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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진인(眞人)의 신선관2 - 수행론, 구원관
3. 신선이 되기 위한 과정 (수행론) - 성명쌍수(性命雙修)
도(道)를 얻어 신선이 되는 과정은 크게 마음공부[성공性功]와 氣수련[명공命功]으로 나누어진다. 이는 그들의 스승 왕중양(王重陽) 진인의 성명쌍수(性命雙修) 사상을 계승한 것이며,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신기(神氣)를 잡스럽게 하지 말라. 신기(神氣)가 성명(性命)이다. 서명(性命)이 용호(龍虎)이다. 용호(龍虎)가 연홍(鉛汞)이다. 연홍(鉛汞)이 수화(水火)이다. 수화(水火)가 음양이다. 수화(水火)가 진음진양(眞陰眞陽)이다. 진음진양(眞陰眞陽)이 곧 신기(神氣)이다. 갖가지 이름과 모양이 모두 집착할 것일 수 없으며, 신기(神?)라는 두 글자에 그칠 따름이다. 양기전신(養氣全神)하고자 하여라. 모름지기 모든 인연(대상, 존재)을 막아 없애라. 겉과 안으로 청정(淸淨)하여라. 오래되면 정(精)이 순수해지고, 신(神)이 모아지고, 기가 텅 비게 된다[精專, 神凝, ]. 3년 동안 새지 않으면 하단이 맺히고(下丹結), 6년 동안 새지 않으면 중단이 맺히며(中丹結), 9년 동안 새지 않으면 상단이 맺혀진다(上丹結). 이로써 삼단(三丹)이 원만하게 갖춰진다고 한다.” (마단양)
“무릇 도(道)라는 것은 무심(無心)으로 본체를 삼고, 망언(忘言)으로 작용을 삼는다. 유약(柔弱)으로 근본을 삼고, 청정(淸靜)으로 기초를 삼는다. 만약 남에게 베풀거든, 반드시 음식을 절제하고 생각을 끊어라. 정좌(靜坐)하고 조식(調息)을 해라. 편안하게 자면서 기(氣)를 길러라. 심(心)이 치닫지 않게 하면 곧 성(性)이 안정되고, 형(形)이 수고롭지 않게 하면 곧 정(精)이 온전해지며, 신(神)을 요란스럽지 않게 하면 곧 단(丹)이 응결된다. 그리고 나서 정(情)은 허(虛)에서 사라지고, 신(神)은 극(極)에서 편안해진다. 호정(戶庭,마당)을 벗어나지 않고도 묘도(妙道)를 얻었다고 말할 수 있다.” (마단양)
“그러므로 도가(道家)는 오랜 단경(丹經)과 자서(子書), 온갖 경전과 논설을 한마디로 말하면(一言以蔽之) ‘청정(淸淨)’이라 할 수 있다. 스승님 말씀에(師曰), '청정(淸淨)이란 것에서, 청(淸)은 그 마음의 근원[心源]을 맑게 하는 것이며, 정(淨)은 그 기해(氣海)를 깨끗하게 하는 것이다.'하셨다. 심원(心源)이 맑아지면 곧 외물(外物)이 어지럽힐 수 없으니, 그러므로 정(情)이 안정되고 신명(神明)이 생긴다. 기해(氣海)가 깨끗해지면, 곧 요사스러운 것이 범할 수 없으니, 그러므로 정(精)이 완전해지고 배가 채워진다. 그러므로 마음을 맑게 하는 것은 물을 맑게 하는 것과 같고, 기(氣)를 기르는 것은 아이를 기르는 것과 같다. 기(氣)가 빼어나면 곧 신령해지고, 신령해지면 곧 기가 변화되니, 곧 청정(淸淨)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만약 유심유위(有心有爲)의 공(功)을 행한다면, 곧 다함이 있는 술법이다. 만약 무심무위(無心無爲)의 이치를 행한다면, 곧 다함이 없는 청허(淸虛)이다.” (마단양)
“참된 근원은 항상 허공(虛空)과 같다. 소요하고 자재하며, 자연히 신기(神氣)가 서로 만나 텅 비고 조화롭게 된다. 수행이란 이 한 가지일 뿐이다.” (담장진)
이처럼 마단양과 담장진은 공히 신과 기(神氣)의 수행을 말하고 있다. 특히 마단양은 '양신전신(養氣全神)'이라 하여 신기(神氣)로서 성명(性命)을 해석하고 있는데, 이는 왕중양(王重陽)이 『입교십오론(入敎十五論)』에서 한 해석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또한 마단양은 정기신(精氣神) 3가지 개념으로 수행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후대에 남북합종(南北合宗; 남종, 북종의 장점을 합함)을 이룬 이도순(李道純)이 유명한 『중화집(中和集)』 첫머리에서 '전진(全眞)'의 개념을 정의할 때 사용한 틀과 같다. 즉 성명쌍수(性命雙修)와 정기신(精氣神)의개념은 전진교의 개조(開祖) 왕중양으로부터 칠진(七眞)을 거쳐 남북합종에 이르기까지 비록 강조점의 차이는 있지만 일관되게 추구된 수행이론이었다.
