 배우지도 못한 여자였다. 그 여자의 매력은 빼어나게 예쁘지 않고 많이 못 배운 것과는 무관한 내면의 아름다움이었다.
머리가 하얗게 세고 체력도 소진되어 인생의 피안에서 그 누군가의 체온이 필요했을 때 문득 그 여자를 생각하고 여수로 달려온 것이었다. 아내와 다른 여자에게 없는 그 무엇이 영라에게 있었다. 그 여자가 되는 대로 세상을 사는 나약한 여자였다면 두 차례 여수에 왔을 때 두려움 없이 만나 하룻밤 만리성을 쌓기도 했으련만, 왜 그런지 그 여자를 만나는 게 두렵고 멋쩍었다. 영라와 만나는 건 그 여자에게 속박이 될 수 있었다. 어떤 형태로든 그 여자의 삶에 끼어들어선 안 된다는 생각.
그 여자를 도와 주고 간섭하는 것도 속박이었다. 그는 그 여자가 자유롭게 비상하는 갈매기처럼 젊음을 구가하며 아름답게 행복하게 살기를 원했다. 아름다움과 행복. 그에게는 그런 기술이 없었다. 건축을 설계하고 으리으리한 빌딩을 지을 기술은 있어도 영라를 행복하게 해 줄 아름다움과 젊음이 그에게는 없었다.
영라가 마흔이 넘도록 결혼도 하지 않고 여전히 거리 장사를 하며 먹고 산단 말을 듣고 그는 가슴이 아팠다. 그것은 그가 애당초 원한 바가 아니었다. 영라란 여자를 너무 과대평가했을까? 진정으로 과대평가했다면 그의 출세를 영라와 바꿀 수도 있다. 그의 인생에서 영라의 존재를 빼면 딱딱한 콘크리트 건물과 고속도로와 교량들뿐이었다. 돈은 그의 영혼을 행복하게 해 주지 못했다. 영라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는 부분이란 걸 이제 와서야 깨달았다.
2
(여수의 바닷바람은 송진내처럼 상큼하단 말이야. 꼭 그 여자의 냄새처럼……)
그는 두 팔을 벌리고 바다 냄새를 마음껏 들이켰다. 가슴 안으로 축축한 소금냄새와 고기 비린내가 밀려들어왔다. 가까운 곳에 수산물시장이 있었다. 거기에서 풍겨 나오는 비린내와, 가까운 뒷등에서 해풍에 실려온 송진냄새가 어우러져 여수항의 독특한 바다 냄새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는 생선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 여자가 구워 주는 조개를 잘 먹었다. 그 어디에서도 그 여자가 구워 주는 그 고소한 조개 맛을 느끼지 못했다. 그 여자의 몸에서 풍기는 신선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그 상큼하고 아리아리하던 그 체취.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냄새와 그 조개 맛은 변함이 없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기적일 것이다. 그는 그 여자를 믿지만 세월이 너무 흘러서 모든 것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리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좀 떨어진 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연신 싱글거리고 있던 임 비서가 회장 쪽으로 넓적한 얼굴을 돌리고, 심호흡하고 있는 회장을 바라보았다. 중절모자 아래 감춰진 회장의 머리는 은회색빛이었다. 갑자기 모자가 날아갈 듯 거센 바람이 불어와서 회장은 아이처럼 모자를 움켜잡고 바람의 반대편으로 돌아섰다. 임 비서는 이 부둣가에 오랫동안 서성거렸는데도 싫증이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임 비서는 아직도 여수에 온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기업 초창기에 장민호 회장이 여수에서 터를 잡고 신 여수항을 건설하기 위해 수많은 건축 공사와 건설 사업을 벌였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장 회장은 신용과 성실을 밑천으로 삼고 이곳에서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금은 여수 본사가 지사로 변하고 본사는 서울에 있었다. 장 회장은 임 비서에게 회장이 여수에 온 사실을 여수지사에 알리지 마라고 당부했다. 지사 사원들의 업무에 지장이 있을까 봐서였다.
수산물시장에 가서 퍼덕거리는 활어들을 구경하고, 임 비서에게 진남관으로 가자고 했다. 진남관은 그가 달밤에 산책 왔다가 영라와 우연찮게 만난 곳이었다. 그것이 영라와 두 번째 만남이었고 영라는 임신 중이었다. 그는 영라와 하룻밤 맺은 풋사랑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잊었다기보다 그 여자와 다시는 만나지 않으려고, 그녀의 장사터가 있는 서교동 그 거리를 다시는 지나가지도 않았다. 영라를 또 만나면 뜨거운 감정을 자제하기 어려울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애써 기억을 틀어막은 것이었다. 그는 그때 영라와 재회한 것을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진남관에서 만나던 그 밤에도 그들은 모텔에서 밤을 샜다. 그는 그 여자가 홀몸인 줄 알고 좋은 남자 만나 잘 살란 말만 되풀이했다. 영라는 과거가 있는 여자 같았고 포장마차에서 술장사해서 번 돈을 시골의 부모님께 모두 보내 드리는 효녀였다. 가난해서 국민학교도 겨우 다녔다고 하면서 공부하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그는 그날 밤 영라가 한 말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지는 남자를 믿지 않은깨요, 시집가란 말씀은 하지 마셔요.”
그럼 왜 나한테 몸을 맡겼냐고 그가 묻자 그녀는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그녀의 포장마차가 조개구이를 잘 한다고 해서 비서와 함께 한잔 하러 들어갔다가 맺어진 인연이 그 웃음의 답이었다.
영라가 그의 아기를 임신한 것을 그가 안 것은 임신 4개월이 지나서였다. 영라는 아기를 낳을까 낙태시킬까 고민하고 있었다. 민호는 그 포장마차의 단골이었던 그의 옛날 비서를 통해 영라가 임신한 사실을 알았다. 영라 입에서 비서가 직접 들은 말이었다. 민호는 자신과의 약속을 깨고 그녀의 포장마차를 찾아갔다. 영라는 찾아온 그를 냉정하게 외면했다. 민호는 영라에게 그 아기를 낳아 달라고 애원했다. 그것은 인간적인 의무에서가 아니고 다른 이유에서였다.
