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여/김종웅
일어설 것들은 일어선다
사월이 무너지고
오월이 무너지고
그때 산화한 그 유월은 기필코 일어선다
철모를 씌운 막대기 하나에도
뿌리를 내리고 뜨거운 비가 적셔
그 생명은 부활했다
어쩌다가 우리는 서로에게 칼날이 되었는가
사월이여
오월이여
어쩌다가 우리는 남남의 이름으로 돌아섰는가
바람 앞에 허둥대지 않은 유월이여
그대가 산화한 대지에
풀은 나고 우거진 숲에
저 뻐꾸기는 또 울고 있다
이 유월을 넘어 서면
아첨하는 꽃들은 제 풀에 제 다 쓰러지고
이제 성장통은 멈추리라
다시금 피어날
사월이여
그 오월이여
이제는 뻐꾸기들이 발붙힐 곳
이 땅에는 없으리라 없어지리라
유월이여 주춤거리지 마라
잊어야 할 과거는 그냥 잊고
푸른 숲의 포옹에 등돌리지 마라
햇살은 뜨거워도 생명을 지키는 원천이니
온 누리에
감사의 강물 철철 넘쳐 흐르게 하라
유월이여
사월의 강산도
오월의 강산도
유월의 품속에서 같은 꿈을 꾸누나
벌컥벌컥
기억의 물을 들이키던 숲속에는
더 이상 상처의 진물이 마르고
이제
슬픔은 아득하여 서로의 손을 놓지 못하니
애틋이 서로를 쓰다듬고 있구나
사월이여
오월이여
유월이 있어 우리는 또 다시 만나노니
고백할 건 고백하고
사죄할 건 사죄해야 한다
늠름한 숲속의 유월이여
포용의 법칙에 한껏 신들린 그대의 이상이여
너울너울 추는 춤이
우리를 덮어도 부족함이 없구나
유월이여
이제 모든 이웃은 그늘을 찾아 떠난다
맘에도 없는 말은 하지 말고
오로지
우리의 의심을 달구는 저 뙤약볕만 가려다오
한숨조차 거르고 고개를 넘게 해다오
더 이상 조율할 건
너와 나의 사랑 뿐이길 간절히 비오니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서도
우리의 목소리 하나로 통일되어
다른 악기의 반주가 필요없게 하여다오
그렇게 성숙하여다오
유월이여
**잊어야 할 과거는 그냥 잊고
푸른 숲의 포옹에 등돌리지 마라.
핏빛 낭송으로 유월하늘에
바치고 싶은 시입니다
카페 게시글
좋은시 감상
유월이여/김종웅
신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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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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