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50)
● 제3장 살부(殺夫) 3회
남자의 신은 서문경의 것에 틀림없었다. 그런데 여자의 신은 누구의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운가는 바짝 호기심이 동했다.
호기심에서만이 아니라, 왕파에게 분풀이를 하려면 서문경과 놀아나는 여자가 누군지 그것을 알아야 되었다.
여자가 처녀거나 과부라면 누군지 알아도 소용이 없었다.
유부녀일 경우에만 일이 제대로 들어맞는 것이다.
그 남편에게 알려서 왕파까지 혼쭐이 나도록 해주려는 생각이다.
우선 운가는 방문에 귀를 바짝 갖다대고 방안의 기척을 엿듣는다. 아무 소리도 나가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가 방안에 있는 게 틀림없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가 않다니 이상한 일이다.
아무리 귀를 곤두세우고 기다려봐도 여전히 조용하기만 하다.
신은 있지만 혹시 사람이 없는 게 아닌가 싶어서 운가는 살그머니 방문을 조금만 열어 본다.
침상이 보이고, 그 위에 남자와 여자가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것 같다.
그런데 조금도 움직이는 기색이 없다.
운가는 알겠다는 듯이 혼자서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일을 마치고 지쳐서 늘어져 낮잠을 자고 있는 게 틀림없는 것이다.
문을 조심스레 조금 더 열고 들여다 본다. 아니나 다를까, 서문경과 어떤 여자가 한 이불 속에서 같이 자고 있다. 여자는 얼굴을 저쪽으로 돌리고 있어서 누군지 잘 알아볼 수가 없다. 그런데 여자의 허연 다리 하나가 이불을 들추고 온통 밖으로 나와 서문경의 이불에 덮인 몸뚱이 위로 척 걸쳐져 있다.
여자의 허옇고 피둥피둥한 다리를 보자, 열다섯 살 먹은 운가도 절로 꿀컥 침이 한 덩어리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이마에 여드름이 돋아나고 있는 터이니 그럴만도 하다.
“으으응-”
마침 그때 여자가 몸부림을 치며 돌아눕는다.
이쪽으로 돌려진 여자의 얼굴을 본 운가는 깜짝 놀란다.
“아니, 무대 아저씨의 아내 아냐. 이럴 수가...”
너무 뜻밖이어서 운가는 얼른 방문을 닫고 후다닥 뒷문으로 해서 바깥으로 뛰어 나간다.
운가는 같은 행상을 하는 무대를 아저씨라고 부르며 따르는 터였다. 비록 난쟁이긴 하지만 마음씨가 어리석을 정도로 선량해서 운가는 무대 아저씨를 진정으로 좋아했다.
그 무대 아저씨의 아내가 서문경과 놀아나고 있다니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었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무대 아저씨를 위해서 결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운가는 무대를 찾으러 거리를 뛰었다.
이 거리 저 거리를 샅샅이 찾아다니다가 겨우 무대를 찾아냈을 때는 어느 덧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날이 설핏해 오고 있었다.
다음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