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회 12월 15일 자존감

[김동지]

  자존감

  아멜리 노통브 소설 '오후 네 시'를 인용하자. 이웃집 사람이 오후 네시만 되면 우리집을 방문하는 이유는 우리집에서 무언가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집에 있는 어떤 문제를 피하려는 것이다. 인간은 욕망의 동물이 아니라 회피의 동물이다.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욕망이다. 욕망은 가짜다. 결벽증은 청결에 대한 욕망이 아니다. 의사결정을 회피하려고 거짓 결정을 만들어낸 것이다. 저장강박, 청결강박 등 다양한 강박장애는 무언가 결정했다는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는 결정을 피했다.

  인간은 만족하고자 한다. 만족은 채우는 것이다. Good는 '가득'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채우려고 한다. 왜 채우려고 하지? 비어 있기 때문이다 어디가 비었지? 자존감이 비었는데 엉뚱한 곳을 채운다. 강박을 욕망으로 위장하므로 채워지지 않는다.

  원시 부족민의 삶은 행복하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음식을 구해야 한다. 부족민은 쉽게 음식조달에 성공한다.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으면 채집은 쉽다. 하루에 4시간 정도를 일할 뿐이다. 쉽게 목표를 달성하므로 원시인의 일상은 쉽게 채워진다.

  현대인의 삶은 채워지지 않는다. 학생의 공부는 30년 후에 보답을 받을 수도 있다. 강태공은 70살이 넘어서 보답을 받았고 권율은 40살이 넘어서 벼슬을 했다. 현대인은 활동 중에 90퍼센트는 원시 부족민이라면 안해도 되는 보여주기 행동이다. 

  채워진 사람은 자존감이 있다. 자존감이 높으면 강박이 없고 강박이 없으면 저급한 욕망이 없다. 이미 채워져 있으므로 더 채우려고 하지 않는다. 현대인은 억지로 채우기 위해 루틴을 만든다. 종교도, 운동도, 취미생활도 채우기 위한 행동이다. 

  자기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처세술 장사 하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얻으라고 한다. 행복을 채우고 힐링을 채우고 워라밸을 채우고 소확행을 채우고 욜로를 채우고 마음챙김을 채우라고 한다. 종교인들도 무언가를 하라고 한다. 루틴 만들기다.

  108배를 해라. 삼천배를 해라. 같은 일을 1만 번 반복해라. 점차 숫자가 늘어난다는게 딜레마다. 기도를 해라. 염불을 해라. 본질은 무언가를 회피하는 것이다. 교회에 구원을 얻으러 가는게 아니라 그게 회피행동이다. 본질은  자존감 문제 회피다. 

  인간은 의지할 형님과, 대화할 동료와, 부려먹을 아우와 실천할 액션이 필요하다. 미션이 필요하다. 역할이 필요하다. 포지션이 필요하다. 팀플레이가 필요하다. 집단과의 결속이 필요하다. 큰 무리에 섞여 먼 길을 함께 간다는 느낌이 필요하다. 

  자존감의 본질은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자존감이 있다. 자신이 의지할 도구가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엘리트들은 엘리트 집단의 보호를 받으므로 자존감이 있다. 겉도는 사람이 강박증에 걸린다. 

  엘리트의식, 귀족의식을 가져야 한다. 자존감이 없으면 속물행동을 하게 된다. 외제, 명품, 골프, 오마카세, 호캉스, 해외여행 따위에 집착하는 사람이 자존감 낮다. 윤석열의 허세도 그게 일종의 갑옷이다. 명품이나 성형중독도 심리적 갑옷이다.

  마음의 갑옷으로 자신을 방어하려는 것이다. 왜 방어하려고 할까? 쫓기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집착은 자기 자신에게 상을 주려고 하는 행동이다. 타인에게 인정을 못받으므로 스스로 인정받으려고 한다. 자신에게 상을 주는게 바로 자위행위다.

  차지철을 검색해 보면 이 자가 얼마나 자존감이 낮은지 잘 드러난다. 괴상한 나치제복을 만들어 부하들에게 입히고 경호원 노래를 만들어 부르게 하는 등의 각종 기행을 한다. 옷은 깨끗하고 머리는 단정하다. 123 사태 주범들이 이발소 간 이유다.

  한동훈의 뽕시리즈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의 행동이다. 자존감을 높이려면 천하인이 되어야 한다. 진리의 팀, 신의 팀, 자연의 팀, 진보의 팀, 문명의 팀에 들어서 선수로 뛰며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 동료와 손발이 척척 맞을 때 자존감이 높아진다.

