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설천봉으로 1... (적상산을 지나며)
덕유산이 있는 무주(茂朱)군 설천(雪川)면... 무풍과 주계(朱谿)현이 합쳐지면서 茂朱가 되었다. 또 일제 강점기에 풍서, 횡천, 신풍면을 합쳐 설천면이라 하였는데 그 유래는?. 雪川은 산자락에서 9천 명의 승려들이 수도하였단다. 이들의 밥을 짓기 위해서 조석(朝夕)으로 쌀을 씻던 하얀 쌀뜨물이 계곡을 따라 온통 눈과 같이 하얗게 흘러 내렸다하여 '雪川'이라 하였다. 또한 영조 때 이봉상(李鳳祥)이 이곳에 살면서 자신의 호를 ‘雪川이라 한데서 유래되었단다. 조선 말 무신인 이봉상(李鳳祥)... 이순신장군의 5대손으로 삼도 수군절도사였지만 이인좌(李麟佐)의 난 때 난군(亂軍)에 의하여 충주에서 살해되었다.
구천동 33경이 시작되는 나제통문(羅濟通門)이 설천에서 시작하여 백련사에 이른다.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을 시작하여 남으로 중봉, 동업령,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산으로 이어진다. 반면에 북쪽으로는 높이가 1,520m인 설천봉이 있는데 곤돌라를 타면 20분 만에 오를 수 있다. 이곳에 산악형 리조트가 설치되어 관광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800m를 오르면 정상인 향적봉이니 추운 겨울이라도 쉽게 정복할 수 있다. 이제 무주는 자연과 인간, 예술과 건강의 조화로운 상태를 지향하는 사계절 종합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아침부터 펑펑 내리는 눈... 오늘 여행길은 송광사 천자암으로 계획되었지만 폭설(暴雪)로 회원들의 동의하에 덕유산 설천봉으로 변경되었다. 계룡IC로 나갔다가 회차(回車)하여 산내 분기점에서 무주 방면으로... 금산을 지나 무주IC로 나갔다. 국도 19번을 따라 갔는데 왼편에 적상산(赤裳山)이 있다. 1,034m인 이 적상산은 붉은색 바위지대가 마치 산이 붉은 치마를 입은 것 같다고 하여 적상(赤裳)이라는 이름이 유래하였다. 붉은색은 중생대 백악기 신라층군(新羅層群)에 속하는 자색(紫色)의 퇴적암(堆積巖)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란다.
이곳의 문화재로는 고려 말 최영 장군이 건의하여 축조한 적상산성, 고려 충렬왕 때 창건한 안국사(安國寺), 승병을 양성하던 호국사(護國寺) 등이 있다. 또한 장도바위, 장군바위, 처마바위, 천일폭포, 송대폭포, 안렴대 등의 자연명소가 있다. 장도바위는 최영 장군이 적상산을 오르다가 길이 막히자 장도(長刀)로 내리쳐 길을 내고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다. 정상의 8부 능선에는 분지로 산정호수(山頂湖水, 적상호)가 있다. 이는 양수발전소에 필요한 물을 담아두기 위해 만든 인공호수다. 지방도 49번을 따라가면 치목터널을 지난다.
무주 설천봉으로 2... (리조트에 도착하며)
무주군의 적상면 괴목리(槐木里)와 사산리(斜山里)에 소재한 터널로 마을 남쪽으로 우뚝 솟은 단지봉과 그 주변의 울창한 숲이 멋스러운 경치를 이룬다 하여 치목(致木)이라 하였다. 이곳에 있는 致木 삼배마을... 마을 공동으로 삼(麻)을 재배하여 옷, 베개, 이불 등을 만들어 팔고 있다. 삼배를 재배하여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6차 산업... 농수산물 개방으로 어려워진 농촌... 자립의 지름길이다. 농수산부가 지정한 녹색 농촌 체험 마을로 삼베 짜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산림청의 산촌 생태마을로 지정되어 숙박도 가능하다.
함박눈과 함께 바람이 몰아치지만 주변경관이 아름다워 나이를 초월(超越)헤 동심(童心)으로 돌아가는 심정은 같다. 멋스럽게 내리는 눈 뒤에는 혼란스럽고 더러워진 거리로 변한다. 하지만 모진 비바람이 지나고 나면 맑고 청청한 하늘을 볼 수 있다. 하늘에서 물방울로 떨어지는 비... 비가 바람과 함께 몰아치면 옷 끝을 적시고 우리의 몸을 차갑게 하면서 시련(試鍊)이 온다. 반면에 눈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얼음송이다. 눈이 펑펑 오게 되면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여 눈에서 느끼는 감정은 행복이 풍만(豊滿)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가 오면 피하려 하고 눈이 오면 맞으려 한다. 이유는 비의 차가움이 싫고 눈이 주는 행복함이 좋아서 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비와 같은 사람은 피하려 하고 눈과 같은 사람은 안으려 한다. 또 다른 사람에게 감정어린 말투를 조심하여야 한다. 항상 칭찬해 주거나 부드러운 말투나 눈빛으로 위로를 주는 사람은 눈과 같은 사람이란다. 다른 사람의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 냉정히 질타하고 매사에 정(情)에 이끌리지 않고 자신의 고집을 지키려 하는 사람은 비와 같다. 그래서 살아가면서 필요한 주문(注文)을 소개한다.
