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토장정 23-1 (2012. 05. 04)
20.2km (서해안 : 845.6km, 남해안 : 1.1km, 합계 : 846.7)
(전남 해남군 송지면 군곡리 - 가차리 - 학가리 - 우근리 - 산정리 - 소죽리 - 송호리 - 땅끝)
푸른 5월의 날씨는 새색시처럼 우리를 반긴다.
드디어 오늘은 서해를 넘어 땅끝을 돌아 남해로 가는 날이다.
몇 일전부터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하기 어려웠는지 너무 이른 3시에 일어나서 장정을 준비하고
안양에서 1분도 늦지 않게 출발하여 10시 50분경 장정을 시작한다.
효성 깊은 감사님이 어머니와의 여행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어머니와의 여행이 더욱 소중한 것이니 양보 할 수 있다.
1km 남짓한 방조제를 지나 가차리, 학가리, 우근리, 산정리로 이어지는 4km가 넘는 직선 농로를 따라
한발 한발 땅끝을 향한다. 아마도 이곳이 서해안의 마지막 간척지가 아닌가 싶다.
바다 앞 섬 사이를 막아 길고 긴 농지와 소금밭을 일구었다.
그곳에서 마늘대는 지난달보다 두 배는 더 자라서 키가 무릎위로 훨씬 올라섰고 길가에 큰 키로 웃자란 유채들은
누가 돌보지 않아도 노란꽃을 방울방울 매달고 있고 소금밭 옆 갯고랑에는 해바라기 나온 짱뚱어가 인기척에 놀라
물 위를 뛰어다닌다.
사람들은 봄에 준비하고 여름에 키워서 가을에 거둬드리지만 자연은 벌써 자기를 키워가고 있다.
세상이 벌써 모두 푸르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어란리 쪽으로 가지 않고 산정리 바닷가로 내려온다.
물 빠지기를 기다리던 아낙네들이 물이 빠지고 길이 들어나자 빠른 걸음으로 갯벌로 들어간다.
물이 차오르면 논밭에서 무릎을 꿇고 일하고 물이 빠지면 갯벌에서 고개를 숙여 일하는 갯가의 어머니들은
쉬 틈이 없어 허리가 다 굽어졌다. 그 덕분에 자식들은 허리 피고 사는지......
제법 긴 산정리 모래밭을 지나 77번 도로로 올라섰다.
바닷가 길이 정비가 잘 안되어 있어 도로를 이용 할 수밖에 없다. 나지막한 고개 하나를 넘어가니
대죽리 조개 체험장이 나오고 다시 고개를 하나 넘어 송호리에 도착이다.
여기가 땅끝이 있는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다.
다시 아쉬운 서해 바닷가로 내려간다.
잠시 후 땅끝은 모두 같이 걸어서 도착하자는 생각에 지원차량을 땅끝에 두고 돌아온 부회장님과 다시 만나
이제는 서해바다의 마지막을 즐겨본다.
땅끝 송호마을로 다시 올라와 서해안 마지막 해수욕장인 송호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해수욕장에 앉아서 아이스크림 하나로 더위를 달래고 마지막 숨고르기를 해 본다.
곧 캠핑장으로 방향을 돌리자 삼남길 표시가 나온다.
코오롱 스포츠가 만들고 있는 삼남길은 해남 땅끝에서 서울 남대문으로 이어지는 1,000리길 이라고 하는데
얼마 전 해남에서 장성까지 228km의 전남구간 개통식이 있었다고 한다.
길을 만든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 삼남길은 코스를 살펴보니 바닷가 쪽은 아니고 내륙 쪽의 길이다.
바닷가를 걷고 있는 우리는 해남에서 잠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아스팔도 2차선 도로의 고갯길을 넘어가자 갈산 마을로 이어지며 좁은 포장도로를 만나고
바로 이제는 산길로 이어진다.
77번 도로는 사자봉 뒤편으로 바로 갈두포구로 이어지고 살짝 옆으로 나온 이 도로가 어찌 보면
서해안의 도로 종점이 아닌가 싶다.
끝나는 곳이 곧 시작하는 곳이니 이곳이 서해안 도로의 시작점일 수도 있다.
호젓한 산길로 접어들어 삼남길 리본을 따라 계속 진행하다보니 민간인 통제구역 간판과 만난다.
친절하게 부득이 출입 요망시는 연락을 달라는 말에 부득이 부회장님이 전화를 하고
서해안 마지막 주둔 육군부대의 인사과장님의 친철한 설명과 통과 허락을 받았다.
부대 앞까지 이어진 길을 따라 계속 내려와 해남군에서 만든 땅끝 산책로, 천년숲길, 땅끝꿈길에 도착했다.
