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엘리멘탈은
달리 말하면 , 영적인 의미에서 에테르체 , 복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제 16 장
고대 엘리멘탈
다음 날 , 레프리콘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우비 안에 잠옷을 그대로 입고서 , 이른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두막 안으로 들어서자 , 페어리 그림 책 주변을 떠 다니며 , 두 아이에게 여러 그림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내 친구가 (레프리콘) 보였다.
아이들은 넋을 잃고 ,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림책 주변을 떠 다니며 책에 나와 있는 그림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레프리콘
레프리콘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 그를 다시 보게 되니 반갑네 ` 나는 우비를 벗고 전기 주전자의 코드를 꽂았다.
그러자 다음 ! 이라는 말소리가 들렸는데 ,
아마도 레프리콘이 나를 향해 한 말 같았다.
(그림 책의 다음 장을 어여 넘겨 달라고 타니스에게 소리치는 레프리콘 ㅎㅎ)
그래서 나는 식탁으로 걸어가 그림 책을 다음 장으로 넘겼다.
그러자 블루 벨 꽃 위를 날고 있는 섬세한 날개를 가진 페어리가 뒤를 돌아 우리를 지그시
바라 보고 있는 그림이 나왔다.
그림 책에 나와 있는 페어리를 3차원의 존재로 순식간에 바꾸어 버린 레프리콘
레프리콘이 손가락으로 페어리를 가리키자 ,
페어리는 3차원의 존재로 바뀌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린 레프리콘들은 황홀해했고 , 그 중 키가 작은 동생 레프리콘이 몸을 앞으로 내밀며
요정의 배를 손가락으로 쿡 하고 찔렀다.
방심했던 작은 페어리는 재빨리 반격에 나섰다.
페어리는 빛의 속도로 몸을 구부리더니 , 자신을 공격한 손가락을 깨물었다.
동생 레프리콘은 야단법석을 부리며 울다가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형 레프리콘이 서둘러 그 뒤를 따라갔다.
" 아이들이란 "
내 친구 레프리콘은 두 손을 들어 올리고는 중얼거렸다.
주전자의 물이 끓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에게 소파에 앉으라고 손짓을 한 뒤 , 차를 준비하러 갔다.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머그잔 둘을 갖고 돌아와 그의 옆에 앉았다.
그는 나를 가까이 살펴 보며 말했다.
" 몸의 엘리멘탈을 만났나 보군 "
" 어떻게 알았어요 ? " 나는 웃음이 나왔다.
늘 그렇듯이 그는 내 근황을 이미 꿰뚫어 보고 있었다.
" 온 몸에 그렇게 쓰여 있소. "
그는 느릿하게 차를 마시며 대답했다.
" 어떤데요 ? 어떻게 보여요 ? 더 자세히 말해봐요. "
나는 신이 나서 캐물었다.
그리고 그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정말로 기뻤다.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아침 수다가 그리웠다.
" 인간에게 설명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오. "
그는 이 복잡해 보이는 영역에서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를 뽐내며 말했다.
나는 눈을 살짝 내릴깔며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로 이야기하는 그의 익숙한 태도에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간곡히 부탁했다.
" 할 수 있는 만큼 말해줘요. 제발요.
이 불쌍하고 단순한 인간은 당신의 호의에 크게 감사할 거랍니다. "
" 역시 내게 뒤지지 않는군. " 그는 크게 웃으며 소파 위로 쓰러졌다.
" 솜씨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소. "
그는 평정을 되찾으며 더욱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 예전에 당신을 보았을 때는 당시과 당신 몸의 엘리멘탈 ,
이렇게 두 개의 존재가 보였소.
인간 대다수가 그렇듯 그 둘은 분리되어 있었지. "
" 그런데 지금은요 ? "
나는 그를 살살 달래가며 물었다.
" 이제 그 둘이 좀 더 함께하는 느낌이오.
하지만 함께 라는 표현이 정확하지는 않소. "
그는 턱을 매만지며 더 정확한 표현이 없는지 고민했다.
" 예전에는 당신 몸의 엘리멘탈이 당신 내부에 갇혀 있는 것 같았는데 ,
이제는 그 엘리멘탈이 자유로워져서 온 몸의 세포 사이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소.
활동 영역을 확장한 거요. "
그 순간 , 내 마음 속으로 이미지 하나가 보였다.
형체가 뚜렷하지 않은 성긴 모양의 아메바가 몸을 수축했다가 다시 쭉 폈다가를 반복하며
내 몸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것이 내 몸 만큼 커져서 나를 완전히 덮어 씌울 때도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때에는 그것이 몸의 특정 부위에 집중 되어 있을 때도 있었다.
내 몸이 덮어 씌워졌을 때는 그것이 마치 사람처럼 보였다.
눈으로 직접 보는 듯한 영상이었다.
나는 확인차 이 이미지들을 레프리콘에게 투사했다.
" 당신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가 보군 "
그는 확인을 마친 뒤 틀린 내용을 바로 잡았다.
" 나에게는 말이오 ,
당신 몸의 엘리멘탈이 몸에 퍼져 있는 빛나는 생명력으로 보인다오.
사람이 죽으면 보통 몸의 엘리멘탈이 그 몸에서 완전히 빠져 나오기까지 사흘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소 ? "
" 많은 종교에서 시신을 사흘간 땅에 묻지 말라고 하는 것도
예수가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한 것도 그 이유겠네요.
그렇지 않나요 ? "
" 그렇소 " 그가 말했다.
" 당신도 인간처럼 몸의 엘리멘탈을 갖고 있나요 ? "
나는 이 질문을 하는 순간 ,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답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정확히 그렇다고는 할 수 없소. "
레프리콘이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그가 대답을 주저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궁금함을 덮어 놓고 싶지 않아 말을 이어나갔다.
" 왜 인지 알아야겠어요 ! "
" 당연히 그럴테지. "
그는 잠시 슬픈 미소를 짓다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 우리의 논의가 엘리멘탈의 깊은 비밀에까지 이르러 버렸군.
이제는 내가 당신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 같소.
지난 며칠 동안 나는 스승들과 시간을 보냈고 ,
더 많은 가르침을 위해 당신을 그 곳으로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소 "
나는 입고 있던 잠옷을 내려다보며 빠르게 이의를 제기했다.
" 잠깐만요. 옷부터 갈아입고요. "
" 그럴 필요 없소. " 그가 웃었다.
" 우리 세계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옷을 입어도 되요.
이제 눈을 감으시오. "
레프리콘의 인도에 따라 순식간에 검은 터널이 열리며
아름다운 야생화 초원으로 이동하게 된
레프리콘과 타니스 헬리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