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이론
| 조용민 |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
자연계에는 중력, 전자력, 약력, 강력 등의 4가지 힘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거시 세계에서는 중력과 전자력이 지배적이지만 원자핵 내부와 같은 미시세계에서는 전자력, 약력, 강력과 같은 힘이 크게 작용한다.
그런데 원자핵 내부에서 이 힘들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을까? 원자핵 내부에 있는 양성자들은 같은 전하를 띄면서 어떻게 작은 공간에 모여 있을까? 또 전자와 양성자는 반대 전하를 띄고 있는데 서로 붙어버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들이 미시세계에서는 꼬리를 문다.
현재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 힘은 서로 다른 이론으로 기술되고 있다. 만일 조물주가 있었다면 이 우주를 만들때 하나의 통일된 완벽한 이론을 이용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론 물리학자들은 이 4가지 힘을 하나로 기술하고자 노력해 왔다. 이를 통일장이론이라고 하는데, 이론 물리학의 궁극적 목표는 이를 완성하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1864년 맥스웰이 전기력과 전자력을 하나의 전자기력으로 통일시킨 일을 통일장이론의 효시로 꼽는다. 이러한 통합의 결과로 전자기파가 예언되었고, 헤르쯔에 의해 실험적으로 증명됐다. 또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이라는 사실도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으로 설명됐다.
1916년 칼루자는 자연계가 아인슈타인의 주장대로 4차원이 아니라 5차원이라고 가정함으로써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중력이론)과 전자기이론을 5차원적인 중력이론으로 통일시켰다. 1967년 와인버그는 전자기이론과 약력이론을 전기약력이론으로 통일시켜 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이 이론은 매우 높은 에너지에서 약력과 전자기력이 같다는 가정에 근간을 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기약력이론과 강력이론은 이른바 대통일이론이라는 하나의 통합이론으로 설명되리라 생각돼 왔다. 결국 1975년 이러한 대통일이론(전기약력이론+강력이론)과 중력이론이 5차원 이상의 고차원적 칼루자이론으로 기술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론물리학은 통일장 연구의 부흥기를 맞이했다.
그동안 초대칭성에 바탕을 둔 초중력이론과 초끈이론이 통일장이론으로 각광을 받아 왔지만 아직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초대칭이론은 힘을 매개하는 보존에 대응하는 페르미온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예를들어 전자기파를 전달하는 광자가 있으면 초광자가 있어야 하고, 전자가 있으면 초전자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초끈이론은 소립자가 점 모양이 아니고 매우 작은 끈과 같이 1차원적으로 퍼진 것이라는 가설에 초대칭성을 가미한 이론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4가지 힘을 통일하는 문제는 단시일 안에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것은 이론물리학의 영원한 '화두'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론물리학의 연구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양자장이론
주어진 자연 현상을 설명할 때 관측자의 위치와 관점에 따라 여러가지 다른 기술방법이 있다는 전제로 만들어진 이론을 게이지 이론이라고 한다. 이러한 게이지이론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양자색력학인데, 여기서는 쿼크들이 관측자에 따라 여러가지 색깔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쿼크가 핵 밖으로 나오면 보는 사람에 따라 색깔이 달라져 이른바 '색깔논쟁'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색깔을 가진 모든 입자들은 핵속에 갖혀 있어야 된다고 믿고 있는데, 아직 이 주장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대칭성이 보존되는 모든 게이지이론에서 완전한 대칭성의 의미를 규명하는데 필수적이다.
또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쿼크의 수가 무한한 게이지이론의 연구다. 예를 들어 원을 원으로 대응시키는 방법은 무한히 많다.이렇게 무한한 대칭성을 갖는 게이지이론에서는 무한한 입자들이 나오게 되어 보통의 게이지이론과 다른 본질적으로 다른 성질을 가진다.
이러한 무한대칭성 게이지이론은 초끈이론과 등 같이 모든 입자를 다함께 기술해야 되는 통일장이론의 완성에도 필수적인 것으로 앞으로 이분야의 연구가 양자장론의 중심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입자물리현상론
표준모형도 게이지이론이나 여기서는 대칭성이 깨져야 한다.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힉스입자'다. 그런데 문제는 힉스입자를 잘 모르고 있다. 그래서 힉스입자가 어떤 질량을 가지고 있는 입자인지 밝히고, 공간과 물질-반물질의 대칭성이 왜 붕괴돼야 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중심과제로 제기되고 있다.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아마 10년 후에는 새로운 실험사실들을 바탕으로 해결책이 제시되리라 예상된다.
중력이론
아인슈타인이 1916년 완성한 일반상대성이론은 이론물리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론의 하나로 인류와 오랫동안 친숙한 중력을 잘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이론은 10-33cm라는 짧은 길이의 영역에서 양자역학과 중력이론을 결합하는 이른바'양자중력이론'으로 바꿔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이 현재 존재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이론도 그 자체가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이른바 '제5의 힘'을 초월하는 일반화된 중력이론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통일장이론의 관점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이 문제 역시 양자중력이론의 완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리라 예상되는데 해결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리라 예상된다.
