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비견겁재의 장점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다.
대부분 명리학 서적이나 명리학자들은 비견겁재를 보면 좋은 소리보다는 안 좋은 소리를 더 많이 한다. 왜냐하면 길신인 재성을 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견겁재라고 해서 안 좋은 점만 있겠는가?
이제부터 그 장점에 대하여 풀어볼 테니 아래의 글을 읽고 비겁다자라면 속으로 백번 천번 고개를 끄덕이실 것이다.
1. 지지의 근
지지의 근은 이전에도 상술하였다시피 일간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자율성이라고만 하면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자유라는 것은 힘이 동반되어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갓난아기는 왜 어머니에게 의존해야만 하는가? 힘이 없기 때문이다. 갓난아기가 충분히 성장하여 혼자서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추기 전까지 그에게 자유란 없다.
그러므로 지지에 근을 갖춘 자는 일단 힘을 가진 자다. 이 힘이라는 것을 재성이나 관성처럼 사회적인 역할이나 지휘가 부여된 것이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그 힘은 순수한 개인의 기량을 말한다. 쉽게 배우고 쉽게 익힌다. 실전에 써먹기도 잘 한다. 행동력이 있으며 결단력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사람을 뭐라고 부르는가? 바로 대장, 리더라고 부른다.
보통 명리학 고서에 비견겁재는 리더쉽이 있다는 얘기가 써있는데 그 이유는 지지의 근이 튼튼하면 일간이 하고자 하는 바를 현실에 실행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므로 나보다 능력이 없는 자들을 자연스럽게 이끌게 되기 때문이다. 비겁의 리더쉽은 사회적인 권위에 의하여 부여되는 관성의 리더쉽과는 다르다. 그것은 순수한 개인 역량에 의한 리더쉽이다. 그러므로 비겁이 많은 리더들의 특징은 본인의 개인 능력이 출중하여 사람들을 이끈다는 점이다.
지지의 근은 또한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게 무슨 이상한 말인가? 그럼 자기 자신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인간도 있을까? 물론 존재한다. 사주가 근이 없고 신약하면 신약할 수록 주변 상황에 쉽게 휩쓸린다. 뿌리가 약한 나무가 홍수에 쉽게 떠내려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근이 튼튼할 수록 그 어떤 상황에 처하든지 스스로의 주권을 지켜서 길을 이탈하지 않고 끝끝내 본인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한다. 그 목표가 반드시 사회적 성공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저 개인적인 바람에 의한 목적지일 수도 있다.
지지의 근이 가진 세번째 장점으로는 뛰어난 직감을 들 수가 있다. 재성이나 관성이 왕할수록 계획적이고 치밀한 반면 직감은 떨어진다. 직감이 무엇인가? 생각이 미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의 상황변화를 동물적 감각으로 알아차리고 즉각 행동하는 것이다. 이 장점이 극도로 발달된 사람일수록 인간 자체가 똑똑하고 강하다. 아무도 이 사람을 이길 수 없다. 그릇 자체가 다르다. 덩굴이 아무리 영양분을 많이 빨아먹는다 한들 아름드리 나무에 비견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2. 천간의 비겁
천간의 비겁을 알기 쉽게 이미지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이 사진의 이름은 '원탁의 기사'이다. 천간 비겁을 가장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는 이미지라 할 수가 있다.
원탁의 기사는 아서 왕이 지위를 막론하고 평등한 위치에서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특별히 만든 둥근 탁자에 앉은 기사들이다. 여기에서는 아서왕 조차 원탁에 함께 참석하였다.
천간에 비견겁재가 있는 것은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와 유사한 평등한 관계를 갖게 된다는 뜻이다. 다르게 말하면 조직 속에서 모두 동등한 존재감을 누리면서 나도 그 중의 한 명이 된다는 뜻이다.
만약 천간에 관성이 투출하면 이렇게 평등한 관계가 아니라 수직적인 관계가 되어 버린다. 원탁이 아니라 백작-남작-후작 순으로 철저하게 계급화되어 아서왕을 중심으로 계급이 높은 순서대로 앉을 자리가 정해진 긴 탁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천간에 비겁이 있는 사람들은 공동의 목표와 가치 아래 함께 동질감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힘을 합치는 인간관계를 구축하게 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나의 존재감이 발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계급의 상하가 없기 때문에 나의 존재감은 오로지 실력으로만 발현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천간에 비견겁재가 있는 사람들은 일단 '특정 영역'에서는 그 누구한테도 무시당하지 않을 전문가적 자질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천간 비겁은 프로(전문가)의 별이다.
비견겁재의 경쟁심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시도 때도 없이 아무때나 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반드시 인정 받아야 하는 영역, 나의 전문영역에서 누군가에게 그 위치를 위협받았을 때 결코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 발휘되는 경쟁심인 것이다.
그러므로 천간에 비견겁재가 많은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이것 하나만큼은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그 어떤 것을 추구한다.
바로 이러한 추구야말로 비견겁재의 최상의 힘이고 야망이 된다.
"아더의 궁전에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기사만이 자리에 앉을 것을 허락받았던 원탁이 있다"는, 전설에 삽입된 이 구절에 따라, 음유시인들은 그때까지 독립된 영웅 전설로 이야기되었던 각지의 영웅들을 모두 모아서 아더 왕의 원탁의 기사로서 읊게된다.
나 또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웅이 되리라.
이 순수한 꿈이야말로 "비견겁재를 비견겁재 답게" 도전정신과 열정으로 불타오르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