또한 이는 앞에서 본 갈홍의 형신겸수(形神兼修)와도 통하는 내용이다. 물론 마단양이 기존 단정파(丹鼎派)의 용어들을 '신기(神氣)'로 요약 종합한 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육체적인 면의 수행을 계속 함께 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네 진인(眞人) 가운데 마단양은 명공(命功)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양기(養氣; 혹은 養精)의 수련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특별히 주목된다. 다음 내용을 보면 이러한 면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러므로 긴요한 도(道)의 오묘함은, 다름 아닌 양기(養氣)일 따름이다. 사람은 다만 이익과 명예에 골몰하여, 때때로 그 기(氣)를 소모한다. 도(道)를 배우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기(氣)를 기르는 데에 힘쓸 따름이다. 무릇 심액(心液)이 하강하고 신수(腎水)가 상승하여 비장(脾臟)에서 만나면, 원기(元氣)가 왕성해서 흩어지지 않으며, 곧 단(丹)이 응취(凝聚)된다. 만약 간과 폐가 왕래하는 길에, 습정(習靜)이 오래되면, 당연히 스스로 그것을 안다. 진실로 기(氣) 를 기르지 않으면, 비록 태산(泰山)에 두루 미치고 북해(北海)를 초월하더라도 도(道)가 아니다. ... 나와 조(曹), 유(劉) 등 두세 도반(道伴)이 환도 바깥에 서 있는데, (스승님이) 갑자기 나타나 말씀하시길, '무릇 도(道)란 단지 청정무위(淸淨無爲), 소요자재(逍遙自在), 불염불착(不染不着)이다 하셨다. 이 열두 자로 이것저것 지껄이는 말[咬嚼]을 다 논파해 버릴 수 있다. 이것이 곧 철저한 도인(道人)이다. ...” (마단양)
“그러므로 경(經)에 이르길, 사람은 능히 항상 청정(淸靜)할 수 있으면, 천지(天地)가 모두 다 돌아간다. 천지(天地)라는 것을 말하자면, 덮고 싣는 하늘과 땅을 가리키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 .이는 몸 안의 천지(天地)를 가리킨다. 사람의 횡경막 위가 하늘이 되고, 횡경막 아래가 땅이 된다. 만약 천기(天氣)가 내려오고 지맥(地脈)이 통하면, 위아래가 텅 비고 조화되며, 정기(精氣)가 스스로 견고해진다. 이 작은 임무가 신선(神仙)의 일이다.” (마단양)
'심액(心液)이 하강하고 신수(腎水)가 상승하여 비장(脾臟)에서 만나 단(丹)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전통적인 내단(內丹) 수행의 핵심 내용이다. 이는 남종(南宗)의 영향을 받기 전에 나타나는 명공(命功)에 대한 언급으로, 북방에서 시작된 초기 전진교 안에 이미 신체에 관한 수련이 상당 부분 행해졌음을 보여준다. 사실 이는 개조(開祖) 왕중양 자신이 여동빈(呂洞賓)과 종리권(鍾離權) 선인들로부터 종래의 내단(內丹) 사상과 함께 도(道)를 전수 받았음을 볼 때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전진교 진인(眞人)들도 명공(命功) 계통의 수련을 상당한 정도로 실천했다고 볼 수 있다. 마단양은 "진실로 기(氣)를 기르지 않으면, 비록 태산(泰山)에 두루 미치고 북해(北海)를 초월하더라도 도(道)가 아니다.", "이 작은 임무가 신선(神仙)의 일이다."라고 하여 명공(命功) 수련을 수행의 최종 목표인 득도(得道), 성선(成仙)의 결정적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성명쌍수(性命雙修)를 계승한 것은 유장생과 구장춘 역시 마찬가지다.