민호에겐 딸이 하나 있었는데 뇌성마비였다. 아내는 몸이 허약해서 딸 하나 낳고 불임수술을 받은 몸이었다. 민호는 영라에게 아기를 낳아 주면 그들 부부가 잘 기르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영라가 편히 먹고 살 큰돈을 주었으나 영라는 받지 않았다. 아기 하나 낳아 준 게 대단한 거냐며 끝내 뿌리쳤다. 그녀는 그 고집을 꺾지 않고 생후 3개월 된 아기를 민호의 아내에게 주고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았다. 아니 민호가 영라를 찾아가지 않았다.
그는 비서를 통해 영라가 여전히 포장마차 술집을 해서 어렵게 살고 있다는 걸 알았다. 생활비에 보태라고 비서 시켜 돈을 좀 보냈더니 그때도 완강히 사양했다. 돈을 주면 죽어 버리겠다고 팔팔 뛰더라는 것이다. 영라의 고집이었다. 서울 태생인 그가 여수에 와서 얻은 것은 아들 하나였다.
그 아이 모습에서 가끔 영라가 생각나면 불현듯 여수로 달려가고픈 욕망이 꿈틀거렸다. 영라가 타인이 아닌 그 인생의 중요한 존재로 여겨지면서 그녀에 대한 향수는 점점 짙어져 갔다. 그가 누리는 이 행복도 기쁨도 영라 덕분이 아닐까? 그러면서 그 여자에게 못할 짓을 했다는 죄책감.
그가 돈 많은 사장이어서 돈을 바라고 정조를 바쳤다면 나중에 그가 아들 낳아 준 대가로 준 돈을 그녀는 받았을 것이다. 영라는 왜 그렇게 완강히 그의 성의를 사양했을까? 혹시 그게 사랑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그동안 그녀에게 무심했던 세월이 하냥 얄밉기만 하다.
3
이십 년 동안 그의 기업체가 존속하고 있는 여수바닥에 단 두 번 비행기로 왔다 갔다는 것은 그가 무심해서가 아니고 나날이 증폭되는 그 알 수 없는 고독을 상기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여수에 갈 일이 있어도 부하를 시키고, 그의 사업의 본거지였던 여수지사에 신경을 쓰면서도 회장이 직접 방문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진남관에서 영라와 만나던 밤. 그 밤은 유난히도 달이 밝았다. 영라의 몸에선 형용할 수 없는 그 야릇한 향취가 풍겼다. 달빛 아래선 냄새가 더 짙게 나는 것 같았다. 향수냄새냐고 물었더니 원래 몸에서 나는 냄새라고 하며 부끄러워했다. 한약 냄새 같기도 하고 송진내 같기도 한 그 체취. 어릴 때 그 냄새 때문에 아이들한테 많은 놀림을 받았다고 했다. 그 냄새는 신의 선물이었다.
조개 맛이 좋다는 포장마차에서 비서와 한잔 하려고 찾아갔다가 만취해서 나어린 그녀에게 실수를 하고(그는 그녀와 동침한 걸 실수라고 생각했다) 헤어지던 아침에도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그 냄새를 맡았다. 그것은 인위적인 화장 냄새가 아니고 자연의 향취였다. 그는 그 여자의 그 신비로운 향기를 생각할 때마다 여수 바다를 떠올렸다. 영라는 여수 바다에 핀 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것은 인간의 냄새, 고독의 냄새였던 것 같다. 영라는 그의 몸에서 고독의 냄새가 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모르고 있었다. 영라가 그에게 육체를 허락한 것은 그의 고독한 인간의 냄새가 좋아서라고. 영라의 말이었다. 남자를 믿지 않는다는 말은 남자 관계가 깨끗하다는 뜻이었다. 영라는 이 남자 저 남자에게 몸을 맡기는 값싼 여자가 아니었다.
포장마차에서 술장사한다고 향기가 값싼 건 아니다. 영라는 술손님들에게 친절하면서도 지킬 것을 지키는 당찬 여자라고 소문나 있었다. 그런 소문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가 기억하는 영라는 독특한 향기를 가진 꽃. 아무 벌이나 끌어모으지 않는 희귀한 들꽃. 아니 바다의 꽃. 진남관으로 오면서 뒤늦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진남관 주차장에는 몇 대의 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워놓고 회장과 임 비서는 통제문(진남관 출입문)의 돌계단을 올라갔다. 승용차들은 있는데 관광객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 승용차들은 인근 상가의 차들이었다. 한산한 여수의 관광명소 진남관. 회장은 돌계단을 올라가면서 영라와 다정히 그 길을 내려오던 생각을 했다.
여수 진남관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사적지로서 여수 도심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국보 문화재이며, 현존하는 단층 목조건물 가운데 국내에서 그 규모가 가장 큰 지방관아 건물로 알려져 있다. 75칸 기둥마루에(벽이 없음) 높이 14미터, 마루의 길이 75미터, 폭 10. 5미터, 건물 면적이 240평이나 된다.
이 진남관은 그가 사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찾아와서 마음을 달래고 영감을 얻던 곳이었다. 영라가 쉬는 날이면 산책하던 장소이기도 했다. 참으로 우연의 일치였다.
영라와 앉아 있던 잔디밭에는 푸른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고 그녀의 체취는 찾을 수 없어도 그 풀잎 사이사이에 그들이 주고받은 대화가 남아 있는 듯했다. 그는 가슴이 서늘해지는 비애를 맛보았다. 세월이 그를 낯선 할아버지로 만들었다. 그가 영라를 찾아가기 꺼리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영라가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말이다. 그는 어쩐지 영라가 그를 기다리며 기약 없는 만남을 위해 조개껍질에 무수한 시간의 숫자를 새겨 놓고 세월바라기 하고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회장님, 혹시 지사에 야간 암행감사 오신 건 아니시지요?”
