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인탈경奪人奪境하야 도주선타陶鑄仙陀하고,
사람과 경계를 빼앗아 뛰어난 기봉의 선객들을 길러내고,
임제스님 법문에,
"나는 법을 쓰되 유시有時에는 탈인불탈경奪人不奪境이요,
유시有時에는 인경구불탈人境俱不奪이니라."라는 사료간四料簡의
유명한 구절이 있습니다.
어떤 때는 사람을 뺏고 경계는 빼앗지 않으며,
어떤 때는 경계는 뺏고 시람을 빼앗지 않으며,
어떤 때는 경계도 뺏고 사람도 빼앗으며,
어떤 때는 경계도 빼앗지 않고 사람도 빼앗지 아니한다는,
손자병법같이 자유자재하게 법을 쓰는 수단을 네 가지 경우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도주선타陶鑄仙陀야,
선타仙陀란 아주 영리한 사람을 말합니다.
예전에 선타바仙陀婆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왕을 시봉하는데,
"선타바야!"하고 부르면 왕이 요구하는 소금이든, 그릇이든,
물이든, 말을 대령하는 일이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리키지 않아도 대번 알아차리고 가져다 줍니다.
자기 이름만 불러도 벌써 '아, 저건 소금을 가져 오라는 뜻이구나.'
'아, 이번은 물을 가져오라는 뜻이구나'하고 알았어요
그릇을 가져 오라는 소리를 안 해도 이름만 부르면 벌써
그릇을 가져와요.
그래서 아주 영리한 사람을 표현할때 '선타바'라 합니다.
소금 가져 오라고 하는데 누가 소금을 못 가져오나요.
아무나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이름을 부룰 때 벌써 알아차리고 소금을 가져가야 살아있는,
영리한 사람입니다.
실제로 깨친 사람은 그렇다는 말입니다.
"아무개야!" 할 때 이미 소금을 가져 오라 하는지,
물을 가져오라하는지,그릇을 가져오라 하는지,
말을 가져오는지 알아야 합니다.
직하直下에 언전천득言田薦得이라, 곧바로,
즉시에 말하기 전에 알아버린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임제스님은 이 사료간 법문으로,
말하기 전에 알아듣는 그런 선타바 같은 뛰어난 수행자를 만들었다는 말입니다.
말을 하고 난 뒤에야 아는 것은 송장일 뿐입니다.
************
언전천득: 이 말은 보통, "설령 말 이전에 알아차린다 해도 여전히 껍질 속에 갇혀
길을 헤매는 꼴이며, 구절에 정통하였다 하더라도
이르는 곳마다에서 잘못 된 견해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設使言前薦得, 猶是滯殼迷封, 縱然句下精通,未免觸途狂見)"와
같은 상용구에 쓰인다.
*합천군 가야산해인사수선사창건기H.11 p.609b에도
"그 자리에서 말 이전에 알아차린다해도 어디에서든 잘못된 견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요,
설령 구절에 정통하였다 해도 화살은 이미 서천으로 날아가버린 뒤이리라
(直下言前薦得, 未免觸途狂見, 縱饒句下精通,也是箭過西天)"라는 구절이 있다.
성철스님이 여기에서 말씀하신 뜻은 "그대가 진실하게 참구하여 깨달은 선자라면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正宗心印後續聯芳X87 p136a14,
汝若是箇眞參實悟禪和, 言前薦得)는 구절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