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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장대왕(세조)때,
처사 '홍유손(洪裕孫)'은 나이가 아흔이었는데 아내가 없었다.
후사를 위해 처를 구했는데, 매파가 가는 곳마다 몽둥이를 들고서 내쫓지 않는 집이 없었다.
그런데 한 처자가 부모에게 말하길,
비록 시집가서 하루만에 청상이 될지라도 어진 사람의 아내가 되고 싶습니다.
라고 하니, 부모가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홍유손이 나이 구십에 아들을 얻어 이름을 지성(至成)이라 지었는데,
그는 박학다문(博學多聞) 하여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후진을 가르치매 그 문하에서 현달한 관리가 많이 배출되었다.
홍지성'은 소경대왕(선조) 때 정유년(1597년)에 이르러
나이가 거의 팔십이 되어서 죽었다.
부자가 양대에 걸쳐서 여덟.
아홉 임금이 바뀌도록 거의 200년을 지냈으니 어찌 기이하지 않은가?
일설에는 홍유손이 일흔여덟에 아내를 얻어 두 아들을 낳았는데,
지성은 그 둘째 아들이라고도 한다.
<2화>
족구장에서 생긴 일 (일상)
위에 관계된 이야기이다.
옛날에야 구십에 거시기를 하고 애를 낳았다면 대단하다고 했겠으나,
지금이야 뭐 하도 좋은 약이 많아서 그리 대단하게 생각되진 않는다.
며칠 전,
동네 삼성산 뒷산 족구장에서 족구를 끝마치고 의례 하는 수순이지만
동네 조그만 슈퍼 앞에서 간단하게 맥주를 한 잔 씩 하면서
컬컬했던 목을 잠시 풀어 주는데,
진규라고 하는 인사가 갑자기 '비아그라'에 대하여 열변을 토했는데,
그걸 먹으면 혈액순환에 좋아서 가끔씩,
성관계와 상관없이 그냥 먹어도 좋단다고 했다.
요즘 안 그래도 노인들이 약의 힘을 빌어 나이를 망각하고
너무 약의 오남용이 심하여 성문화가 문란해져 걱정이라고
얼마 전에 잘 아는 지인이 걱정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오늘은 갑자기 '비아그라' 이야기가 주가 되었다.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이 말참견을 하고 나섰다.
누가 그러는데 그 약을 먹으면 거시키는
잘 일어 서는데,
물이 잘 안 나온다고 하던데,..
족구회가 주로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운동도 할겸,나이 육십이 다 된 사람들과 이미 환갑을 넘긴 사람들,
또 특별한 경우는 칠순을 넘긴 사람도 있지만 몸은 운동으로 다져져서 전혀 나이를 무색하게 보이지만,
세월 앞엔 장사가 없나 보다.
이젠 화제가 그런 쪽으로 별 수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내가 조용히 경청만 하려는데,
이건 너무 모른다,
싶어서 말참견을 하고 나섰다.
먹어는 보고 얘기들을 하는거요?
아, 그거 잘 서면 물도 잘 나오는 거지, 무신,...
글코 나도 고혈압 환자라서 맨날 혈압약 먹는데,
누가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를 해요,
무신놈의 혈액순환이 잘 되기는 개뿔,
무신,...
그랬더니 누군가가 나보고 먹어봤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대답대신 '남대문 타령'을 했더니,
듣는이들이 모두 낄낄대며 즈그들 맘대로 판단을 내려 버렸다.
저 쪽은 먹어 봤구먼,
뭘. 안 먹어그럼 저렇게 자신있게 이견을 말하지는 않지.ㅋㅋㅋ
난 이 나이에 벌써 비아그라를 복용하느냐는
비아냥 소릴 들을까봐서 긍정도 부정도 않했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