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방귀도 젊어서나 뀌는 것이다
①나는 101살#26》0728 내가 이렇게 산다.
by관찰작가의 여유시간
방금
"젊은 날 방귀깨나 뀌던 놈이다."
이 해학적이고도 야릇한 한 문장은, 지나간 청춘을 가장 B 급스럽게, 그러나 가장 솔직하게 표현한 말인지도 모른다.
부부가 트고 사시는지요? 아직도 '입틀막' 하며 사신다면 오늘 이야기는 조금 민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방귀를 뀐다는 것은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니다. 비유적으로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존재감을 마음껏 드러내던 시절을 말한다. 내가 서 있는 곳이 곧 내 세상이었고, 내 말 한마디가 힘을 가지던 때.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이 살아가던 배짱과 자신감. 그 거침없음이 바로 그 시절의 '방귀'였다.
돌아보면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은 있다. 학창 시절 잘 나가던 친구였을 수도 있고, 직장에서 인정받던 에이스였을 수도 있다. 그때는 세상이 내 발아래 있는 것 같았고, 이 화려한 조명이 영원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세월은 참 조용하다. 말없이 사람을 바꾸고, 기세를 낮춘다. 나이가 들면 사람의 방귀 소리도 자연스럽게 작아진다. 남을 압도하던 목소리는 남의 말을 들어주는 침묵으로 바뀌고, 앞장서던 걸음은 한발 물러서는 여유가 된다.
그러다 어느 날 선술집 한구석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렇게 말하게 된다.
"내가 젊었을 때는 말이야. 방귀깨나 뀌던 놈이었지." 허허 웃으며.
이 말에는 자랑보다 연민이, 오만보다 여유가 더 많이 담겨 있다. 한때 세상을 호령했던 청춘을 향한 그리움이면서, 지금의 나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웃음이다.
진짜 방귀깨나 뀌어본 사람은 안다. 그 소리가 아무리 우렁찼어도 결국은 바람이었다는 것을. 남는 것은 세상을 호령했던 기세가 아니라, 바람이 다 빠져나간 뒤에도 자신의 인생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마음이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또 스스로의 추억 속에서 '한때 방귀깨나 뀌던 사람'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 사실을 웃으며 말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인생을 꽤 잘 살아온 사람이다.
젊어서 뀌던 방귀를 노년까지 붙잡고 사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 소리는 본인만 크게 들릴 뿐이다.
방귀도 젊어서나 뀌는 것이다.
- 브런치 작가 여유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