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전주 돔물원을 1년 가까이 촬영하였습니다.
야생 동물들이 철창에 갇혀 사육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연민으로 그들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마치 영정사진을 찍는 것처럼....
문득 동물들이 떠올라서 예전 글과 사진을 이곳으로 다시 가져왔습니다......
그러니까 동물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어언 23년 전(이젠 31년 전). 이젠 13살 아이의 어미가 된 딸이 중학교를 들어가더니 강아지를 사달라고 졸라댔습니다. 동물과의 인연이란 이별할 수밖에 없는 그 끄트머리가 걱정되어 어떡하든 피해 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막무가내로 졸라대는 딸 아이에게 처절하게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전주 남문시장 근처 애견(?) 센터에서 치와아와 비슷하게 생긴 두살 먹었다는 분견(糞犬, 우리말로 똥개, 영어로 cur dog)을 식구로 영입하고 말았습니다. 한번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광고 문안처럼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화근이 되고 말았습니다. 명문가 족보있는 강아지를 사지 않았던 것은, 잠시 데리고 지내다가 분명히 금방 싫증을 낼 것이니 비싼 돈을 들여 사면 어차피 처분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내외의 그 예상은 딱 들어 맞았습니다. 딸은 3개월도 못되어 '단비'(이름은 근사하게 지었음)에게 싫증을 냈으니까요.
그런데 사건은 늘 예상하지 않은 곳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글쎄, 우리 내외가 생각지도 않게 그 녀석, 단비에게 정이 들어 버린 것입니다. 세 식구가 사는 집에, 그나마 딸 아이는 부모와는 세대차를 느끼는 나이가 되어 주말이면 함께 놀러가는 것도 슬슬 거절하기 시작하고 식구들 사이에는 여느 가정처럼 대화가 고갈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위기의 시기에 단비 그 녀석이 식구들 사이에 대화의 매개체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분견이라서 이런저런 사고(대소변 못 가리기, 중요한 물건 이빨로 절단내기 등등)와 분견임에도 불구하고 이쁜 짓(당시 살던 아파트 층이 6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식구가 1층에 들어서는 것까지 인기척으로 분별하고, 분견 주제에 품 안에 들어와서 애교 떨기 등등)으로 늘 화제의 중심에 그 녀석이 있게 된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그 녀석과의 살어온 얘기를 이 자리에서 풀어 내자면 한국의 한많은 여인네들이 흔히 하는 말, "내 살아온 것을 다 폴어내면 장편 소설이 되고 남는다"는 말처럼 거의 대하소설에 해당될 것입니다. 그러하니 <동물원 가는 날 #01>을 시작하는 이 글에서는 맛배기만 보여 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얘기들이 남아 있고, 단비 말고도 또 하나의 요물 고양이 '또치'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하여튼 질긴 인연으로 단비는 저희 식구와 17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니 그 녀석이 19살이 되어서 노견(老犬)이 되어 걸릴 수 있는 모든 병, 이를테면 앞니만 남고 어금니는 완전 빠져버리고(아마 사람같으면 임플란트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것), 녹내장으로 한쪽 눈은 실명, 그러다가 급기야 치매(우리 내외도 잘 알아보지 못하고)에 걸리더니 결국 개지랄병이 걸리고, 노쇠하여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습니다.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사람과 개의 환산 방정식이 Y=5X +13 (Y : 사람 나이, X : 개 나이)이므로 108살까지 장수하시고(경어 사용) 돌아가신 것입니다. 비록 호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사에서 가장 슬픈 것이 사별(死別)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 내외에게는 오래 마음 아픈 이별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단비가 저 세상으로 가던 날, 앞으로는 절대로 살아있는 동물에게는 애정을 주지 않겠다는 허튼 다짐(지금까지 숙독을 하신 분은 이 다짐이 '또치'라는 고양이에서 깨지고 말았다는 것을 어렴픗이 짐작하실 것)까지도 하면서 말입니다.
기억이란, '트라우마'라고 정신적 외상을 뜻합니다. 상처란 모두 아물었던 것 같아도 날씨만 우중충하여도 상처난 곳이 슬그머니 아파오거나 최소한 간지럽고 그러지 않던가요. 이젠 잊었다고 자신했는데, 그리고 억지로라도 잊고 싶었는데도 느닷없이 기억의 저편에서 그 상처가 디시 결리곤 하는 것을 우리들은 늘 겪는 일입니다. 단비와의 기억도 그러하였습니다. 잊을만 하면 뇌리를 스치곤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뜬끔없이, 그 녀석에게 멋진 영정 사진(요즘은 장수 사진이라고 함)이라도 찍어 줄 것을, 하는 후회 비슷한 생각이 스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전주 동물원 사진 찍기의 동기는 이처럼 전혀 엉뚱한 기억 저편이 되돌아 오는 것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래, 이미 저 세상으로 가버린 단비 그 녀석 대신 전주 동물원 식구들의 영정 사진이라도 폼나게 찍어 주자는 것이 바로 전주동물원 사진찍기가 돌발사태로 발생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제가 강력하게 주장하여 2010년 3월부터 매주 목요일 내가 카페지기로 활동하고 있는 사진 동호회 <포토 아카데미>에서 동물원 사진을 찍기 시작하였습니다. 카페에 <전주동물원 四季>라는 폴더를 만들고 찍은 사진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사진들은 우선 동물원 관계자들은 언제든지, 어떤 사진이든 무료로 삽질해 갈 수 있습니다. 또한 내년 봄에는 동물원 사진전을 그 곳에서 펼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곳에서 살고 있는 동물 가족들, 그리고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들, 또한 이들을 보러 놀러 오는 어린 아이들까지 모든 저희들 카메라에 애정으로 담아질 것입니다.
▲ 이 사진을 찍은 3월 초, 전주동물원은 봄맞이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저 화분에 꽃을 심기 시작하고....
▲ 우선 동물원 식구들 중에서 몇 녀석만 선을 보입니다. 물론 제 블로그나 <포토 아카데미> 카페를 방문하시면 이 녀석들보다 훨씬 귀엽고 아름다은 녀석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연초록색의 이파리들이 언 땅을 뚫고 솟아나기 시작합니다. 계절은 이렇게 정직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늘 정직하지 않으니 왜 그럴까요. 게다가 먹물일수록 정직성은 더 높지 않고....
http://blog.daum.net/nupa/6276
첫댓글 동물은 정직합니다.
정을 주는만큼 정을 되돌려 주고.... 절대로 배신하지 않고....
그러나
인간은 배신을 밥먹듯 합니다...
특히 정을 많이 주면 줄수록 돌아오는 배신감은 더하고....
찍고 싶은 자세로 그대로 있어 주지 않은 동물 사진 이지요^^
멋진 자세로 뽐내는 자태를 잘 담아낸 사진들~~
엄지 척 입니다^
선생님 글을 읽으며..
양희은의 노래...
사진보다 더 많은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동물만 사랑한다는 사람을 이해 하기 시작 했습니다.
떠나버린 맹구를 생각하며...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