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의 간언
-기후 위기
왕태삼
스님들 그만 돌아가세요
여기 동안거학교는 폐교예요 폐교
저 아래 성경학교도 겨울홍수로 기울어 종 치고 있잖아요
사실 난 기어다니는 지구의 온도계였어요
뱀띠가 아니라 창세기띠
수천 년 배밀이하며
이 땅의 체열을 온몸으로 필사했지요
옛 1도는 오르락내리락 수억 년을 살았지만
지금은 십 년도 못 가요
자꾸 화병 나는 세상으로
우리의 옷은 망사옷으로
점점 성글어 그 부끄러운 곳까지 가고 있어요
너무 부자여서 헐벗는 곳까지 가야할지 몰라요
하느님, 당신의 안식일은 편하신가요
지구에는
25시 눈부신 편의점이 너무도 불편히 널려있어요
25시 택배를 안방까지 나르는 비행기는 잔별보다 많구요
25시 검은 연기를 토하며 허파 하나로 살아가는 지구
우리들의 40억년 독자, 단 하나 푸른 지구를
전자레인지처럼 빨리빨리 돌리는 자 누군가요
이제 사탄의 진범들을 낱낱이 밝혀주세요
들꽃들의 저녁을 짓밟고
일벌들의 허리를 조이고
공동우물에 독 탄 자들은 누군가요
내가 수천 년 벗고 또 벗은 건
허물이 아니라 누명이었음을 이젠 아시겠나요
하느님, 우리는 모두 공범 맞지요
꽃들도 잠을 자야 꽃을 피우듯
이제 25시 불타는 빌딩에 잠을 주소서
펄펄 끓는 자식의 이마에 밤새 물수건을 갈아주듯
벌건 쇠구슬로 달리는 외로운 지구
그 이마 앞에 우리들이 나란히 줄서게 하소서
저마다 한 장의 푸른 물수건을 들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