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전날 하루종일 내린 비가 그치고 쨍하니 해가 납니다. 꽃별 언니는 망일봉 이얏길을 혼자 걷겠노라 아침에 전화가 왔었고, 저는 점심 식사 후에 서방님과 길을 나섭니다.
망일봉 청마문학관에서 시작하는 토영 이야~길은 동암마을에서 끝납니다. 우리 집에서 5분 정도 걸어나가면 동암갯가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반대로 길을 거슬러 올라갈 겁니다. 집 가까운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있다는 건 삶이 아름다워지는 필수요건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법원을 지나고 데바수스라는 레스토랑도 지나면 동암마을 조금 못미쳐서 이렇게 예쁜 이정표를 만납니다.
우리가 길을 나설 때 앞서 가시는 부부가 있더군요. 걸으러 오신 분들 같았는데, 이순신공원까지 내내 동행했습니다. 말이라도 건네보려고 거리를 좁힐라하면 멀어지고..그쪽에서 두 분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어하시는 것으로 생각하고..저희도 그냥 가기로 합니다.
전국에서 제일 좋은 곳에 자리잡은 구치소입니다. 누구는 구치소 하기엔 참 아까운 자리라고 하시던데 ..저는 법원과 구치소가 이쪽에 있어서 나쁜 사람들이 이쪽으로는 절대 안 올 것이므로 치안상 아주 좋은 동네라고 여깁니다.^^
구치소에서 조금 더 가면 새우 양식장이 나옵니다. 가을이면 펄펄 뛰는 왕새우를 소금구이로 파는 곳, 식사로는 새우를 넣은 라면을 끓여내옵니다.
바다를 끼고 있는 해안도로라서 걷는 내내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저 뒤에 보이는 큰 섬은 거제도이고, 앞으로는 자잘한 섬들이 있습니다. 저 작은 섬들은 왜가리들이 집단으로 서식하는 곳이라서 소리도 소리려니와 날개 큰 왜가리들이 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지요. 지저귐이 예쁘고 모양이 예쁜 새들은 나뭇가지나 땅에서 종종 거릴 때 예쁘고, 하늘을 나는 새들은 날개가 커야 멋있더라고요.
선촌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저녁에 운동삼아 걸을 때는 선촌마을까지 왔다가 되돌아갑니다. 지금은 복구가 되어 어여쁜 마을이지만, 바닷가 바로 앞이라서 태풍 매미에 초토화 되었던 마을입니다.
이 마을 위쪽을 미늘고개라고 부릅니다. 왜 미늘인지 적어 놓은 겁니다. 어느 선비가 초승달을 보고 미월이라 하였다고도 하고. 삼도수군 통제사가 매일봉에 올랐다가 달이 아름답다 하여 미월이라 한 것이 음운변화를 일으키며 미늘이 되었다는..어떤 말이 맞든 이 동네는 바다도 예쁘고 달도 예쁩니다.
마을 앞 교회 옆 길에 토영 이야~길 이정표가 있습니다. 주차장에 인접해 있어서 차에 가려있더군요.
길 따라 가다보면 갈림길에 또 작은 이정표가 보입니다. 공원녹지과에서 만든 길인데, 정말 일을 잘 했습니다. 아주 친절한 이정표입니다.
산길로 접어들면 이렇게 좁은 오솔길이 이어집니다. 좁다란 오솔길 주변으로 햇살 받은 나무며 풀이며 꽃들이 하늘거립니다. 마음에도 햇살이 듭니다.
푸르른 신록과 어우러진 사람들이 있어 더 즐거운 이얏길 걷기입니다. 서방님이 그럽니다. 골프장에 갔을 때 사람들이 아무도 없이 자기네끼리 가면 재미없답니다. 앞 뒤로 사람들이 있어줘야 재미있다네요. 저 사람들 없었으면 우리도 걷는 게 별로 재미없었을거야 합니다. 참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중간 중간 등산로로 이어지는 길도 안내해줍니다. 이렇게 되면 등산로로 가라는 건지 이순신공원으로 가라는 건지 걷는 사람들이 헷갈릴 수 있을 건데요.. 하긴 이 역시 걷는 이들의 몫이 되겠지요.