상대의 걷잡을 수 없는 화를 가라앉히는 주문은? 미안해^^ 겸손한 인격의 탑을 쌓는 주문은? 고마워^^ 상대의 어깨를 으쓱하게 하는 주문은? 잘했어^^ 화해와 평화를 부르는 주문은? 내가 잘못했어^^ 존재감을 쑥 쑥 키워주는 주문은? 당신이 최고야^^ 상대의 기분을 '업' 시키는 주문은? 오늘 아주 멋져 보여^^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 내는 주문은? 네 생각은 어때? 든든한 위로의 주문은? 내가 뭐 도울 일 없어? 상대의 자신감을 하늘로 치솟게 하는 주문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어? 열정을 샘솟게 하는 주문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상대의 능력을 200% 이끌어내는 주문은? 당신을 믿어!
무주 설천봉으로 3... (설천봉에서)
구천동 터널을 지나니 무주 리조트 입구가 나온다. 조금만 더 가면 구천동 반송(盤松)이 있다. 높이 17m로 우리나라 반송(盤松)중에서 가장 큰 것이지만 사람들은 이곳에 있는지도 모른다. 경사가 완만한 산자락의 밭 옆에 서 있고 수관(樹冠)이 고루 사방으로 퍼져서 아름다운 부채꼴을 하고 있다. 리조트로 오르는 길에 스키와 관련된 상점이 식당과 함께 줄을 잇는다. 언론 매체는 우리나라가 불경기에 진입하였다고 하면서 경제를 걱정하지만 이곳에 오니 정 반대로 느껴진다. 얼마 전 일요일에 왔을 때는 곤돌라를 탈 수 없어 암표가 성행하더니 오늘은 날씨가 나쁜 탓인지 교통 체증은 발생하지 않는다.
펑펑 쏟아지는 눈 속에 매표소에 가서 승차권을 사는데 신분증을 제시하란다. 이마의 주름살이 연륜(年輪)을 말해주는데 무조건 제시하라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날씨까지 추우니 신경이 예민한 이유일까? 8명이 정원인 곤돌라... 눈과 함께 바람이 부니 약간의 공포감이 느낀다. 자주 발생하는 곤돌라 사고... 20분 만에 설천봉에 도착하는데 주변이 보이지를 않는다. 날씨만 좋으면 시계(視界)가 확보될 텐데... 아쉬운 마음이다. 옛날 어느 친구가 백두산은 날씨가 변화무쌍하여 100번 올라야 천지를 두 번만 볼 수 있어 백두산이란다.
오늘 가지고 간 아이젠... 손이 시려 끼우기도 어렵다. 근처의 주목을 찍어도 사진이 모양새가 안 좋다. 향적봉에 오르는 길... 바람이 가슴을 파고든다. 옷을 적게 입은 것이 잘못이다. 내복도 안 입었으니 말이다. 이게 고통인가? 향적봉을 포기하고 주변을 서성이다가 30분 만에 내려왔다. 곤돌라 비용이 아깝다. 오늘 추위로 사서한 고생이다. 하지만 ‘고통에서 도피하지 말라. 고통의 밑바닥이 얼마나 감미로운가를 맛보라.’는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손을 뻗지 않고서 어찌 아름다운 꽃을 꺾을 수 있으랴!
또한 뜨거운 물속에서는 감자는 더욱 부드러워지지만 달걀은 더욱 단단해 지듯이 어려움을 거쳐 나가면 인생도 훨씬 성숙하게 변해질 것이다. 푹푹 빠지는 눈길 속에서 아이젠이 빠져 나간 것도 몰랐으니 겨울 등반의 위험성을 느낄 수 있다. 나머지 회원들은 중봉까지 갔다 온다는데... 다리가 불편한 나로서는 이만하면 만족감을 느껴야 했다. 나도 3-40대는 훨훨 날아다녔는데... 그 때 무리한 것 같다. 오늘 눈보라 속의 설천봉 여행... 순천 송광사 보다는 폭설 속의 덕유산 여행... 하늘의 은총(恩寵)이라 생각하며 마친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고생하셨네요~~그래도설경은 덕유산이네요~~
고맙습니다. 6일날 청도 화악산에서 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