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면 긴 세월 짧다면 짧은 세월이지만 지겹도록 가난했던 그 세월 속에서, 험한 일 궂은일 가리지 않고 오늘 보다는 내일의 행복한 꿈을 이루려 고군분투했던 젊은 날의 추억을 되돌려 본다.
비록 생활의 여유로움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 짐은 없겠으나 착하게 자라준 세 자식과 티 없이 자라는 손자 손녀들을 보면서, 고행 속에서나마 행복한 웃음과 기쁨을 누리는 것은, 지난 세월의 보상으로 내리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첫째 손녀 소람 이의 탄생 때의 그 기쁨, 둘째 손녀 소정이 탄생의 행복함을 보면서 자연분만 할 수 없어 제왕절개로 두 손녀를 보면서 딱하고 가여운 우리 새 아가의 고생에 미안해 했었지! 친정 어머님의 권유로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말씀에 자기의 생명을 담보로 세 번째의 제왕절개 수술을 감행하여 아들을 낳아준 우리 새 아가에게 어떻게 보답해야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
자기 엄마의 생명을 담보로 태어난 손자가 어느새 커서 초등학교 4학년, 콩나물처럼 예쁘게 자라주는 재용이 를 볼 때마다, 대를 잇겠다는 새 아가의 헌신에 부족한 시아비는 늘 고마움으로 가슴속 풍만을 이루고 있지!
어디 그뿐 이겠나 풍족하지 못한 시집살이에 일터로 나가 돈을 벌면서 늘 웃음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 속에서, 아름답고 예쁜 며느리를 주신 하나님의 사랑에 무한한 감사를 드리곤 한다.
외손자 도규가 돌도 되기 전 할아버지 따라 고국 방문했을 때의 일이었지! 어린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외출이 아니었기에 외손자 몰래 허겁지겁 파자마를 벗고 나갔을 때, 할아버지가 없음을 알고 벗어놓은 파자마를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는 그 모습을 그리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준 외손자의 어렸을 적 모습에서 행복이 샘솟고 입가엔 언제나 웃음꽃이 핀다.
어찌 그뿐이겠나 할아버지가 일하고 돌아와 샤워할 때면 목욕탕 앞에 쪼그리고 앉아 샤워 끝나기를 기다리는 어린 외손자의 모습에서 늘 사랑이 샘물처럼 흐르고 한날의 피로가 말끔히 가시고, 그 기쁨을 주던 외손자가 어느새 초등학교에 다니고, 둘째 외손녀는 스스로’라푼젤’ 공주를 자인하면서 예쁜 신발과 드레스의 수집에 열중하는 다섯 살배기 다연 이의 재롱에 삶의 기쁨을 느끼고 행복한 포만감에 늘 감사를 드리곤 한다.
오십 살 전 후의 일이던가 집 사람이 바다가 보고 싶다고 말 했을 때 모른 척 한번도 바다 구경 시켜주지 못한 일이 지금도 가슴에 멍울져 죄스러움의 그늘 속을 피할 길 없다. 갱년기의 여자 마음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토록 염원했던 바다를 한번도 같이가 주지 못한 미련한 남편을, 오십여 년 살아 오면서 쌓여온 온갖 여한이 그 가슴속을 까맣게 멍 들여 놓았겠지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 가눌 길 없다.
집사람 위주의 생활이 아닌 내 생활의 위주로 살아 왔던 지난날의 세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그 동안 못해준 사랑의 표현, 그 아름다운 마음의 꽃을 당신께 바치리라 마음 다짐 해본다.
갓 피어 하늘만 바라보는 벼나, 조 이삭들이, 가을이 오면 무르익어 7자처럼 고개 숙이고 있는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위로만 바라보며 살아왔던 젊었을 때 의 일상들이 알알이 여물어, 다소 곳 머리 숙이고 있는 곡식들의 7자 모습 처럼 인생 70의 정상에 서서, 세상 떠날 때까지 밑을 바라보며, 당신과 함께하는 아름답고 감사한 삶을 살아가기를 염원하면서, 주님이 내리시는 깊은 사랑에 감사함을 드린다.
2013,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