죽순 껍데기가 수북합니다. 대나무가 그리 많지는 않던데.,.올해에는 아직 죽순을 못 먹고 있네요..시장엘 가야 할건데...쩝
어제 내린 비로 길은 젖어 있고, 해는 내리쬐니 수증기가 발생하나 봅니다. 안개가 끼기 시작합니다. 덕분에 몽환적인 길을 걷습니다. 우와...
구국의 성지 한산도 앞바다가 보이기 시작하지요.
맑고 푸른 바닷물이 가슴으로 들어옵니다.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땀이 흥건했는데, 고마 내려가서 물장구 치고 싶어지는 바다입니다.
바다가 품은 작은 돌섬에 인공 조형물이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물고기 조각상인듯.
저 뒤로 운무에 가린 한산도가 보입니다.
이순신공원까지 참 금방입니다. 한시간도 채 안걸려서 도착했습니다.
이순신 공원 한쪽 끝에 자리한 이야~길 이정표
종합안내판과 함께 서 있습니다. 반 정도 걸었네요
미륵산과 한산도를 배경으로 서 있는 마리나 리조트가 보입니다. 어제 저 뒤쪽 길을 걸었는데요..
한산해전이 벌어졌던 바다입니다. 그 날의 참혹함을 안고 여전히 묵묵히 흐르는 바다는 우리의 역사이며 생명입니다.
이순신 공원에는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물 맑은 바다는 사람들 탄성을 자아내지요.
정말 잘 조성된 공원입니다. 가족 친구들과 나들이도 오고, 공연도 벌이고, 전시도 하는 곳.
이순신 장군 동상은 한산해전을 지휘하는 듯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예능 전수관 뒤쪽에 위치한 안내판
망일봉 산책로로 들어섭니다.
버찌가 익어가고 있네요. 여긴 나무들이 크고, 길은 나무들보다 위쪽에 있어서 버찌 따기가 좋도록 키가 맞습니다.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고, 봄이 익어갈 즈음엔 버찌도 익어가지요
오래된 수목이 자라는 곳이라 나무터널 그늘도 이루어집니다. 참 어여쁜 당신입니다.
등산로 올라가는 길마다 표시해주고
너무 인공적으로 다듬어서 별로인 향나무,,향은 참 좋던데요..
데이지꽃은 무더기로 피어 걷는 이들에게 인사하고
망일봉 산책로 곳곳에서도 바다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지 않습니다.
이렇게 가는 길을 이곳저곳 다 알려주면 도대체 어디로 가라는 것인지요. 걷는 이의 몫을 감당 못하는 이들은 어쩔까 모르겠네요. 토영 이야~길 이름으로 이정표를 만들었으면 토영 이야~길 안내만 해야하는 거지요. 청마문학관이 시작점이자 종점인데, 다른 길까지 표시해주면 걷는 사람은 어디로 가야하는 건지 어리둥절하지 않겠어요..불필요한 친절함인듯.
청마문학관 시작점에 있는 종합안내판입니다.
저희는 청마문학관 반대편 길로 내려와 공설운동장까지 걸어가봅니다. 공설운동장에는 유소년 축구단 연습이 한창입니다. 코치 앞의 꼬마는 혼나는 중입니다 ^^
내친 김에 무전동 시내까지 걸어서 빙수 먹으러 갑니다. 바나나 초코 빙수는 입에 안 맞고, 과일빙수는 맛있습니다. 그냥 팥빙수를 먹을 걸 그랬나봅니다.
집까지 걸어가기로 하고 예전 시외버스터미널 쪽으로 가는데, 줌 아울렛 극장이 영업을 안하더만 다시 영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뭐하나 들어가보자 했다가 영화까지 보고 집에 돌아갑니다. ㅋㅋ
첫댓글 길이 참 참합니다. ^^
걸어보고싶은 마음이 솟구칩니다 , 꼭시간내어 걸어보겠습니다 잘 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