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text-align: left;">대출 시대의 부처님과 예수님 <br><br>이승하 <br><br><br> 설법의 시대에도 복음의 시대에도 <br> 대출이 있었을 테지요 <br> 인류의 아주 오랜 직업은 고리대금업 혹은 전당포업 <br><br> 대출로 살아가는 사람들 <br> 대출을 해 주고 대출을 받고 <br> 신용대출 주택대출 담보대출 <br><br> 우리가 쿨쿨 잠든 사이에 <br> 숫자가 어디론가 가고 <br> 금액이 어디선가 온다 <br><br> 우리가 번연히 눈뜨고 있는 사이에 <br> 원금이 서서히 줄고 <br> 이자가 현저히 늘고 <br> <br> 당신은 누구입니까 <br> 채무자입니까 채권자입니까 <br> 대출 중입니까 체납 중입니까 <br><br> 현대의 신은 대금貸金 <br> 현대의 천사는 대출貸出 <br> 현대의 악마는 만기滿期 <br><br> "나는 대출하지 않았다"고 <br> 영취산에서 외친 이가 있었다면 <br> 그는 깨달은 자가 아니겠습니까 <br><br> "이제 대출을 다 갚았다" 고 <br> 산상에서 외친 이가 있었다면 <br> 그는 복음을 전한 이가 아니겠습니까 <br><br> 은행원은 없고 현금자동입출금기가 기다리는 세상 <br> 현금은 사라지고 비트코인이 오르고 내려가는 세상 <br> 신용이 없다면...... 돈이 없어도 돈이 있는 세상 <br><br><br>ㅡ계간 《시결》 2025년 봄호.</p><p style="text-align: lef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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