임 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밤에 사원들의 근무 상태를 보려고 본사에서 불시감찰을 나올 때가 있었다. 현재 진행 중인 공사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가. 밤에 근무자들이 도박이나 주색잡기에 골몰하지는 않는가.
여수지사엔 3백 명의 사원과 노동자들이 계열회사와 협력업체 형태로 근무하고 있고 지사 사장은 그룹 회장의 지시를 받는다. 입찰 경쟁에서 낙찰되어 공사 수주를 받게 되면 지역 계열회사가 공사를 주도하고 기술과 인력, 예산 등을 본사에서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한다. 회장은 그룹의 보스니까 지사에 내려오면 최고 귀빈 대접을 받는다. 회장 맞을 준비에 직원들이 밤잠을 설치고 모든 걸 보기 좋게 하려고 불필요한 돈을 낭비한다. 그래서 장 회장은 여간해선 지사에 내려오지 않는다.
4
임 비서는 회장의 성격을 알면서도 여수에 온 이유를 알고 싶어 엉뚱한 질문을 한 것이다.
“자네한테 미리 말하지 않았군. 여수엔 바람 쐬러 온 거야. 동백꽃 구경할 시기는 좀 지났지만 지금이 관광시즌이거든. 여수시가 세계박람회 후보지로 선정되어 앞으로 준비할 일도 있을 것 같고, 개발 정보도 알아 내야겠지. 그러나 그런 딱딱한 문제보다 내 젊은 시절의 꿈과 포부가 아로새겨진 이곳에서 해풍처럼 축축한 추억에 젖어 보고 싶은 거야. 사실은 집사람에게만 알리고 내가 차를 몰고 혼자 오려고 헸는데, 그러면 여행이 따분할 것 같더라고. 싫증나면 언제라도 서울로 돌아가게. 내 걱정하지 말고.”
“회장님,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저는 여수가 너무 좋습니다. 아늑하고 축축하고, 바람이 좀 세서 고약하지만 고향에 온 기분입니다요. 저도 회장님의 추억 속으로 살짝 끼어들면 안 될까요?”
임 비서가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안 될 거야 없지. 그런데 말이야, 내 추억은 말이지, 자네 같은 멋쟁이들한테는 좀 무미건조할 것이네. 난 사랑이 뭔지도 몰랐거든. 그 흔한 사랑 한번 제대로 해 보지 못한 채 헛나이만 먹었어.”
“그것이 왜 헛나이입니까? 재계 1백위 안에 드는 그룹 총수가 되셨지 않습니까? 그 속에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다 녹아 있겠습지요. 기업은 유행가 가사처럼 멜랑콜리한 인생의 아픔까지 다 포함하고 있습지요. 저는 회장님의 고민과 슬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한 가지만 빼 놓고요.”
“한 가지라니?”
“회장님이 마음속에 감추고 그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는 비밀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조금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이 왜 여수에 오기 싫어하시는지. 그리고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셨는지. 제 추측입니다만.”
임 비서의 말에 회장은 도둑질하다 들킨 기분이었다. 오랫동안 회장의 손발처럼 옆에서 고락을 함께 한 비서인데 회장이 여수에 온 이유를 왜 모르겠는가. 알아도 모른 척하는 것이다. 그러나 임 비서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회장의 초조한 심정을 알지는 못할 것이다. 여수에 와서 회장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목표는 있는데 그 목표를 향해 쳐들어가지 않고 목표의 언저리에서 물방개처럼 빙빙 돌고 있는 것이다. 임 비서의 눈에는 그런 회장이 답답하게 비칠 것이다.
“여수에 왔으니까, 오동도를 안 가 볼 수 없지. 오동도를 구경한 다음 돌산대교를 건너 향일암에 가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시내에 나와 저녁밥을 사 먹도록 하세.”
“저녁엔 바로 호텔에 드실 겁니까?”
“생각해 봐야지. 호텔에는 안 갈 것 같네. 모텔이라면 몰라도, 관광철이라 호텔은 너무 비쌀 거야.”
“회장님도! 돈을 아껴서 어디다 쓰시려고, 이럴 때 팡팡 좀 쓰시지 않고, 참!”
“내가 노랭이란 걸 몰라서 그런가?”
“압니다. 알고 말굽쇼.”
5
회장과 임 비서는 진남관을 한 바퀴 돌아보고 아까 들어왔던 통제문을 향해 걸어갔다. 통제문 계단에 찬바람이 몰아치며 정장을 한 번듯번듯한 신사들이 구두소리를 내며 달려들어와서 팔십도 절을 하곤 회장의 양쪽으로 도열해 섰다. 회장은 머쓱해서 임 비서를 돌아보았다. 임 비서는 빙그레 웃고 신사들에게 인사했다.
“수고들 하십니다. 회장님이 지사에 연락하지 마란 걸 제가 무례하게 전화했습니다. 토요일인데 나오시라고 해서 미안합니다.”
임 비서는 청년들에게 말하고 나서 “회장님, 죄송합니다.”하고 장 회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여수 깡패들은 나를 알아볼 테니까 경호하지 않아도 돼. 어서 돌아가게.”
회장이 청년들에게 점잖게 말했다. 뒤이어 간부들이 진남관으로 들어와 회장에게 깎듯이 인사했다. 토요일은 원래 휴무날이다. 사장은 회사에 나와서 회장님 맞을 준비하느라 법석을 떨 것이다. 회장은 미안해서 임 비서를 나무래고는 지사 간부와 사원들더러 돌아가라고 했다. 그들은 회장이 개인 관광차 왔다는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사장님께서 회사에 나와 기다리고 계십니다. 관광 오셨으면 저희들이 안내하겠습니다.”
과장이 당연한 말을 했다.
