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시인의음악사랑이야기 (44)
《백난아의 '찔레꽃'》
*야산에서 모셔와 키운, 마당에 핀 찔레꽃
*네이버 이미지에서
"찔레꽃 붉게피는 남쪽나라 내고향
언덕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자주고름 입에물고 눈물젖어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잊을 사람아
달뜨는 저녁이면 노래하던 동창생
천리객창 북두성이 서럽습니다
작년봄에 모여앉아 찍은사진
하염없이 바라보니 즐거운 시절아"
백련아의 '찔레꽃' 노랫말이다.
일제 강점기 암울했던 시절, 고향을 그리워하던 이들의 향수를 달래며 널리 불려졌던 노래다.
찔레꽃은 김영일이 작사하고 김교성이 작곡한 곡으로, 우리나라 야산에서 흔히 볼 수있는 찔레꽃을 소재 삼아 고향을 향한 간절한 그리움을 담아낸 노래다.
1930년대 후반 이후 레코드계를 사실상 이끌다시피한, 김교성 특유의 잔잔한 서정미를 머금은 선율미가 가장 곱고 완숙하게 빚어진 대표작
이라고들 평한다.
이 노래가 세상에 나온지 어느덧 80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찔레꽃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백난아를 생각하게 한다.
백난아는 타고난 미모와 뛰어난 가창력, 그리고 돋보이는 무대 매너를 바탕으로 삽시간에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혜성처럼 떠오른 존재로 부상한 가수였다.
최근에는 트롯의 리듬으로 주현미, 장윤정. 송가인 등 많은 대중가수들이 리메이크했다.
KBS에서 수십년간 진행하고 있는 가요무대에서 가장 많이 불린 노래로 기록되어 있다고 하니, 한국인의 최애 애창곡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찔레꽃 꽃말이 '순수한 사랑', '슬픔', '그리움'이듯이 노랫말에도 꽃말처럼 그리움과 슬픔, 사랑이 담겨져 있다. 고향을 그리워하고 고향 사람들과 행복했던 기억을 추억하는 마음도 잘 담겨 있다.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덧 유년의 추억이 훅하고 안겨온다. 따뜻하고 나른한 봄날, 궁궁한 시간에 냇가 언덕에 하얗게 핀 찔레 가지 하나 입에 물면, 달콤 씁쓰레한 봄맛이 입 안 가득 번져오던 기억들.
논 밭일하는 아낙네들이 머리에 질끈 동여맸던 하얀 수건도 오버랩 된다.
수수한 찔레꽃은 화려한 장미처럼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그 어떤 꽃보다 강인하고 헌신적인 삶을 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시로 자신을 지키고, 고운 향기로 지치고 힘든자를 위로하고, 새순과 꽃, 뿌리, 영실이란 열매까지 모두를 내어주고 있잖은가.
'찔레꽃'노래는 햇살 좋고, 바람 좋고, 무엇보다도 달콤한 향기에 취해 무한정 걸어도 좋을, 환장하게 좋은 꿈의 계절, 이 봄날에 딱 어울리는 곡이다.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그때의 공기와 표정, 지금은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조용히 불러내고 있다.
아, 어쩌자고 '찔레꽃' 노랫말은 이다지도 슬프고도 애닯은 것인지.
너무 슬퍼서 더 아름답고 더 애닯프게 느껴지는 꽃, 그대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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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애환과 정서를 담고 있는 -찔레꽃]
/운형 최진태
봄의 끝자락과 초여름의 경계라는 오월을 신록과 장미의 계절이라 하지만 산과 들판으로 나가보면 오히려 찔레꽃의 계절임을 알게 된다. 찔레꽃은 산골처녀처럼 때 묻지 않았으면서도 그 안에 감추어진 아름다움으로 주위를 온통 밝게 만들곤 한다. 장미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단아한 기품이 있고 맑은 향기가 사람 마음까지 파고드는 찔레꽃, 우리 민족의 애환과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어여쁜 꽃이다.