"천진황인(天眞皇人)이 이르시길, ‘연신(煉神), 연기(煉氣), 연형(煉形) 3가지가 다 수행되었으면, 천궁(天宮), 화궁(火宮)이 양(陽)이 된다. ... 오래 단련하면 형신(形神)이 함께 오묘해진다.’고 했다. 가히 옳다." (구장춘)
“대저 바깥으로는 복된 행위를 닦고, 안으로는 정신(精神)을 견고히 하라. 내외의 공(內外功)이 깊어지면, 선(仙)의 계위에 나아갈 수 있고 텅 빈 하늘에서 노닐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도(道)를 이룬 사람은, 모든 복과 지혜가 서로 필요로 한다.” (구장춘)
“마음으로 깨달으면 사욕(邪欲)이 생기지 않는다. 마음이 지혜로우면 항상 빛나서 사라지지 않는다. 원신(元神)이 스스로 드러나니, 연후에 명(命)을 보존하고 오래 존재(長存)한다. ... 수행인은 신기(神氣)가 서로 드러내는 것과 같게 되면, 신선(神仙이) 될 수 있다. ...... 진심(塵心)이 단절되고 없어지면, 곧 성(性)을 온전히 할 수 있다. 색심(色心)이 단절되고 없어지면, 곧 명(命)을 완전히 할 수 있다. 무명심(無明心)이 없어지면, 곧 화( 和)를 보존할 수 있다. 수행인은 12시 중에, 오직 안으로 자기의 허물을 찾아야만, 바야흐로 정기(神氣)가 안에서 안정됨을 얻을 수 있다. 신기(神氣)가 안정되면, 곧 진공(眞功)이 된다. 다른 사람이 그르다고 드러내지 않아도, 곧 진행(眞行)이 된다. ... 정기(精氣)가 무성해지면, 곧 신(神)이 기(氣)를 생각하고, 기(氣)가 신(神)을 생각한다. 자연히 신기(神氣)가 서로를 드러내게 된다.” (유장생)
이처럼 초기 전진교의 네 진인(眞人)들은 모두 성명쌍수(性命雙修) 즉 정신적, 육체적 양 방면의 수련을 주장하였다. 나아가 구장춘과 유장생은 이러한 수행의 목표가 다름 아닌 신선(神仙)이 되는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초기 전진교의 정통성을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마, 담, 유, 구(馬譚劉丘) 네 진인이 육체적 수련을 주장했다고 해서, 육체적 불사(不死)까지 주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4. 신선(神仙)의 경지- 구원관
1) 현세에 대한 부정과 신선(神仙)의 초월적 경지
초기 전진교 진인(眞人)들의 어록에 나타난 신선의 성격은 역시 세속을 초월하여 소요자재(逍遙自在)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신선의 초월적 경지를 보여주는 구절들은 마단양의 어록에 잘 나타나 있다.