“여수는 내 고향과 같은 곳이야. 여수 지리엔 훤하니 걱정 말고 돌아가라고. 내 걱정하지 말고 집에 가서 마누라 일이나 도와 줘. 나한테 신경 쓸 시간 있으면!”
회장은 팩 소리치고 나서 임 비서와 함께 통제문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주차장에 승용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회장과 임 비서는 그 차들 옆을 지나 회장의 승용차로 걸어갔다. 과장과 사원들이 뒤따라왔다. 회장은 그들에게 굿바이 인사를 하고 임 비서에게 빨리 달리라고 명령했다. 지사 사원들의 승용차가 줄줄이 뒤따라왔다.
“이것 참 낭패로군. 왜 시키지 않은 짓을 해서 일을 복잡하게 하지?”
“죄송합니다.”
“빨리 몰아 빨리! 재치껏 저 사람들을 따돌리라고.”
“예, 회장님.”
임 비서는 상가 골목길로 들어가서 지사 사원들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큰길로 나가서 뒤돌아보니 따라오던 차들이 보이지 않았다. 오동도 가는 길목에 그들이 지키고 있을까 걱정했으나 오동도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 지사 사원들의 차는 없었다. 혹시 사장의 전화가 올지 몰라서, 회장은 자신의 핸드폰 전원을 끄고 임 비서에게도 끄라고 했다. 외부와의 통신이 차단되니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오동도 다리 입구엔 미니열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회장과 임 비서는 미니열차를 타지 않고 관광객들 속에 섞여 오동도까지 걸었다. 주말이라 오동도는 입구부터 관광객들로 붐볐다. 꽃이 진 동백숲길을 따라 숨차게 고갯길을 올라가서 등대전망대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점점이 떠 있는 남해의 섬들을 바라보았다. 섬들은 흐릿한 안개 속에 갇혀 있고 바다엔 세찬 바람이 불고 있어서 군데군데 떠 있는 고깃배들마저 위태로워 보였다.
동백꽃이 진 동백꽃섬 오동도는 슬픈 여인의 전설처럼 회장의 마음을 서글프게 했다. 영라가 그 포장마차에 있을까? 뜬소문을 듣고, 그 여자가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찾아온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6
그는 땅바닥에 흩어져 있는 시든 꽃송이를 주워들고 꽃송이에 뺨을 부비며 울먹거렸다. 회장이 분수대 광장으로 내려올 때까지 붉은 꽃송이는 그의 손 안에 소중히 들어 있었다. 임 비서는 그 시든 꽃송이가 땀에 젖어 물이 될 때까지 회장의 손에 들어 있다가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다. 회장은 그렇게 마음이 약한 사람이었다. 그는 그 동백꽃을 영라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런지도 모른다.
분수대 광장에서 들려오는 웅장한 음악 소리에 그의 망상은 깨어졌다. 음악에 맞춰 물줄기가 춤을 추었다. 임 비서는 음악이 흥미없는지 화장실에 들어가서 한참동안 나오지 않았다. 회장은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로 어정어정 걸어갔다. 임 비서는 화장실 옆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가 회장을 보고 담배를 발로 비벼 껐다. 회장이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었단 걸 알고 비서만 피우기 미안해서였다.
미니열차가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임 비서는 미리 사 둔 표를 가지고 회장과 나란히 미니열차를 탔다. 오동도 입구 주차장에서 승용차를 타고 돌산대교를 지나 향일암으로 향했다. 향일암의 긴 돌계단을 올라가면서 회장은 헐떡거렸다. 임 비서가 옆에서 부축해 주었다.
향일암은 끝없이 긴 계단을 타고 올라가서 너럭바위 사잇길을 지나 바위산 위에 자리잡고 있는 꽤 큰 절이었다. 복 많이 주시라고 헌금함에 만원 지폐 몇 장을 넣고 부처님께 기도했다. 영라의 영상은 거기까지 따라와서 집요하게 회장을 괴롭혔다. 영라가 회장을 괴롭히는 게 아니라 회장 스스로 고통을 자초하고 있었다.
“부처님, 영라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입니까? 그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회장이 물어도 부처님은 대답이 없었다. 부처님은 그 엄청난 채무를 회장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타이르는 듯했다. 향일암 난간에 서서 수평선 위로 뉘엿거리는 저녁해를 바라보니 그 여자와 만날 시간이 점점 임박해 오는 것 같았다. 그 여자의 포장마차에 찾아갔다가 술꾼들이 진을 치고 있으면 어떡하나. 어떡하긴. 기다려야지.
그의 마음속에 술꾼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오직 영라의 얼굴만 아물거렸다.
향일암에서 내려와서 승용차를 타고 산길 도로를 굽이굽이 돌아 돌산대교로 다시 나오니 황혼이 물들고 있었다. 점심을 부실하게 먹어서 뱃속에서 쪼르륵 소리가 났다. 임 비서가 생선회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횟집이 많은 극동 부두로 승용차를 달렸다. 황혼 속에 정박한 어선들이 부두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었다. 승용차에서는 담벽에 가려 선박들의 마스트만 보였다. 저녁이 되면서 바람의 기세가 누그러졌다.
회장과 임 비서는 한 횟집 앞에 승용차를 세워놓고 횟집식당으로 들어갔다. 거리의 반대편도 선창이었다. 어둠 속에 휴업하고 있는 배들이 보였다. 농어 한 마리를 시켜서 임 비서가 혼자 거의 다 먹었다. 회장은 먹는 시늉만 하고 조금밖에 먹지 않았다. 생선탕과 밥이 나왔지만 밥이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았다.
회장은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의 뱃불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뱃불들은 도깨비불처럼 두 개가 세 개로 보이기도 하고 세 개가 다시 두 개로 보이기도 했다. 저녁 바다의 뱃불들은 그리움 같은 향수를 자아냈다.
