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마지막날입니다.
신년 맞이가 무섭게 벌써 3월이 다가오고 있네요. 해가 갈수록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는 느낌이 계속 옵니다.
어르신의 시간은 더욱 빨리 흘러가고 있겠지요.
오늘도 부슬비가 내리는 날, 미리 사전에 주문하신 물품들 챙겨서 출발해봅니다.
9시 20분,
동네가 조용합니다. 사람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는 농사가 시작할 철이라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하우스 안에서 어르신들 모여서 작업하고 있는 모습 보입니다. 농촌에서는 인프라는 부족하지만 함께 모여서 놀 수 있는 하우스는 많습니다. 겨울철엔 우풍을 막아주니 어르신들 함께 모여 손 작업하며 이야기하기에 좋은 구조물입니다.
9시 40분,
오늘도 문이 잠겨있습니다. 사이다를 사셔야하는데... 어르신이 어디를 가시는지 걸음 보조기도 집에 있습니다.
다음주에 만나게 되거든 말씀드려봐야겠습니다.
9시 45분,
"불가리스 갖고 왔어? 변비가 아직도 해결이 안되네."
지난주 사시고 나서, 이번주도 또 사십니다. 매주 2줄씩은 드셔야한다는 어르신들. 변비엔 역시 불가리스가 최고입니다.
10시 30분,
신성의 어르신도 차는 있는데, 나오진 않으셨습니다. 더 윗동네를 가니 한 어르신이 오십니다.
"회관에 먹을거 좀 사야지, 액젓하고, 그... 뭐시더냐 타 먹는거 있지? " 하십니다.
어르신들이 주로 모카골드를 많이 드시는데, 카페인을 고려하실 떄는 율무차와 천마차를 많이 드십니다.
회관에 두고 먹을 율무차를 함께 사십니다.
"울동네 회관은 요리 할 사람도 없어, 그래도 토요일날은 다 같이 식사하려고~ 일요일날은 교회간다고 안나오고, 평일엔 일한다고 안나오고 그렇더라고~" 하십니다.
10시 45분,
"어~ 아까 내가 없었네. 우리집에 들려 술 좀 주고 가게~"
반가운 전화였습니다. 돌아가는 길 어르신 댁 들려서 내려놓고 가는길. 항상 점빵 매출 더 올려주시려고 하시는 어르신 감사했습니다. 하우스 안에 있는 공병들도 함께 차에 싣고 어르신 물건 사는것에 공병가격을 감해드렸습니다. 그 사이 어르신께선 이웃집도 전화해서 물건 사라고 하십니다. 그 덕에 옆집도 함께 들립니다.
옆집에선 아들이 방송소리 듣고는 자기 이름이 나온 것 같다며 설명해달라고 합니다. 자세히 들어보니 설탕 이라는 발음이 그 아들의 이름과 비슷하게 들렸습니다. 그래서 함께 같이 듣곤 오해가 풀리며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무엇이든 자신과 관련된 내용이라면 적극적으로 설명해달라는 아들. 장애가 있어서 대화에 어려움이 있지만, 충분히 기다리고 설명하며 이해할 때까지 함께 응해드렸습니다.
14시,
오늘은 정말 동네에 사람이 없었습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조용한 동네.
본격적으로 다들 농사일이 시작되어서 그런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14시 45분,
회관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계셨습니다.
한 어르신 오시더니, "지난번 외상값 하고 다른것 좀 사야지~" 하시며 다 결제를 해주십니다.
그러곤 다른 어머님이 오셔서, "고등어가 지난번엔 좀 안좋았던 것 같은데.. 이번엔 다시 좋네요~" 하며 고등어 다시 사가십니다.
어르신꼐선 "비오는데, 날 궂은 날 돈 벌고 다니기 힘들지?" 하시며 조심히 다니라고 말씀해주십니다.
걱정해주신 어르신 덕분에 안전운전하며 남은 장터 돌아봅니다.
15시,
"오늘은 아무것도 없네~ 이거나 좀 먹고 가게나~" 하십니다.
이런날도 있으면, 저런날도 있는것이겠지요. 어르신들과 전병 과자 먹으며 담주 월요일날 간담회 진행 안내를 한 번 더 말씀드렸습니다.
15시 30분,
회관에 가니 어르신들은 한창 고스톱 하고 계십니다. 점당 10원, 누가 많이 딴진 모르겠으나 제일 소리 큰 사람이 많이 땄으리라 생각합니다.
총무님은 지난번에 외상했던 것도 함께 결제해달라고 하시며 그 사이에 대추생강차 한잔주십니다.
"날 추운데, 고생이 많아. 이것 좀 마시고 가게나~" 하십니다.
오늘따라 어르신들께서 제가 많이 안쓰러워보였나봅니다. 가는 곳곳마다 걱정해주시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셨네요.
어르신들 덕분에 힘냅니다.
총무님께 결제 하고 드리니 빼곡하게 적힌 노트를 보며, 노인회 장부 걱정은 없겠다 싶습니다.
16시 10분,
총무님 말씀듣고 윗집에 올라와 필요한 물품 전달해드리려고 하니,
"가만있어봐...그래도 보고 사야지 "하시며 차까지 오십니다.
어르신들은 물건 구입할 땐 항상 직접 보셔야하시는 것이 있습니다. 차안을 훑으시더니, 배우자분 드실 번들 과자 하나 추가로 사십니다.
날 궂은날 만난 어르신들은 많이 없었지만, 만난 어르신들마다 많이 위로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음주엔 날씨가 더 좋아져서 어르신들이 더 많이 나오시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