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5일 일요일
살다보면 잘 짜인 계획대로 되지만은 않을 때가 있다.
통일걷기 전 일정의 딱 중간인 오늘이 그런 날이다. 군부대의 협조와 관련하여 내일 일정과 순서를 바꾸게 되었다.
길을 순차적으로 걸으면 좋았으련만 하는 아쉬움도 살짝 들었다가 스쳐지나가고 만다.
하루의 구간을 건너 뛴 만큼 양구농촌체험마을에서 출발한 버스는 구비구비 굽비길을 넘어간다. 구비를 세어보라는 대장님의 말씀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끝까지 세어본 사람은 없는 듯 하다. 아흔아홉 구비라는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구비구비 한참을 달렸지만 전혀 멀미가 나지 않았다는 것. 베테랑 기사님의 운전솜씨가 남다르다.
1조부터 매일 한조씩 돌아가며 선두에 걷다보니, 우리 1조는 오늘 또다시 선두를 걷는다. 그래서 복장통일!
해산령에서의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대장님은 오늘도 어김없이 조별 사진촬영 이나 화장실 이용 순서를 정해주신다. 철저한 진행솜씨에 감탄이 절로 나오면서도 저리 철저하게 신경을 쓰시느라 대장님의 건강에 해가 되지 않을까 살짝 염려도 된다.
비수구미를 향하여 1조부터 출발!! 통일! Go!Go!Go!
숲길이지만 돌멩이가 많은 내리막길이다. 자칫 돌멩이라도 밟아 삐끗하면 나머지 절반의 구간을 걷는다는 보장이 없다. 가방 속에 고이 간직하고 모시고만 다니던 스틱을 꺼낸다.
조심조심 내리막을 한참 걷다보니 어느새 완만한 길로 이어진다.
길 위에서 휴식. 어제 저녁 해거름에 편의점까지 다함께 마실을 다녀온 덕분에 군것질 거리가 다양하다. 며칠 된 파프리카여 안녕~ 그저께 산 꼬맹이 사과와 와사비아몬드, 다크초코렛, 과자... 조원들이 손이 자주가는 간식이 뭔지 파악하고 준비할만큼 '식구'가 된 건가?!
조금 더 걷다보니 드디어 비수구미 도착.
오늘 점심은 비빔밥. 나물과 반찬이 종류도 많고 넉넉하다. 된장국 맛도 캬~!
처음보는 반찬이 무언지 물어보기도 하고 반찬을 두어번 더 가져다 양껏 먹는다.
비수구미 식당에서 식사 후에도 넉넉한 휴식시간을 거지고 선착장으로 내려온다. 원래 계획은 비수구미를 따라 이어진 둘레길을 걸어 내려가는 건데, 수량이 많아 잠겨서 걸을 수가 없단다.
덕분에 모터보트를 타고 건너는 호사라니!!
꺄~~~~ 재미난다---!! 하다보니 순식간에 도착. 소심하게도 대장님이 듣지 못할만큼 작은 소리로 '한 번 더!'를 외친다.
선두라 제일 먼저 도착하고나니 다른 조 대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심심하니 장독이나 깬다더라, 다음 조가 도착하는 모습을 영상으로나마 찍어본다.
그늘에 앉아 쉬는 것도 무료한지, 사진놀이.
모자로 1조 인증!
등산화로 1조 인증!
마지막 조 도착을 환영하기 위해 스틱 장전.
비수구미 선착장을 떠나 숲길을 걷다가 포장길이 길게 이어진다.
얼마나 걸었을까? 드디어 평화의 댐이다!
도로를 걸은 기억은 금세 잊히고 도착한 감동만 남는다.
조별로 인증 사진을 남긴다.
휴식시간, 그늘을 찾는다. 어째 오늘은 늘 미소 가득하시던 큰형님의 얼굴에 표정이 없다. 컨디션이 안좋으신 듯하다.
다시 선두에 서서 걷다보니 대장님과도 조금은 편해진 걸까? 우리 여성대원들도 드디어 대장님과 함께 사진을 찍어보는 기회가 왔다.
대장님께 한 번 더 청하여 남자대원도 합류!
전 대원 모두 인증!
569개의 계단을 올라 드디어 조별 자유시간. 전망을 배경으로 찰칵!
요리조리 찰칵!
전 세계 유명인의 손도 잡아보고, 찰칵!
평화의 종 울림도 소리와 진동으로 듣고 느끼며 찰칵!!
그렇게 넉넉하게 자유 관람 시간을 마치고 버스에 오른다. 구비구비 아흔아홉구비 먼 길을 되돌아 양구농촌체험마을로 돌아온다.
돌아오자마자 영화 고지전을 관람한다. 전쟁의 비극은 아군도 적군도 피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평화를 향한 갈망과 평화를 맞는 체감 또한 이념이 다르다고 남북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고지전 상영으로 모두가 무거운 마음으로 식당에 들어서니 감자전 실습이 준비되어 있다.
하루 종일 구불구불 왔다갔다, 우리 마음도 들었다놨다 하더니.. 이젠 전을 뒤집을 차롄가?
막내의 전 뒤집는 솜씨가 일품이다.
언제 마음이 무거웠을까? 상품을 건 가위바위보에 다시 분위기는 고조된다.
가위바위보로 우열을 가릴 수 없어 무대에 나와 게임으로 승부 가리기. 서로 양보하던 젊은 친구랑 우리 조 둘째 형님, 살짝 포즈만 취해 젊은 친구가 집도록 동기와 기회를 주신다. 마음까지도 넉넉한 둘째형님~ 쫌 많이 멋졌어요!!
내일이면 양구를 떠나는 날, 양구를 들어서며 너나할 것 없이 먹고싶어하던 사과를 대장님께 부탁드려 구입해 두었었다. 전 대원에게 하나씩 나눠드린다. 얼떨떨하며 환해지는 표정들.
참으로 엎치락뒤치락 다양한 감정으로 버무러진 하루. 13일의 일정 중 가장 다양한 체험을 했던 하루가 지나간다.
< 3기 통일걷기에 공유되었던 사진을 일부 사용했어요. 공유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
첫댓글 바쁜 하루였었고 강원도 오지의 멋진 풍경을 보았었습니다.
맛있는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먹고 모터보트도 타 보고 평화의 댐도 보면서 의미있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우리 1조는 똘똘 뭉쳐 즐겁게 걸을 수 있었고요^^
더듬어 후기를 쓰다 보니
함께 한 일주일이 한식구가 된 일주일이었더라구요
엊그제처럼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