“스승께서는 환도(環堵) 중에 계시면서 다만 안석과 의자, 붓과 벼루, 양피지만을 갖추었을 따름이다. 휑하니 다른 물건이 없었다. 이른 새벽에 죽 한 주발, 낮에는 국수 한 그릇을 드신다. 그 이후에는 일체 드시지 않았다.” (마단양)
“무위(無爲)라는 것은 생각지 않는 것이다. 애욕(愛欲)을 내고 화를 내느라 이해(利害)를 쌓는 사이에, 비록 유위(有爲)이지만 항상 무위(無爲)하고, 비록 일을 겪지만 항상 일없이 하라. 하물며 오로지 마음을 맑게 하고 뜻을 정결하게 하며, 기를 기르고 신(神)을 온전히 하면, 소요(逍遙)하는 경지에서 바람 부는 대로 노닐게 된다. 무(無)에 들어가니 어찌 유(有)의 경지를 추구하겠는가.”
(마단양)
“스승님 말씀에(師曰), '보통 처음 도(道)를 배우는 이는 오늘부터 끊어야 하니, 이미 가버린 세속 일이 마음에 걸릴 수 없다. 만약 털끝만큼이라도 제거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도(道)는 진실하지 않다. 이미 가버린 일은 생각지 말라. 아직 오지 않은 일도 생각지 말라.' 하셨다. ... 또 말씀하시길(師又言), '도인(道人)은 가난을 싫어하지 말라. 가난은 곧 양생(養生)의 근본이다. 배고프면 한 사발의 죽을 먹고, 잠이 오면 한 묶음의 풀을 풀어놓고, 남루하게 아침저녁을 지내는 것이, 바로 곧 도인(道人)의 생활이다. 그러므로 청정(淸淨) 한 가지 일은, 높고 귀한 사람들이 얻을 수 없음을 알라.' 하셨다.” (마단양)
마단양이 스스로 보여주는 수행자의 모습은 더없이 검소하고 절제된 생활이다. 이러한 결단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득선(得仙)이라는 수행에 대한 불굴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단양은 지난날과 앞날에 있을 세속의 모든 일을 다 잊으라고 말할 수 있었다. 또한 그러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면 소요(逍遙)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담장진의 경우에는 현세적 초월의 경지를 불교적인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생사(生死)를 윤회(輪廻)하는 것은 정해진 것이 아니다. 다만 마음이 있을 뿐이다. ... 인연을 갖고 있는 중생들은 탐진치(貪嗔癡) 삼독(三毒)의 폐해로 무명심(無明心)이 불같이 일어난다. 스승께서 말씀하시길, ' ... 따라서 깨달은 사람의 수행은 정(情)을 끊고 아끼는 것도 버리며, 강함을 꺾고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며, 내려가 중생의 좋지 못한 마음을 없애니, 부모가 아직 낳지 않은 때의 진성(眞性)인 본래면목을 보아야 하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어찌 좋지 않은 마음이라 하겠는가! 모든 경계의 위에서, 무명(無明)과 탐욕(貪)과 질투와 재색(財色)을 초월한 마음이다. 갖가지 계교(計較)와 의념(意念)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은 정해진 것이 아니다. 이러한 업장(業障)으로 인해 오래도록 경계에 익숙해져서, 참된 근원을 어둡게 하면 해탈(解脫)을 얻을 수 없다. (업장을) 다 없애야만 자성(自性)을 보게 된다.