  미래를 예측해야 하며 예측이 맞아졌다. 나의 생각대로 민주화가 되었다. 세상과 내가 엇나가지 않고 톱니가 맞물려 돌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자존감은 세상의 흐름과 맞물려 돌아가는 느낌에서 나온다. 자존은 자기 존중이 아니라 자기 관성이다.

  관성은 현재 상태를 변화시키려고 하는 외부의 힘에 저항한다. 자존감도 현재 상태를 변경시키려고 하는 외부의 자극에 저항한다. 내가 옳고, 내가 가는 길이 바르고,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면 그게 관성이다. 자존감이라는 표현과 가깝다.

   의지할 부모가 있고, 대화할 동료가 있고, 놀아줄 자녀가 있고, 해야할 임무가 있고, 그 일이 무리없이 잘 진행될 때 인간은 자존감을 얻는다. 관성을 얻는다. 밸런스를 얻는다. 외부의 자극에 저항하여 자기의 현재를 유지한다. 가던 길을 계속 간다.

  우리는 사람을 사귀고, 사람에 의지하고, 사람을 거느리고, 인류에 기여하는 미션을 통해 자존감을 얻을 수 있다. 내부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관성을 생산할 수 있다. 내부에 자체엔진이 있고 RPM이 높아야 한다. 환경의 흔들기를 이겨야 한다.

  징크스와 루틴을 지키는 행동, 여러가지 터부 행동이 자존감 문제를 우회하는 편법이 된다. 자존감 문제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망설이다가 결국 자기를 공격하는게 문제다. 자기압박이 자기공격으로 발전한다. 그게 현실화 되면 강박증이 된다.

  왜 깨끗하려고 할까? 그 방법으로 자신을 긴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루틴과 터부의 진짜 목적은 자신을 긴장시키는데 있다. 왜 긴장이 풀렸을까? 아무도 내게 패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게 명령하지 않고 내게 할 일을 주지 않으므로 불안하다. 

  자존감이 낮으면 여러가지 기행을 한다. 상대가 먼저 내게 말을 걸어주도록 유도하는게 관종행동이다. 내가 먼저 말을 걸 수 없으므로 상대가 나를 해치도록 한다. 그들은 항상 화가 나 있으며 누군가가 나를 해치려고 음모를 꾸민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먼저 말을 걸지 못하므로 갑자기 화를 내며 누가 나를 해치려고 한다는 핑계로 말을 하는 것이다.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부정주의자가 된다. 뭐든 반대하고 뭐든 비관하고 항상 자신을 피해자로 규정한다. 그게 지나치면 각종 범죄가 된다.

  말을 걸어야 하는데 말을 걸지 못하므로 범죄를 거는 것이다. 범죄를 통해서만 다른 사람과 엮일 수 있다. 한동훈의 셀카행동도  관종 특유의 기행이다. 자존감이 없으면 상대를 이겨먹으려고 한다. 윤석열은 기어코 국민을 이겨먹으려고 한다.

  왜 이기려고 할까? 이준석이 싸가지 일화는 유명하다. 모든 회의를 깽판쳐서 결론을 내지 못하게 하고 뗑깡을 부린다. 왜 양보를 투자하여 신뢰를 벌지 않을까? 정치인은 신뢰가 자산인데? 자신을 양아치로 보기 때문이다. 그는 자존감이 없다.

   세상과 톱니가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세상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느껴야 한다. 발명가나 모험가나 예술가나 스타는 자존감이 높다. 이야기 거리가 있고 먼저 말을 건다. 임영웅은 자존감이 낮다. 전전긍긍하며 눈치를 보고 잔머리를 굴린다. 

  섬 왜소화 현상

  섬 왜소화 현상과 섬 거대화 현상이 있다. 큰 동물은 작아지고 작은 동물은 커진다. 그러나 이와 반대되는 현상도 많다. 닫힌계에서 선택압이 작용하는 깔때기 구조가 있다. 깔때기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한 메커니즘을 들여다봐야 한다.

  섬 왜소화 - 큰 놈이 먼저 죽는다.
  대륙 거대화 - 작은 놈이 먼저 죽는다.

  세상은 마이너스다. 대륙이든 섬이든 마이너스가 결정한다는 본질은 같다. 이익은 개인에게 가고 손실은 집단에게 간다. 집단은 이득보다 손해가 결정한다. 손해는 절대적이고 이득은 상대적이다. 도시가 주는 이득보다 시골에서 일어나는 손실이 더 중요하다.

  공룡시대에 덩치가 큰 포유류는 공룡에게 먹혀서 몸집이 작아졌다. 포유류는 낮에는 공룡을 피해 땅굴에 숨어 있고 밤에만 활동했다. 반대로 공룡은 재빨리 덩치를 키운 개체만 살아남았다. 파충류와 조류는 씹지 않고 삼키므로 덩치가 큰 개체가 살아남는다.

