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운전기사(?) 대동한 드라이브를 한번 나갔는데...
혹 우리 SRC 멤버분 중에 저더러 '이 친구는 놀기만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실가 봐 걱정이 됩니다
고향을 지키고 있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와서,
그곳으로 운동하러 한번 내려와 달라고 간청(?)을 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 친구가 말하는 운동(골프)를 즐길만한 형편이 안되는 나는 엉겹결에 약속은 했지만
핑게만 있으면 내려가고 싶지 않아 고심하고 있었다.
마침 곤파스 태풍에 대한 일기예보가 6시간 이상 착오가 생겨서 전국이 피해가 막심한 가운데
다음 태풍이 또 북상하는데 이 태풍 또한 남부지방을 강타할 시간이 진로 변경등으로 확정이 힘들다는 뉴스 덕분에
서울에서 같이 내려가기로 한 운전담당(?) 친구와 함께 아침부터 하루종일 새로운 스케줄을 만들어야 하는 행운(?)을 얻었다.
유유상종이라고, 이 친구도 나 만큼이나 시간만 나면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친구라
남들이 둘이 사귀냐고 이상하게 보건 말건 서울근교 1일드라이브를 하기로 했다.
다행이 여기에 하루 드라이브 일기를 자랑삼아 쓸 수 있는 것은, 운전도 내가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먹거리 즐길거리 등의 나들이 비용도 거의 들지 않고서도 눈과 입, 귀가 모두 즐거웠기 때문이다.
태풍이 북상하기 직전이라 가랑비 정도는 뿌리고 있었다.
분위기라는 멋을 찾아 헤매본 사람은 충분히 공감하시리라 믿고 싶은데
이런날씨에는 비록 동성끼리라도 강변을 나가는 게 최고다.
쉽게 의기가 투합된 우리는 퇴촌에 있는 남종면 남한강 드라이브길을 택했다
그곳엔 드라이브의 즐거움이 막 크라이막스를 지나려 할때 쯤의 위치에 '힐하우스' 호텔-레스토랑이 있다
틀림없이 박정희 대통령시절에 큼지막한 권력의 힘을 빌려 개발했을 터인...
한 눈에 고급스러움이 읽히고, 멋지고,,,, 카페 테라스는 단연코 1등으로 추천할 만한 장소이다.
비오는 날의 흐르는 강물이 바로 발 밑에 와서 착살거리는 느낌이랄까,
암튼 동해안 낙산사 홍련암에서 암자 마루바닥 사이로 동해바다 맑은 물을 호흡하는 감촉 같은 것을
드라이브 담당 옛 친구와 함께 2시간은 족히 만끽 한것 같다.
와우~~~, 커피값도 1인당 5천원에 무한리필과 예쁜접시에 고급과자까지 서비스로 준다.
"야! 너는 왜 하필 남자냐?" 서로가 친구에게 나무라는 말을 남기고,
다른 풍류를 찾아 점심먹을 곳을 찾아 출발한다.
계속해서 남한강길로 조금 드라이브를 더 해나가니 문호리 팥죽집이 나온다
아름다운 강변의 많은 맛집들 중에 생뚱맞게 팟죽집이라는 간판이 특이하여서 그집에 점하나 찍기로 했다.
들어가 보니 이집은 옛날에 방랑시인 김삿갓이 문호리에서 팟죽을 맛있게 먹은 일화와 관련된 집이었다
아무리 스토리 텔링의 시대라지만 스토리만 가지고는 안되는 법, 스토리에 더하여 맛까지 있어서
팟죽 8천원, 팟칼국수 7천원을 반반씩 먹으며 오랫만에 전통음식의 맛갈스러뭄에 다시 젖을 수 있었다.
어차피 강변드라이브를 시작한 것이니
남한강을 다 돌고 양평읍내로 와서는 서종면 북한강변으로 또 들어섰다.
우리도 어지간히 답답한 사내들이란 생각을 하면서....
북한강변 달릴때는 언제 부터인지 하늘이 짓푸른게, 아 지금이 가을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비바람 후의 맑게 솟아오른 멀리 보이는 산들은 푸르다 못해 진하기 까지 하다.
이제 강변드라이브에 재미를 느낀, 고마운 내 친구는 강건너서 반대로 차를 몰아
논스톰으로 파주의 '해이리 예술마을'까지 나를 끌어다 놓는다.
나도 전에 여인과 함께 여길 와 본 일 있다고 자랑했더니, 자기는 여러번 왔지만 보안상 누구와 왔었는지는 말 할 수 없다면서...
한 곳도 놓치기 싫은, 아예 여기와서 살고 싶은 그 많은 예술가들 집 중에서
우리는 현역에서 은퇴한 영원한 음악인 황인용씨의 음악카페'카메라타'에 귀를 씻으러 들어갔다.
한, 두시간으로 귀가 씻어지지 않을 걸 알지만, 혹 황인용씨를 직접 만나기라도 하는 즐거움이 더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속에서...
카메라타는 우리가 대학시절에 자주(?)들리던
명동에 있던 '필하모니'나 '르네상스' 스타일이다.
황인용씨가 나보다 선배인 것을 새삼 일깨워주는 옛스러운 탁트인 공간이다.
가운데 큰 스피커 하나가 가로,세로 몇 미터씩은 될법하고, 전면은 온통 스피커에 한쪽으로는 진공관이 차지하는 면적도 꽤 된다.
맛있는 케익을 무한(?)으로 가져다 먹을 수도 있고
황인용씨가 직접와서 맞춤형 대화도 충분히 나누어 주는데 입장료가 1인당 만원씩이다.
황 선생님이 노년에 사회에 음악을 환원해 주는 서비스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귀를 씻기를 두어시간...
하루죙일 드라이브만 즐겼는데도,경관을 보느라, 귀를 씻느라 에너지를 많이 썼다보다
해이리에는 입맛이 까칠할 예술인들 조차도 흥겨이 찾아 줄 맛집촌이 따로 있었다.
어차피 점심도 토속으로 시작한 터인지라, 저녁은 '묵' 전문집에서 마무리했다.
묵으로 비싸게 받으면 얼마나 받겠나?
그래서 오늘은 마무리 식사까지 맛갈스럽고, 흐뭇하게....
내 인생이 시작된 후, 두번째로 멋진 드라이브를 즐겼다.
첫번째는 어디냐고 묻지 마세요, 내 과거를 나 자신도 모두 기억해 낼 수 없어서
그냥 겸손하게 오늘이 아주 즐거웠다고 하는 말 이니까여....하하하
하루종일 생색한 번 없이 즐겁게 운전해준 친구가 있어서 더욱 행복하다.
첫댓글 놀기만 하는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저도 홈피하나 운영하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www.gnbinsu.com
정말 인간답게 사시는군요. 그런데 부러워해야할지, 아니면 아쉬워해야할지 아직 판단이 잘 서지를 않는군요. 하지만 결국은 누구나 다 시간문제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