어떻게 '자성(自性)을 본다'고 이름하는가? 하루 12시 중에 (항상) 모든 생각들이 청정(淸靜)해서, 모든 예전의 애착이나 경계의 어두움을 입지 않으니, 참된 근원이 항상 허공(虛空)과 같다. 소요(逍遙)하고 자재(自在)하면, 자연히 신기(神氣)가 서로 만나 텅 비고 조화롭게 된다. 수행이란 이 한 가지일 뿐이다. 어찌 다시 삶과 죽음으로 두려워함이 있겠는가! 어찌 다시 죄(罪)와 업(業)으로 두려워함이 있겠는가!” (담장진)
비록 윤회, 삼독, 해탈 같은 불교적 용어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그 내용은 모든 생각들이 청정(淸靜)한 것, 허공(虛空)과 같은 것, 소요자재(逍遙自在)하는 것, 신기(神氣)가 서로 만나는 것 등으로 도교적 내용이다. 따라서 "모든 경계의 위에서 무명(無明)과 탐욕(貪)과 질투와 재색(財色)을 초월한 마음"이라는 것은 장자(莊子)의 소요(逍遙)의 경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결국 다른 진인(眞人)들과 용어의 차이는 있지만, 현세적인 측면들을 초월하고자 하는 이상을 보여준 면에서 일관된 관점이라 생각된다.
2) 불사(不死)의 개념
초기 전진교 진인(眞人)들이 보여주는 신선(神仙)은 육체의 불사를 뚜렷하게 부정하는 유장생의 태도로 볼 때, 앞서 『포박자(抱朴子)』에 갈홍이 보는 신선의 경지와는 다른 면을 보이고 있다.
“태상(太上)께서 말씀하시길, '나는 오히려 스스로 머리가 희다.' 하였으니, 누가 능히 형(形, 몸)이 완전하겠는가! 신(身)은 만물의 숫자에 속하니, 어찌 살아서 헛된 몸을 뒤집어쓰고 장생불사(長生不死)를 요구하겠는가! 형태가 있다면 곧 무너짐이 있고, 형태가 없다면 무너짐도 없다.
마음으로 깨달으면 사욕이 생기지 않는다. 마음이 지혜로우면 항상 빛나서 사라지지 않는다. 원신(元神)이 스스로 드러나니, 그런 후에는 수명을 보존하고 오래 존재한다. 삼재(三才)가 텅 빈 채로 혼합되어 하나(一)로 돌아가니, 자연스러운 공(功)을 참되게 한 것이다. 또한 말씀하길, '수행인은 신기(神氣)가 서로 보는 것과 같게 되면, 가히 신선(神仙)이 될 수 있다.' 하였다.” (유장생)
이처럼 유장생이 육체적 불사의 개념을 뚜렷이 부정하면서 형(形)이 완전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일단 한대(漢代) 이래 지속된 형신(形神; 몸과 마음) 논쟁의 영향이 지속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갈홍이 『포박자』에서 추구한 것은 형신겸수(形神兼修)로서 형신(形神)이 물과 제방처럼 서로 필요로 하는 가운데, 이를테면 형(形)의 불멸(不滅)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후 이 논쟁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전진교에 이르러 이러한 형불멸(形不滅)에 관한 사상이 폐기되었음을 볼 수 있다. 즉 전진교는 신불멸론(神不滅論)을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마음을 주체로 한 수행을 통해 원신(元神)이 드러나는 것, 다시 말해 인간을 구성하는 무형적 요소의 불멸을 획득하게 되는 것을 신선(神仙)의 경지로 보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불멸하는 신선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은 마단양의 경우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구전(九轉)의 공(功)이 이루어지면, 골수(骨髓)가 응집되고 혈맥(血脈)이 참됨을 이루며, 안으로 완전하고 밖으로 넘쳐서, 빛과 그림자가 훤히 밝으며, 고요하여 움직임이 없고, 감응(感應)함에 끝이 없다. 천변만화(千變萬化)하고, 좌재입망(坐在立亡)하며, 3만6천 신령이 비약(飛躍)한다. 천하(天下)를 노닐고, 삼계(三界)를 맞아들인다. 여덟 가지 어려움 중에, 천 가지 흉조와 만 가지 독(毒)도 소진시킬 수 없다. 대겁(大劫)의 변화에, 널리 재앙이 닥치고 사방으로 충돌해 와도, 신(神)에 태허(太虛)가 만연하면, 또한 걸릴 것이 없다. 그러므로 때로 무너지고, 땅은 때로 내려앉고, 산은 때로 부러지고, 바다는 때로 마른다. 무릇 상(相)이 있는 것은 세상이 끝나면[終劫] 무너진다. 오직 도(道)를 배운 사람만이 신(神)이 도(道)와 합하는 데 이르러, 곧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다. 아울러 공(功)이 구조(九祖)이 미쳐서 상청(上淸)에 오르게 된다.” (마단양)
'천하(天下)를 노닐고 삼계(三界)를 맞아들인다'는 것에서 분명 현상적 시공간을 벗어난 신선의 초월적 경지를 볼 수 있으며, '신(神)이 도(道)와 합해지는 데 이르러 곧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에서 불멸의 경지를 볼 수 있다. 구대(九代) 조상과 함께 상청(上淸), 즉 선계(仙界)에 오르게 된다는 확신에 찬 어조는 분명 그가 신선(神仙)에 대해 얼마나 진실하게 추구했는가를 보여준다.
