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가을 축제'에는 '페스티발'이 제격이다. 99년 54홈런의 가슴 벅찬 순간을 다시 한번 느낄 수도 있고….
20일 대구구장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 이승엽(25)이 타석에 설 때마다 귀에 익은 음악이 흘러나왔다. 인기가수 엄정화가 부른 댄스곡 '페스티발'. '이제는 웃는거야, 스마일 어게인…'이라는 노래와 함께 이승엽은 생애 첫 한국시리즈 무대서 동점홈런을 터뜨리며 거포의 존재를 입증했다.
이승엽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자신의 주제가를 '페스티발'로 정했다. 2년전 한국프로야구 한시즌 최다 기록인 54홈런의 신바람을 내던 해에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틀었던 바로 그 곡이다. 이승엽은 경기후 "이 노래를 들으면 좋았을 때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예감은 적중했다.
5회말 공격서 4-4 동점을 만드는 중월 1점홈런을 쏘아올린 이승엽은 '큰 경기에 약하다'는 '근거 없는' 평가를 단숨에 날려버렸다. '숙명의 라이벌'인 두산 우즈가 4회초에 1점홈런을 터뜨리며 기선 제압에 나섰지만 이승엽은 곧장 반격했다. 우즈가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10홈런으로 신기록을 세웠지만, 이승엽은 통산 8홈런으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지난해까지 이승엽은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이 2할5푼6리에 불과했다. '찬바람이 불 때면 약해진다'는 얘기를 들을만도 한 성적. 하지만 중요한 대목에선 어김없이 홈런을 터뜨리며 불씨를 지피곤 했다. 이승엽은 이날 경기후 "포스트시즌서 타율은 낮았지만 칠 땐 쳤다"며 자신에 대한 '평가절하'를 거부했다.
"간밤에 잠을 제대로 못잤다"고 말할 만큼 이승엽은 이번 한국시리즈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다. 팀의 20년 숙원인 '한국시리즈 첫 우승'과 '메이저리그 진출'이란 두마리 토끼가 목표다. < 대구=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