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3일 목요일...
약 3년 전에 이곳으로 이사올 때 새로 구입한 김치 냉장고에 이상이 생겼다.
사실 오래전부터 김치 맛이 좀 이상한 증세를 보였는데
내가 설정을 잘못해서 그런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김치를 꺼내려고 보니까 김치가 부패하고 있었고 센서에 불이 깜빡이고 있었다.
언제부터 이런 증상이 일어나고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즉시 검색을 해서 AS센터를 찾았는데 다행히 근처 "화정동"에 AS센터가 있었고
오늘 2시에 출장 방문을 해준다고 했다.
(시간을 보니 30분 후에 온다는 말이다.)
나는 부지런히 밥을 먹고 기다렸다.
확실히 삼성이라 그런지 AS가 신속하게 처리가 되었다.
(내가 운이 좋았을 지도 모른다.)
큰 고장이 아니길 바라며 기다리니....
정확히 2시에 방문기사가 찾아왔다.
과거에도 많은 기사들을 상대해 봤지만 대부분 침착하고 착한 분들이 이 일에 종사한다.
냉장고 문을 열고 내용물들을 꺼내고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센서에 불이 깜빡이는 것은 뭔가에 이상 증세가 발생하였음을 알려주는 거라고 했다.
일단 냉장이 안된다.
냉장고가 냉장이 안된다는 것은 이미 냉장고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냉장이 안 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김치 먹을 일이 별로 없어서 그냥 방치해 두고 있었던 것이다.)
기사는 뒤에 있는 "컴프레서"가 있는 뚜껑을 열었다.
김치 냉장고는 -2도 ,-3도 같은 작은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므로 수시로 작동과 정지를
반복함으로 해서 컴프레서에 많은 무리가 간다고 한다.
(그래서 삼성에서는 10년간 무상 AS 정책을 펴고 있다.)
뜯어보니, 컴프레서가 작동을 안 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온도를 내리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고 있는 상태였다.
조금 더 쉽게 예기하면 안에 보관하나 밖에 보관하나 하나도 다를 것이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기사는 잠시 후 위에 있는 배전반을 열어본다.
혹시 전기를 공급해주는 기능에 고장이 발생했는지를 보기 위함이다.
(일반 전원부와 컴프레서 전원부가 분리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센서가 깜빡이는 현상은 온도에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는 신호라고 한다.
우리는 일단 전기 코드를 뺐다가 다시 끼워 보았다.
그랬더니 깜빡임이 일시적으로 멈추긴 했지만 잠시 후에 다시 깜빡이게 된다는 것이다.
배전반이 망가졌으면 10여 만원이 들고 컴프레서가 망가졌으면 무상이다.
기사는 일단 컴프레서와 배전반의 재고를 확인해 본다.
그 결과 배전반은 재고가 없고 컴프레서는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잠시 후에 컴프레서를 가지고 다른 기사가 방문한다고 하고 이 기사는 돌아갔다.
배전반에는 문제가 없기를 바라며 다른 기사를 기다렸다.
컴프레서가 "10년 간 무상"이라는 글씨가 그렇게 찬란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앞으로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기사를 기다렸다.
저것만 수리되면 모든 것들이 비교적 제자리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잠시 후 다른 기사가 칼처럼 나타났다.
양손에는 무게가 엄청 나가는 물건을 두 개씩이나 들고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무거웠다.)
일단 컴프레서가 임종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기사는
그 컴프레서를 임종하게 한 원인을 규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원인을 규명했다.
냉장고 안, 뒤 판을 열고 보니...
"에바"라는 곳으로 가스가 누설되어 컴프레서가 망가진 거였다.
(가스가 누설되어 에바를 부식시키고 연쇄적으로 컴프레서에 압력이 가해진 것이다.)
"가스 누설"이 범인이었지만 언제? 왜? 를 규명하지는 못했다.
그것을 규명하려면 "과학 수사 연구소"에 의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치 하나 먹으려고 이미 고장 난 것을 그렇게 까지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다행히 차에 "에바" 재고가 있었고 잠시 후에 쏜살같이 가져왔다.
그런데 가격이 15만 원 돈!
(그러면서 카드도 된다고 한다.)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컴프레서가 무상인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했다.
기사는 커피도 마다하며 고생하면서 "에바"를 교체해 주었다.
기사는 납땜하고 배선하는 전문적인 분야를 착실히 수행했다.
(나도 나 나름대로 촬영이라는 전문적인 분야를 착실히 수행하고 있었으며
우리는 서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잠시 후... 수명을 다한 "에바"의 시체가 안치되었다.
"에바" 수리를 마친 기사는 콤프레서를 떼어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절단과 분리 작업이 있은 후... 컴프레서의 시체도 나왔다.
사람을 상대하면 의사이고 기계를 상대하면 기사다!
이제 다 되었다.
이제는 기계의 수치를 측정하면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체크한다.
가방을 챙기려 할 때...
세탁기도 잠시 봐달라고 요청을 드렸다.
마음씨 착한 기사는 마다하지 않고 테스트 모드를 가동하여 세탁기도 봐주었다.
"정상"이었다.
이제는 카드로 결제를 하는 일만 남았다.
정확하게 152,500원이 나왔다.
기사는 다시 한번 빠진 것을 꼼꼼히 체크해 보면서 냉장고 문들과 부속들을 점검해 주었다.
어느덧 가지고 가야 할 시체들과 장비들도 한 짐이 되어있었다.
(이때 도와주려고 잠시 들어봐서 무거운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결재는 되었는데 영수증이 프린트가 안된다.
기계는 삼성 거였고 이것부터 AS를 받을 처지에 놓인 것이다.
몇 번을 시도한 기사는 드디어 영수증을 프린트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애썼는데 프린트가 안되면 되겠는가?
이 기사의 성함은 "최 학규"다.
그리고 먼저 와서 문제점을 확인시켜준 기사는 "유 현동" 기사다.
(기사는 떠나가면서 내일 3개의 냉장 칸들을 일일이 확인해보고,
덜 차가운 곳이 있으면 다시 연락하라고 했다.
혹시 관이 막혔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맛있는 김치를 먹게 해 준 두 분께 후기로나마 감사함을 전한다.
(앞으로 다양한 김치 후기들이 올라 올지도 모르겠다.)
이 분이 가고 나자 나도 뭘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삼성 진공청소기를 분해해서 먼지를 털어내고 물로 세척했다.
세척한 김에 욕실 바닥도 세제를 뿌리고 닦았다.
김치 냉장고가 살아나자 죽어가는 많은 것들이 연쇄적으로 다시 소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제작비가 152,500원 투자된 작품을 하나 꾸미게 된 것이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