“회장님, 좀 드시죠. 저 혼자 배가 터지게 먹어서 죄송……”
말하다 말고 임 비서는 재채기를 했다. 밥알이 회장의 앞으로 날아왔다. 임 비서는 황급히 화장지로 밥알들을 훔쳤다. 회장은 더 밥맛이 없어졌다.
“식사 끝나고 모텔로 갈 텐가?”
“회장님께서 아까 저녁 일정을 말씀 안하셨습니다. 향일암까지 가자고 말씀하시고, 누군가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고 하신 것 같은데……”
“내가 그랬던가? 참, 그 얘기를 자네한테 안했구나. 이십 년 전에 포장마차에서 한 여자를 알게 되었지. 그 여자는 조개 굽는 솜씨가 좋았어. 참조개나 대합 같은 걸 화덕에 궈서 술안주로 내놓았는데 그 맛이 기통찼지. 어디에서도 그렇게 맛있는 조개 맛을 맛본 적이 없었어. 그 여자와 나는 밤새워 술을 마셨어. 단둘이 말이야.”
임 비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회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직까지 회장은 한 번도 여자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회장은 여자를 밝히는 사람도 아니고 술 생각이 나면 혼자서 살짝 포장마차 같은 데 가서 마셨다. 물론 사업상 유흥업소에 가서 마실 때도 있었다. 그때도 회장은 비서 없이 혼자였다. 오늘도 임 비서를 먼저 보내고 혼자서 계실 공산이 크다.
“조개엔 그 여자의 정성이 담겨 있었던 것 같아. 같은 조개라도 굽는 솜씨가 서툴면 비리거나 탄냄새가 나고 질기거든. 그 여자는 그 도수를 잘 맞췄던 거야. 아주 쉬운 일 같지만 생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겐 그런 하찮은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더라고. 그 비법은 그 여자의 몸에서 풍기는 체취 때문인 것 같았어.”
“굉장히 미인이었나 보죠?”
“미인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그저 좀 괜찮게 생겼다고 하겠지. 세상에 미인은 많아. 내게 맛있는 조개를 대접한 그 여자는 가난한 포장마차 여주인이야. 스물 여덟 살에 포장마차 여주인이 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걸.”
“저도 누구에게선가 그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회장님에게 그런 여자가 있다는 걸 믿지 않고 뜬소문으로 치부했습니다. 그런 숨겨둔 여자가 있다면 버려두지 않을 분이기에……”
“나는 그 여자를 만나야 하네. 낮에는 보는 눈들이 많아서 밤이 되길 기다리고 있어. 그때도 밤에 만났으니까 시간을 일치시켜야지. 그래야 할 말이 술술 나올 것이고 더 자연스러울 거야. 아이들 장난 같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여주인이 있는 계산대로 가서 회장이 횟값을 계산했다. 농어가 5만원짜리이고 생선탕과 밥값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 회장은 생선탕과 밥값으로 2만원을 더 주고 횟집에서 나왔다. 여덟 시였다. 포장마차에 가긴 이른 시간이라며 회장은 돌산공원으로 가라고 했다. 돌산공원은 돌산대교 건너편에 있었다.
7
공원에서는 아마추어 가수들의 무료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구경꾼은 많지 않았다. 구경꾼 속에 끼어 회장과 임 비서는 환호하고 박수를 쳐 주었다. 슬픈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꼭 영라와 비슷하게 생겨서 회장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불빛에 눈물이 반사되어 가수의 얼굴이 두 개 세 개로 보였다.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졌다.
“비 오겠습니다. 회장님, 가시죠.”
“가만있어, 저 가수 노래 부르는 것 다 보고.”
“아마추어예요. 아이들 노래가 뭐가 좋다고, 회장님도 참!”
“인생은 아마추어다. 모두 아이들 마음이야.”
“회장님, 비가 떨어지고 있어요. 어서 갑시다, 그만 우시고……”
임 비서는 회장의 손을 잡아 끌었다. 회장은 미련이 있는지 자꾸만 무대 쪽을 바라보았다. 승용차로 돌아오니 빗줄기가 세어졌다. 회장은 빗속에서 노래 부르고 있을 여자 가수가 걱정되었다. 관객들이 비를 피해 모두 흩어져도 그 여자는 열창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자네 노래를 가슴에 담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 주게.
승용차 차창으로 빗방울이 바쁘게 떨어졌다.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아홉 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돌산대교에서 서교동은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아까 그 거리를 지나갈 때 회장은 포장마차들이 있는 골목을 눈여겨보았었다. 여러 개의 포장마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걸 보고 안심했었다. 그 포장마차들 속에 영라가 있을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 버릇처럼 손으로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겨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회장을 그리워하고 있지나 않을까? 그런 망상을 하고 회장은 속으로 혀를 찼다. 회장은 영라가 아직도 이십 대의 아가씨인 줄로 착각하고 있었다. 영라는 그의 마음속에 영원한 처녀로 존재하고 있었으니.
“여기서 날 내려 주고 자네는 모텔로 가게. 내일 아침 먼저 서울로 돌아가라고. 자네 혼자 내 차를 타고 가란 말이야.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안 됩니다, 회장님. 회장님을 두고 어떻게 저 혼자 갈 수 있습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마라니까.”
회장은 승용차에서 내려 비가 내리는 거리로 걸어갔다.
“회장님, 우산 가지고 가십시오!”
“이 정도의 비는 맞을 만하네.”
임 비서는 승용차에서 내려 우산을 들고 회장을 따라갔다. 회장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숨으셨을까? 포장마차 안을 기웃거려 봤지만 회장은 어느 포장마차에도 없었다. 아마 아이처럼 어디로 숨으신 것 같았다. 임 비서는 회장의 성격을 알기 때문에 굳이 회장이 간 곳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회장은 그의 인생의 치부를 비서에게 보이기 싫은 것이다. 회장이 사업상 유흥가를 찾아갈 때 항상 그랬듯이……
8
회장은 한 포장마차 뒤에 숨어서 승용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밝은 곳으로 나왔다. 그런 행동은 회장과 비서 사이에 늘상 있는 숨바꼭질의 한 장면이었다. 회장은 그런 숨바꼭질을 즐겼다.
