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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침 해가 빛나는 선택받은 나라
김정오
수필가, 문학평론가
우리 한겨레는 기원전 2,333년 우랄 알타이 동쪽 아수(아시아) 땅 끝(한반도) 북쪽에 고조선(古朝鮮)을 세우고, 남쪽에 마한, 진한, 변한의 삼한(三韓)과 가야, 그리고 고구려, 백재, 신라, 발해, 고려가 뒤를 이었다. 한때는 중국 땅인 만주와 러시아 땅인 연해주까지 우리 가 다스렸던 땅이었다.
1392년 음력 7월 17일 이성계가 개성에서 나라를 세웠다. 같은 달 28일, 17개 항의 다스리는 방향을 선포했다. “하늘이 수많은 백성을 낳고, 임금을 세웠으니, 임금은 백성을 잘 살게 하고, 편안하게 다스려야 한다. 임금의 길에 잘잘못이 있으면 그에 따라 민심이 따르거나 등질 것이고, 천명 또한 머물 던지 떠나갈 것이다. 이는 변치 않는 이치이다.”
한 달 뒤 도읍을 한양으로 옮긴다고 선언했다. 이듬해 2월 15일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한상질이 "동이의 이름은 조선(朝鮮)“이라는 예부자문을 가지고 왔다.(1393년 2월 15일 '태조실록') 조선(朝鮮)은 아침 해가 밝게 빛난다는 뜻이다,
미국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이 19세기 말 조선을 방문하고 고종황제를 만난 뒤 빛나는 아침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보고 영감을 받아 1885년 저서 조용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를 출판하여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영어로 조선(Cho'sen)은 선택이라는 뜻이다. 이종수, 피천득이 쓴 영한사전에도 “Cho'sen people”을 선택받은 백성이라고 했다. 일본의 이와사끼 다미해이(Tamihei Iwasaki)와 기와무라 유지로(Uwjiro Kawamura) 가 쓴 새 영일 사전에도 조선 백성(cho'sen The Chosen people)을 선택받은 백성이라고 했다. 지금 조선(Chosun)의 영문 표기는 E 대신 U가 들어 있다. 성경 여러 곳(엡1:4, 벧전1:2, 요15:16)에 선택(Cho'sen)이라는 말이 있다,
이렇게 아침 해가 빛나는 선택 받은 조선이 1910년 8월 29일, 일본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시인 이상화는 1926년 『개벽(開闢)』 6월호에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발표 했다. 그리고 인도의 시성 ‘라빈드라나드 타고르’도 영감을 받고,1929년 4월 2일자 동아일보에 시 “동방의 빛”을 발표했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대에/ 빛나던 등불의 나라인 코리아/
그 등불 한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빛이 되리라.” ...
또 독립운동을 하다가 심한 고문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이육사는 1937년 《청포도(靑葡萄)》, 《교목(喬木)》, 《절정(絶頂)》, 《광야(曠野)》를 발표했다.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리는 육사의 시 ‘광야’ 한 대목을 본다.
(전략)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후략)
(이육사 시 광야)
그러나 이름 있는 어떤 시인은 일본이 그렇게 빨리 망할 줄 몰랐다면서 수십 편의 친일 시를 쓰고도 참회조차 하지도 않았다. 결국 1945년 8월15일, 일본은 패망했고, 겨레는 다시 빛을 찾았다. 삼한(三韓)의 큰 나라는 뜻으로 나라이름을 「대한민국」이라하고 복수 대신 포용을 선택했다. 1946년 청록파 시인 박두진은 시(詩) “해야 솟아라.”를 발표했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중략)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중략)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박두진 의 ‘해’,)
밝게 빛나는 ‘새로운 누리(新世界)에 대한 소망’과 ‘어둠에 대한 거부’ 그리고 ‘한겨레의 화합과 공존과 소망을 노래한 이 시는 일찍이 앞선 이(先覺者)들의 뜻이 스며 있다. “인류의 문명은 황하, 인더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에서 싹이 트고, 지중해의 그리스 로마에서 꽃 피웠다. 다시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등 대서양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이제 태평양을 넘어 동아시아에서 열매 맺는다.”라는 말이 그것이다.
