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Full로 혼자 지내 보니 참...............
4월29일 아침 8:36 기차로 강원도 여행 간다는 반쪽, 익산역에 실어다 주고 되돌아 오는 길에 북부 시장-장날이더군요-에 들려 혹시 살구나무 있나 해서 들렸는데, 철이 지났는지 꽃나무만 있어서 그냥 5만원-살구나무 사라고 반쪽이가 준 돈- 날로 먹었나 싶은 그래서 그런대로 기분 좋은 2박3일의 시작이였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집에와 혼자 밥 쳐묵 쳐묵-밥맛 없데요-, 그냥 밥을 먹는건지 한끼 때우는 건지 분간이 안가지만 아무튼 아침은 먹고 그냥 멍따하다가 "에라~ 고추나 심지"하면서 계획에도 없는 고추를 심기 시작해서 10시쯤 마무리하고 건너 밭에서 텃밭 소일하는 친구에게 가서 커피 한잔 얻어 마시고 노닥 노닥 쓰잘떼기 없는 이야기 나누다 11시쯤 집에 와서 "나래" 풀꽃 쳐다보고, 철쭉 보고 토종 백합 보고 그래도 시간이 안가니 머위 밭 보고, 참깨 심어 덮어둔 거적데기 들쳐보고...................
참 시간 안가데요. 반쪽이가 출근 할 때와, 오늘 밤은 안 온다는 그런 생각에 내가 느끼는 것은 영 같지 않아서, 그냥 나 혼자 떨어진 길가에 나뒹구는 돌맹이 같은 기분이라고 함 비슷하려나요. 아무튼 그러다 시간 땜빵 하려고 황등으로 꽈리 고추, 방울토마또 모종 각각 3개씩 사려고 갔는데 농장이 어데 있는지 몰라 빈손으로 털레 털레 돌아와도 시간은 주구장창 길게 남았더군요.
아이~이런 참 아직 하루도 안갔는데 왜 이리 똥마려운 강아지 모양 안절부절인지, "보채지 말고 있어요"라는 가는 날 아침에 기차 타고 나에게 보낸 메시지가 하도 "괘씸"해서 "그래 어디 니만 신났니 나도 신났다" 할려고 했는데 어째 그게 잘 안되더군요ㅠ.ㅠ
그래도 첫날은 그냥 저냥 영화 2편 보느라고 11시30분에 잠자리 갔는데 둘째날은 "에이~"하고 9시 부터 침대 누웠어도 영 잠도 안오고...........새벽 2시에 또 깨어나 엎치락 뒤치락..............별 별 생각을 다하고............
혼자 살다 둘이 만나 가족을 만들고 그러다 애들 제 가정 찾아 떠나고 이제 다시 둘만이 남았다가 언젠가는 다시 혼자가 되겠지요.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지만 갈 때는 순서가 없다니 내가 먼저 아니면 반쪽이가 먼저 일지는 모르겠지만 나이 순서로 간다고 생각하고 혼자 남겨둘 생각을 하니 "하~ 그것도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다고 내가 남겨지면 이건 내가 못견딜 것 같아서, 비겁하긴 해도 내가 먼저 가고 반쪽이가 남겨지는 것이 더 좋을것 같긴하네요.
뭐, 하긴 요즘은 요양원이 있어 남겨둔 돈이 있음 그리로 간다 한다지만, 글쎄요 둘이 살다 혼자 사는 것이 좋은 건지, 그곳에서 여럿이 사는 것이 좋은 건지 지금은 당최 알수 없기도 하구요.
"이생진"님 말마 따나 "지금은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을 한참 건너고 있는 지금 미리 2박 3일 혼자 지내 보는 연습이려니 해도 영 적응이 안되는군요.
"슬프다 나너우리들 20년뒤 모습 우리네 부모님의 삶 어찌보면 그닥 슬픈일도 아닌 자연의 섭리일뿐..." 이라는 시인의 마음 까지는 한참 못 미치다 보니, 슬픈 정도는 아니지만 쓸쓸하긴 하더이다. 바깥이 훤할 때는 조금 나은데 바깥이 어둑 어둑해지니 마음 까지도 어두워지는 것이 평소 "원장현"님의 "낙화"를 이런 기분으로 연습하면 아마 기가 막히게 떨어진 꽃잎이 맞을런지.............
드디어 오늘 밤 10시 24분 기차로 온다니 또 마중 나가야 겠지요.
무슨 말을 할까요? 아마 "다음에는 나 두고 여행 가지마"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냥 또 그러겠지요 " 재미 있었으면 다음엔 한 일주일 다녀오지 그래"라고 마음에도 없는 이야길 하겠지요. "썪을 놈..."
하지만, 떨어져 있어 봐야 서로가 귀한줄 안다는 누가 했던 말을 믿을랍니다. 그래서 오늘 무슨 말을 하나 기대 해 볼랍니다.
이렇게 살다가, 또 살다가 "......그닥 슬픈일도 아닌......."그저 물 흐르듯 흐르는 시간인것을 나는 언제 쯤 깨달으련지, 깨달은 그때쯤이면, 그때는 2박3일이 아닌 6박7일도 괜찮으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