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을 예언하시다(豫言涅槃)
부처님은 29세에 출가하여 육년 고행을 마치고, 35세에 성도하여 그뒤로 45년을 중생교화
에 바치시고, 성수 80이 되시던 해에 세상에서 하실 일을 거의 마치셨고, 단 보령(寶齡)도 이
미 높았으므로 장차 열반에 드실 것을 예고하셨다.
하루는 제자 아난다에게,
"아난다, 나의 할 일은 끝났다. 나는 석 달 뒤에 열반에 들 것이다."
라고 예고 하셨다. 그리고 부처님은 곧 <자바라탑> 앞에서 정의삼매(定意三昧)에 드시었다.
그때에 대지가 진동하였다. 부처님은 아난다에게 고하시어 비구들을 다 이 탑 앞에 모이게
하고 "부처님이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드시리라" 고 하시자 비구들은 경악하여 울부짖으며 땅
에 쓰러지고 부딪치고 했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근심하고 슬퍼하지 말고 안심하라.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나게 되면 반드시 끝날 때가 있으니
인연을 좇아 생겨난 모든 것은 다 영원히 멸하지 않은 존재가 없느니라."
그리고 큰 제자들을 거느리시고 여러 나라를 거쳐 구시나가라성을 향해 나가시면서 곳곳
마다 여러 신자들에게 최후의 설교를 하셨다.
"나는 자는 반드시 죽고 만나면 언제나 이별하는 것이 이 세상의 법칙이다.
무상의 귀신은 찰라 찰라 사람의 목숨을 노리느니라.
너희는 잠시라도 그 무상의 귀신을 대적할 준비를 하여라.
무상의 귀신을 대적하는 데 세 가지 무기가 있으니 계ㆍ정ㆍ혜(戒定慧)가 그것이다.
계(戒)로써 쫒아오는 무상의 적을 멈추게 하고, 정(定)으로써 무상의 귀신을 잡아 묶고
혜(慧)의 칼로써 무상의 적을 베느니라.
이 계ㆍ정ㆍ혜(戒定慧) 세 가지의 준비가 있으면 무상의 적은 두려워할 것이 없느니라."
그때에 한 제자가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길이 무상의 적을 항복 받으셨다 하온데
어찌 이제 그 32상(三十二相)의
몸을 내리시고 열반에 드시려 하시옵니까?"
"나(我)가 없는 법은 무상을 벗어난 것이지만 이 몸은 또한 인연따라 난 것이니
무상에 속하느니라. 그러므로 인연따라 이룩된 것은 다 인연따라 소멸된다고
하지 아니하였느냐.
이 무상(無常)ㆍ무아(無我의 이치를 깨달아 그 무상 속에서
길이 진상(眞常)의 나를 증득하는 것이 부처가 가르친 법이니라.
그러므로 이 육신은 나고 죽음이 있는 듯하지만
법신(法身)은 길이 나고 죽음이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사라 라는 두 그루의 큰 나무 아래에서 열반에 드시는 모습이다.
아난아, 교단은 나에게 무엇을 바라느냐?
나는 이미 안팎의 구별이 없이 모든 법을 설하였다.
아난아, 나의 가르침에는 어떤 것을 숨기는 따위의 비밀스런 진리는 없다.
아난아, 내가 비구들의 지도자라든가 비구들이 나에게 의지해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내가 죽고 난 뒤의 비구들의 생활에 대해 무언가를 말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교단의 지도자도,
또 교단이 나에게 의지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교단에 대해 무엇을 말하겠느냐?
아난아, 나는 여든 살, 늙고 쇠하였다.
내 육신은 마치 낡은 수레가 가죽끈에 묶여 간신히 움직이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아난아, 이제 너희들은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신에게 의지하라.
남에게 의지하지 말아라. 법을 등불로 삼고 법에 의지하라.
다른 것에 의지하지 말아라.
내가 죽은 뒤에 내 가르침대로 행하는 사람은 나의 제일 가는 제자가 될 것이다.
<남전 장부경전 2, 대반열반경, 67-69쪽>
"아난아, 내가 죽은 뒤에는 내가 가르친 법과 계율이 너희 스승이 되리라.
비구들아, 나의 가르침에 의문이 있으면 물으라."
"세존이시여, 조금도 의문이 없습니다."
"비구들아, 너희들에게 말하리라.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해 간다.
게으르지 말고 정진하라. 이것이 나의 마지막 말이다.
<남전 장부경전 2, 대반열반경 142-144쪽>
이러한 법을 말씀하신 것이 열반경 四十권이었다.
부처님이 구시나가라성에 이르러서 사라수(裟羅樹)라는 나무 밑에 자리를 정하시고 장차
열반에 드시려고 하실 무렵 인간ㆍ천상의 모든 불제자가 다 모이었다. 팔부신중(八部神衆)
이며 사자ㆍ코끼리ㆍ범과 같은 짐승들도 모여와서 부처님을 향하여 머리를 땅에 부딪치고
꺼꾸러져 슬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