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경쟁력은 소재”… LG·삼성, 광물 확보에 사활
높은 원재룟값 비중에 수익 직결
북미·호주 등과 장기 구매 계약
美 IRA도 광물 경쟁 심화 요인
권유정 기자
입력 2023.02.24 10:00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소재 원료를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배터리는 원가에서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이라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등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해야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511,000원 ▲ 4,000 0.79%)은 자체적인 리튬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양극재 핵심 광물이다. 양극재는 분리막, 음극재, 전해액과 함께 배터리 주요 소재로 분류된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40년까지 배터리를 포함해 스마트폰, 노트북 등에 쓰이는 리튬 수요가 현재보다 4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1일(현지 시각) 미국 네바다주(州)에서 추진 중인 태커패스 리튬 광산 개발 프로젝트 현장. /AP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북미 다수의 광물업체와 리튬 공급 업무협약을 맺었다. 미국 컴파스미네랄과 오는 2025년부터 6년간 탄산리튬 약 1만1000톤(t)을 공급받기로 했다. 캐나다 아발론과 스노우레이크와는 수산화리튬 25만5000t 규모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다. 호주 시라(천연흑연), 캐나다 일렉트라(황산코발트) 등과는 리튬 아닌 다른 광물 관련 계약을 맺었다.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를 공급하는 LG화학(669,000원 ▲ 1,000 0.15%)이 리튬 확보에 나서는 것도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기여한다는 평가다. LG화학은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 중 처음으로 북미산 리튬 정광을 확보했다. 리튬 정광은 리튬 광석을 가공해 농축한 고순도 광물로 양극재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을 추출할 수 있다. LG화학은 17일 미국 리튬광산 채굴·가공업체인 피드몬트 리튬과 20만톤 규모의 리튬 정광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한동안 배터리 시장 개화 초기에는 반도체처럼 수율(전체 생산품 중 완성품의 비율) 문제가 화두였는데 점차 수율에서 소재로 그 무게감이 이동하는 추세다. 배터리 산업은 제2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만큼, 반도체와 유사한 기준으로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배터리 3사 중 시장에 먼저 진입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680,000원 ▼ 1,000 -0.15%)(90~95%)가 SK온(70~80%)에 비해 수율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는 미묘한 수율 차이가 여전히 회사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기준이지만, 배터리의 경우 수율은 필수 요건이 돼 실제 경쟁 우위는 소재가 결정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직간접적인 핵심 광물 계약 등을 통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시장 변동성 영향을 최소화하고, 수익성을 담보하는 첫 단추라는 의미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완제품에서 원재료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수익을 내려면 소재 구매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단계로 쪼개져 있는 배터리 생산 공정 특성상 수율 맞추기가 상당히 까다롭다”면서도 “배터리 공장 수율은 90% 이상이 나와야 안정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322,000원 ▼ 9,500 -2.87%))는 최근 호주 광물 탐사·개발업체 진달리리소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미국에서 점토 리튬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점토에서 추출한 리튬을 한국으로 가져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포스코홀딩스 자회사 배터리 소재업체 포스코케미칼과 향후 10년간 40조원 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삼성SDI 자체적으로 맺은 광물 계약도 있지만, 구체적인 공급망 현황을 외부에 공개하진 않고 있다.
SK온 역시 지난해 10월 호주 리튬업체 ‘레이크리소스’에 지분 10%를 투자하고 친환경 고순도 리튬 23만톤을 장기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 달 뒤인 11월에는 칠레 대표 리튬기업 SQM과 리튬 장기구매 계약을 맺기도 했다. 올해부터 5년 동안 5만7000t 규모 수산화리튬을 공급받는다는 내용인데, SQM은 칠레 유일의 수산화리튬 생산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미국에서 도입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배터리 업계는 앞으로 핵심광물 확보에 더 힘을 쏟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IRA는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 및 생산하는 리튬 등 핵심광물을 사용하는 기업에 한해 보조금, 세액공제 등 혜택을 제공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권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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