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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중시한 건축 다양화 등 시대변화
건축물 가스배관 설치기준 개선용역 착수
도시가스사업법이 제정된 1983년도부터 국내에서는 건축물에 설치되는 가스공급배관은 건축물 외벽에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고수해 왔다. 이는 대형 사고를 잇따라 경험하며 도입된 국내 가스산업의 현실상 배관을 외부에 노출해 시공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는 자체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판단은 최근 들어 오히려 역전되거나 생각지 못한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도시화로 인해 입상관 차량 추돌 등에 의한 가스사고의 우려가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출 입상배관을 이용한 범죄들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면서 관련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요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벽에 설치되는 가스배관은 건축물의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의 주택 구조변경이나 부득한 상황에서 배관을 건축물 내부에 설치하는 경우 별도의 엄청난 시공비용이 발생하는 등 수많은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 미관과 디자인을 중시한 건축 형태의 다양화 추세로 인해 더 이상 건축물 외벽에 가스배관을 일률적으로 설치하는 획일적인 잣대를 강제하는 것도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지난 12월 16일 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정책?기술자문위원 8명이 참석한 가운데 ‘건축물 가스배관 설치기준 개선 공동연구’에 대한 착수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개정작업에 돌입했다. 연구기간은 올해 10월까지 11개월이다. 연구에는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가스학회,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삼천리 등 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각 기관들은 도시가스배관의 건축물내 설치에 따른 안전성검증과 설치기준, 시공매뉴얼 등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공용공간 내 설비배관 지지 안전성, 매몰 배관 하중 또는 충격 안전성을 확인하는 안전성 검증을 통해 건축물 내 배관설치를 기술적으로 허용하게 된다.
현행 도시가스배관 설치기준
현행 도시가스공급배관 설치기준과 관련 도시가스사업법 시행규칙 제17조 관련 별표 6을 살펴보면 ‘본관 및 공급관은 건축물의 내부 또는 기초 밑에 설치하지 아니할 것. 다만, 그 건축물에 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저압의 공급관으로서 다음의 안전조치기준에 적합하게 설치하는 경우에는 그 건축물내부에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외부설치를 원칙으로 하되 일부 부득이한 경우에 대해 예외 규정을 허용해 놓고 있는 상태다. 예외가 적용되는 경우는 안전성을 강화한 별도의 기준이 적용된다.
설치되는 배관의 접합은 반드시 용접으로 시공해야 하고 동시에 벽면 등에 견고하게 고정해 설치해야 한다. 또한 환기가 잘 되는 구조이거나 별도 기계환기설비를 설치할 장소에만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 어려운 곳은 가스누출경보기를 설치하거나 용접부에 대해 비파괴시험을 실시해 이상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 조치를 명시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배관설치에 따른 비용증가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고 건축물의 특성상 효율적인 공간 활용에도 큰 제약으로 작용해 왔다. 결국 추가비용과 제약적인 요건을 감내하며 건물을 짓던가 아니면 외형이나 미관을 무시하고 배관을 외벽에 설치해야 하다 보니 이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도를 바꿔야하는 이유
이런 불편에도 불구, 도시가스배관의 노출설치와 관련규정은 국내에서 무려 40년 가까이 유지돼 왔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중 가장 큰 이유는 도심화로 인한 입상관 추돌사고의 증가와 노출배관을 이용한 범죄의 급격한 증가가 그 중요한 배경이 됐다.
입상관 추돌로 인한 가스누출 사고는 2003년 6건, 2004년 5건, 2005년 8건, 2006년 7건, 2007년 5건, 2008년 7건, 2009년 1건으로 최근 8년간 평균 5건 이상 발생했다. 평균 20여건에도 못미치는 도시가스 사고 중 약 25%를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1월말까지 발생한 22건의 도시가스 사고 중 역시 2건이 차량추돌로 인한 입상관 파손 사고였다.