5. 결론
초기 전진교의 네 진인(眞人)인 마단양, 담장진, 유장생, 구장춘의 어록을 중심으로 그들이 추구한 신선(神仙)의 경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들은 개조(開祖) 왕중양의 사상을 충실히 계승하여 도교의 정체성을 뚜렷이 지키면서도, 전진교만의 독특한 사상과 수행을 바탕으로 일관되게 신선의 경지를 추구하였다. 전진교의 신선관은 갈홍의 『포박자』 이후 형성된 기존 신선사상과 내단(內丹) 수련의 전통적 이론을 종합하여 현세를 초월한 절대자유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육체적 불사의 가능성만은 과감히 폐기함으로써, 절제된 종교적 수행의 면모를 드러내었다.
초기 전진교 신선관의 특성을 요약해 본다.
첫째, 초기 전진교는 신선(神仙)을 수행의 최종 목표로서 추구하였다. 마, 담, 유, 구(馬 譚 劉 丘) 네 진인들은 어록에 나타난 바와 같이 성선(成仙)의 가능성을 확신하였으며, 실제로 그러한 신선(神仙)의 경지에 오르는 수행을 실천하였다. 이는 무엇보다 도(道)의 실재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하여 가능하였다. 궁극적 실재로서 중원 전통에서 의심 없이 인정된 도(道)는 '그것을 안고 죽을 만큼' 절대적이었으며, 그것을 체득하여 도와 일치된 존재인 신선은 전진교의 이상적 인간관이자 구원관이었다.
둘째, 초기 전진교는 이러한 신선(神仙)을 추구하기 위한 수행으로서 성명쌍수(性命雙修)의 방법을 견지하였다. 심(心)을 맑게 하고 기(氣)를 고요하게 하여 청정(淸靜)한 경지에 도달하고자 했으며, 이를 위해 육체적 정신적 수행을 겸비하였다. 이로써 전진교의 수행론은 전진교가 도교 안에서 새롭게 강조한 성공(性功) 방면과 이전의 내단(內丹) 전통을 충실히 계승한 명공(命功) 방면을 종합하여, 득선(得仙)을 향한 자신감을 확보할 수 있었으리라 본다.
셋째, 초기 전진교의 신선(神仙)은 현세적 한계를 벗어나 초월적 세계로 나아가는 존재이다. 초기 전진교에서 말하는 심신(心身) 양면의 수련은, 갈홍이 『포박자』에서 말한 것처럼 불멸성을 지닌 육체로 변화되어 불사(不死)를 이루는 것까지 나아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만물(萬物)의 껍데기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천년(千年)이 되어도 무너지지 않는" 존재가 됨으로써, 공간 시간을 초월하는 신비로운 경지에 이르게 됨을 보여준다. 즉 기존의 모든 전통에서 추구했던 도(道)와 완전히 일치된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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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 승 국, <초기 전진교(全眞敎)의 신선(神仙) 사상에 대한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