고온초전도이론
초전도란 특정한 구조를 가진 물질을 매우 낮은 온도로 냉각시킬 때 전기 저항이 '영(0)'이 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을 이용하면 열로 인한 손실 없이 송전이 가능하다. 대형가속기나 자기부상열차에 쓰이는 전자석은 초전도코일을 이용해 만든다. 그러나 많은 응용분야를 가지고 있는 초전도현상은 극저온에서만 가능하다고 알려져 왔다.
그런데 1982년 뮐러는 30K의 고온에서도 초전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노벨물리학상까지 받았다. 현재는 160K 정도에서도 고온초전도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이러한 초전도 현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 불행히도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아직 없다. 원래 초전도현상은 BCS이론으로 설명돼 왔다. BCS이론은 1873년 바딘, 쿠퍼, 슈리퍼 등이 발표한 이론으로 발표자의 첫자를 딴 것이다. 일반적으로 도체 내부에서는 전자들이 전하가 같기 때문에 서로 밀쳐 내지만, BCS이론에서는 쿨롱전기력 뿐 아니라 원자 진동을 일으키는 서로 당기는 인력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자들이 서로 산란되지 않아 저항이 없는 초전도상태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BCS이론은 현재의 고온 초전도 현상을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보즈응집 수수께끼
통계물리는 혼돈이론 등 흥미로운 분야가 있으나 대표적인 문제로 최근 연구되고 있는 이른바 '분수통계이론'을 들 수 있다.
이것은 페르미법칙이나 보즈법칙이 아닌 제3의 통계법칙을 기술하는 이론으로 2차원물리학에서 시작됐으나 여러갈래의 새로운 확장이 시고되고 있어 재미있는 연구분야가 되고 있다. 또한 이 분야는 2년 전 이른바 '보즈응집'이란 가능성이 와이만에 의해 실험적으로 확인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현상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이 현상은 1930년 보즈에 의해 그 이론적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최근까지 실제로 확인되지는 못했다. 보즈응집을 완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론적으로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우주론
이론물리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연구 분야는 우주의 기원과 생성, 그리고 그 미래를 연구하는 것이다. '대폭발이론'은 우주의 팽창과 현재의 온도(배경복사) 등을 잘 설명해 이 분야의 '표준모형'으로 인정돼 왔다. 그런데 초기 조건의 여러 문제점들 때문에 최근 우주가 초기 10-35초와 10-33초 사이에 10100 정도의 어마어마한 팽창과정을 거쳤다는 이른바 '인플레이션'모형이 대두되었다.
대폭발이론은 원래 우주가 대폭발이라고 부르는 무한히 뜨겁고 밀도가 높은 상태에서 서서히 식어 오늘날의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모형은 자기단극자 문제와 2.7K의 전자기파가 우주에 골고루 퍼진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우주의 초기 단계에서 지수함수적으로 팽창(인플레이션)이 있었다는 이론이다. 우주를 설명하는 모든 모형에는 우주에 우리가 모르는 이론과 '암흑물질'의 존재를 예상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양의 암흑물질이 존재하며, 그 실체는 무엇일까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다. 이 문제는 우주의 구조, 즉 은하계의 생성 발전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다행히 최근 많은 실험과 관측 사실들이알려지면서이분야에대한연구가활발해지고 있다.
Tip ; 대통일장이론을 요약하자면,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 힘 즉, 중력, 전자기력, 물질의 붕괴와 관련된 약력, 핵의 구조를 설명하는 강력의 4가지 힘을 통합하려는 이론이다. 1967년 와인버그와 살람은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일했다. 물리학자들은 입자들이 일정한 거리(10ˇ29cm)로 가까와지면 전자기력, 약력, 강력의 세 힘이 하나의 힘으로 기술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이 1974년 죠지아이와 글래쇼에 의해 제창된 대통일장이론이다.
문제는 중력인데, 다른 모든 힘의 이론들이 양자역학과 잘 접목되는데 반해 이 중력은 양자화하기 어렵다. 그래서 도입된 이론이 초대칭이론이다. 입자를 하나의 점이 아니라 약간의 크기를 갖는 끈으로 생각하는 이른바 "초끈이론"이다. 하지만 초끈이론은 실험을 통해 존재를 확인할 수 없고 다분히 수학적인 이론이다.
물리학자들은 1차원인 끈보다 2차원인 면 또는그 이상의 차원을 가지는 구조가 4개의 힘을 통합하는데 훨씬 편리하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이것이 바로 고등과학원 원장인 김정욱 박사가 주장하는"11차원의 M이론"이다. M이론은 초끈이론보다 진일보한 것이지만 아직 완벽한 통일이론으로 검증받지 못했다. 다양한 자연계의 현상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바로 "대통일장이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