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어
김재용
한때는 시詩의 혁명 꿈꾼 적 있었겠지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가지 부여잡고
둔탁한 소리를 내는 속이 꽉 찬 통나무
백도 줄도 없었지, 벗겨낼 가죽조차
장군도 순교자도 아닌 나약한 시인이라
혁명은 심장에 있다 일깨우는 타악기
걸어서 닿지 못할 머나먼 혁명의 길
오롯이 몸을 비워 공명통이 된 켓 띠*
그 노래 별빛이 거두어 우주에 흩뿌렸지
* 켓 띠Khet Thi : 1976 -2021. 미얀마의 저항 시인. '혁명은 심장에 있다'라며 미얀마 쿠데타를 반대하던 켓 띠는 군부에 끌려가 심장을 비롯한 장기가 모두 제거된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시간의 흔적
비우고 채워대는 그 끝자락 문문하다
허공에 난 징검다리 댓돌에 걸터앉아
발그레 달빛에 취해 슬며시 껴안는다
은둔의 덫에 걸린 물러터진 빛과 어둠
변죽에 지나지 않는 고요를 일깨운다
체념이 켜켜이 쌓인 침묵이 뒤척인다
휘청거리다 돌아서 내 갈 길 가려는데
없는 말 내뱉고 있는 무책임한 회오리
천만 겹 가파른 절벽 비바람 풍타낭타
- 김재용 시조집 《바람의 실체》 2023. 책만드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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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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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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