또 가스사고 외에도 노출된 입상관을 범죄에 악용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되고 있다. 도시가스배관을 이용한 범죄는 1999년 7월 발생한 신출귀몰 했던 신창원 탈주 사건을 통해 유명세를 탄 후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손해보험 업계의 집계에 따르면 가스배관 등을 악용한 절도 범죄는 연평균 3만5000건 이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피해 금액만도 한 가정 당 1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문제점으로 최근 도시가스 입상관을 뾰족한 강철로 감싸 철심덮개를 설치하거나 기름칠, 또는 아예 오르지 못하도록 덮개를 씌우기도 하지만 여전히 도시가스 배관을 타고 원룸에 있는 여성을 성폭행하거나 금품을 훔치는 등의 강력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건축물의 형태변화도 제도 개선 목소리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최근 건축형태는 탑형이나 유리벽으로 외관을 꾸미는 등 미관을 중시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건축물 외벽에 배관을 일률적으로 설치하는 규정은 현 시대의 조류와 크게 상충되고 있다. 건물의 미관을 위해서는 현행 법 규정에 따라 배관 설치장소를 별도로 마련해야 해 불필요한 시공비용이 상승하는 등 행정적인 낭비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또 주택 구조변경(거실, 주방 등의 확장) 일반화와 외형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주택 성향에 따라 가스배관을 천정, 벽 등에 매립 설치를 요구하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한 가스사고 발생도 우려되고 있다. 건축분야에서 도시가스 관련 민원이 약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제도 개선시 부가적인 이점
▲ 일본의 도시가스 배관 시공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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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제외한 일본,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건축물 내부에 배관을 매몰해 설치하는 것을 허용해 왔다. 이러한 구조적인 특징으로 인해 일본 등 선진 외국에서는 콘센트형 접속기(상자콕)의 사용이 이미 일반화 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제한적으로만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콘센트형 접속기는 호스 연결 후 상자콕 핸들을 작동할 때만 가스사용이 가능하도록 고안된 제품으로 현재 우리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퓨즈콕에 비해 안전성이 높다. 이는 제품에 이중적인 안전장치 기능이 내장돼 있기 때문이며 이러한 안전장치를 사용할 경우 이사철 마감조치 미비에 의한 사고를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소기 설치 및 철거가 용이해 가스레인지 철거비용 등 별도의 소비자 부담도 없앨 수 있다.
배관의 벽내 시공이 가능해 질 경우 가스계량기가 개별세대 내부(다용도실)에 설치됨에 따른 가스계량 검침이 어려워지는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다. 현재의 대부분 아파트는 배관의 매몰설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득이 복도식 아파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계량기가 실내 설치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형성한다. 이 경우 외부에 계량기와 별도 표시기를 설치하거나 검침원이 가정 내부에 들어가 계량기를 확인할 수밖에 없어 계량에 따른 인건비 증가, 관련기기 설치에 따른 소비세대의 부담 등 사용자의 부담이 자연 가중될 수밖에 없다. 현재 일반적으로 세대 내 가스계량기 검침비용은 외부설치세대에 비해 높게 책정되고 있으며 이 비용은 가스요금에 반영돼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외부표시기의 무단조작 등 사용자와 공급자간의 마찰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세대내 계량기를 사용자가 무단 조작하는 경우도 있어 이 과정에서의 안전사고 발생 우려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관련규정을 바꿀 경우 이 같은 부작용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용자 안전이 최우선 점
배관의 건축물내 시공을 허용할 경우 기대되는 긍정적인 효과는 무엇일까? 우선 차량 추돌 등에 따른 가스배관 사고와 노출 입상배관을 악용한 절도 등 범죄를 예방할 수 있으며 가스사고 감소 및 범죄 예방을 통한 국민편익을 증진할 수 있다. 또 시공기간 단축, 건축·주거 형태에 맞는 효율적인 배관 시공이 가능해 짐으로 주거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고 배관 설치 시공비용 절감과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의 근절도 기대된다.
콘센트형 접속기 설치의 현실화를 통해 주거의 이전 및 철거시 발생하는 소비자의 추가 시공비용 절감도 가능해지며 별도의 배관 마감조치를 할 필요가 없어 이사철 민원 해소에도 한 몫을 할 것이란 기대다. 가스계량 검침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어 불필요한 가스공급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계량기를 둘러싼 사용자와 공급자간의 갈등 소지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개선효과는 가스배관의 매몰 시공을 통해 다양한 가스기기가 새롭게 적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사용자의 편의와 안전을 증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스의 자유로운 사용 환경을 제고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가스산업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스배관의 건축물 내 시공에 앞서 가장 유의 깊게 살펴야 할 점은 바로 안전한 사용 환경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배관이 노출된 경우보다 매몰돼 시공되는 경우 가스의 누출여부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식, 부적절한 시공 등으로 인한 다른 제2, 제3의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결국 철저한 검증을 통해 해외 선진국들의 앞선 경험과 시공노하우, 안전장치 등의 도입을 적극 고려하돼 국내 실정에 부합된 제도와 설치기준들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건축물 내부설치 및 가정관의 벽체 매립설치를 전면 허용하기에 앞서 설치 및 관리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부식 및 설치환경에 영향이 없는 가스배관 재료를 선정해 사용토록 규정하고 공급배관 이음부에 대한 시공기준 보완 및 안전조치도 강화해야 한다. 이외도 다기능 가스계량기(마이컴미터)를 비롯해 근원적인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장치의 개발과 보급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점이다. 2011년 01월 05일 (수)
출 처 : 에너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