이름도 복잡한 이곳의 표시판에는 이렇게 설명이 달려 있다.
“땅끝 산책로 안내. 땅끝산책로는 갈산마을 - 땅끝탑 - 땅끝마을까지 이어진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총 3.5km이며,
땅끝 꿈길의 시작이다. 백두대간의 기가 모이는 정점으로 명산과 휴식을 함께 할 수 있는 천년숲길로서 소원의길,
희망의길, 치유의 길, 자연의 길로 땅끝 꿈길은 개인, 가족 단체의 여행팀들에게 백두대간의 기를 받고 소원을 이루고
희망을 안고 가는 출발점이다.”
서해와 남해의 경계점이 정확히 땅끝이 맞는지는 논란이 있는 것 같다.
목포 아래쪽을 남해라는 사람도 있고 완도부터가 남해라는 이도 있지만 백두대간이 태백시 매봉산 동봉에서 갈라져
하나는 남으로 부산의 다대포로 가서 바다로 들어가며
또 다른 하나가 남서쪽 해남 땅끝으로 와서 멈추는데 그곳이 서, 남, 동해의 경계점이 된다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안내표지판에 “백두대간의 기가 모이는 정점”이라는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땅끝꿈길은 이름처럼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바닷가 절벽에 길을 어렵게 내고 더 어려운 곳은 나무판을 이용하여 바다와 산을 아우르는 호젓한 길이다.
서해와 남해를 잇는 최고의 길이다.
관리가 안 되고 있어 좀 아쉽기는 했지만 중간 중간 절경에 쉼터를 만들어 놓아 최고의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갈산마을에서 땅끝탑까지 구간은 갈산마을의 교통편이 좋지 않아서인지 인적이 별로 없어 더욱 호젓한 분위기가 나며
숲길사이 하늘도 잘 보이지 않는 상태로 포근하다.
그렇게 그 길을 천천히 미술관 그림 감상하듯 30분 쯤 갔을 때 드디어 땅끝탑이 눈에 들어온다.
2010년 6월 19일 김포시 보수곶리를 출발한 우리가 24개월, 만 2년 만에 서해의 남쪽 끝 땅끝에 도착한 것이다.
변산을 지나갈 때 비를 만나 하루를 걷지 못했고 추운 겨울을 피해 제주도에 한번 다녀왔지만
45일 동안 845.6km를 꼬박 두 발로 이곳에 왔다.
우리가 서해의 가장 북쪽을 출발하던 그 무렵 국토환경과학원이 우리나라의 해안선의 길이를 발표한 것이 있다.
서해안은 2,450km, 남해안은 2,484km, 동해안은 697km 모두 5621km이다.
우리가 서해안 바닷길을 모두 밟아 오기를 소원했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한 것이었고
그 결과 그래도 35%정도는 밟고 왔다는 계산이 나온다.
땅끝탑에는 북위 34도 17분 38초. 동경 126도 6분 01초 라는 방위가 적혀있다.
그리고 뱃머리 모양의 전망대가 바다 쪽으로 설치되어 있다.
이 꼭짓점이 서해의 끝과 시작이고 남해의 시작과 끝이며 백두대간의 또 다른 끝과 시작이다.
일행 4명이 모두 모여 기념사진도 찍고 기쁨을 마음속으로 느끼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심전심의 미소를 보인다.
모두 고맙다. 항상 고맙지만 오늘은 더 고맙다. 여기까지 같이 와 주워서 그래 계속 같이 가자.
이제 같이 가는 남해 장정의 시작이다. 부산 다대포를 향해 첫걸음을 옮겨 놓는다.
끝이 시작이고 시작이 끝인 일토장정이다.
땅끝 마을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내려와 싱싱한 전복으로 파티를 한다.
오늘 밤은 어떤 꿈을 꿀까? 모두 같은 꿈을 꿨으면 좋겠는데.......
첫댓글 가슴이 벅차면서도..아쉽기도하고...또다른 도전이 우릴 기다리고있어 희망찬 하루였습니다.. 같이 가는 이 길이 이리도 행복하고, 흠분되는지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일토장정 여러분께 5월의 햇살과 푸르름을 담아 드립니다. 이제 남해입니다. 햇살을 안고 걸으며, 붉은노을을 등지며 마칠 남해가 기다려집니다.
오랜만에 만난 이쁜길이였네여............^^
땅끝마을들어가는 길 .................멋져부러여..................ㅋㅋㅋ
남해의 해안길들이 기대가 되는군여.................ㅋㅋㅋ
흠분? 흠뻑 젖은 분
기대? 지마 무거워 ㅎㅎ
왜 땅끝은 안보이고 전복만 보이지??ㅎㅎ
???????~~~~~~ 가장후회되는 ......그래도..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