회장은 포장마차들을 기웃거리며 영라를 찾았다. 가슴 뛰는 소리가 자신의 귀에도 역력히 들렸다. 그 순간에도 회장은 영라가 포장마차에 있으리란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염치없는 신념이었다.
포장마차마다 손님이 없이 썰렁했다. 포장마차들도 불경기였다. 비는 조금 떨어지다가 이슬비로 변해서 조금씩 내렸다. 회장이 포장마차를 기웃거린 시간은 그가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길지 않았다. 한 포장마차에 나이먹은 여자가 홀로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 여자의 옷빛깔이 눈에 띄게 밝았다. 아이보리란 상아빛 색깔이었다. 회장은 그 여자가 손님인 줄 알았으나 마담이었다. 회장이 기침을 하고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가자 여자는 마시던 잔을 얼른 탁자 위에 내려놓고 일어섰다.
“어서 오세요……”
여자의 말끝이 흐려지며 두 눈이 회장의 이마에 있는 까만 점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기쁨에 출렁이고 있는 걸 회장은 놓치지 않고 보았다. 회장의 가슴에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샘솟았다. 그런 감동은 그가 어려운 사업을 해오면서 일찍이 느껴 본 적이 없는 특별한 감정이었다. 네가 날 기다리고 있었구나. 회장은 멜로드라마의 한 신을 연상하면서 여자의 손을 덥석 잡아 주고 싶었다. 그는 감정을 안으로 숨기고 조용히 나무의자에 걸터앉았다.
“잘 있었는가?”
“예.”
여자는 짧게 대답하고 나서 조리대로 돌아가서 일을 하는 척했다. 회장은 여자가 마시던 플라스틱 잔을 바라보았다. 술잔이 아니고 물컵이었다. 여자의 아이보리색 재킷이 눈부셔서 회장은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전등 불빛이 너무 강렬했다. 조명이 좀 어두웠더라면, 하고 회장은 자의적인 생각을 했다.
여자는 팔을 뻗어 그녀가 마신 물컵을 집어 조리대 위로 갖다놓았다. 회장은 탁자 앞 유리 진열장 안에 든 형형색색의 조개들을 바라보고, 모든 것이 이십 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았다.
탁자와 조리대는 수레판 위에 있고 밑에는 리어카 바퀴가 달려 있었다. 장사가 끝나면 포장마차를 비워 두고 수레만 끌고 귀가하면 된다는 걸 회장도 알고 있었다. 포장마차 가게를 운영한다는 게 여자에게 쉬운 직업은 아니었다. 그는 이십 년 전에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
회장은 모자에 묻은 빗물을 털어 탁자 위에 놓고 진열대 속의 조개들을 들여다보았다. 조개들은 얼음에 쌓여 숨을 멈추고 있었다. 짧은 정적이 흐른 후에 회장은 도마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영라는 회장이 좋아하는 스프를 만들었다.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그의 취향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자네 소식은 듣고 있었네. 날 무심한 놈이라고 욕 많이 했을 거야.”
“회장님이 바쁘신 분이란 걸 알고 있어요.”
영라는 양파와 실고추를 끓는 국냄비에 넣고 간장을 부었다. 국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풍겼다. 그녀는 진열장에서 굵은 조개들을 몇 개 꺼내어 가스불에 굽기 시작했다. 회장에게 묻지도 않고, 소주와 기본안주를 회장 앞에 갖다놓았다. 영라는 회장을 손님으로 생각하지 않고 친척이나 가족처럼 생각하는 눈치였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서먹서먹하지 않고 가족처럼 격의없이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회장은 그 이유를 아이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회장의 아들은 영라의 아들이었다. 가슴에 담고 있던 초조와 긴장이 얼음처럼 녹아 없어졌다.
“석아는 잘 있네. 벌써 대학생이 되었어. 외교관이 되겠다고 정치외교과에 다니고 있지. 공대 건축과나 토목과에 보내려고 했는데 기술 계통에 취미가 없는 것 같아. 자네 성격을 닮았나 보지.”
영라는 일손을 멈추고 회장의 말을 듣고 있었다. 조개가 뜨거운 열기에 입을 벌리고 외마디 같은 소리를 질렀다. 영라는 가스렌지에서 조개를 꺼낼 것도 잊은 채 목석처럼 서 있었다. 불빛 아래 자세히 보니 곱던 피부에 주름이 잡히고 몸도 비대해져 있었다. 영라는 이십 년 전의 처녀가 아니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름다웠다. 첫눈에 영라란 걸 알아볼 만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여자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건 삶의 방식도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9
소주 네 잔을 마실 때까지 조개가 나오지 않았다. 조개가 타서 숯이 되면 어쩌나 걱정되었다. 조개는 많이 있으니까 못 먹게 되면 새로 굽겠지. 걱정할 게 뭐야. 내가 돈이 없나 재산이 없나. 여수 바닥의 조개란 조개를 다 사서 영라한테 궈 달라고 해야지. 하루 이틀 사흘. 원없이 조개만 먹을 거야. 영라가 궈 주는 조개라면.
회장의 눈이 차츰 충혈되었다. 영라는 가스렌지에서 조개를 꺼내어 가위칼로 잘라 회장 앞으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 회장 옆에 살포시 앉았다. 그때 회장은 그 이를 데 없는 향기를 다시 맡고 황홀해졌다. 화장내가 아니고 인간의 냄새, 영라의 냄새였다. 회장은 영라가 가져온 조갯살을 천천히 꼭꼭 씹어먹었다. 고기는 타지 않고 알맞게 익어 있었다. 이십 년 전과 같은 맛이었다.
“자네도 한 잔 하게.”
“예.”
