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신현정의 네 번째 시집『바보사막』. 신현정 시인은 1974년에 등단하여 올해로 시력 34년을 맞이하였지만, 첫 시집을 1983년도에 펴낸 이후 문단에서 멀어져 있다가 2000년대에 나머지 세 권의 시집을 펴내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인이다. 환갑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강박 없고 막힘 없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보여준다.
이 시집은 마구잡이식 상상력의 나열이나 허무한 웃음과 다른, 말랑말랑하고 천진난만한 웃음을 선사한다. 삶과 죽음이라는 우리 삶의 영원한 화두를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새, 악어, 고래, 토끼, 하마 등의 동물들을 통해 그것들이 가장 그것들다울 때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신현정 시인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1974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하였다. 첫 시집 '대립(對立)'(1983)을 낸 후 20여 년의 공백을 거친 후, '염소와 풀밭'(2003), '자전거 도둑'(2005), '바보사막'(2008)을 펴냈고, 생전에 준비하였으나 타계 후에 출간되어 유고 시선집이 된 '난쟁이와 저녁식사를'(2009)이 있다. 서라벌문학상(2003), 한국시문학상(2004), 한국시인협회상(2006)을 수상하였다. 2009년 10월 지병으로 타계하였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제1부
바보사막·12
모자·14
먼 바다를 향해·15
난쟁이와 저녁 식사를·16
신생新生·18
와불臥佛·20
복숭아·22
목 없는 부처와·23
태아를 모시다·24
장마·26
장수하늘소를 찾아·28
달에 가는 기차·30
백경白鯨·32
기차놀이·34
토끼에게로의 추억·36
순한 구름·37
낙차落差·38
눈물이 마르도록·40
어서 오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41
고래는 멀리서 더 멀리서·42
서서·44
●제2부
박하사탕·46
해태를 돌다·47
산책하는 자전거·48
빨간 우체통 앞에서·50
길 위의 우체부·52
지붕 위·54
사막 혹은 사우나탕·56
굿모닝·58
백야白夜·59
게들의 전쟁·60
커브·63
화해和解·64
모래시계·66
소독차 꽁무니·68
석상石像·70
서쪽에서 싸우다·72
바람난 모자·74
적소謫所·75
목 없는 부처 앞을 지나다·76
전후戰後·78
●제3부
여보세요·80
무지개를 잡아·81
영역·82
마당질 빗자루질·84
해태를 돌려놓다·86
봉황을 업고·88
엄살 떠는 봄·90
나의 신부여 뻐꾸기여·92
길 위에서·94
빨래를 널면서·96
갈喝·98
느티나무 그늘·99
화두話頭·100
분꽃·101
청산별곡靑山別曲·102
보리물결·104
오리 선생·106
공양供養·108
고로쇠나무가 있는 곳·110
세한도歲寒圖·111
세한歲寒의 나귀·112
마루 끝에서 해바라기하다·114
나무 위에 올라·116
소망은 온전하다·118
고슴도치는 함함하다·119
| 작품 해설 |
가난한 자의 위대한 거부│황현산(문학평론가)·121
신현정 시인의 ‘시詩야, 놀자!’
-아름답고 황홀한 놀이의 진경珍景│김정남(문학평론가)·132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1948년 출생이니 올해로 환갑이 된 시인이다. 1974년 등단이니 올해로 시력 34년이 된 시인이다. 그 나이면, 그 세월이면, 제법 시집으로 욕심도 좀 부렸겠다 싶은데 그간 펴낸 것이라야 시집 세 권이 전부인 시인이다. 그 사이 국어 선생도 하고 카피라이터도 하고 편집 회사도 했다 하니 이런저런 세상 풍파에 좀 얼룩덜룩도 해졌으련만 시로 보자면 너무 오래 아주 깨끗하게 빨아 입은 흰 러닝 같은 시인이다. 그 순수, 고집 한번 세다고나 할까. 아니 이를 달리 보자면 스타일도 되겠구나. 그러니까 그만의 스타일, 바로 그 순정한 감각을 놓치지 않고 지금껏 오롯하게 지켜오고 있는 사람, 뉘라 하면 바로 신현정 시인의 이야기다.
『바보사막』은 신현정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첫 시집을 1983년도에 펴낸 이후 줄곧 문단에서 멀어져 있다가 2003년에 『염소와 풀밭』을, 2005년에 『자전거 도둑』을, 그리고 2008년에 『바보사막』을 펴냈으니 그야말로 2000년대를 활보하는 신세대 시인, 지금이야말로 그의 시작활동에 있어 가장 화려한 전성기가 아닌가 한다.