2021년 여름 아프간을 지켜주던 미군이 떠났다. 곧 바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했다. 엄청난 피해와 수많은 난민이 발생했다. 우리 한국은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4백 명이 넘는 아푸칸 난민들을 받아 드렸다. 1975년 사이공 함락 9일 전인 4월 21일. 구엔 반 티우 대통령이 엄청난 금괴를 미군 비행기에 싣고 사이공을 떠났다. 뒤를 따라 구엔 카오 키 부통령도 달러를 가득 싣고, 떠났다. 그 46년 뒤 가니 아프간 대통령도 돈 가방과 금괴가 너무 많아 일부는 활주로에 버리고 미군 헬기에 올랐다. 부패한 통치자들이 나라 망치고 떠나는 추악한 모습들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말했다. “미국은 도움이 되지 않은 우방국에서 싸웠던 지난날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ABC 방송을 통해 "(아프간과)과 대만,·한국,·나토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도 “한국 등에서 미군을 줄일 뜻이 없다”고 했다
미국은 1950년 한국전이 일어났을 때, 끝까지 도와주었던 고마운 우방국이다. 그러나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1882년 5월 22일 제물포에서 ‘한, 미 수호통상조약’을 맺었다. “조선과 미국은 영원히 화평우호가 이어질 것이다. 만약 제3국이 불공경회(不公輕悔) 하는 일이 있으면 거중조정(good office) 한다고 약속 했다. 그러나 1905년 7월29일 일본과 카스라 테프트 밀약을 맺고, 일본의 편에 섰던 나라가 미국이기도 하다.
1979년 10.26 사건과 12.12 사태, 그리고 다음해 일어난 5.18 민주화운동 때, 주한 미군 사령관은 존 A. 위컴 대장이었다. 그는 한국의 민주화 운동이 실패하고, 전두환이 육군 대장으로 진급한 다음날인 1980년 8월 8일 <LA 타임즈>의 샘 제임스 기자와 AP통신의 테리 앤더슨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그 자리에서 “전두환이 한국의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마치 나그네쥐(레밍) 떼처럼 그를 따른다는 망언을 했다. "일부 미국인들이 한국인을 보는 눈이다.
한경환 기자는 피터 자이한이 쓴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Disunited Nations)』을 인용하면서 말했다. “미군은 한국 등 몇몇 나라에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빠른 시간 안에 미국은 역사상 가장 폭넓게 이루어진 많은 나라로부터 동맹 체제를 크게 줄이게 될 것”이다. 냉전 시절 가장 큰 나라였으며, 모든 동맹국의 안보를 지켜 주었고, 만국을 위한 세계시장을 꾸리면서 큰 역할을 해 왔던 미국이었다. 지금도 비슷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나 바이든은 다같이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 세계 분쟁지역 여러 곳에서 떠나고 있다. 이제 각자 살길을 찾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당장 ‘자주’만 외칠 수도 없는 현실이다. 아직 혼자 힘으로 막을 수 없다면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튼튼하게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급변하는 국제정세에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에 힘을 주고 있다.(중앙선데이, 2021, 8, 21,)
인지학(人智學)을 창시한 오스트리아인 학자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가 말했다. “인류문명의 대전환기에는 새로운 삶의 양식을 결정할 원형을 제시하는 성배(聖杯)의 겨레가 있다. 이 겨레는 깊은 영성을 지니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상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거듭되는 외침과 폭정에 억눌리면서 그 이상(理想)을 내상(內傷)의 아픔으로 안고 있는 겨레이다. 그 겨레가 지중해 문명의 전환기에는 이스라엘이었지만 그 후에는 극동에 있는 한국이다”라고...그것을 알 수 있는 길은 뛰어난 문화발전이다.
폴 케네디 미 예일대 교수는 ’강대국의 흥망‘이라는 글에서 말했다 “한 나라가 세계무대의 주역이 될 때는 경제력, 군사력과 함께 반드시 문화가 꽃을 피워야한다.”이제(중략) 21세기 아시아 태평양 시대를 이끌어갈 주인공은 일본이 아니고, 중국도 아니고, 한국이다. “never japan, never china, maybe korea”....라고..
1947년 김구선생이 ‘백범일지’에서 말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그런 백범의 꿈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겨레는 1907년 국채보상운동 때, 부녀자들이 비녀와 가락지를 모두 내놓고 나라 빚을 갚았다. 90년 뒤, 1997년의 외환위기 때도 집에 있는 금붙이를 내놓고 나라의 위기를 막았다. 한겨레 정신의 문화적 바탕이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그런데 가장 짧은 기간에 산업화, 민주화를 이루어낸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지금은 온 누리(全世界)가 부러워하는 문화예술 강국’으로 세계무대에 우뚝 섰다. 한류의 새로운 물결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온 누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방탄 소년단(BTS)은 놀라운 신기록을 이어가며, 새로운 빌보드 으뜸을 지키고 있으며,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에서 영화 '기생충' (PARASITE)으로 4관왕을 차지했고, 배우 윤여정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차지했다. 또 K-팝과 게임, 드라마, 웹툰,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온 누리의 사랑을 받으며, 앞선 나라(先進國)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것은 우리 문화·예술인들의 높은 역량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면서 창의성과 열정을 바탕으로 이루어 낸 뛰어난 능력이다.