영라는 회장이 따라주는 술을 얌전히 받아 마셨다. 안주는 조개를 아끼고 깍두기를 집어먹었다. 회장은 마음이 포근해지면서 그 여자의 가슴에 안기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고릴라가 토끼의 품에 안긴 것처럼 우스꽝스런 모습일 게다. 그의 가슴은 너무 좁아서 조그만 그 여자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여자의 가슴은 너무 넓어서 여수 바다를 다 받아들이고 남을 것이다.
그 냄새. 그 바다의 냄새를 찾아 여기에 온 것이다. 여기에서 그는 재벌그룹 회장도 아니고, 인생 황혼길을 걸어가는 초라한 사나이였다. 그는 이제 와서 후회하고 있었다. 좀더 영라에게 따뜻이 잘해 주지 못한 잘못을 뼈저리게 뉘우쳤다. 영라가 뿌리치고 사양하더라도 당연히 도와 줬어야 했다.
“그 녀석은 어찌나 영리한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일등 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다네. 나는 학교 다닐 때 항상 중간에서만 맴돌았어. 노력을 해도 일등은 신기루였어. 석아 머리가 좋은 것도 엄마 유전을 받아서겠지. 자네에게 항상 감사하네. 어떻게 그 은혜를 갚아야 할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세월만 가 버렸어.”
영라는 피식 웃으며 회장의 잔에 소주를 가득 따랐다. “아들 보고 싶지 않나?”하고 회장이 소근거려 묻자 영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회장은 영라가 그럴 줄 알았단 듯이 다시는 아들 얘기를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말없이 술잔을 주고받았다. 포장마차에 뿌려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서로 경쟁하듯이 계속 마셨다. 아마 다른 남자와도 이렇게 마셨으리라 추측하고 회장은 서글퍼졌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씻고 영라의 얼굴과 몸을 훑어봐도 그녀가 타락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 아이보리색 재킷 때문만은 아니었다. 영라에 대한 회장의 신뢰였다.
회장은 영라의 과거에 신경 쓰지 말기로 했다. 그에겐 그럴 자격이 없었다.
“그 아이는 제가 낳은 아이가 아니어라우.”
영라가 혀 꼬부라진 소리로 회장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 동공의 초점이 풀려 있었다. 그녀는 석아를 그녀가 낳은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었다. 두 병째 술이 거의 바닥났다. 영라는 마시지 않고 회장에게만 술잔이 집중되었다. 회장은 소주 네 병은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옛날엔 그랬다. 회장은 영라가 한 말을 잘 듣지 못했다. 두 번째 말을 듣고 나서야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저는 엄마가 아니구만요. 엄마란 말을 들을 자격이 없어라우. 아이가 잘 크고 있다니깨 기뻐요.”
“석아가 저를 낳은 친엄마를 찾는다면?”
“만나지 않겠어요.”
“그래도 찾는다면?”
“모르겠어요. 어째야 좋을지. 저는 그 아이가 잘되기만 빌겠어요. 지금까지 그랬듯이 다른 욕심은 없구만요.”
“이 포장마차가 지긋지긋하지도 않은가?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까 고집부리지 말고 인생을 즐겨 봐. 고생은 그 정도로 충분해. 서울로 가세. 자네가 마음 편히 살도록 내가 신경 써 주겠네. 그렇다고 자네와 살림하잔 뜻은 아니네. 나는 자네가 자유롭게 아름답게 살기를 바라네. 날 믿어 주게.”
회장은 영라의 손을 잡고 간곡한 어조로 말했다. 영라는 행복한 웃음을 흘리며 회장의 팔에 몸을 기대었다.
아직 안주가 더 남았다면서 회장은 소주 한 병을 더 시켰다. 그는 오늘은 세 병만 마실 생각이었다. 회장은 영라가 따라주는 술을 마시면서 죄스럽다, 미안하단 말을 되풀이했다.
“저는 고생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회장님이 성공하시는 걸 먼발치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라우. 너무 행복해라우.”
“내가 여기에 찾아올 줄 알고 기다렸나?”
회장은 화제를 바꾸어 다른 질문을 했다. 그가 가장 두려워한 부분이기도 했다. 영라는 대답이 없었다.
“왜 대답이 없지?”
“안 기다렸어라우.”
하고 영라는 쓰게 웃었다. 그녀의 음성은 또렷했다.
“내가 사람을 시켜 자네의 안부를 확인한 줄도 몰랐겠구먼.”
“몰랐어라우.”
“내가 너무했지.”
회장은 두 손으로 가슴을 치며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영라는 손수건으로 회장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영라는 행복한 표정이었다. 그동안의 근심과 슬픔이 회장의 출현으로 인해 말끔히 사라졌다.
그녀는 “회장님, 가실 곳이 없으시면 오늘 밤 제가 모실게요.”하는 말로 그의 울적한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회장이 꼭 그녀가 그리워서 찾아온 줄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 그리움은 사실 그녀의 마음과 동일한 것이기도 했다. 회장님과 하룻밤 동침한들 죄될 것은 없었다. 그녀는 석아의 엄마니까. 영라는 술 취한 회장과 함께 택시를 타고 극동항에 있는 모텔로 갔다.
밤바다가 보이는 모텔 방에서 회장과 영라는 스스럼없이 하나가 되었다.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린 듯 그녀의 영혼은 푸른색으로 젖어 있었다. 푸른 냄새에 쌓여 있었다. 눈물, 고통, 환희. 그것은 각기 다른 색깔들이지만 그녀에겐 오늘 하나의 의미였다.
10
아침에 모텔에서 일어나기 바쁘게 화장을 하고 해장국으로 식사를 했다. 10시 5분에 용산행 새마을호 기차가 있었다. 기차를 타자고 제의한 사람은 영라였다. 그녀는 회장을 따라 서울로 가는 것이다. 역 대합실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회장은 임 비서에게 전화를 했다. 임 비서가 서울에 먼저 가서 영라가 살 집을 구해 놓으라는 지시였다. 한강이 보이는 좋은 위치에 백 평짜리 고급 아파트를 계약하라는 말에 성라의 입이 떡 벌어졌다.
