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화 날씨 맑음
아침에 딸이 출근하면서 보낸 문안전화를 받았다. 딸이 빗자루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문득 생각이 떠 올랐다.
나는 부드러운 갈대빗자루를 선호한다. 내가 대우6차에서 쓰던 갈대빗자루는 마누라가 챙겨주어 서 갖고 간 늙은 빗자루였다. 사람이 늙으면 머리가 빠지듯이
이 갈대빗자루도 머리가 빠져서
방을 쓸때마다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늙은 빗자루를 버리고 새것을 사왔다. 새빗자루는 머리도 빠지지 않고 사용히기도 좋았다. 내가 다시 집으로 들어와 보니 내가 쓰던 그 새 빗자루가 여기 와 있었다. 오늘 딸의 전화를 받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마누라가 바꿔치기를 한 것이다. 마누라는 이렇게 항상 이기적이다.
오늘 중앙시장 철물점에 들러서 갈대빗자루를 샀다. 그리고 다이소에서 콘텍스 2세트도 샀다.
나는 천안지하도(다가동)를 지나서 전철 밑에 설치된 길로 걸어 왔다. 대우 6차에 살 때 비가오나 눈이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걷던 익숙한 길이다.
오랜만에 다시 이 길을 걸으니 감회가 깊었다. 나는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한 뒤 일어나 단숨에 딸의 하우스에 왔다.
나는 먼저 빗을 찾아서 빗자루머리를 앞뒤로 빗어주었다. 머리가 얽혀 있어서 빗질이 잘 되지 않았다. 내가 반복하여 살살 빗어 내리자 얽힌 것이 다 풀렸다. 새빗자루라 머리도 별로 안빠졌고 비듬도 적었다. 마치 스트레이트
파마를 한 것 같아 보기가 좋았다. 나는 이어서 안방과 거실에 코텍스를 부착했다. 코텍스는 양면 테이프 식으로 만들어져서 작업하기가 쉬웠다. 나는 시간이 다소 지난 후에 코텍스가 잘 붙었는지 확인하려고 식지를 코텍스걸이에 넣고 밑으로 잡아당겨 보았다. 끄떡히지 않았다. 나는 커튼의 허리를 띠로 두번 감아서 콘텍스걸이에 고정시켰다. 커튼허리 위를 곡선으로 멋을 내려고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깐에는 멋을 낸다고 했지만 초보자라 멋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그렇게라도 해놓으니 방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