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는 동렬이가 나오건 누가 나오건 죽도록 던집니다.
내가 한물갔건 두물갔건 끝까지 던집니다.
내한테는 그게 야굽니다.
내가 지든지 이기든지,
내 게임은 내가 나갑니다. 내가!
내가 끝을 봅니다.
누가 뭐라 캐도
최동원이 게임은 최동원이가 나간다고!"
<영화 퍼펙트게임 최동원 대사 중>
안녕하세요.
이번 정시에
한세대학교 불합격
수원대학교 불합격
명지대학교 뮤지컬전공 합격
서울예술대학교 연기전공 합격
하게 된 이혜인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생각들이 들어올 것만 같아
부족하더라도 솔직하고 싶은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처음 적은 대사는
저를 끝까지 지치지 않도록 끌어주었던
<퍼펙트게임>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예비반 1년. 첫 수시 정시와 반수 7개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그 의미가 무엇일까.
아마.. 저 말들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저는,
잘하고 싶은 마음은 큰데 스스로 기준이 없으니
늘 다른 사람에게 판단 기준을 두고서 누군가한테라도 인정받길 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너무 찌질해보여서 아닌 척 하려고 부던히도 애를 썼건만
결국 무대에(시험장에) 서야하는 중요한 순간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나를 아는 사람들 앞에서는 자신만만하다가
나를 아무도 모르는 시험장에 들어가면 꼼짝하지 못하는.
모든 기준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로 돌아가버린단 걸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반수 중 마지막 시험인 정시를 하면서는
매 연습마다 매 시험마다 그저 빌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내가 제일 못해도 좋으니까-
진심으로 연기하는 그 순간이 좋아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던 초심으로 돌아가
제발 아무도 신경쓰지 말고
딱 한 번만- 내 연기 하게 해달라고.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거 내 자신이 좀 알게 해달라고.
믿음은 정말 중요합니다.
호원대학교라는 좋은 학교를 들어갔지만
결국 반수를 결정하게 된 이유기도 했습니다.
믿음. 증명.
정말 중요한 순간,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랬고
그걸 증명해내는 것이 올해 제가 원하는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결과에 대해 다소 얼떨떨하고 멍한 심정입니다.
원했던 것을 향해 달렸을 뿐인데 합격이란 선물을 받다니...
"내 게임은 내가 끝을 봅니다".
이 말을 지킬 수 있어 감사합니다.
나를 믿어주었던 사람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길은
내 게임에 내가 책임지는 것 밖에 없기 때문에.
압니다. 끝이 아니라 이제 진짜 시작입니다.
지나온 시간이 제 안에 방향성을 잡아주었습니다.
첫 발을 리액팅에서 내딛을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조금씩 더 배우다운 모습으로 성장해가겠습니다.
그 모든 부딪히고 깨졌던 시간동안 곁에서 함께주셨던 분들이 떠오릅니다.
묻고 싶은 게 많았을텐데 묵묵히 응원해주신 부모님과 친구들,
못생기고 겁많은 이놈을 지치지 않고 믿어주셨고 너무 많이 수고하신 학준쌤 현정쌤 우희쌤 찬우쌤,
나의 첫 동료들인 6기,
가장 가까이서 함께 성장한 밉고 미안하고 고마운 7기,
자주 만나진 못했지만 서로 힘이 되어준 8기,
든든한 사랑과 지지를 주었던 예쁜 9기,
과정 속에 만났던 우연히 만난 수많은 고마운 인연들까지.
넘어지고, 실수하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 속에 혼자가 아니었고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제가 받은 것들은 결코 거저받은 것이 아니며
기회가 닿는대로 다시 흘려보내며 살아야 함을 기억하겠습니다.
아이 한 명이 장성하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제게 하나의 세상이 되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사랑합니다.