이사야 선지자가 예언했다.. “해 뜨는 곳, 아수(아시아) 땅 끝(극동) 한 모퉁이(한반도)에서 아침 해가 빛나는 나라(朝鮮) 대한민국의 앞날을...,..“섬들(일본)아 내 앞에 잠잠하라... “겨레들(民族)아 힘을 새롭게 하라.(중략) 열국으로 그 앞에 굴복케 하며, 그로 왕들을 다스리게(治理)하되, (중략) 섬들(일본)이 보고 두려워하며, 땅 끝이 무서워 떨며(중략) 내가 땅 끝(극동)에서부터 너를 껴안으며, 땅 모퉁이(한반도)에서 너를 부르고,(중략) 내가 너를 선택(選擇;Chosen)하고,(중략) 너를 굳세게 하리라 (중략)네게 노하던 자들이 수치(羞恥)와 욕(辱)을 당할 것이요, 너와 다투는 자들이 멸망(滅亡)할 것이다.(이사야 41; 1~11,)...
또 소설가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게오르규도 “물질문명이 한계에 달하는 절망의 시간이 24시라면 25시는 새로운 문명이 비롯되는 때이며, 그 주역은 한국이 될 것”이라고... 노래했다. (전략)“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놓인 극동 아시아의 반도이다./(중략) / 한국은 아시아 대륙의 귀고리다. /(중략)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하여/ 하나님은 그 자리에 한국이라는 귀고리를 달아 놓은 것이다./ 한국은 보석처럼 정교하게 /깎여지고 만들어지고 가꾸어진 것이다./ 그 해안은 레이스로 되어 있다 /칠보로 되어 있다 /그것은 정말로 자수이다/ 오직 보석만이 그러한 식으로 재단된다./ 한국은 반도가 아니고 장식품이다/ 하나의 보석, 하나의 귀고리이다/ 레이스로 수놓은 천 8백 킬로미터의 해안에 3천 4백 개의 섬이 있다/ 세공된 크고 작은 섬/ 온갖 형태의 섬들이 해안을 장식하고 있다. /이 해안에서 등을 돌려 /한국의 내부로 시선을 돌린다면/한국이 보석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다./ 지리학자는 이 반도는 4분의 3이 산악지대라고 말할 것이다./ 구름 위까지 뻗치는 산이 있고/ 거기에 다른 산들이 이어져 있다./ 토지의 기복을 제하면 /그것은 해안과 마찬가지의 레이스이다/ 산들은 구름에 걸린 레이스와도 같다/ 레이스를 이루는 산꼭대기인지/하늘과 구름인지 때로는 분간할 수가 없다/ 아시아의 귀고리는 부조로 된 작품이다/ 그 산은 칠보의 레이스이다“/ (이하 약)-게오르규의 한국 찬가 제1장 한국은 극동의 미지의 나라-에서
‘그 나라가 무궁(無窮)하리라.’(눅1:30-)... 축복 헸던 무궁화동산에...그날이 오면 「... 이리가 어린 양으로 더불어 누울 것이요.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찐 짐승이 다 함께 있으리니 어린이라도 끄을 수 있으리라. 젖 먹는 어린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고, 젖 땐 어린 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으리니 내 거룩한 산 모든 곳에 해(害)함과 상(傷)함이 없으리라」(이사야 11장).. 약속(사9:6-)하신 대로 아시아 태평양 시대를 이끌어갈 주인공은 일본이 아니고, 중국도 아니고, 한국이다. “never japan, never china, maybe korea”라는 말이 이루어질 그날이 아침 해가 빛나는 선택받은 대한민국에 다가오고 있다. 그날이 오기까지 더욱 많은 피땀을 흘려야 하리라.
김정오(金 政 吾 ) 약력
수필가, 문학평론가, 중앙대, 석사, 숭실대, 박사, 경기대, 중국연변대, 객원교수, 러시아 국립극동연방대학교 교환교수 역임, 한겨레역사문학연구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역), 국제 펜클럽한국본부 이사(역), 「지구문학」 편집인, 한국일보 수필공모 심사위원장(역), 안중근의사기념관 홍보대사, 소청문학상, 법무부장관상, 교육부장관상, 왕인문화대상, 대한민국 문화예술대상 외 다수의 상 수상, ,
수필집: 빈 가슴을 적시는 단비처럼- 지금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가? 양처기질 악처기질(외 논저 및 평론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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