기차 출발 시간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들렸다. 영라는 회장의 팔을 끼고 당당하게 플랫폼으로 걸어갔다. 영라는 버리고 온 포장마차가 걱정되었으나 곧 뇌리에서 지워 버렸다. 누가 뭐래도 영라는 재벌그룹 회장의 세컨드였다.
“회장님, 서울에 가서 뭘 하면 좋을까요?”
기차에 올라 좌석에 나란히 앉은 후에 영라가 물었다.
“뭘 하긴? 그동안 고생 많이 했으니까 이제 먹고 마시고 관광여행이나 즐기면서 놀아야지. 골프도 하고 테니스도 하고 헬스클럽도 다니면서 말이야. 놀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은 무궁무진할 테니까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걱정하지 말라고.”
“회장님은 땀 흘리며 일하시는디 지는 놀고 먹을라니 죄송해서 그래요.”
영라는 회장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행복한 웃음을 흘렸다. 기차가 역구내를 떠나 검은 모래로 유명한 만성리해수욕장을 지나가고 있었다. 사람 없는 검은 백사장이 쓸쓸해 보였다. 어제 임 비서와 거닐었던 오동도는 추억 속으로 멀어졌다. 시든 동백꽃을 보고 얼마나 마음 아팠던가? 죄스러워서 영라를 만날까 말까 망설였던 시간들. 영라는 이제 회장을 따라 서울로 간다. 영라는 출세한 것이다.
회장이 영라의 옆구리를 찔렀다. 영라가 내려다보니 시든 동백꽃이 그녀의 손 위에 놓여 있었다. 영라는 회장이 말하려는 뜻을 알고 쑥스럽게 웃었다. 영라는 비록 시들었지만 여전히 회장의 마음 안에 존재하고 있다. 변함없는 처녀로.
영라는 그 꽃을 소중히 핸드백에 담았다. 시든 꽃이 그렇게 소중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꽃잎을 한 장 한 장 떼어 추억의 책갈피에 담아 두고두고 보리라. 회장의 손때와 그의 땀이 묻은 그 꽃을.
“석아, 잘 생겼어요?”
“엄마를 닮아 준수하게 생겼지. 석아는 나무랄 데 없는 모범생이니 걱정하지 말아요. 그렇게 석아가 보고 싶은가?”
“아뇨.”
“말로는 그러면서 밤마다 보고 싶어 울었겠지? 석아를 내 집사람한테 넘겨주면서 흐느껴울던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 난 석아를 잘 키워 훌륭한 인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지. 석아는 자네의 분신이야. 내 옆에는 항상 자네의 분신이 있어 나를 지켜보고 있었네. 석아는 부모의 소망대로 건강하고 올곧게 성장했네. 자네 앞에 잘 키웠다고 자랑할 수 있어.
난 석아를 기업인으로 키워 내 후계자로 삼으려고 했지만 더 원대한 뜻을 가지고 있더라고. 외교관이 되어 세계적인 인물이 되겠다는 꿈을. 나는 석아를 자유롭게 놓아 주기로 했네. 자네의 아들이니까 더 자유롭고 더 아름다운 삶을 구가해야겠지. 내 말이 틀린가?”
“감사합니다, 회장님.”
영라는 울먹거렸다.
“서울에 가면 아들을 실컷 볼 걸세. 그동안 아들에게 주지 못한 사랑을 마음껏 안겨 주게나. 내 안사람도 이해할 거야. 석아에게 생모가 따로 있다는 걸 안사람이 석아에게 다 말했거든. 일찍 맞는 매가 좋다고, 어차피 언젠가 알게 될 일, 영라에게 지은 죄를 덜기 위해 속죄하는 심정으로 석아한테 고백했던 것 같아. 마누라는 눈물이 많은 여자지. 거짓말하고는 못 사는 성미야. 엄마가 여수에서 지금도 홀로 포장마차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그 녀석이 여수에 가고 싶어하는 눈치더라고. 애가 마음이 실거워서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어. 농담으로 여수 엄마한테 가라고 하니까 내 엄마는 여기 있다고 길러 준 엄마를 꼭 껴안지 뭐야. 그렇게 든든한 아이야.”
옆자리가 허전해서 회장이 돌아보니 영라는 승강구로 나가서 울고 있었다. 회장은 영라를 한참동안 포옹하고 서 있다가 자리로 데리고 들어왔다. 이번에는 회장이 손수건을 꺼내어 영라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회장은 영라의 손을 잡고 편안한 마음으로 차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잠이 들었다. 덜컹거리는 진동에 눈을 떴다. 영라가 자리에 없었다. 화장실에 갔겠지. 회장은 영라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기차는 잠시 정차했다가 떠나고 있었다.
시간이 가도 영라는 돌아오지 않았다. 회장은 영라를 믿으면서도 차츰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열차가 순천에서 멈췄을 때 영라가 내리지 않았을까? 일어서서 화장실로 가려다가 양복 호주머니에 찔린 쪽지를 발견했다. 영라의 편지였다.
<회장님과 함께 한 시간이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저는 여수로 돌아갑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산다는 속담이 있듯이 바닷가에 산 가시내는 바다를 보며 살아야 할 것 같아요. 회장님의 사랑 많이 받고 마음 좋은 사모님과 석아의 마음까지 가슴에 담으렵니다. 부디 옥체만강하소서. 주영라 올림.>
,............................................................................
나오는 사람들
장민호(68)……건설기업체 그룹회장,
20년 전에 헤어진 영라를 만나려고 여수에 온다
주영라(48)……포장마차 여주인,
장 회장과 하룻밤 맺은 인연으로 고집스럽게 외길을 간다
임 비서(36)……장 회장의 수행비서
여수지사 직원들
식당 여주인
여자 가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