  피그미는 원래 정글에 살지 않았다. 주변의 키다리 민족에게 영토를 뺏기고 정글로 도망친 것이다. 콩고의 정글에는 덩치가 큰 부족민도 많다. 19세기 백인 노예상들은 정글에서 덩치가 큰 사람을 잡아갔다. 몸집이 크고 튼튼한 노예가 일을 잘하기 때문이다.

  나미비아 사막에 사는 코이산족은 키가 작다. 케냐와 수단은 대부분의 지역이 사막인데도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크다. 마오리족은 폴리네시아 섬에 살아도 덩치가 크다. 이누이트는 생고기만 먹어도 몸집이 작고 몽골인도 육식만 하는데 한국인보다 키가 작다. 

  네덜란드인이 키가 큰 것은 키가 큰 여성이 아기를 많이 낳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반대로 키가 작은 여성이 아기를 많이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선택압이 작용한다. 기모노는 목덜미를 드러내는 옷인데 키가 큰 여자는 목덜미가 보이지 않으므로 실패다.

  정글의 부족민은 대체로 키가 작다. 남자족이 여자족을 습격할 때 키가 크고 힘이 센 여성은 남자족의 습격에 방어하므로 출산 기회를 갖지 못한다. 일본 남자는 한국을 바짝 쫓아오는데 여자는 한국과 격차가 있다. 키 큰 여자는 요바이에서 걸러졌을 수 있다.

  고립된 환경 - 키가 큰 여성이 습격대상에서 걸러진다.
  사바나 지역 - 키가 작은 사람이 야생동물에 희생된다.

  마사이가 사자를 감시하려면 수풀보다 키가 커야 한다. 사자는 키가 큰 마사이 남자를 무서워한다. 반대로 정글의 표범은 나무 위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키가 큰 남자부터 덮친다. 선택압이 작용하는 깔때기 속에서 마이너스 방향으로만 힘이 작용하는 것이다.

  선택이라는 표현에 문제가 있다. 좋은 것이 선택되는게 아니라 나쁜 것이 걸러지는 것이다. 성욕을 가진 부족민 남자가 결혼제도가 없는데 어두운 밤중에 습격하며 미녀를 추구하지 않는다. 함부로 덤볐다가 되레 자신이 맞아죽을 것 같은 여자를 거를 뿐이다.

  진화의 원리는 자연선택이 아니라 자연 거르기로 봐야 한다. 자연회피라 하겠다. 부족민은 좋은 것을 골라먹는게 아니라 못 먹는 것을 빼놓고는 다 먹는다. 소가 맛있는 풀만 골라먹겠는가? 자연에 선택은 없고 회피는 있다. 결과는 비슷하지만 방향이 다르다. 

  만원버스에 승객 한 명이 추가되면 버스 안의 승객 전원이 움직여서 공간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의사결정이 어렵다. 입구쪽의 한 명이 버티면 탑승할 수 없다. 반대로 승객 한 명이 내리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자발적 변화는 마이너스 방향으로만 일어난다.

  윤석열 한 명이 하야를 결정하거나 혹은 한동훈 한 명이 탄핵을 결정하면 된다. 한 명이 결정할 것을 만인을 수고롭게 하면 안 된다. 사바나에서는 작은 사람이 만원버스에서 내려야 할 한명이 되는게 보통이고 섬에서는 키가 큰 사람이 내려야 할 한 명이 된다.

  닫힌계에서 에너지의 방향성이 결정되면 양의 피드백에 의해 그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져서 커다란 눈덩이 효과를 만들어낸다. 내부에서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깔때기 출구로 밀린다. 시장에서 정부지출의 승수효과가 만들어지면 브레이크가 없다. 

  이는 우주의 근본원리다. 의사결정에는 비용이 들고 계는 의사결정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에너지가 작용한다. 진보가 추구하는 이득이 보수가 걱정하는 비용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닫지 못한다. 의사결정비용을 줄이는 진보가 성공한다.

  약자를 돕는 플러스보다 방해자를 제거하는 마이너스가 먹힌다. 우리는 폭군을 죽이고 반칙하는 자와 차별하는 자를 제거해야 한다. 플러스가 먹히는 경우는 예산만 편성하면 되기 때문이다. 따지자면 예산을 잃는 마이너스다. 예산 조지기가 제일 만만했다.

  적자선택은 방향이 없지만 부적격자 도태는 단계적으로 좁혀지는 방향이 있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골라먹는 것은 기분내키는대로지만 내가 못 먹는 것을 걸러내는 것은 배가 고픈 정도가 결정한다. 거르는 정도를 보고 배가 얼마나 고픈지 알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