그가 현재 문단 안팎의 주목을 받는 데에는 무엇보다 그의 강박 없고 막힘없으며 눈치를 모르는 상상력에 기대어 있는 바가 클 것이다. 고착이란 단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나이임에도 어쩜 그리 자유로울까 싶을 만큼 시인은 시를 가지고 마냥 재주껏 놀아버릴 줄 안다. 손 안에 말랑말랑한 고무공이 있어 세상 어디든 던지고 싶은 곳을 향할 수 있고, 손 안에 말랑말랑한 밀가루 반죽이 있어 세상 무엇이든 만들고 싶은 것을 빚어낼 수 있다. 이는 참으로 부러운 재주가 아닌가. 천진난만이란 무기. 타인을 울게 하는 것이 아니라 웃게 할 줄 아는 이 어린이란 힘.
종일 비 내리고요//텔레비전도 몇 번을 켰다가 꺼고요//팔 쭉 올려 기지개도 켜고요//목도 돌려보고요//그때 옷장 속에서 무슨 소리가 났던 것이다//집 나간 아내가 넣어둔 하마였다//물을 먹고 있었다//난 그만 좀 먹으라고 작작 내리라고//장마야 뒤로 나자빠지라고//물 먹는 하마의 탱탱한 장딴지를 걸고서는 힘껏 밀어젖혔다//글쎄 그게 아니었다//종일 비 내리고요//비 내리고요.
-「장마」전문
그러나 신현정의 시는 마구잡이식 상상력의 나열이라든가 허무개그식의 맥 빠진 웃음과는 아주 막다른 길에 서 있다. 시인이 그리는 동선을 보자면 삶과 죽음이라는 우리 삶의 영원한 화두가 늘 그렇게 숨어 있는 탓이다. 새, 악어, 고래, 토끼, 하마, 뻐꾸기, 돈벌레 등 시집 전반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들은 심심해서 그렇게 출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가장 그것들다울 때 가장 아름답다는 걸 시인이 아주 잘 아는 까닭이다. 그러나 그 순간의 매치, 등가가 성립될 때 이는 곧 슬픔. 그것이 곧 시가 아닐까, 삶이고 죽음이 아닐까.
눈물이 안 나온다고요//꼭 울어야 할 때에 눈물이 안 나온다고요 그럴 땐//새를 상상하세요//더 멀리 날으는 새를 상상하세요//악어를 상상하세요//그래도 눈물이 나오지 않으면 아버지를 상상하세요//그래도 그대로 나오지 않으면 미래를 상상하세요.
-「눈물이 마르도록」전문
이토록 천진하고 이토록 대낮이고 이토록 따뜻한 시들을 읽으면서 삐죽 눈물이 솟는 건 내가 내 생을 들켰기 때문일 것이다. 이토록 순진하고 이토록 고집 센 시인의 표현대로 “칙칙폭폭 칠성사이다라야 한다.”라는 말. 알다가도 모르고, 모를 것 같으면서 알 것 같은 시인의 시는 그래서 읽는 맛이 톡 쏘기도 할 게다. 목 넘김의 시원함과 목 닿음에 있어 따가움의 공존.
“아무려나” 그것 참 인생!
[저자의 말]
시인은 평생 환자입니다.
내게 있어서는 결백증과 결벽증이 한 가지로 되어 있어 참으로
그 치유를 기대하기란 어렵겠습니다.
일류 살청(殺靑) 기술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몽상가로도 고급 스타일은 아닙니다.
세상의 이들은 즐거운 숨바꼭질입니다. 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영원한 술래로 만들어보려구요.
왜 무의미일수록 내 심장은 붉고 크고 게걸스러워지는 것일까요.
무위(無爲)와 실컷 놀다 갔으면 합니다.
-2008년 여름 장마 신현정
[추천글]
신현정 시인은 뵐 때마다 서글서글하시다. 당신의 시를 읽으면 우락부락한 나도 벙긋벙긋해지고 상냥해진다. 당신은 낙타와 난쟁이와 고래와 은숙이와 장수하늘소와 토끼와 칸나와 해태와 분꽃과 오리와 같이 살고 있으니 대大식구의 가장家長인 셈. 이 식구들에게 해와 별과 꿈을 모자처럼 얹어주니 멋스러움과 우주적 대창大昌이 있으시다. 당신은 부처님·하나님과는 부탁하고, 투정 부리고, 호통을 치는 막역한 사이. 당신 아니라면 누가 이 낙차落差를 감히 즐기겠는가.
선량하고 명랑하고 엄살도 떨 줄 아는 이 청량한 시심을 ‘나란히 가는 시심’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싶다. 당신은 당신의 행렬에 누구든 따돌림 없이 끼워준다. 남의 뜻에 선뜻 응해 다 들어주니 수순隨順 그 자체이시다. 무엇보다 아가의 마음처럼 반짝반짝 막 태어나는 시심은 참 부러운 것이요, 우리 시사詩史에서 오랜만에 다시 등장하는 것이다. 갑갑하게 가두지 않고 꽃처럼 자꾸 피어나려 하는 시들의 탄력을, 무궁한 호기심을 보라. 시집을 꼬옥 보듬어 안고 그냥 냅다 줄행랑을 놓고 싶다. 어디 구석진 곳에 숨듯이 앉아 시집을 펼쳐 들면 내 마음도 맨드라미처럼 활짝 피어날 것 같다.
-문태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