다섯 장의 꽃잎을 활짝 펼치고 가운데의 노랑꽃술을 소복이 담아 든다. 꽃의 질박함이 유난히도 흰 옷을 즐겨 입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도 맞는 토종 꽃이다. 찔레꽃 흐드러지게 핀 꽃 자락에 다가가면 싸움에 지고 돌아와 어머니 무릎 베고 누웠던 유년의 저녁처럼 조금은 서럽고 아득해진다. 바람결에 풍겨오는 강렬하고도 짜릿한 찔레꽃 향은 마치 혼을 빼앗듯이 진하며 깊이가 있고 황홀하다. 독특하고 매혹적인 향기로 인하여 향기의 여왕이 되고 산야의 주인공이 된다. 찔레꽃은 들장미라 부르듯이 우리나라 산야 어느 곳에서나 피어나는 야생의 꽃이다. 찔레꽃은 척박한 땅과 자갈밭을 구분하지 않고 깊이 뿌리를 내리며 흙 내음과 바람 속에서 순백의 꽃을 피워 올린다. 가뭄과 폭풍우에도 굴하지 않고 청순한 자태와 매혹적인 향기를 잃지 않는 꽃이다.
꽃과 향기가 찔레꽃의 특징이라면 가시는 운명 같은 속성이다. 꽃과 향기에 취해 무심히 다가가 손을 내밀다간 가시에 찔리고 만다. 가시를 마다 않고, 찔릴 것을 마다 않고 무모 하리 만치 다가 가는 그 무엇, 그게 사랑이 아닐까? 세상에 쉬운 사랑 법은 없는 법이니까.
찔레꽃은 아련한 추억이 많이 묻어 있다. 어린 시절 나무 사이에 여린 새 순이 돋아나면 조심스레 꺾어서 가시가 달린 껍질을 벗겨 먹었다. 씹으면 아삭아삭 하고 달콤했던 기억이 있다. 먹을 것이 부족하고 배고팠던 그 시절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간식거리였다. 찔레꽃은 다양한 약효를 갖춘 식품이기도 하다. 찔레 순에 겨자 소스를 쳐서 샐러드를 만들어 먹으면 겨우내 몸 안에 쌓여있는 독소를 제거해 주는 약효가 있다 한다. 찔레꽃을 따다가 약간의 소금과 식초 몇 방울을 넣은 물에 깨끗이 씻은 뒤 그늘에서 며칠 말려서 뜨거운 물에 우려내면 좋은 찔레꽃 차가 된다. 혈액 순환도 잘 되고 신경통, 소변불통 등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찔레꽃 열매를 한방에서는 영실(營實)이라고 하여 약재의 재료가 된다.
꽃처럼 빨갛고 구슬처럼 빛나는 열매는 겨울까지 남아 산새나 들새의 먹이가 된다.
서양에서는 찔레 뿌리로 담배 파이프를 만들었다. 최고급 남성용 담배 파이프의 대명사인 던힐의 창업주 앨프리드 던힐이 런던 듀크가에 담배 가게를 열면서 만든 것이 바로 찔레 뿌리로 아름답게 수가공한 파이프였다.
로마 신화에서도 사랑의 전령 큐피트가 아름다운 찔레꽃을 보고 너무도 사랑스러워 키스를 하려고 입술을 내밀었을 때 그 속에 있던 벌에게 쏘이고 만다. 그 때 여신 베누스가 큐피트에게서 침을 빼내어 찔레나무에 꽂은 이후로 찔레꽃에는 가시가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백석이 좋아했던 독일의 낭만파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말년에 찔레꽃 가시에 찔려 그 상처로 인해 죽었다. 마흔 훌쩍 넘어 가수가 된 장사익이 뿜어내는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라며 목청껏 구성지게 부르는 노래에는 찔레꽃의 슬픔이 배여 난다. 또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로 시작되는 백난아의 ‘찔레꽃’은 타향살이 하던 설움에 고향 그리는 애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고향을 떠난 수많은 사람들의 향수를 달래주었던 노래로 유명하다.
“갯마을 해너머가는 저 노을보다/ 더한/ 핏빛 서러움/ 소복으로 단장한 그대/ 굽이굽이 구절양장 가시밭길/ 켜켜이 옹이진 가슴/ 삭이다 삭이다/ 마침내/ 터질 듯 한 절규/ 회한의 피울음 삼키며/ 가녀린 어깨 들썩거릴 때마다/ 흰 꽃송이 연두 꽃송이 되어 나투이다가/ 청상 여인의 아찔한 분향기 되어/ 바람결에 묻어나누나.”
필자의 졸시 ‘갯마을 찔레꽃’을 읊조려 본다.
찔레꽃이 질 때면 뻐꾸기가 이 산 저 산에서 슬피 운다. 어디선가 처량한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릴 듯 말 듯 한 계절이다.
/문화칼럼니스트 최진태
* '백난아 - 찔레꽃 (1991)'
https://youtu.be/CQXZtjzyUkM
**'찔레꽃'
-김일남 하모니카 연주
https://m.cafe.daum.net/luluna0/dBXZ/1079?searchView=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